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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시대의 영어제국주의 -동아일보 20000224
미국에서만 고가의 양장본으로 8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동화 ‘해리 포터’ 시리즈. 지난해 말 미국에서 이 동화의 번역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이 시리즈의 미국어판을 낸 출판사가 영국어판 원문을 미국식 영어로 번역한 것. 제1권 제목 ‘해리 포터와 현자의 돌(Philosoper’s Stone)’이 ‘마법사의 돌(Socerer’s Stone)’로 둔갑했다. 출판사는 공립학교(Public School)라는 단어조차 양국에서 정반대 뜻으로 쓰이는데 어떻게 미국식으로 바꾸지 않을 수 있냐고 항변했지만 독자들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처사” 라고 비난했다.
그뿐 아니다. 이 책의 가장 열렬한 독자층인 초등학생 등 상당수 독자가 인터넷으로 직접 영국출판사에 책을 주문했던 것.인터넷문화 연구가들은 때를 만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이 ‘전세계의 미국화’를 가져온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이 있었기에 미국인들이 영국식 영어를 이해하려는 집단행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과연 인터넷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보호하는 다원주의 네트워크’인가, 아니면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침탈’인가.
▲영어가 세계제패?
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어로 된 웹사이트는 전체의 78%. 특히 전자상거래의 보안서버와 연결되는 웹사이트만 따지면 그 비중은 91%에 이른다. 이에 더해 최근 21세기 구상으로 ‘영어 제2공용어 정책’을 선언한 이웃 일본의 행보는 ‘영어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한국인들의 강박감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이 흐름이 영어, 그것도 미국식 영어의 세계제패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최근의 대세는 오히려 ‘인터넷시대의 영어 위기설’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전반부가 끝나기 전에 영어는 지배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97년 영국문화협회가 주도한 ‘English 2000’ 프로젝트에서도 “인터넷의 영어사이트 점유율이 현재의 90%선에서 곧 40% 이하로 줄어들 것” “영어를 제 2외국어로 쓰는 인구가 원어민보다 더 많아질 날이 머지 않았다.” “21세기에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늘겠지만 영어의 중요성은 약화된다”는 등의 위기의식이 넘쳐났다.
실제 현재 언어인구수로 볼 때 1위는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다. 원어민과 제2외국어 사용자를 합쳐 10억명. 영어 인구는 힌디어 인구와 더불어 6억명으로 가늠된다. 이제 ‘인해전술’의 전장이 오프라인의 생활공간에서 사이버스페이스로 이동하고 있다.
관영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집계한 99년말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890만명. 2002년 말에는 6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비영어권 국가의 네티즌들이 가장 쉽게 또 자주 접근하는 사이트는 ‘야후콤’이나 ‘아마존콤’ 등 영어사이트가 아니라 yahoo.co.kr 등의 모국어 사이트다.이 ‘인터넷 시대 영어의 위기’는 단지 머릿수 문제만이 아니다. 영문학자 김성곤교수(서울대)는 “오늘날 영어가 국제어가 돼 가는 것을 가장 슬퍼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영미인들”이라고 말한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영어는 엄밀한 의미의 정통영어도 표준 영어도 아니다. 사용자가 자국 언어식으로 써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나 관습이 뒤섞인 일종의 혼합언어”라는 것. 인터넷 서점 아마존도 미국에서 인기있는 일본만화를 ‘애니메이션’의 일본어식 표현인 ‘아니메(Anime)’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대해 미국 미시시피대학 리타 레일리교수(영문학)같은 이들은 ‘글로벌 잉글리시(Global English· 키워드 참조)’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적극적 대응을 주장한다.
아시아권에서의 영어교육붐 등을 볼 때 의사소통도구로 영어를 배우려는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영어의 국적, 문화적 정체성은 크게 도전받게 될 전망이다.
▲바벨탑이전시대로
21세기 인류는 다시 한번 ‘바벨탑 이전의 단일 언어시대’를 꿈꾸고 있다. ‘세계어’를 만들려는 시도는 BC 1세기부터 20세기까지 중단없이 계속됐다.그러나 20세기 후반의 시도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20세기 전반부 에스페란토운동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시도들이 기존언어와 별개의 ‘단일한’ 언어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시도는 각자의 언어는 그대로 두되 그것을 번역,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다원화’의 방향이다.
