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이창훈)를 만난 구마적(이원종)은 하야시가 제시한 조건에 만족스러워한다. 하야시가 사업장을 맡을 자신의 처제 나미꼬(이세은)를 소개하자 구마적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하야시는 종로 2정목에 백화점을 세우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은근히 포부를 내비친다. 구마적의 수하 평양박치기(이무현)는 두한(안재모)을 찾아와 구마적에게 용서를 빌라고 권한다. 두한이 안 들은 걸로 하겠다며 돌아서자 평양박치기는 구마적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두한은 일본사람과 손잡는 사람을 형님으로 모실 수 없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평양박치기가 돌아가자 김영태(박영록)는 평양박치기가 온건 최후통첩이라며 이제 남은 건 전쟁뿐이라고 비장하게 말한다. 신마적(최철호)은 학생패 몇 명과 명월관에 회포를 풀러간다. 신마적이 설향(허영란)과 아이란(조여정)에게 학생패들을 가리키며 서방님으로 잘 모시라고 말하자 설향은 기생이라고 아무에게나 몸을 주지 않는다고 당돌하게 말한다. 화가 난 신마적은 기생에게 정조가 어딨냐며 설향의 뺨을 때린다. 한편 김영태의 명령으로 신마적을 미행했던 삼수(성우진)가 설향과 아이란이 신마적에게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아이란의 애인 문영철(장세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명월관으로 향한다. 문영철이 신마적에게 당하자 두한은 선배답게 행동하라며 마지막 경고를 던지는데….
#1 종로 회관
지난 회의 연결이다. 두한과 신마적이 무섭게 서로를 노려보고 서 있다.
신마적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내 말이 어쨌다구?
두한 말씀이 지나치시다고 했습니다.
신마적 지나쳐?
김영태 그만하게 두한이, 형님에게 무슨 말버릇인가?
두한 .......
김영태 (정중하게 숙이며) 죄송합니다, 형님. 아직 사정이 어두워서 그러는 거니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쇼.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신마적 넌 가만있어.
김영태 제 얼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형님.. (부하들에게) 너희들 뭐하고 있어? 어서 형님 자리를 마련해 드리지 않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들이 득달같이 자리를 마련한다. 그 사이 김영태가 신마적에게 다가간다.
김영태 앉으십시오, 형님. 그만 노여움을 푸십쇼.
신마적 ......좋아, 영태 너를 봐서 내가 참지.(자리에 앉는다)
김영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제가 한 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신마적 됐어, 저 아이 보고 와서 한 잔 따르라고 해.
두한 .........
김영태 두한이 말입니까? 예,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실은 이번에 쌍칼 형님이 떠나시면서 두한이에게 자리를 물려주셨습니다.
신마적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김영태 죄송합니다. 먼저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형님도 아시다시피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신마적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없구.. 어쨌든 이렇게 라도 만났으니 신고를 해봐.
김영태 예, 형님.. 두한이, 이리 와서 인사를 드리게 한 지역의 오야지가 됐으면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일세.
두한 .........?
신마적 ........
두한이 천천히 신마적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신마적에게 술을 따른다. 신마적은 잔을 받으면서도 두한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맥주의 거품이 조금 넘쳐흐르자 신마적이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신마적 다시 따라.
두한 .........
김영태 다시 한 잔 올리게.
두한이 꾹 참으며 다시 술을 따른다. 이번에는 거품이 더 많이 넘친다. 신마적이 표정이 싸늘해지자 사람들이 긴장하며 마른침을 넘긴다. 뭔가 터져 나올 듯한 그 순간, 신마적이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모두들 의아한 표정이고 김영태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두한은 여전히 무표정이다.
신마적 (웃으며) 그 자식, 배짱 하나는 두둑하구만.. (벌컥 마시고는) 자, 한 잔 받아.
두한 ..........?
신마적 어서..
두한이 신마적의 술을 받는다.
신마적 다른 때 같았으면 넌 뼈도 못 추렸을 거야. 시건방진 뭉치 자식을 두들겨 팼다니까 내 귀여워서 넘어가는 거야. 하지만 두 번은 용서하지 않아. 알았나?
두한 ..........
신마적 (일어서며) 그만 가자. 맥주 맛이 영 틀렸다.
김영태 벌써 일어서십니까?
신마적 이 자식 얼굴 좀 보려고 온 거야. 니가 이 바닥에서 오래 됐으니까 잘 교육시켜. 세상 무서운 것도 좀 알려주고... 쓸만해 보이는데 싹도 피워보지 못하고 지면 되겠냐?
김영태의 인사도 받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간다. 김영태가 두한을 돌아본다. 두한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들의 모습 위로 신마적이 행패부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신마적 야 이 새꺄 지배인, 너 내 말을 뭘로 듣는 거야? 맥주 차게 해놓으라고 했어, 안 했어? 이 새끼가 근데...
신마적들의 소리가 그렇게 멀어져 가면...
김영태 잘 참았네, 두한이.
두한 ........
그러나 두한은 여전히 말이 없다.
#2 우미관 외경(밤)
평양박 (E)큰형님, 그만 숙소로 가시지요?
#3 동 사무실
구마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평양박 내일 안으로 고개를 숙이고 올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구마적 ............
상하이 그럴 놈들이 아니야. 그런 걸 아는 놈들이라면 애당초 뭉치와 맞서지도 않았어. 그건 큰형님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이야. (구마적에게) 큰형님, 치셔야 합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쇼. 지금이라도 당장에 쓸어버리겠습니다.
구마적 뭉치도 당했어. 내 오른팔이라는 뭉치가 말이야.
상하이 이 상하이는 뭉치하고는 다를 겁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쇼.
구마적 밟으려면 철저히 밟아 놓아야 해. 어설프게 나섰다간 또다시 망신만 당하는 수가 있어.
상하이 자신 있습니다, 큰형님.
구마적 됐어. 평양박 말대로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겠어. 뭉치와 싸울 정도의 배짱을 가진 놈이라면 쉽게 자존심을 굽히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닐 거야.
평양박 그렇습니다, 큰형님. 결국은 큰형님 앞에 무릎을 꿇을 겁니다. 만에 하나 그러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응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구마적 어쨌든 대단한 녀석이야.. 김두한이라고 했던가? 싸움 실력도 쓸만하고 제법 오기도 있어.
