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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미니는 참 나랑 코드가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선 막내딸을 편애한다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글쎄.. 편애로 볼 순 있는데 큰딸 여니보다 예뻐서나 착해서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미니는 여니보다 부족한 것이 많다
얼굴도 여니가 예쁘고 머리도 더 뛰어나다. 심지어 피부조차도 여니가 더 희고 곱다.
그래서일까? 개구쟁이 미니를 보고있자면 마음 한켠이 아려올때가 있다.
여니와 둘만의 여행은 공교롭게도 미니가 태어나면서 시작이 되었다.
한참 국내여행에 재미를 부치게 된 어느날 미니의 출생으로 가족여행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산후조리차 처가에 머무르던 마눌을 뒤로한체 둘이서 1박 여행을 떠났다.
그때가 여니나이 6살때였다.
장소는 전북 부안과 군산이었는데 목적지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리곤 2010년 우리 부녀는 베트남 호치민과 태국 방콕으로 둘만의 첫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2011년에는 태국과 캄보디아로...
‘아빠 나도 좀 크면 같이 여행다녀...’
미니는 늘 부러움의 눈빛이었다.
세월호가 우리 아이들의 목숨과 전 국민의 일상을 빼앗아 가버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세월호가 안겨준 심적고통이 더해지는 어느날. 제주로의 여행을
떠올렸다. ‘어린 아이들이 그곳에 가려다 목숨을 잃었는데....그 와중에’
역시 난 그냥 사람이었다.
출발 2일전 여행을 확정하였다. 혹시나해서 월요일 연차휴가까지 득한 후.....
오랜만의 사천공항이었다.
미니와 나는 배낭하나씩을 멘 행색으로 색동무늬가 새겨진 아시아나에 올랐다.
금요일 제주로가는 비행기는 여유가 있어보였다. 일요일 리턴편은 거의 만석이었지만..
40여분의 비행시간이라고는 하나 정확히 이륙후 착륙까지 소요 시간은 30분정도였다.
공짜는 역시나 좋다. 30분간의 짧은 시간에 오렌지쥬스 한잔씩을 받아들고는 미니와
건배를 외쳤다. 그리곤 제주공항.
경차인 모닝을 렌트하고 티몬에서 예약한 공항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퉁명스러운 그곳 스텝의 전화를 받으면서...
빨리 안오냐는 전화를 한 스텝이 애써 우리를 반갑게 맞으며 우린 3층 커플실에 배정되어졌다. 그 스텝은 10분후 간식을 사러나갈 때 보이지않았다. 우릴 목빠지게 기다린이유를 알게되었고 그 이후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 스텝들이 제대로 된 보수없이 일한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하긴 제주가 좋아서 머무르는 사람들이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에대한 마인드가
부족해도 된다는 면죄부는 없으리라...
쉬 잠이들지않았다. 때아닌 모기를 3마리나 잡았음에도 막 잠이들려는 순간 웬놈의 모기 한 마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나의 손은 화장지를 찾을 여유도 없이 벽에 붙은 왕모기를 내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팠던건 모기의 주검도 내 오른손도 아닌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내피를 본 순간이었다. ‘나쁜 놈! 많이도 쳐드셨네’
그날은 어떻게 밤이 지났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니 녀석은 잘도 주무시는데...
아침이 밝았다.
미니를 깨운후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로 향했다. 여러명의 중국여행자들이 조식을 먹고있었다. 조식이라고는 하나 식빵과 쨈, 샐러드, 쥬스, 커피가 다였다. 한켠에 자리를 하고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었다. 그런데 빵이 많이 차가웠다. 딱딱하면서... 마치 냉동실에서 꺼낸것처럼....
‘설마..’
냉장실 온도가 많이 차가웠나 보다.
이곳 주인장은 그닥 친절미가 넘치진 않았지만 인간적으로는 보였다. 별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대충 아침을 챙겨먹은 우리는 서둘러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원래는 올레 7번길을 걸으려고 했으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에코랜드 관광과 사려니숲길을 걷기로 하였다. 에코랜드는 오후부터 예정된 비를 피하기위해 서둘러 온 인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약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미니와 나는 에코랜드 순환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3년전 겨울에 와본 에코랜드는 신천지였다. 눈이내린 에코랜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숲길산책도 너무나 좋았었다.
