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마니타스가 뭐지?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동탄후마니타스 강좌알림 전단지를 보았고,
그 첫 마음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였습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지역 소모임을 만들었나?”
“오이, 서울이 아닌 동네에서 이런 수준 높은 강의를?!”
“아이고 억울하다.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래서 ‘휘리릭~’ 빛의 속도로 접수를 했더랬습니다.
2. 강의 시작!
그리고 6주 동안 가슴 떨리는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우리네 인생의 ‘멍에’와 ‘죄’의 쳇바퀴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강의는
결국 몸과 마음을 개혁하는 영성의 회복으로만 가능하다는 답에
도달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오세욱 교수님이 안내자가 되어 스캇팩의 영적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더듬어 보는 작업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객관’을 버리고 진심으로 환자를 사랑함으로써 그들의 치유를 돕는
정신과 의사 스캇팩의 고민과 성찰, 깨달음은
참여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한 “한국에 이런 정신과 의사가 어딨어?!”라는 등의 몇 가지 푸념도 함께.
3. 강의를 마치고 가진 책거리
지난 주 목요일, 종교심리학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책거리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간 구석구석 박’s 자매의 센스가 묻어 있는
예쁜 식당에서 귀한 음식을 ‘대접’ 받으면서
강의 시간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수님의 권유로 강의소감을 한 말씀씩 나누었지요.
이 강의를 통해 ‘떨림’과 '기쁨’, ‘거듭남’ 등에 영감을 받은
감격적인 사연이 오가며 어느새 식탁 위에는
참여자 모두의 맑은 마음이 보기 좋게 부유했습니다.
교수님이 없는 6개월 동안 자체적인 모임을 진행하자는
제안에 모두들 합의하였습니다.
이 강의에서의 여운을 이어가며 서로의 성장을 돕기를 바라는
‘도반의 결의'였다고나 할까요?
4. 한 어설픈 참여자의 동기
그 와중에 제가 “저는 이런 강의인지 몰랐어요...”라고 말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푸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
꼭 듣고 싶었던 강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장 시작하는 강의가 뭔지, 그저 마음에서 ‘끌림’이 있는
정도가 선택 기준이었지요.
‘종교심리학’이라는, 저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강좌.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저 ‘사랑’, ‘은총’, ‘영성’ 등의 낱말들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책의 제목 역시 낭만적이었지요.
일정에 딱 들어맞는 강의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몇 가지 낱말들이 뭔지 모를 내면의 키워드로 쏘옥 들어오는 데
확신을 삼았을 뿐입니다.
맞아요. 눈치 채셨겠지만 저라는 사람은 참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사람입니다.
5. 진정한 치유와 성장을 생각하며
고백하자면, 이 강의는 제게
의심과 도전으로 시작하여 돌아봄과 환희 등으로 가득 찬 시간 이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제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과 벗하며
치료와 회복, 구원에 대한 기나긴 의심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체념 이후 결국 연민에 익숙해지는 사이
진정한 healing은 그 내면의 목소리에 기꺼이 마음을 여는
가히 '변혁'과도 같은 작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행처럼 무수한 치료프로그램들이 생겨나지만
아주 잠시의 반짝 상승이 아닌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존재의 ‘영성’이라는 키워드를 깨울 수 있어야
그럼으로써 밀쳐 두었던, 그 어떤 경이로운 존재에 비로소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종교심리학 강의와 ‘아직도 가야할 길’은
그동안의 이런 제 고민의식에 징검다리가 된 듯 합니다.
한 발 한 발 뗄 때 마다 지나온 시간들, 내 인생의 사람들
그리고 ‘나’라는 존재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련합니다.
“내가 느끼고, 상상하는 것 이상의,
내 세계관으로 포섭되지 않으며, 내 세계관이 붕괴되고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내 본래적 근원, 나를 벗어나는 확장의 경험,
이것을 인정할 때의 환희와 즐거움,
내 세계관이 붕괴될 때 쾌감을 주는 경험 이후에 자리 잡게 되는, 존재.”
......
강의 중 교수님의 단호한 정의가 이어질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거룩한 존재에 기꺼이 몸을 낮추며 환희를 맞보았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은 오래도록 내 몸과 마음에 ‘떨림’으로 남을 것입니다.
6. 마치며
참여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기에(^^) 지난 책거리 후기를
카페에 올려달라는 권유를 받았더랬습니다.
저항성과 소심에도 불구하고 권유를 받아들여 착실히 후기를 올리는 까닭은
아무래도 강의에서 얻은 ‘은총’ 덕분입니다.
돌아보니, 저의 장난과도 같은 강의 참여 동기는
다 까닭이 있는 인과관계의 한 과정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강의를 기획해 주신 후마니타스,
충만한 강의를 이끌어 주신 오세욱 교수님,
매번 빠짐없이 문자로 참여를 독려하며 꼼꼼히 모임을 챙겨주신 정 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12월 2일부터 이 모임은 다시 이어집니다.
아마도 정 선생님이 또 다시 문자를 날려주시겠지요?
모두들, 마음만은 넉넉하고 따스한 날들 되시길...
두 손 모아.
첫댓글 중간에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오교수님의 명쾌한 해석은 물론이고 한분 한분 만들어오신 삶의 향기가 서로
소통하며 이루는 조화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자리였습니다.
'까닭이 있는 인과관계의 한 과정' 네 그런가 봅니다.
우연처럼 보여지는 만남들, 그러나 사실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쉼죽여 살펴 보렵니다.
불씨를 모아 다음을 예비하게 하는 정성스러운 후기, 감사드립니다.
너무나 귀하고 감동적인 자리였나 봅니다. 그렇게 인연 지으며 그렇게 나를 돌아보며 가는 인생이란 생각이 듭니다. 더 성숙한 영성을 향하여 고~ 고~ 귀한 후기 감사드리며... 그런데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자주 자주 들르셔서 귀한 글 마니마니 남겨주세용~~~ ^^
참으로 아름다운 강좌후기입니다. 함께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이렇게 깨어있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글,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까지 ... 너무나 아름답네요 ^^
여러 아름다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저역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기대와 떨림 속에서 매시간을 맞이하였고, 강좌를 마친 후에는 더욱 큰 감동이 오히려 저를 감쌌습니다.
이런 말이 생각나네요.. "결국,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거야!!"
소중한 불씨에 생기와 정성을 모아 후~~ 함께 따뜻한 마음 키워가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