상하이 .........?
구마적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만 빈다면 한 구역쯤 떼어주고 밑에 두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텐데 말이야...
상하이 큰형님? 그 자식은 형님의 아우인 뭉치를 반병신으로 만든 놈입니다.
구마적 그렇다는 얘기야. 어쨌든, 섣불리 덤비지 말고 그 김두한이라는 아이를 지켜보도록 해.
평양박 예, 큰형님...
상하이 ...(불만이 많다)...
구마적 ......김두한이라... 김두한...
뭔가 생각이 많은 구마적의 표정에서..
#4 종로 거리(밤)
두한과 부하들이 한적한 거리로 접어들고 있다. 두한과 김영태가 앞서가고 나머지 부하들은 조금 뒤쳐져서 따르고 있다.
김영태 저 신마적 엄동욱이가 한때는 참 학생신사로서 이름이 높았다네. 그러나 언제부턴가 술중독이 되면서부터 저렇게 됐어. 민족적 울분이 그만 잘못된 거야.
두한 .........그러나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 같아요.
김영태 그래서 안타깝다는 거야.
두한 아까 왜 말리셨습니까?
김영태 좋은 상황이 아니었네.. 대어를 낚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잡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일세.
두한 ..............?
김영태 망나니 같은 신마적이지만 두한이에겐 하늘같은 대선배일세. 사실 오늘 두한이가 한 행동은 이 세계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두한 난 그런 거 모릅니다. 아무리 선배라지만 그런 모욕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태 그래서 두한인 아직 이 세계를 모른다는 거야. 언젠가 자네가 신마적과 같은 위치가 되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걸세.
두한 ............?
김영태 명분이 있어야 해. 신마적 같은 거물하고 싸우려면 그에 합당한 명분을 내세워야 하네. 다행히 신마적은 이 종로바닥에서 크게 신망을 잃고 있어. 우린 그 점을 노려야 돼.
두한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오래 끌고 싶지 않습니다.
김영태 쉽지 않은 싸움이야.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도전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신마적은 구마적과 더불어 조선 반도를 호령하는 당대의 싸움꾼일세. 뭉치 따위하고는 전혀 차원이 달라.
두한 두렵지 않습니다. 난 내 자신을 믿습니다.
김영태 (한숨처럼) 안타깝구만.. 좀 더 편하고 안전한 길을 놔두고 왜 험난한 길을 재촉하는지..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 구마적에게 사과하고 후일을 기약할 필요가 있네.
두한 (멈춰 서며) 그럴 생각 없습니다. 난 압니다. 우리가 사는 방법은 오로지 싸워 이기는 것뿐입니다.
김영태 (한숨) 답답하네. 정말 답답해.
두한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두한의 그 모습에서 디졸브 되면...
#5 혼마찌깡 외경(낮)
하야시 (E)종로가 재미있게 돌아가는구만.
#6 동 카페
하야시와 가미소리, 시바루, 미우라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야시 나와바리를 접수하러 갔던 구마적의 부하들이 오히려 크게 당했단 말이지?
가미소리 예, 오야붕. 그것도 한 사내에게, 십여 명이나 되는 부하들이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하야시 (조금 놀라며) 그래? 종로 2정목에 그렇게 대단한 자가 있었단 말인가?
미우라 오야붕께서도 아시는 잡니다. 신마찌를 박살낸 김두한이 말입니다.
하야시 김... 두한...? .......(잠시 생각) 그래.. 생각이 나는군.. 바로 그 자였구만.. 김두한이라... 김두한...
그때 나미꼬가 다가온다.
나미꼬 뭐, 부족한 거는 없으세요? 커피 좀, 더 내올까요?
하야시 됐어. 그만하고 처제도 앉지. 처제도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알아야 하니까.
나미꼬 그럴까요? 형부에게 드릴 말씀도 있는데..
하야시 내게 할 말이 있다고?
나미꼬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하시던 얘기 계속하세요. 저기서 들으니까 종로에서 또 싸움이 벌어진 것 같던데.. 왜 그런 거죠?
하야시 일은 그 쪽에서 하면서 귀는 여기에 두고 있었구만.
나미꼬 죄송해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구요.
하야시 괜찮아.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니까.
가미소리 종로의 오야붕 구마적이 크게 망신을 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의 부하들이 2정목의 김두한이라는 사내에게 형편없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단 한 명에게 말입니다.
나미꼬 한 사람에게요? 정말 대단하네요. 조선 사람들 중에서도 시바루상처럼 뛰어난 사무라이가 있나보죠? 호호호..
시바루 ...(얼굴이 붉어진다)...
나미꼬 누군지 궁금한데요. 전 싸움을 잘하는 남자가 매력 있거든요.
가미소리 그건 아니 될 말씀입니다, 나미꼬양. 대 일본제국의 지체 높은 가문의 규수께서 한낱 조선인 건달패 따위에게 관심을 두시다니요?
나미꼬 누가 뭐라 그랬나요? 호호... 하지만 전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내가 좋으면 그만 이예요. 내선일체를 부르짖는 마당에 조선인을 차별하시는 거예요?
가미소리 내선일체는 그런 게 아닙니다. 어떻게 내지인과 조센징이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미꼬 조선인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어요. 여기 계신 형부만 해도......
순간 하야시의 낯빛이 싸늘하게 식는다. 하야시, 그는 조선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미꼬 ...(당황스러워하며)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요...그렇...죠, 형부?
하야시 ......(말없이 차를 마신다).........
가미소리 .......? 그거야.. 경우가 다른 거지요. 만일 나미꼬양이 조선인과 결혼을 한다고 하면 어르신께서도 아마......
하야시 (차갑게) 가미소리, 오늘 따라 말이 많군.
가미소리 예? 죄, 죄송합니다, 오야붕.
나미꼬 ........
하야시 ...... 어쨌든... 구마적 주변이 혼란스럽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내가 눈여겨보고 있던 곳에서 반란이 터져나왔다. 이번 사업의 궁극적 목표지인 야시장에서 말이다.
모두들 .............?
하야시 그렇게만 알고들 있어. 곧 사업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테니까.. 미우라.
미우라 하이.
하야시 구마적에게 다시 한 번 오늘 만남에 대해서 확인을 해보도록 해.
