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지난 시어머니는 가고, 65세 며느리는 못간
베트남 가족여행
주 덕 수(朱德洙)
91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7남매 부부합동으로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베트남의 중부지역인 다낭, 호이안, 후에(HUE) 등 3도시를 5월 20일부터 3박5일로 14명이 단독행사로 다녀오는 여행이었다. 2012년 타이완(Taiwan : 臺灣) 여행에 이어 두 번째 가족여행이었다.
7남매(5남2녀)끼리 2010년 9월부터 계모임을 하고 있다. 일반 친목회처럼 매달 또는 격월제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이 아니고 월 3만원씩의 돈만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초창기에는 남해와 부산 등지를 오가면서 몇 번의 행사도 가졌지만 여자분들의 항의가 많아 그만 두었다. 항의는 다름 아닌 남자들은 술만 먹고 화투만 치고 노는데 여자들은 놀러 와서도 음식 장만하고 설거지 등을 하는데 따른 불만이었다. 그 후로 해외여행으로 방향전환을 하였다.
지난 설날 아침에 여행계획을 설명하였더니 모친께서는 나이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안 가겠다면서 우리들 끼리 다녀오라 하셨다. 그런데 남해 고향집으로 내려가신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동네 경로당에서 여행이야기를 하였더니 하나같이 내 자식들 하고 가는데 그런 곳에 안가고 어디를 따라 갈 것이냐고 반문하는 바람에 마음을 바꾸었다면서 같이 가겠다고 하셨다. 모친께서는 나이는 구순을 지냈지만 아주 건강하셔서 채전(菜田) 밭에서 농사도 잘 지으시고 음식도 잘 드시고 정신도 멀쩡하셔서 치매 걱정도 하지 않는 아주 정정하신 상태이다. 단지 젊었을 적에 노동일을 많이 하셔서 허리가 굽었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참자가 생겼다. 필자의 아내가 지난해 3월에 갑상선 및 양측 중심경부 림프 절제술을 받은 후 고용량 방사선옥소 치료까지 받았다. 그래서 음식부터 매사에 조심하고 있는데 그 무더운 곳에 도저히 갈 자신이 없다면서 동참을 거부하였다. 당초 걱정한 것은 남동생 셋은 아직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모두다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정작 그들은 모두가 부부동반으로 참석 하였는데 ...
베트남은 월남전 파병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는 너무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정식명칭은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이며, 면적은 약 33만㎢(남한의 약 3.3배), 인구는 2016년 기준 9천170만 명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공산화를 이룬 나라이다. 가이드 말을 빌리면 최근의 GNP는 공식적으로는 2,300$ 이지만 실제로는 3,400$ 정도 된다면서 그만큼 지하경제가 발달되었다고 했다. 화폐는 베트남 ‘동’으로 ‘VND’로 표시되며 200동부터 500,000동 까지 총 10종류의 지폐가 유통되고 있는데 단위가 너무 높아서 여행객들에겐 계산이 어려웠다. 쉽게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표시된 금액에서 맨 뒤의 ‘0’을 하나 떼고 나누기 ‘2’를 하면 한화로 계산된다.(ex : 100,000VND은 ‘0’을 하나 떼면 10,000이 되므로 나누기 ‘2’를 하면 5,000이 된다. 그러므로 베트남 100,000동은 한화로 약 5,000원이다). 또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인데 등록대수는 4천만대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6천만대 이상이라고 했다. 이유는 아버지만 등록하고 아들‧딸 등 다른 가족들은 거의 등록하지 않기 때문 이란다.
당초 중국으로 가려했었는데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문제로 양국관계악화로 발길을 이곳으로 돌리게 되었다. 베트남 여행을 위해 3곳의 여행사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거의 비슷비슷 하였다. 내용을 분석해보니 하나같이 여행사에서는 항공료, 숙박비, 식사비 등 기본적인 경비만 계상하고 나머지는 현지여행사에 옵션(option : 선택관광)으로 의뢰하는 것 같았다. 우리 팀에도 1인당 230$의 선택관광이 따라붙었다. 현지 가이드에게 옵션을 모두 다 하겠으니 얼마나 할인 가능한지 물었더니 역시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60분짜리 전통마사지를 한 번 더 추가해 준다면서 금액은 그대로 달란다.