아버지를 잃은 마음 한구석이 여행내내 먹먹했던 것을 빼고는 너무나 좋았던 코스였다. 봄의 에코랜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메인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첫 번째역인 에코브릿지역에서 하차하였다. 자유여행의 장점이란 역시 아무곳에서나 쉬고 시간제약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3년이란 시간동안 에코랜드도 많이 바뀌었다. 에코브릿지역은 2만여평의 호수주변에 수상데크길을 이용하여 호수에 떠있는 다양한 섬들을 조망할 수 있었다. 섬과 호숫가의 나무들이 갖가지 넝쿨식물에 감겨서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단체관광객들이 시간에 맞춰 한번 훒고 지나간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 다음 기차로 도착한 다른 단체관광객들에 쫓겨 다음역으로 이동을 하였다. 이번에 도착한 역은 드넓은 초지와 풍차가 어울러지는 레이크사이드역이다. 예전부터 말을 기르던 초지였다는데 이번에 가보니 관광용 해적선과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랜드가 추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탈때마다 다른 기차였다. 색도 디자인도 심지어 창문까지도 모두 다른 기차를 타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곶자왈 숲길을 체험할 수있는 피크닉가든역에 도착하였다. 미니 올레길같은 숲길을 한바퀴도는데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예전엔 눈이쌓인 길이었는데..
의외로 미니가 잘 걸어가준다. 하긴 원래 5시간짜리 올레길을 걸을거라고 엄포를 해뒀는데 이만하면 ‘동네 산책’수준이리라...
기분이 상쾌해졌다. 굳이 피톤치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숲은 내 몸안의 ‘검은 기운’을 정화시켜주는 듯 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에코로드를 한바퀴 돈 후 이제 4월부터 11월까지만 개방한다는 그린티&로즈가든역으로 향하였다.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였지만 녹차나무와 각종 야생화가 피어있는 정원을 거니는 것만해도 에코랜드에서의 마지막 ‘힐링’을 선물해 주었다. 마지막 역이니 만큼 카페에 들러 미니는 아이스크림을 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사무실에 내방하는 여행예약자분들게 요즘 꼭 드리는 이야기가있다. 아무리 단체여행이지만 여행지에 가시거든 필요없는 물건사시지마시고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시라고....
이상하게도 요즘 한국여행자분들은 관광지에선 구두쇠가 된다. 수십만원이나하는 정체모를 건강식품은 잘도 사면서 커피한잔의 여유는 없어보인다. 또한 아무리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갔더라도 길가의 천원, 이천원짜리는 왜 그렇게 깍으려고 드는지...
다시 마지막 코스 기차를 타고 메인역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잔뜩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야했기에 에코랜드의 되새김질은 미룬체 사려니 숲길로 급히 차를 몰았다.
처음 오는 곳이다. 편도 4시간은 소요된다는 숲이지만 차량이용 때문에 왕복 2시간만 걷기로 했다. 미니에게도 이미 통보를 했다. 출발 후 1시간 지점에서 다시 돌아나올꺼라고...
초입부터 숲길이 장관이다. 아니 주차장부터 숲이 울창했다.
처음부터 완만한 내리막길의 연속이라 길은 쉬웠지만 나중에 돌아올 껄 생각하니 부담이 되었다. 30여분을 걸었을까 숲에서 노루를 발견하였다. 미니와 나는 가까이서 보기위해 길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이 녀석은 피하려는 기색없이 검고 동그란 눈동자로 우릴 한번 보더니 여전히 나무줄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가면 녀석이 놀래리라..’
미니도 무섭다고 그만 다가가자고 한다. 원래 동물을 좋아할만한 성격인데 요즘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처럼 미니도 동물에게 쉬 다가가지는 못하였다.
날씨만, 자동차만 아니라면 끝까지 걸어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미니와 약속한데로 1시간이 지났을때쯤 우리는 유턴을 하였다. 미니가 사진찍는 시간은 빼준다고 5분정도는 더 걸었던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여유가 넘쳤다. 미니도 돌아간다는 생각에 여기저기서 포즈도 취해보고 애써 다리길로 둘러 나오기도 하였다.