미우라 하이, 알겠습니다, 오야붕.
하야시 (나미꼬에게) 그리고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나?
나미꼬 말씀드려도......될까요?
하야시 해봐.
나미꼬 조만간 종로에 우리 사업장이 생길 거라는 얘길 들었어요. 오늘 구마적을 만나시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구요.
하야시 그래서..?
나미꼬 그 곳을...... 저에게 맡겨주세요.
하야시 ............?
모두들 의아하게 나미꼬를 바라본다.
하야시 그건 안돼. 처제 힘으로는 무리야. 물론 구마적이 있긴 하지만 종로는 아직 위험한 곳이야.
나미꼬 그래서 가겠다는 거예요.
하야시 .........?
나미꼬 여기 혼마찌에선 제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전 따분한 일은 질색이거든요. 그리고 저 같은 여자가 그곳을 맡는 편이 형부 사업을 위해서도 더 좋을 거예요. 아무래도 우락부락한 사내들보다는 반감이 덜할 테니까요.
하야시 .......(생각)........
나미꼬 허락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형부.
하야시 ......고려해 보도록 하지.
나미꼬 정말이세요? 고맙습니다, 형부.
하야시 아직 허락을 한 건 아니야.
나미꼬 전 형부를 믿어요. 이제 이 나미꼬도 진짜 할 일이 생겼네요. 그런 거죠, 형부?
하야시 (못 말리겠다는 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나미꼬 종로라...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데요.
# 6-1 종로 전경(부감)
# 6-2 전차 안
많은 사람들로 혼잡하다. 그 사람들 속에서 번개가 눈빛을 번뜩이며 먹이감을 찾고 있다. 마침내 번개의 눈에 중절모를 쓴 어느 신사가 들어온다. 전차가 거의 종로에 다다를 무렵, 번개가 그 신사 옆을 스쳐 지나가다가 일부러 부딪친다.
순사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고 있다. 김무옥을 필두로 두한들이 나오는데 번개가 그 앞 쏜살같이 지나쳐 간다.
김무옥 잉? 저거 번개 아녀?
두한 ...번개.......?
번개가 뛰어간 쪽을 보는데 이미 번개는 골목을 돌아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뒤이어 경찰들이 나타나 호루라기를 불며 뒤를 쫓는다.
김무옥 또 사고를 쳤구만.. 하여간 저 자식 저거..
문영철 명치정으로 나와바리를 옮겼다더니.. 언제 다시 돌아왔지?
두한 ...(표정이 좋지 않고) 가세... 오늘 할 일이 많아...
두한이 번개가 사라진 쪽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길을 간다.
# 7 우미관 앞
여러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구마적이 우미관으로 오고 있다. 그 앞에 서있던 부하들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 구마적을 맞는다. 그렇게 구마적들이 안으로 들어가면...
# 8 동 사무실
구마적이 막 자리에 앉으면 부하들도 자리에 앉는다.
구마적 혼마찌에서 연락이 왔다고?
평양박 예, 큰형님. 별다른 얘기는 없었고 그저 약속을 확인하는 전화였습니다.
구마적 ...... 걱정이 됐던 모양이구만. 약속이 취소될까 해서 말이야. 하긴 그럴 만도 해. 그 쪽에선 아무래도 우리가 불안해 보이겠지.
평양박 ............
구마적 2정목 애들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평양박 예, 아직은..
구마적 ...(편치 않다)...좋아.. 기다려 보기로 했으니까 일단은 그렇게 해야지..(사이) 근데, 상하이는 왜 보이지 않나? 아침부터 어디를 간 거야?
평양박 뭉치가 입원한 병원에 갔습니다.
구마적 거긴 왜? 그런 자식들 뭐가 가여워서?
# 9 병원
뭉치가 턱에 붕대를 감은 채 몸을 일으키고 있다. 상하이가 큼지막한 꽃다발을 사 가지고 와 있다.
뭉치 ...... 와야...?(왔냐?)
상하이 누워 있어. 어때? 견딜 만 한 거야?
뭉치 축갔다.. 이 꼴이 뭐냐?
하지만 턱이 자유롭지 않아 괴상한 말이 나오고 만다.
상하이 뭐라 그러는거야?
뭉치 으으으으
상하이 아 알았어. 그만 얘기해. 아무래도 너하고는 얘기가 안될 것 같다. 이봐 제비, 어디가 얼마나 다친 거야 들?
제비 뭉치형은 턱뼈가 으스러졌구, 난 내장이 어떻게 됐다고 허우.
상하이 생각보다 심하게 다쳤구나. 일찍 못 와서 미안하다.
제비 큰형님 많이 화나셨죠?
상하이 말해 뭐하냐? 그거야 당연한 거지.
제비 ......(한숨)......
뭉치 드하니.. 드하니는?
상하이 두한이? 김두한이 말이야?
뭉치 (끄덕인다)...
상하이 그 자식, 순사들한테 끌려갔다가 어제 나왔다.
제비 아니 형님, 그 새끼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 있단 말이오?
상하이 죽기는커녕 어제는 종로 회관에서 술판까지 벌였어. 석방 잔치한다고 말이야.
뭉치 머...머가 어째? (입을 조금 크게 벌린 나머지 통증이 심하게 온다) 아그그그...
상하이 괜찮냐? 그러게 조심 좀 해라.
제비 큰형님께서 그 두한이 자식을 가만 놔두셨단 말이에요?
상하이 우리가 말렸다. 큰형님이 그런 자잘한 일까지 직접 챙기셔야겠냐? 두한이는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 성질 같아선 지금이라도 당장 확 쓸어버리고 싶은데 말이야.
제비 .............
상하이 내가 갔어야 했어. 이 상하이가 함께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뭉치 ......(불만)......
제비 그렇게 만만한 놈은 아닙디다. 뭉치형이 뭐 방심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싸움 실력이 대단했소.
상하이 그래봤자 이 상하이한테는 어림없어. 내가 뜨는 날이 바로 놈의 제삿날이 될 테니까..
제비 글쎄요. 아마 쉽지는 않을 거요.
상하이 걱정 마라. 이 형님이 너희들의 복수를 시원하게 해줄 테니까...
