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의 심리
자신의 손목을 칼로 긋고, 팔에 칼자국을 내며, 볼펜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행동들은 왜 일어나며, 왜 현대 사회에서 그 수가 증가하게 될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의 욕구와 상반된 역설적인 자해의 심리에 대해 짧지만 핵심을 짚어보자.
자해 행동은 자살 의도가 크지 않은 비자살적 행위가 빈번하지만, 자해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의 자살에 대한 두려움 감소는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며, 과거의 자해 행동은 향후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상담자인 나도 자해하는 청소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자연스레 긴장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의 유병률은 높고 위험하다. 미국 청소년의 14-15%가 자해경험이 있고, 한국의 경우 28%(2015년)의 청소년이 자해경험을 갖고 있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30여년간 상담을 해온 경험으로는 현재 더욱 많은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해의 원인은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특히 부모와의 불안정 애착은 실험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꽤나 유의미한 원인이다. 부모와의 불안정 애착은 아동, 청소년에게 고립감, 소외감을 만들며,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자해를 선택하게 된다. 현대사회가 핵가족화되고 스마트폰, 컴퓨터의 발달로 게임과 유튜브 등을 즐기며 점차 대인관계가 줄어드는 혼자 문화가 성행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해는 은밀히 행해진다. 그렇다면 자해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 물론 얻는게 있다. 피를 보는 순간 자신의 소외감 및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남들이 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바보같은 자신을 학대하고 처벌함으로써 잠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무섭지 않을까? 자살도 자해도 무서움을 느끼면 하지 못한다. 자해를 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와 같은 느낌의 해리 경험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즉 내 몸을 다른 나로 여기는 분리된 감정이다. 물론 해리 경험이 사라지는 순간 고통과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들은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자해와 자살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지 못한다.
아동, 청소년, 성인 심리상담전문가, 충주심리상담센터 최현배심리상담연구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2.18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