이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컴퓨터공학의 발전. 새로운 언어를 배울 필요 없이 컴퓨터가 번역하게 만드는 이 시스템은 기존의 어떤 세계어 시도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1990년대 ‘유니코드(Unicode)’의 출현은 이 새로운 번역시스템 구축에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문자 하나를 저장하는데 8비트 정보를 사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유니코드는 16비트를 사용한다.
덕분에 최고 6만5535종의 문자를 표현할 수 있어 한글이나 중국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등 현존하는 주요언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 구축됐다. 전세계 모든 문자가 호혜적으로 ‘평등 교환(번역)’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그러나 도전은 지금부터다. 컴퓨터를 통한 기계번역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번역프로그램은 크게 ‘정보 취득용’과 ‘정보 제공용’으로 분류된다.
정보취득용은 알타비스타(altavista.com) 등 검색엔진의 인터넷번역, 정보제공용은 상품설명서를 예로 들 수 있다.
정보취득용의 경우 사용자가 다른 언어로 된 정보를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것으로 품질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보제공용은 정교한 번역이 요구된다.
한국과학기술원 최기선교수(전산학과)는 “정보취득용 번역프로그램은 2005년이면 정착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다른나라 말로 번역되는 ‘완전자동번역기’의 도래 시기는 쉽게 예견하기 어려운 상태.
이미 구미 각국은 번역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국가적 혹은 국제적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미국의 LDC(www.idc.upenn.edu), 유럽의 ELRA(www.icp.grenet.fr/ELRA/home.html) 등이 그 예.
한국도 빠지지 않는다. 정부주도의 21세기 사업이 이미 진행중이다. 1998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언어학자 전산학자 등이 공동추진중인 ‘세종프로젝트’가 그것.
이 가운데 번역프로그램과 직결되는 ‘전자사전’ 구축과 관련해 프로젝트팀은 국가 말뭉치(National Corpus)로는 최대규모인 영국 BNC(British National Council)의 1억 어절 규모를 능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어공용화냐 디지털화냐
미국의 서머언어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228개국에서 통용되는 6700여개의 언어중 절반 이상이 205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견했다. 그렇다면 소수언어 사멸의 원죄는 모두 ‘인터넷 영어제국주의’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몇백명도 남지 않은 고유어 사용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고유어를 보존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하카( Hakka)’ 등의 사례는 이런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덴츠인간연구소는 지난해 ‘경제 회복을 위한 아시아의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 년안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언어는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언어는 위축될 것’으로 예견했다.
네트워크의 구축이란 다름아닌 현재 언어자산의 정리정돈과 디지털 정보화. 인터넷 공간에서의 언어전쟁은 ‘영어냐 모국어냐’의 선택이기보다 자국어정보를 얼마나 경쟁력있게 디지털화했느냐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미국 어린이들에게 영국책 사보기 붐을 일으킨 동화 ‘해리 포터’의 사례가 일깨우는 것도 그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라 미국 아이들에게 기꺼이 영국식 영어를 읽게 만들었던 그 매혹적인 ‘콘텐츠’라는….
◈ 빗자루 영어공용론 -한겨레신문 20000208
망둥이가 뛰니까 빗자루도 뛴다던가. 컴퓨터-인터넷 또는 세계화에서 오는 어지럼증과 조급증이 마침내 도를 넘어선 모양이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사사롭게 부리는 '21세기 일본의 구상'이란 모임이 지난 1월18일 낸 보고서에서 '영어를 제 2공용어로 채택할 것을 검토하자'고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에 뒤질세라 '인터넷 시대의 필수 도구이며, 모르면 글로벌 경
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우리도 21세기 일본의 원대한 비전을 배워 영어공용화를 시급히 검토하자'며 이런저런 신문.방송에서 내리 며칠 사설.칼럼.해설로 법석을 떨어댔다.