# 10 시장통(부감)
여느 때처럼 북새통이다. 오가는 행인들로 거리는 가득 메워져 있다. 두한과 김영태들이 가게들을 둘러보며 이따금씩 상인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오고 있다. 고깃집 주인과 상인 하나가 두한들을 반긴다.
주인 일찍들 나왔구먼. 간밤엔 편히들 잤는가?
두한 예.. 어젠 정말 고마웠습니다.
주인 고맙기는... 또 그 소린가?
상인2 다른 일은 없었는가? 난 신마적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구만.
두한 아무 일 없었습니다.
상인2 그렇다면 다행이구.. 워낙에 성질이 더러운 사람 아닌가? 종로 사람 치고 그 인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걸세..
두한 예.... 그럼 가보겠습니다.
주인 그래, 수고들 하게.
두한들이 그들을 지나쳐 오며 상인들과 계속 인사를 나눈다. 그때 저 만치에서 정진영과 양코가 다가온다.
양코 (가리키며) 저기 있다? 봐, 딱 이 시간이랬지? (달려가며) 두한아......!
두한 ........? 어 양코야, 진영이도 왔구나.
양코 아무 일 없나 궁금해서 왔어. 괜찮은 거지?
두한 그럼.. 어젠 미안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도 못하고... 가자. 어디 가서 시원한 거나 한 잔 마시자.
정진영 아냐 두한아.. 잘 있는 거 봤으니까 됐어. 우리도 일하러 가야지.
두한 우리도 오래 앉아 있지 못해. 할 일이 많다구. 영태 형님, 잠시 가시죠?
김영태 먼저들 가게. 바로 뒤따라 갈 테니까. 삼수 너는 잠깐 나 좀 보고..
삼수 예, 형님.
두한 요 앞 다방에 가 있겠습니다. 가자.
두한들이 그렇게 우 몰려가고, 삼수가 물끄러미 김영태를 바라본다. 김영태는 뭔가 생각이 많다.
# 11 다방
두한들이 막 들어서고 있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마담 (반기며) 어서들 오세요.
김무옥 오랜만이요, 누님? 어째 누님은 갈수록 이뻐지는 것 같소?
마담 아이... 무옥씬 농담도 잘한다니깐..
두한 (둘러보고) 자리가 좀 좁은 걸..
문영철 얘기들 나눠. 우린 이 쪽에 앉을게. 자 앉자.
문영철과 김무옥, 부하들이 한쪽 테이블에 앉으면 두한과 양코, 정진영도 다른 테이블에 앉는다. 마담이 김무옥을 두목으로 생각하고 그 앞에 다가가 주문을 받는다.
마담 뭘로 하시겠어요?
김무옥 아따 번지수를 잘못 찾았소, 누님. 쩌그 저 형님부터 주문 받으씨요.
마담 네? 아차차... (두한에게) 미안해요. 오야지두 못 알아보구... 주문하세요, 두한씨.
두한 너희들 뭐 마실래?
정진영 아무거나.. 니가 알아서 시켜 줘.
양코 난 그 ...코핀가 뭔가 하는 거 마시고 싶은데... 헤헤...
두한 (미소)... 그걸로 주세요.
마담이 대답하고 무옥들에게 가면... 양코가 바짝 다가앉으며...
양코 두한아.. 너 진짜 오야붕이 된 거야? 응? 정말 그런 거야?
두한 ... (멋쩍게 웃으며)......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
양코 맞지? 그런 거지? 이야... 진영아, 우리 두한이가 오야붕이 됐대. 우리 동무 두한이가 말이야.
정진영을 돌아보며 말하는데 저쪽의 김무옥과 눈이 마주친다. 순간 흠칫하는 양코. 김무옥이 씨익 웃는다.
양코 어, 어쨌든 잘됐다 두한아.. 출세했다고 우릴 모른 척 하는 건 아니지? 그렇지 두한아?
정진영 그만 해라 양코, 그런 얘기하려고 온 게 아니잖아?
두한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어. 하지만 그리 편한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정진영 그럴 거야. 모르긴 해도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닐 거야.
양코 그럼.. 우리 두한이니까 오야붕이 된 거지. 암...
정진영 근데, 정말 괜찮은 거니? 구마적의 부하들을 때려서 경찰서에 간 거라면서? 구마적이 가만있을까?
두한 걱정마.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때 김영태가 다가온다.
두한 이 쪽으로 앉으십쇼, 형님.. (옆자리를 내준다) 너희들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라. 김영태 형님이다.
양코 형..님? 두한이 니가... 오야붕이라면서...?
김영태 하하하... 그냥 사적인 호칭일 뿐이야. 오야붕은 두한이가 맞네... 앞으로 잘 지내보세. (손을 내밀면)
정진영 (악수하며) 정진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양코 (역시 악수하며) 양콥니다. 헤헤...
두한 삼수는 어디 심부름을 보내셨습니까?
김영태 응.. 따로 시킬 일이 있어서... 오늘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게.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 오늘 안으로 걸려들어야 할 텐데...
두한 .......?
김영태 ..............
# 12 종로/어느 국밥집 앞
삼수가 한 쪽에 숨어 국밥집 쪽을 주시하고 있다.
# 13 동 국밥집 안
신마적이 게걸스럽게 국밥을 퍼먹고 있다. 한쪽으로 그가 먹은 국밥 그릇 몇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 앞에 앉아 있는 학생패 두 명이 경이로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신마적 뭐해? 밥 먹는 거 처음 보냐?
학생1 아, 아닙니다, 형님.
신마적 (막걸리 주전자를 흔들어 보며) 여기 탁배기 한 주전자 더.
여주인 예? 예...
여주인이 다가와 주전자를 가져가는데 도복을 둘러맨 일본인 운동부원들이 일어로 왁작지껄 떠들며 안으로 들어온다. 여주인이 굽신거리며 그들을 맞아들이자 신마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그들을 본다. 일본인 운동부원들은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저희들끼리 낄낄대며 요란하게 주문을 한다. 신마적의 눈꼬리가 길게 치켜 올라가며 탁자를 주먹으로 거칠게 내리친다.
신마적 조용히 못해!
순간 국밥집 안이 조용해지며 운동부원들의 시선이 신마적에게 쏠린다.
신마적 야 이 새끼들아. 니들이 여기 전세 냈어? 왜 이렇게 떠들어?