차에 타니 배가 고파왔다. 그도 그럴것이 시간은 2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휴대폰을 이용해서 근처 맛집 검색에 들어갔다. 그 중 식당이름이나 내부사진의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운 곳이 바로 “낭뜰에 쉼팡”이었다. 제주방언으로서 나무뜰의 쉼터라는 의미라고 한다.
차를 몰아서 20분정도를 달리니 바로 도로변에 위치한 식당에 도착하였다. 오후 3시가 다된시간이었지만 우린 대기 4번의 번호표를 받고 20분정도를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받아 펼치니 인터넷 포스팅에서처럼 착한요금의 메뉴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미니녀석이 쌩뚱맞게 고등어구이가 먹고싶다고 한다. 아무래도 메인메뉴가 메뉴판 제일위에 위치한 쌈채나 고기비빔밥일텐데... 혼자 다 먹지도 못할 고등어구이에 백반을 시키겠다고 하니 어쩔 수없이 나의 선택은 이색메뉴인 된장라면이 되었다. 생고등어 한 마리를 팬에 구운 요리와 백반, 거기에 뚝배기 된장이 함께한 미니의 식사 그리고 라면에 연한 된장을 푼 나의 식사가 함께 어우러져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음식맛도 가격도 착한 “낭뜰에 쉼팡”에서의 식사가 제주도에서의 좋은 추억꺼리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미니의 요청으로 우선 숙소로 향하게 되었다. 오히려 전날밤을 설친 나에게도 나쁘지않은 제안이었다.
여행 이튿날이자 마지막밤 숙소는 블로그 검색을 통해 알게된 표선면에 위치한 “하늘아래 게스트하우스”였다. 예약 통화시 주인장의 목소리톤 느낌이 좋았다. 남녀 도미토리를 각각 갖춘 곳인데 10살난 딸아이와 40대중반의 아빠가 어떻게 잠을 자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예약이 많이 없는 관계로 6인실 도미토리 한방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하였다. 물론 예약이없어서 그랬겠지만 추가 차지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배려보다는 예약통화를 하면서 받은 따뜻한 목소리가 더욱 나를 안심하게 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네비게이션엔 안나오는 곳이라 주소검색으로 약 30분을 달리니 작은 골목길을 따라 게스트하우스가 보였다. 도심속의 게스트하우스만 생각하다가 처음 접한 느낌은 다소 쌩뚱맞은 곳으로 다가왔지만 나중엔 오히려 한적함이 매력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서니 나중에 알게된 닉네임 “웅대장”의 주인장이 우릴 맞아주었다.
이런저런 안내를 받고는 미니와 나는 ‘오침’을 가지기로 하였다. 편안한 잠에 빠져들다 눈을 떠보니 미니는 2층 침대위를 마치 원숭이처럼 타고 왔다 갔다 놀곤 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또 잠에 취하였다.
시간이 5시 30분쯤을 가리킬때쯤 미니와 나는 다시 숙소를 나왔다. 미리 검색해온 맛집인 한아름식당에 예약전화를 넣었더니 육지아들에게 면회를 간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그래도 목소리가 밝은걸 보니 ‘좋은곳’에 면회인 모양이다. ‘얼마나 반가울까’
저녁은 아무데서나 먹기로 하고 쇠소깍을 향해 달렸다. 개인적으로도 제주도에 가면 늘 들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은 특히나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곳이었다. 미니와 나는 3년전 그 장소에서 그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미니옆의 아버지대신 내가 있었던 것 외에는 주변도 포즈도 다 똑같았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다시 느끼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한참을 말없이 멍하게 있었다. 바다도, 미니도, 나도 그대로인데....
다시 차를 몰았다. 해가지면 야경이 좋으리란 생각에 새연교로 향하였다.
그때 그 전복뚝배기집도 지나고 메뉴가 준비안된다던 해물탕집도 지나서 익숙한길로 진입을 하니 새연교 주차장이 보였다. 아직 해가 있는 시간이라 새연교를 지나 새섬을 한바퀴 돌았다.
새섬에서 바라본 서귀포항의 모습. 갖가지 선박들이 정박해있다. 아직도 바닷속에 갇혀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새연교의 야경도 사치로 느껴졌다. 그렇게 해는내일을 기약하고 새연교의 불빛은 더욱 강렬해져 갔다.
