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90년대엔 자궁경부암이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공포의 암이었다. 지금은 걸려도 100명 중 80명이 산다. 미국 70.6명, 일본 71.5명보다 성적이 좋다. 조기 검진으로 '0기암' 때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덕분이다. 암세포가 상피(上皮)라는 얇은 층에만 있어 레이저로 쏘거나 얼려 죽이면 100% 완치도 가능하다. 다만 암세포가 골반까지 번지는 3기가 되면 완치율이 30%대로 떨어진다. 위암·유방암도 0기암 때 발견해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암도 이젠 죽을 병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는 그제 완치로 여기는 '암 수술 후 5년 이상 생존자'가 57.1%로 90년대 초반 41.2%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순한 암인 갑상선암과 유방암 환자가 늘어 완치율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조기 검진과 의료기술 향상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위암·간암 생존율은 미국·캐나다보다 높고 대장암·유방암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장 무서운 암은 췌장암과 폐암이다. 갑상선암은 100명 중 98명이 완치되지만 췌장암은 100명 중 92명이 죽는다. 5년 생존율이 고작 7.8%다. 자각 증상이 없어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했을 땐 이미 늦다. 2000년부터 사망률 1위를 기록한 폐암도 증세가 나타날 땐 손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암보다 빨리 전이돼 생존율이 낮다.
▶한국인이 평균수명(남 76세·여 83세)까지 살 경우 남자는 3명 중 1명, 여자는 4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리는 시대가 됐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 데다 운동 부족, 서구식 식생활로 암 종류가 다양해진 탓이라고 한다. 미국은 평균수명까지 살면 2명 중 1명꼴로 암이 생긴다. 의학 발달로 갈수록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어, 암은 나이 들면 숙명적으로 안고서 달래가며 살아야 하는 질병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