운동부원1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고 다가와) 지금 그 소리... 우리에게 한 것인가?
신마적 여기에 너희들 말고 누가 또 있어?
운동부원1 뭐라?
그러는 사이 운동부원들이 신마적의 주위로 몰려든다. 학생패 두 명이 일어나 비켜선다. 그러나 신마적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막걸리를 들이킨다.
운동부원1 네 놈 눈엔 저 도복이 보이지 않는가? 감히 우리에게 시비를 건단 말이지? 냄새나는 조센징 주제에 말이야.
신마적 조센징? 이런 개 같은...
신마적이 탁자를 뒤집어엎는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운동부원들을 걷어차고 창문 밖으로 집어던진다. 아수라장이다. 부엌에서 나온 여주인이 비명을 지르며 술주전자를 떨어뜨린다. 운동부원들도 나름대로 주먹을 휘두르며 저항을 해보지만 신마적의 괴력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마지막 한 사내가 신마적의 뒤에서 달려들며 목을 조르지만 신마적이 다시 엄청난 힘을 발휘해 팔을 풀고 그대로 내던진다.
# 14 동 밖
일본 운동부원들이 널브러져 있다. 삼수가 놀란 토끼 눈으로 그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신마적이 부서진 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신마적 꺼져 이 새끼들아! 한 주먹감도 안 되는 자식들이 말이야..
운동부원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 달아난다. 신마적이 툭툭 먼지를 턴다.
신마적 가자, 밥맛 다 떨어졌다.
학생1,2 예, 형님...
신마적과 학생들이 밖으로 나서면 여주인이 따라나온다.
여주인 이, 이봐요, 이봐요 손님..
신마적 (돌아보며) 뭐요?
여주인 그,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신마적 나더러 물어내라는 거야?
여주인 (울상이 되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국밥 팔아서 몇 푼이나 남는다구요?
신마적 생각 같아서는 그 쪽발이 새끼들한테 받으라고 하고 싶은데... 여기 있수. 앞으로 쪽발이 새끼들 받지 마쇼.
신마적이 지폐를 두어 장 탁자에 놓고 간다.
# 15 다방 앞
두한들이 그 곳을 나오고 있다.
정진영 그럼 우린 이 쪽으로 가볼게.
두한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양코 자주 찾아올게 두한아. 그래두 되죠, 영태 형님?
김영태 ......(미소)......
정진영 가자, 양코.. (돌아서 가려다가 문득) 참, 두한아..
두한 ... 왜...?
정진영 너한테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다. 너 최기자님 소식 좀 아니?
두한 최기자 아저씨? 유치장에 있을 때 잠깐 뵀어. 근데 왜?
정진영 아니.. 무슨 일이 있는가 해서.. 요즘 최기자님이 다니시는 신문사의 신문이 며칠째 나오지 않았거든.
두한 그래?
정진영 하긴 뭐 예전에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어. 별일 아닐 거야. 그럼 간다.
정진영과 양코가 그렇게 가면 두한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 모습에서...
# 16 신문사 회의실
여운형 사장을 비롯해 국장과 기자들 모두가 모여 있다. 여운형은 그야말로 침통한 얼굴이다.
여운형 ..... 아무래도 더는 못 버티겠소. 재정도 바닥이 났고 또 신문사의 직원들끼리도 갈등이 심해요. 우리 스스로 문을 닫는 게 최선일 것 같소.
국장 사장님?
여운형 신문이 없는 신문사가 어떻게 버팁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불필요한 희생만 따를 뿐이오. 그렇게 하십시다.
기자1 안됩니다, 사장님. 끝까지 신문사를 사수해야 합니다. 설령 동아일보 기자들처럼 된다고 해도 우리는 다 감수할 것입니다. 신문사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됩니다.
기자2 그렇습니다, 사장님.
여운형 여러분들의 심정은 잘 알고 있어요. 허나.. 감옥에는 갈 수 있어도 신문을 찍어내는 데에 필요한 돈은 마련할 길이 없어요. 신문도 정간이 돼서 나오지를 못하고 돈도 없고 그러다 보니 몇 달째 봉급도 없고... 직원들은 파업을 하고 지금 형편이 그렇다는 것이에요.
국장 ...저 (뭔가 말하려 하지만)........
여운형 우리 조선중앙일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여러분들의 노고와 열정은 길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어느 곳으로 가든 모두들 잘 하리라 믿습니다.
(해설)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더불어 당시 삼대 민족지로 일컬어지던 신문사였다. 조선일보는 광산업에서 큰돈을 번 갑부 방응모가 있어서 그 재정에 염려가 없었고, 동아일보 또한 호남 갑부이며 경성방직의 주인이기도 했던 인촌 김성수가 있어 그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에 비해 조선중앙일보는 상대적으로 그 재정이 허약했다. 그리하여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정간을 받으면서부터 급격히 휘청거리다가 이렇게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여운형 이 시대의 기자는 민족을 대변한 사람들입니다. 비록 신문사는 문을 닫지만 기자 여러분들은 그 꼿꼿한 의식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오늘을 증언해야 합니다. 오늘을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들 말이 없다. 한숨뿐이다. 최동열의 안타까운 표정에서...
# 17-1 종로서 외경(첨가)
미와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17-2 동 고등계 사무실
미와가 기분 좋게 웃고 있다.
미와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구만. 참으로 유쾌한 소식이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말썽 많던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그것도 제놈들 스스로...?
오무라 그렇습니다, 경부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쳐대더니만 결국 그리 되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미와 맞는 얘기야.. 그 동안 그 신문사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골치가 아팠나? 조선이나 동아도 마찬가지지만 그 조선중앙일보 기자들은 어딘가 유별난 데가 있었어.. 그 최동열 기자부터 말이야.
오무라 사상이 의심스러운 자가 사장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요. 그 여운형이 말입니다.
미와 맞아... 아주 불온한 사상을 가진 인물이지.. 모스크바까지 가서 레닌을 만나고 온 사람이 아닌가? 일찌감치 사장 자리에서 끌어내렸어야 하는 건데, 워낙에 거물급 인사다 보니 쉽게 건드리질 못했지.
오무라 사실 이번에 총독부에서, 여운형 대신 보다 온건하고 당국에 협조적인 인사를 사장으로 제시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신문의 복간과 자금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지만 말입니다.