배가 고파왔다. 역시 미리 검색해온 광동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숙소에서 멀지않은 곳이고 두루치기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었지만 “영업 끝났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자주인장의 목소리에 또 한번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늦었지만 신세를 지는 수밖에... ’웅대장에게 전활 걸었다. 숙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또 다른 맛집을 소개해주었다. 급히 차를 몰아 웅대장이 알려준 나목도식당으로 향하였다.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지않은 탓인지 차량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산길만 산길만 알려준다. 어떨때는 차한대 다니지않은 좁은 길까지...
한참을 지나서야 나목도식당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웬걸! 이곳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식당의 외관은 허스름하기 짝이 없었다. 더군다나 흐릿하게 보여지는 실내의 모습에 뭔가 불길함마저 밀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만난 식당주인장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아주머니의 말은 “인제 마치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였다.
육지와는 모든것이 달랐다. 관광지 식당이 아닌지라 토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밤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웅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왜그렇게 늦었냐고 하면서 본인도 조금전까지 그곳에서 식사를 하였다고 한다. 웅대장은 표선면 소재지로 가야 아마 문을 연 식당이 있을꺼라고 하였다.
표선면 소재지에는 식당들이 많이 보였고 술집들도 밤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니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못 먹겠으니 숙소로 가자고 하였다.
‘오늘 저녁 먹을복은 원래부터 없었나 보다’
혹시 몰라 김밥집에서 김밥과 편의점에서 컵짜장, 음료,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하늘아래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오후와는 달리 웅대장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지인한분과 손님한분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웅대장의 어머니는 마치 손녀딸을 맞듯이 미니를 반가워해 주셨다. 그리곤 나에게 모두가 술자리 합석을 권해주었다. 예의상 잠시 사양하는 척을 하고는 컵짜장을 먹을 따뜻한 물을 핑계로 자연스레 자리를 함께 하였다. 물론 미니도 같이...
처음에 게스트하우스관계자인줄로 착각한 여성손님이 컵짜장을 맛나게 제조해주었다. 나중에 ‘미스스쿠버’로 불리워진 아가씨였다.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그날밤 여행이며 제주며 심지어 ‘미니’를 화두로 11시가 되어서까지 맥주와 함께 얘기꽃을 피웠다.
역시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이런 것이었다. 미니가 ‘본색’을 드러내기 바로 전 우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부터 웅대장 어머님이 만들어주실 내일아침 전복죽이 기대가 되었다.
둘쨋날 밤은 그렇게 적당히 취한체 편안한 밤을 이루었다.
아침 7시 50분쯤 눈을 떴다. 어제밤 8시에 웅대장이 아침식사 종을 친다고 하였다.
고양이 세수와 함께 식탁으로 향하였고, 벌써 모두들 자릴하고 있었다.
예쁜 자기 그릇만큼이나 전복죽의 비쥬얼이 고와보였다. 마침 오늘은 전복에 소라까지 푸짐하게 넣었다는 웅대장 어머님의 설명과 함께 한술 입에 크게 넣었다. ‘맛나다’
죽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미니는 나보고 더 들어먹으라고 하였지만 우선 먼저 먹어보라고 하니 어느새 한그릇을 다 비웠다. ‘짜식!’
아침을 든든히 먹고나니 미니는 숙소에서 그냥 쉬면서 놀고 싶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비가 온다는 예보로 하늘은 잔뜩 찌뿌렸으며 바람또한 강하게 부는 상황이라 어린 미니를 데리고 딱히 들러볼만 한 곳도 마땅치가 않았다. 웅대장의 소개로 나는 따래비오름을 가기로 하였고 미니는 그 시간동안 숙소에서 ‘2층침대 놀이’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십여분을 달리니 따래비오름을 알리는 사거리 이정표가 보였고 좁은 산악도로를 타고 조금 더 가니 주차장이 나타났다.
아무도 없는 따래비오름길은 바람까지 불어 엄산하기까지 하였다. 초지를 조금 걸으니 오름이 시작하는 산길이 보였고 30여분을 오르니 오름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나니 따래비오름을 횡단, 종단하는 산악회 사람들이 보여 서로 사진을 부탁하였다. 기념사진!
무료이용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에서 산바람을 원없이 맞아 보았다. ‘미니녀석은 뭘하고 있을까?’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데 데리고 올껄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드는 따래비오름이었다. ‘꼭 다시 와보리라!’