이런 주장은 얼핏 그럴듯하게 비치지만, 짚어보면 허술한 논리에다 캄캄한 허방을 숨기고 있다. 일단은 같은 달 26일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회견에서 "영어는 세계화 시대에 필수적이다.제2공용어론 얘기도 나오는데, 이는 신중히 검토할 일로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대답을 얻어낸다. 참으로 간단찮은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비슷한 시기에 이런 얘기도 나왔다."이제 교육은 티칭(Teaching)이나 러닝(Learnin g)이 아니라 싱킹(Thinking)입니다. ..."(14일 문용린 교육부장관 취임 인터뷰에서)
"希望의 새千年 새아침에 健康과 幸運을 祈願합니다. 지난해에 보살펴주신 厚意에 感謝하오며 새해에도 변함없는 聲援을 仰請하나이다. 새해 福 많이 받으시옵소서. 庚辰元旦" (심재기 국어 연구원장 연하장에서)
한 나라의 교육부 장관과 국어정책 실무를 책임진 국립국어연구 원장의 말글 씀씀이가 이 정도니, 우수마발 지식인.언론인들한테서 저런 말들이 안 나올 수 없겠다.
세계를 배우고, 개인.국익을 위하여 우리는 광복 뒤 50년을 넘게 국어와 더불어 제1외국어로 영어를 가르쳐왔고, 프랑스. 도이치.에스파냐.러시아.중국.일본 따위 수많은 제2외국어들을 배우고 가르쳐왔다. 대한민국 국어교육의 역사는 영어교육 역사와 같다. 이 정도로도 지나침이 많은데,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을 위하여 영어를 공용한다?
또하나 짚을 점은,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도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은, 못해서라기보다 별로 쓸모가 없는 탓이 더 크다. 무엇이든 꼭 쓸모가 있으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하게 돼 있다. 실용하지 않으니 실용하도록 상용화하자는 말은, 쓸모도 없는 것을 국민으로 하여금 억지로 쓰도록 억압하고 독재하자는 말이다.그러고서 남는 게 무엇이겠는가? 여기엔 세계화 탈을 쓴 '장삿속'이 도사리고 있다.한자 장사에 이은 영어장사다. 조선일보사에서는 영어시험 '텝스'를 만들어 '세계화 전형료'를 받아챙기고도 모자라 '영어가 경쟁력'이라며 온 나라를 '영어학교'로 만들 기세다. 이 정도면 응당 일제 때는 일본어를 , 중국 속국 시절에는 한자를 공용문자로 하자고 외치고도 남음이 있는데, 여남은 언론들도 이와 더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본이나 중국 말글은 원시적이고 불완전한 까닭에, 그쪽에서 나오는 영어공용론에는 이해와 동정이 간다. 백년도 전에 영어공용론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일찍이 그들의 언어가 썩 불완전하고 불편하다는 점을 절감하여 스스로 반성 끝에 나온 것 아닌가? 자존심만 접는다면, 그들은 한글을 빌려 그들의 말글을 쓰는 것이 로마자를 빌려 쓰는 것보다 훨씬 나을 터이다.
컴퓨터는 좋은 연장이다. 동강난 좁은 땅을 떠나 규제도 임자도 없는(?) '가짜공간'으로 사냥이나 낚시질을 하며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것은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다. 전깃줄로, 무선인터넷으로, 말로 하는 컴퓨터도 나온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울 게 아니라, 사람마다 필요한 만큼 알면 된다. 편하고 쉽게 쓰려고 만든 게 연장인데, 그 연장을 목적으로 가져가자는 말은 사안을 거꾸로 본 것이다. 국어 정보화, 정보 국어화란 말이 나온 지 오래고, 쓸모있는 국어-외국어 번역기도 나온다. 이런 것도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가다듬어 '21세기 세종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줄 안다. 그나마 다행이다.
-최인호 교열부장
◈ 일 영어공용화논란 `후끈'/'영어실력 중요하지만 -한겨레신문 20000121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 학.문화계 큰 거부감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간담회가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제안에 대해 일본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영어 활용도를 높이자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제2공용어화에는 거부감이 많다.
업계 쪽에서는 "일본이 국제적인 역할을 하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민이 돼야 한다"며 공용어론에 찬성한 도쿄 상공회의소 부회장 야마구치 노부오 아사히 화성공업회장 같은 의견이 많지만, 학계는 필요성도 필연성도 없는 경박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출신 방송 프로듀서 데이브 스펙터는 일본어는 인터넷에 적합하지 못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다고 주장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면 언어에 구체성이 더해져 결국 국민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비학교 영어강사 출신 교육자 사토 다다시는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등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것은 (영어권 제국의) 식민지였다는 점과 다언어국가여서 통치상 통일된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할 필요성도 필연성도 없다"고 말했다.