미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자들이 아니지... 곧 죽어도 그 알량한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자들이 아닌가? 어쨌든 잘됐어. 아주 잘된 거야.. 이제 그 최동열이 하고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하구만.. 하하하...
오무라 그러게 말입니다, 경부님. 하하하...
# 18 종로 거리(밤)
네온싸인이 화려하다. 그 한쪽에 카페 비너스가 불을 밝히고 있다.
# 19 카페 비너스 안
최동열이 김이수, 임동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임동호 그예 그렇게 되었구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세.
최동열 ......(말없이 술을 마신다)......
임동호 (잔을 채워주고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최동열 글쎄.. 지금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내가 아는 게 신문 밖에 더 있어야지.
김이수 그렇다고 자네 혼자 신문을 찍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에이 망할 놈의 세상..
최동열 .....(다시 술을 마신다).......
임동호 천천히 마시게. 취하겠네...
최동열 아무리 마셔도 취할 것 같지가 않아. 한 잔 더 주게.
임동호가 안쓰럽게 보며 술을 따른다.
김이수 지금까지 잘 버텨온 거야. 어차피 결국에는 이렇게 될 일이었어. 그놈들 보기엔 조선 신문들이 눈엣 가시였겠지.. 일장기 사건이 터지니까 옳다구나 하고 칼날을 세운 거야.
임동호 이보게, 목소리 좀 낮추게.
김이수 이곳 종로통에도 일본 야쿠자들이 들어올 거라는 소문이 있더군. 그것두 다 총독부하고 밀약이 되었을 거야. 근데 더 웃긴 건 말이야, 종로의 건달들이 그 야쿠자 놈들과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야.
최동열 .......?
김이수 하긴 뭐.. 건달들만 욕할 게 못되지.. 인텔리 입네 하는 작자들이 일본에 빌붙어 기생하는 판에 건달패가 지조를 지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 암 어불성설이고 말고..
최동열 좀 자세히 말해보게. 야쿠자가 들어온다니.......?
김이수 종로의 두목 구마적과 야쿠자들 사이에 뭔가 거래가 오고간 모양이야. 벌써 종로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야.
최동열 ......그래......?
# 20-1 혼마찌 거리(밤)
하야시의 고급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를 밝게 비추며 오고 있다. 어느 일본 음식점 앞에서 하야시와 가미소리, 시바루, 나미꼬 등이 기다리고 서 있다. 차가 다가와 서면 앞자리에 탔던 미우라가 내려서 뒷문을 열어준다. 구마적이 차에서 내리면 하야시가 다가가 반갑게 맞는다. 상하이도 차에서 내린다.
하야시 어서 오십시오, 형님..
구마적 하하.. 반갑소, 하야시 오야붕.
하야시 각별히 모셔 오라고 일렀는데 불편한 점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마적 아니오.. 덕분에 편하게 왔소.
하야시 그러셨습니까? 그럼 안으로 드실까요?
그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 20-2 동 안
다다미방이다. 구마적과 하야시가 독대를하고 있다.
하야시 누추한 곳까지 와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형님..
구마적 허허허.. 무슨 말씀을..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줘서 내가 더 고맙지... 허허허..
하야시 그럼 음식을 들이도록 할까요?
구마적 아니오. 우선 사업 얘기부터 매듭을 짓도록 하십시다. 그리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셔봅시다. 부하들도 들어오라구 하구요.
하야시 예..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구마적 결론부터 말해서 하야시 오야붕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서는 대만족이요. 내일이라도 당장 종로에 사업장을 내시오.
하야시 ...........! 정말이십니까, 형님?
구마적 난 뒤에 가서 다른 말하는 사람이 아니오. 한 번 한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요.
하야시 고맙습니다. 정말 잘하신 결정이라는 걸 앞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구마적 나 역시 고맙소. 서로 협력해서 잘해 보십시다. 허허허...
하야시 형님께서 그렇게 결정하실 줄 믿고 저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사업장을 맡을 사람도 정해 놓았구요.
구마적 그래요?
하야시 그 사람을 지금 소개해 올려도 되겠습니까? 형님께 미리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습니다만...
구마적 뭐, 그렇게 하시오.
하야시 예, 그럼.. (밖에 대고) 미우라, 나미꼬양을 들이도록 해라.
구마적 ......? (혼잣말로) 나미꼬...?
나미꼬가 안으로 들어온다.
나미꼬 처음 뵙겠습니다. 나미꼬라고 합니다.
구마적 반갑소. 허허.. 이런 미인이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하야시 실은 제 처젭니다. 열 사내가 와도 당하지 못할 여장부지요. 형님께서 많이 도와주십쇼.
구마적 허허.. 그래야지요. 하야시 오야붕의 처제라니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소. 하하하..
나미꼬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마적 그럽시다. 하하하..
하야시 종로에 작은 카페를 낼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장사를 하려면 종로2정목 정도가 적당한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구요.
구마적 ......2정목이라......(표정이 굳어진다)....
하야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에 백화점을 세우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나미꼬 .........?
구마적 백화점? 화신상회 같은 거 말이오?
하야시 그렇습니다. 물론 구마적 형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구마적 허.. 대단하시오. 참으로 포부가 대단하시구려. 허허허..
하야시 아직은 꿈만 같은 계획입니다. 풀어야 할 난제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구요.
구마적 우리 쪽 일은 걱정 마시오. 나 구마적이 있는 한 그 누구도 우리의 사업을 방해하지 못할 거요.
하야시 그야 당연한 말씀이겠지요. 어느 누가 감히 구마적 형님께서 하시는 일을 가로막겠습니까?
구마적 솔직히 그간 사소한 잡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오. 아래 아이들이 일을 영 잘못 처리해서 말이오. 하지만 신경 쓰지 마시오. 곧 정리가 될 게요.
# 21 야시장
밤이 되자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평양 박치기가 부하들 몇몇과 그 곳을 지나쳐 오고 있다.
# 22 두한의 사무실
두한과 김영태, 문영철, 김무옥들이 모여 있다.
문영철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가 본데요?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는 걸 보면요.
김영태 아마 그럴 거야. 구마적이 직접 움직일 가능성은 적고... 두한이 실력을 안 이상 쉽게 우리를 치지는 못할 거야. 애들을 끌어 모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
김무옥 쪽수로 밀어 부치겠다 이 말이구만잉..