숙소에 도착하니 미니녀석은 웅대장어머니옆에서 놀고있었다. 이젠 녀석을 데리고 어디든지 가야했다. 웅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미니녀석은 웅대장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초콜릿을 두손 가득히 받아들고는 모두와 헤어짐을 고했다. ‘참 따뜻한 곳이네!’
차를 몰아 섭지코지로 향하였다. 이곳도 제주도에 올때면 거의 빼먹지 않고 오는 곳이다. 역시 아버지와의 추억이 진하게 베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네비게이션은 기존 주차장이 아닌 휘닉스아일랜드의 주차장으로 우릴 데려갔다. 마치 휘닉스파크에서 운영하는 섭지코지인것처럼 출입구를 거창하게 설치해놓고 있었다. 예전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지만 그냥 휘닉스파크 부근길을 통해 섭지코지로 향했다. 미니 녀석은 섭지코지가 기억이 날듯 말듯한 표정이었고 할머니가 사준 공을 자동차밑에서 잃어버린 곳이라고 하니 단번에 기억을 떠올렸다. 역시 시원한 바람과 함께하는 섭지코지의 풍광은 장관이었다. 주말이라 궂은 날씨속에서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등대를 한바퀴 돈 후 우리는 여행출발전 가보기로 ‘작정했던’ 아쿠아 플라넷으로 향하였다. 아시아 최대규모라는 수식어에 잔뜩 기대를 하며....
역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63빌딩, 해운대, 코엑스와 크게 다름없는 그저그런 수족관과 해양생물관을 둘러보는데는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형수족관에서 해녀시범을 본 것이 나름 위안이 되었을 정도였으니...
의외로 시간이 남는다. 원래는 성산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향하려고 하였지만 여유가 있는 덕분에 어제 허탕을 친 나목도식당을 다시가기로 미니와 합의를 보고 다시 표선면으로 향하였다. 마침 비가 시작되었다. ‘이만하면 궂은 예보속에서 선방한 여행이리라..’
나목도식당에 도착하니 세시간 다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웅대장이 조언한데로 생고기 2인분을 시키고 맥주와 음료를 시켰다. 1인분에 200g 정량을 제공해서인지 2인분치고는 양이 꽤 많아 보였다. 밑반찬도 맛났지만 결국 둘이서 2인분을 다 먹질 못하고 쪼금 남기고말았다. 착한가격이다 둘이서 밥까지 시켜먹었지만 총 18,000원! ‘이곳도 꼭 다시와보리라...ㅎ’
이젠 공항으로 갈 시간이었다. 혹시나해서 월요일 휴가를 낸 상황이기 때문에 강풍과 비로인해 비행기가
취소되길 은근히 바랬으나 정상적으로 이륙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제주공항의 돌풍으로 인해 우리비행기 바로 앞비행기부터 활주로 위치가 급히 바뀌었다. 그로인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활주로를 종단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무사히 이륙은 하였지만 기류불안정으로 인해 기내서비스가 지연되더니 결국 취소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리고 사천공항도 돌풍으로 인해 활주로 위치가 바뀌었다는 기내방송이 급히 흘러나왔다. 내심 불안하였다. 늘 착륙하는 반대방향으로 기장이 비행기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 내심.... 하지만 바람에 약간 흔들리던 비행기는 사천공항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안착을 하였다.
‘승객의 탑승편의성은 전국 일등공항이라라.’ 비행기는 사천공항 출입구에 바짝 부친상태로 승객을 내리게 하였다. 그렇게 급히 떠난 미니와 둘만의 여행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다소 지겹고 힘든 일상이었지만 그런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걸 다시금 느끼게 된 3일간의 제주여행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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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승민이 정말 많이 컸네요. 갈수록 혜연이 닮아가는듯여!! 나목들 식당이랑 에코랜드를 제주도여행 코스에 넣어둬야겠어요ㅎㅎ 팀장님은 예전부터 비행기만 타면 날씨가 문제네요^^;; 게스트하우스 직원들 보수가 왜 그런건지.. 사람을 쓰면서 보수를 왜 제대로 안챙겨주는건지.. 의문이네요. 적게 줘도 일할 사람 많다 이건지...ㅎㅎ 뭐 그만큼 제주도가 매력적인 곳이긴 하지만요. 아... 제주도로 떠나고싶은 밤입니다.. 부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