“시집온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장만했다는 엄마의 쌍가락지 중 한쪽인 은반지를 엄마가 몹시 아프던 어느날 엄마로부터 받았다. … 사는 일에 엄살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헐거운 엄마의 반지를 찾아 오른손 엄지에 낀다.” 반지, 2002년 9-10월호
“바늘을 들여다본다. 바늘귀가 두근거린다. 깁고 이어붙이고 꽃봉오리 같은 단추를 매달아주기 위해 바늘은 오늘도 온몸으로 두근거린다.” 바늘, 2003년 5-6월호
“이 바람은 내 눈에 보이지 않던, 그러나 방 안에 가득차 있던 공기들이 파동을 이루며 내 몸에 부딪혀온 것이 아닌가. 내 거처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채, 2003년 9-10월호
“봉긋한 두 젖가슴으로부터 성기에 이르는 삼각지를 부드러운 포물선으로 연결해갈 때 완성되는 커다란 하트는 그 속에 생명력과 창조의 근원인 여러 개의 하트를 품고 박동한다. 여성 성기의 하트와 자궁의 하트와 심장의 하트…” 생리대, 2004년 3-4월호
“사과를 깎기 전 칼등으로 톡톡 치는 것을 ‘이제 칼 들어갑니다, 준비하세요’라고 일러주던 할머니.” 쓰레기통, 2004년 7-8월호
“햇살 아래 수의를 거풍시키거나 매만진 다음날, 다른 날보다 더 오래 공들여 장독을 닦거나 긴 산책을 하는 엄마를 보게 되는 것처럼, 아름다운 매듭을 위해 오늘 이 순간을 가장 충만하게 살라고 요구하는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수의, 2005년 1-2월호
“마들렌 과자 같은 휴대폰 한 조각을 입속에 넣고 천천히 녹이면서 빨아 먹었으면 좋겠다. 혀와 입천장을 통째 사용해서 부드럽게 으깨어 먹었으면 좋겠다.” 핸드폰, 2005년 5-6월호
“「김선우 에세이·사물들」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다시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번 호 ‘의자’ 편은 특히 더 그랬습니다. “네 개의 다리를 드러내 놓은 의자는 관능적이다”라든가 “의자 자체가 춤추길 즐긴다”라는 표현들이 글을 읽는 내내 살아 있는 의자씨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글을 읽은 후부터는 저도 모르게 의자에게 예의를 갖추게 되었지요.” 의자, 충북 청원군 내수읍 이은경, 2002년 9-10월호
“바늘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바늘 솜씨가 아주 좋던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과 장난치다 뜯겨진 옷고름을 이내 원상복구시켜 놓으시던 마술사 같던 솜씨와 겨우내 입을 스웨터와 목도리를 희미한 백열등 밑에서 밤늦도록 짜시던 어머님의 모습…” 바늘, 대전 중구 문화1동 유은경, 2003년 7-8월호
“자라면서 밤에 손톱을 깎는 것에 무심해졌지만 어릴 적 아버지께선 밤에 손톱 깎는 것과 깎은 손톱을 아무데나 버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지금도 깎은 손톱만은 잘 모아 신문지에 싸서 버린다. … 손톱에 관한 나의 추억, 나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준 김선우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손톱깎이, 서울 종로구 관수동 정은숙, 2004년 1-2월호
“걸레를 읽고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어요. ‘내가 더럽다는 편견은 버려.’ 이 말처럼 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들에게까지도 정말 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걸레를 보면 그저 더럽다는 생각을 했지, 닦고 난 후의 깨끗함은 왜 생각을 못했을까요?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와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졌어요.” 걸레, 인천 남동구 만수5동 이현주, 2004년 3-4월호
“‘생리대를 읽으며, 한 달 뒤 태어날 딸아이를 생각했습니다. 딸을 품고 보니 아들 키울 때와는 또 다르게 여러 글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딸아이의 첫꽃이 피는 그날, 저도 환하게 아주 크게 딸을 안아줄 것입니다. 월경이 축복임을, 여성이 자랑스럽고 당당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꼭 도와줄 것입니다.” 생리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안진희, 2004년 5-6월호
“「김선우 에세이·事物들」을 읽다보면 집안 구석구석에 제자리를 차지하는, 하지만 단 한 번도 내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여러 사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이번 칼럼을 보고서도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차 구석에 구겨진 채 있던 지도를 찬찬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도라는 ‘사물’이 어느덧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작은 사물 하나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내고 배울 줄 아는 시인의 시선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도, 경남 사천시 사천읍 최희자, 200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