김영태 그 동안에 우리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두한 ...........
평양박 아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야.. 잠시 자네들과 이야기 좀 하러 왔네.
김영태 ......? (두한에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두한 ...........?
평양박 ..(갸웃한다)...?
김영태 말씀을 나누시겠습니까?
두한 ......앉으라고 하십쇼.
김영태 이 쪽으로 앉게.
평양박치기 김영태가 가리킨 쪽으로 다가가 앉는다.
김영태 우리의 새 오야붕일세. 인사하게.
평양박 뭐, 인사? 허.. 이거야.... 자네들한테는 오야붕일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니야.
두한 김두한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평양박 ....? 자네가 바로 김두한이구만.. 반갑네. 나 평양박치기라고 하네. 자네가 물고를 낸 뭉치가 내 동무일세.
두한 .........?
평양박 그렇게 경계할 건 없네. 난 이번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사람이니까.. 이보게 두한이, 그만 구마적 형님께 용서를 빌게. 버텨봤자 자네만 다쳐.
두한 그런 얘기라면 돌아가십쇼.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평양박 ....? 듣던 대로 당돌한 친구구만.. 이봐, 이 바닥에서 놀려면 위아래는 알아야지.. 도대체 구마적 형님께 숙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
두한 쌍칼 형님하고 같은 이윱니다. 일본 놈들과 손을 잡는 사람을 형님으로 모실 수가 없습니다. 됐습니까?
평양박 ......그거였구만.. 그거였어.. 하지만 말일세...
두한 돌아가시라고 했습니다.
평양박 ...... 좋아. 돌아가도록 하지. 하지만 안타깝구만.. 간만에 사내다운 사내를 만났는데 말이야...(일어서며) 웬만하면 싸움판에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
평양박치기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김영태 그나마 구마적의 부하들 중에서 괜찮은 사람일세. 나름대로 의리도 있고, 생각도 있는 사람이지..
두한 ...........
김영태 아마도 이게 최후통첩이었던 것 같네.. 이제 남은 건 전쟁 뿐이야.. 우리도 우리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결의를 다지는 두한의 눈빛에서...
# 22-1 삼청동 골목(밤) (첨가)
오씨가 큼지막한 보퉁이를 이고 오고 있다. 집 앞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르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쳐낸다. 힘들지만 일감을 얻어온 기쁨으로 오씨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오씨가 대문으로 향하면...
# 22-2 동 방안
오씨가 보퉁이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다.
오씨 다시 일감을 얻어왔습니다, 어머님.. 지난번에 잔칫집에서 만났던 이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일감을 받아다 주었습니다.
조모 오 그래...? 누군진 모르지만 참으로 인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끄덕이며) 고생했다. 이제 한시름 놓게 생겼구나..
오씨 예, 어머님.. (흐뭇하게 보퉁이를 쓰다듬는다).....
조모 (미소)... 어서 씻거라.. 저녁상을 봐놨으니 들여오기만 하면 되느니라.
오씨 예? 놔두시지 않구요.. 제가 해야할 일인데...
조모 아니다..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오씨 아닙니다, 어머님... 다음부턴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조모 아니라니까 그러는구나... 네가 밖에 나가 고생을 하는데 에미 되는 사람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밥상을 받겠느냐? 됐다. 됐느니라..
오씨 .....(눈물)...... 어머님...
조모 이런... 그만한 일로 눈물을 보이는 게냐? 자 어서 씻고 오너라...
오씨 .......예, 어머님...
오씨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조모 착한 것.. 아범을 만나서 그 모진 고생을 겪더니.. 이젠 이 시에미 수발에 저 늙어가는 것도 모르는구나... 허나 어쩌겠느냐? 너는 독립투사의 안사람이고, 죽어도 이 안동김문의 귀신이 될 사람이 아니더냐?
조모의 눈에도 눈물이 어린다. 그 모습에서...
# 23 명월관(밤)
신마적이 학생패 둘과 함께 왁자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미 술을 걸친 듯 얼굴빛이 붉다. 그곳을 서성이던 지배인이 화들짝 놀란다.
신마적 야 지배인, 너 이리 와봐!
지배인 (달려가며) 예, 오셨습니까요?
신마적 (걷어 차려 하며) 어휴 새끼... 옷 입은 꼴하고는... 야, 이 아우들이 오늘 좀 회포를 풀어야겠는데 말이야..
지배인 아 예...
신마적 권번에서 애들 와 있나...?
지배인 예, 마침 선약이 있어서...
신마적 선약 같은 소리하지 말고... 얼굴 반반하고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애들 있지? 그런 애들로 좀 들여와. 알았나?
지배인 예, 예.. 알겠습니다요...
신마적들이 성큼 앞서가면 지배인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다가 따라간다.
# 24 동 방안
문이 열리고 지배인과 함께 설향과 아이란, 그리고 기생1이 들어온다. 신마적은 쳐다보지도 않고 술을 마시고 있다.
지배인 뭣들하고 있어? 어서 인사 올리지 않구..
신마적 집어치워. 인사는 무슨... (그제서야보고) 근데 왜 셋이야? 야 임마, 내가 뭐라 그랬어? 이 아우들이 오늘 회포를 풀 거라고 하지 않았어?
지배인 죄, 죄송합니다. 넌 그만 나가봐. 어서...
기생1이 표정이 밝아지며 돌아간다.
신마적 너두 나가 임마! 그리고 너희 둘, 이 쪽으로 앉아.
지배인이 인사를 하고 나가면 설향과 아이란이 잔뜩 겁에 질려 자리에 앉는다.
신마적 그래두 반반한 것들로 골라왔구만.. 너희 두 년, 오늘 진짜 운 좋은 거야. 너희들 경성제대라고 들어 봤지? 바로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야.
학생패 .......(으쓱하다)....
신마적 확실히 모셔야 돼. 오늘 하루는 너희들의 서방님이야. 알았냐?
설향 ..........?
# 25 동 밖
삼수가 안 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배인이 그 쪽으로 다가온다.
지배인 누굴 찾아 오셨습니까?
삼수 (놀라 돌아보면).....?
지배인 (갸웃) 가만 있자 자넨... 그 쌍칼을 따라다니던...?
