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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23일 (수) 비옴(雨天)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도 잘 지내고 있겠지? 서울에는 오늘 비가 곧 많이 왔다. 거기도 비가 오는 것으로 보도가 되던데. 이제 정말 장마철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아랫녘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야외 훈련은 보류되지 않느냐? 너의 편지 내용을 보면, 취침과 기상 시간이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더구나. 잠이 많이 부족하겠더라. 그래도 확고한 군인정신으로 도전해라. 이러한 정신 자세는 군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매사에 그래야 하므로 지금 군대에서 철저히 단련되어 습(習)으로 굳어져야 한다. 사진을 한 두장 더 보냈어야 했는데 갑자기 마땅한 것이 없어서 금년 1월에 日出을 보기 위해 식구들 모두 강릉 “낙산사 홍련암”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동봉해 보냈다. 나중에 좋은 것 있으면 더 보내마. 주민등록을 일제히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찍은 반명함판 사진이 잘 나오기는 했는데 너무 작아서.... 동사무소에서 너는 휴가 나오면 그때 만들면 된다고 하더구나. 최근에는 매주 1, 2통 씩 편지를 받아보니까, 집에서 너에 대한 걱정과 초조감을 많이 해소시켜 주어 정말 고맙다. 아들아, 짧지만 길게만 느껴졌을 그동안에 어떤 점을 생각하고 너에게서 변화된 그 무엇이 있느냐? 이 아버지가 짐작컨대, 스스로 많은 변화의 생각이 생겼으리라 생각되고, 부모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입대하기 전만 해도 부모님의 잔소리 같게만 들렸던 충고, 조언의 말들이 모두 새삼스럽게 뇌리에 떠오르고, 자기의 주장이나 편견, 고집 같은 것들이 얼마나 무의미했고 오히려 상대편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군대생활을 통해서 새로운 인생관이나 관념 등이 다시 정립되는 아주 귀한 시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단다. 부모의 진정한 사랑, 그리고 따스한 정감도 그리워지고 철없이 무언의 반항심 같은 게 없었으랴?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족간의 사랑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확실하게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장차 어떤 모습과 태도로서 가정, 사회, 국가에 이바지 하겠다는 사명감이나 목표의식이 뚜렸해지리라 확신한다.
속담에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지. 힘든 지금의 생활에서 보람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서로의 마음이 以心傳心으로, 通하여 너도 편안하고 식구들도 조용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기도한단다. 편지를 읽고 또 읽어보고, 사진도 액자에 넣어 놓고 너의 모습을 조석(朝夕)으로 보면서 무사히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축수하고 있다.
아들아, 너는 평소에 강인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인내심 또한 강한 너이기에 지나친 걱정은 기우임을 잘 알고 있단다. 이번 주말에 누나는 “예지유치원”에서 홍천에 있다는 어느 콘도로 1박2일 동안 이사장, 원장 그리고 선생님들과 같이 단합을 목적으로 여행을 간다는구나. 겸사해서 이 아버지의 마음으로는 어머니하고 네가 있는 양구 근처에라도 갔다왔으면 좋겠는데 라고 했더니, 어머니 말씀은 면회도 할 수 없는데 뭘 그러느냐?고 하시는구나. 그쪽 지형이나 산세라도 가보고싶은데....
이번 주에는 “각개전투”가 있는 주인데,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철조망 통과, 수류탄 투척 등, 훈련복장이 흙투성이에 땀으로 범벅이 되겠구나. 고생으로만 생각지 말고, 재미롭게 생각하면서 교육에 임해라. 앞으로 2, 3일만 지나면 5주차 교육이다. 지난번 ARS로 확인해본 결과 제1야수단에 가면 2주 정도 운전교육을 받고 자대배치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기술교육이면 좋겠구나. 지금이 밤 10시 40분이다. 항상 안전에 유의하고 오늘 밤도 좋은 생각하면서 잘 자거라. 99. 6. 23. - 아버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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