선택관광 5가지는 모두다 한번은 체험해 볼만하였다. 그중 중국 장예모 감독의 작품인 ‘다낭의 유혹(CHARMING DANANG)’은 다낭의 이미지를 춤과 노래로 표현한 공연으로 자막처럼 한글로 해설이 나와 관람에 도움도 되었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력신장을 느낄 수 있어 가슴 뿌득하였다. 또 ‘바구니배’ 타기는 소쿠리 모양을 본떠 만든 대나무 재질의 배로 예전부터 다낭지역의 고기잡이 배였단다. 두 사람씩 싣고 야자수 속의 수로를 이리저리 다니다가 일행을 한 곳으로 모아 놓고 한국노래를 큰소리로 틀어 주면서 흥을 돋운 후 전문가 한사람이 ‘바구니배’를 타고서 원맨쇼(one-man-show)를 하는데 정말 가관이라 한번은 참가해 볼만하였다. 많은 팁이 쏟아지는 것만 보아도 가이드 설명처럼 인기 급상승 중인 체험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여행기간은 5일로 잡혀있지만 출발은 저녁시간이고 도착은 이른 아침시간이기 때문에 실제 관광하는 날은 3일뿐이었다.
첫째 날은 다낭에서 동남아시아 최대크기인 높이 67m의 해수관음상이 있는 링엄사(영흥사)사원, 베트남 전통 지압 마사지, 바구니배 타기, 투본강 목선투어, 도자기 마을, 목공예 마을, 프랑스 식민 시절에 지어진 다낭대성당(수닭 교회) 등을 관람하였다.
둘째 날은 베트남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후에로 이동하여 리틀 자금성으로 불리는 후에성(태화전, 응모문, 현임각)을 전동카를 이용하여 관람하고, 스톤(stone) 특급마사지(120분)를 받은 후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도시 호이안으로 이동하여 구시가지의 전통거리 걷기(풍흥의 집, 떤키의 집, 푸젠 화교 총회관), 일본 내원교 등을 관광하였다.
마지막 날은 하이반터널(길이 : 6,280m)을 지나 해발 496m에 위치한 구름위의 바다(바다와 구름언덕)로 불리는 곳에서 절경 감상, 옛 프랑스인들의 휴양지인 해발 1,487m의 바나산 꼭대기에 위치한 바나힐(BaNaHill)을 케이블카(길이 : 5.801m, 탑승시간 : 21분)로 올라 관광하였다. 저녁에는 세계 6대 해변에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미케비치(길이 20km이상) 바닷가의 ‘산해진미’식당에서 옵션으로 해산물(다금바리 회와 새우, 게 등)로 식사한 후 앞에서 설명한 ‘다낭의 유혹’ 공연 관람 후 귀국을 위하여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여행 중 둘째 날 오전 9시경에 ‘신이 준 선물’이라 부르는 노니(noni : 남태평양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의 열매) 제품 판매처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1968년생 남자의 이야기가 너무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첫 인상은 어제 저녁에 술을 많이 먹고 술이 덜 깬 상태로 세수도 하지 않은 모습 같았다. 한국인 아버지를 두었는데 아버지를 모른다며, 자기와 같은 사생아가 현재 1만8000명 정도 된다고 했다. 특히 초등학교 재학시절에는 동료 학생들로부터 원수의 나라 자식이라고 많은 따돌림을 받았다고 했는데 전쟁의 공포가 새삼 느껴졌다. 강한 어머니 덕택으로 자기의 생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면서 자기는 한국의 경북대학교 농대를 졸업했다고 하였다.
1975년에 베트남이 통일이 되었으므로 반세기 가까운 42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의 상처는 아직 이렇게 남아있구나 생각하니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 걸고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의 군인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원망스럽고 증오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전쟁’이란 두 글자가 하루빨리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