삼수 헤헤 삼숩니다.
지배인 어 그래 삼수.. 근데 여긴 웬일인가?
삼수 신마적 형님 여기 오셨죠?
지배인 응..? 응.. 같이 온 거로구만..
삼수 뭐, 그런 건 아니구요...
그 때다. 신마적이 들어간 방에서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놀라서 방쪽을 바라보면...
#26 동 안
신마적이 설향을 노려보고 있다. 아이란은 겁에 질려 있고, 설향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신마적을 똑바로 보고 있다.
신마적 다시 한 번 묻겠다. 오늘 밤 이 아우를 모시겠냐?
학생1 형님, 그만 하십쇼.
신마적 넌 가만히 있어!
설향 ......기생이라고 아무에게나 몸을 주는 건 아닙니다.
신마적 뭐야? 이 년이 그래두! (상을 엎으려다가 쾅 내려놓는다)
아이란 (다가가) 참으세요, 제발 참으세요. 설향아, 그저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이것아!
설향 ..............
아이란 여기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라서요. 제 딴에는 정조를 지키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제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신마적 정조? 기생 년한테 정조가 어딨어?
설향 (일어서며) 죄송합니다. 손님 같은 분과는 자리를 함께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마적 앉아, 앉지 못해!
아이란 설향아.. 설향아...
신마적 좋아.. 누가이기나 어디 해보자. 야, 지배인. 여기 술상 다시 봐와.
# 27 동 밖
지배인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란다. 다른 기생들도 나와 있다.
지배인 예, 예..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아이구 또 지랄이구만.. 또 지랄이야..
기생1 (울상이 되어) 언니, 아이란이랑 설향이는 어떡하우?
삼수 ..............?
기생2 글쎄다. 워낙에 성질이 지랄 같은 작자라서.. 넌 십년감수한 줄 알아..
다시 방안에서 병 깨지는 소리와 신마적의 고함 소리가 들려나온다. 그 소리를 듣고 삼수가 그대로 달려나간다.
# 28 두한의 사무실
괘종시계가 종을 치고 있다. 두한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두들 지친 모습이다. 무옥이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김무옥 아따 솔찬히 피곤하네잉.. 어디 가서 시원한 맥주 딱 한 잔만 마셔부렀으면 소원이 없겠는디 말이여... 안 그러냐, 영철아?
문영철 그러긴 뭐가 그래?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술타령이냐?
김무옥 ............
두한 .......영태형님, 그만 일어나시죠. 밤이 늦었습니다.
김영태 .............
두한 (일어서며) 일어들 나자. 술은 됐구, 출출한데 어디 가서 우동이나 한 그릇씩 먹자..
김무옥 그려... 그러드라고.. (영태가 안 일어나자) 아따 영태성님.
김영태 그래... 시간이 너무 늦었지...
그들 그렇게 일어나려는데... 그 때다. 문이 벌컥 열리며 삼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삼수 (헉헉대며) 큰 일 났습니다. 큰 일 났습니다, 형님들....
김영태 ..........?
삼수 신마적이... 명월관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두한 ...........?
김무옥 아따 난 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다고? 야 임마, 그 인간 술주정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여?
삼수 그게 아니라요... 아이란이랑 설향 아씨가... 당하고 있단 말입니다.
문영철 뭐야?
문영철이 열려진 대문으로 뛰어들어온다. 다른 기생들과 서성거리던 아이란이 영철을 보고 다가가 안긴다.
아이란 영철씨...?
문영철 어떻게 된 거야? 설향이는?
아이란 (눈물) 안에요. 신마적하고 같이 있어요. 모두 나가게 하고 둘만 남아 있어요.
문영철 ............
아이란 어쩌면 좋아요, 영철씨? 우리 설향이 저러다 잘못되면 어떡해요?
문영철 .......기다려.. 내가 가서 데리고 나올게. (방으로 향한다)
아이란 영철씨....?
# 30 동 방안
신마적이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옆쪽으로 앉아 있는 설향은 비록 눈물은 흘리고 있지만 독기를 가득 품은 모습이다.
신마적 이 신마적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아둬라. 네 년은 죽기 전에는 여기를 나가지 못해. (밖에 대고) 야, 술 더 가져와!
영철이 들어온다. 신마적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신마적 뭐야?
문영철 (인사하며) 종로2정목의 문영철입니다.
설향 ........?
신마적 누가 너보고 들어오라고 그랬어?
문영철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형님... 그만 하시지요.
신마적 뭐 이 새꺄?
술병을 집어던진다. 다행히 술병은 영철의 얼굴 옆으로 스쳐지나간다. 문영철이 다가와 설향을 일으킨다.
문영철 일어나요?
설향 ..........?
신마적 너 이 새끼 지금 뭐하는 짓이야?
문영철 어서요.
신마적 이런 개새끼..
벌떡 일어나 문영철의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한다. 문영철이 저만치 나동그라졌다가 간신히 일어나면 신마적이 재차 문영철의 가슴팍을 밀 듯이 찬다. 미닫이문이 부서져 나가고 문영철이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 31 동 마당
그 모습을 두한들이 보고 있다. 김무옥이 달려가 문영철을 부축한다.
김무옥 영철아.. 영철아 괜찮냐?
문영철 ....(괴로운 신음)...
두한은 방안의 신마적을 보고 있다. 신마적도 이미 두한들을 보고 밖으로 나온다.
신마적 뭐야, 너희들?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두한 ..........
신마적 야 김두한이. 니가 말해봐. 니 부하가 맞은 게 불만이야?
두한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신마적 ..........?
두한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을 하십쇼. 후배들이 뭘보고 배우겠습니까?
신마적 뭐가 어째?
그대로 몸을 날려 이단옆차기로 두한의 가슴팍을 찬다. 두한이 충격을 받고 서너 걸음 뒤로 밀리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신마적 너 이 새끼, 다시 한 번 말해봐. 뭐, 선배답게 행동을 해?
두한 그만 하십쇼. 더 이상은 참아 드릴 수 없습니다.
신마적 뭐? (어이없어 하며) 참지 않으면, 니가 안 참으면 어떻게 할 건데?
두한 까마득한 후배한테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시면 그만 돌아가십쇼.
신마적 (발끈하며) 뭐야?
두한 돌아가십쇼. 이 두한이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