도쿄외국어대 나카지마 미네오 총장은 공용어란 다언어국가가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프랑스문학 전문 작가 오기노 안나는 일본과 같은 단일언어국에서 왜 영어 공용어론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국가는 먼저 영어교육 방법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부터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글로벌화로 도구로서의 영어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교육방법은 라틴어나 한문처럼 말하는 걸 전제로 하지 않은 '교양어'교육처럼 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문학자인 릿쿄대 이노우에 무네오 명예교수는 모국어인 일본어라야 자유롭게 감정과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영어가 중요시되는 건 시대의 추세지만 필요한 사람이 배우면 되는 것이고 일반사람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NHK)방송 특파원과 유엔 직원으로 근무한 사이타마대 요시다 야스히코 교수는 독자적인 문화를 지닌 선진국중에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논의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영어 공용화 논의는 주체성 없음의 표출이고 경조부박하다고 질타했다.
◈ 영어실력, 의사소통 기술이 좌우한다 -한국일보 19991130
영어에 속 한번 썩지않은 사람이 있을까. 전국민적 영어 공부 열풍과 함께 요즘 영어조기교육에서부터 조기유학, 나아가 영어공용화론까지 영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있다.
외국인과 외국자본이 우리 기업과 경제의 안방에까지 들어와 경쟁하고 공존하는 시대. 바로 이런 때에 우리에게 영어란 무엇일까. 우리는 영어에 너무나 많은 것을 소모하면서도 혹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2년여동안 미국생활을 한 적이 있고 지금도 영어를 실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입장에서 영어와 관련된 생각을 소개해보고 싶다.
우선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영어는 어차피 외국어이기 때문이다. 미리 주눅들어 자리를 피하거나 잘모르는 부분을 『예스』라고 대답하며 대충 넘어가는 것은 상대방과의 이해 증진에도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미국 생활을 통해 알게 됐다. 못알아듣는 부분은 다시 묻고 『노』라고 얘기할 것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배짱과 자신감이 더 중요했다. 중요한 것은 대화 자체가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영어 실력이 곧 국제경쟁력이 아니며 전국민이 다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영어는 국제경쟁력의 한 수단이지만 국제경쟁력 그 자체는 아니다. 영어의 본 산지인 영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거나 우리만큼이나 영어를 못하기로 소문난 일본이 경제대국이 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마당에 전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선진국이라는 것은 과장된 편견이다. 국가 차원에서 전문적인 통역 엘리트를 잘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영어를 잘하는데 의사소통 기술은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국제 거래와 협상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영어 자체보다는 설득력있는 대화기법 내지 전략적 의사소통 기법이라고 여러 사람들은 말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자신감과 전문성 외에도 협상과 대화의 전략과 기술의 부재에서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 우리의 영어교육도 고등학교 이상의 과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개진하고 상대 의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의견을 나타내는 대화 기법과 토론법에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영어공용화 재논란 -경향신문 19991126
천리안의 여신핑클은 『 영어는 이제 영.미권의 언어가 아닌 세계어』라며 『 지구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영어와 익숙해져야 하며 국.영어 공용이 그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g2000c도 『 영어를 모르면 세계의 「사오정」이 된다』며 『 세계화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영어 공용화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ingo는 『 영어공용화는 세계라는 각축장에서 우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태풍질주는 『 영어는 정보.기술.무역.학문 등 많은 분야에서 쓰이는, 생존에 필요한 「산소」와 같다』며 『 급작스런 사용보다는 단계적인 공용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ehein은 『 언어는 그 민족의 혼이며 혼을 파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매국 행위』라고 말했다.
야돌이는 『 일제 때 일본은 민족혼을 말살하려 한글과 한국어 사용을 금지했다』며 『 영어공용화는 미국에 대한 신사대주의를 낳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gents는 『 복수 언어 공용은 다민족 국가로서 한 언어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나라가 채택하는 제도』라며 『 영어 공용화에 앞서 한글순화운동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텔의 sajib007은 『 세계화를 위해 영어를 공용해야 한다지만 우리 말을 잃어버리는 것 자체가 세계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namssu는 『 한 민족의 언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 닦지 않으면 녹슬 듯 언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고 민족의 뿌리도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smk1971은 『 국내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배워도 어학 연수 1년 한 것만 못하다』며 『 하루 속히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을 회화위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기자j
◈ 재연(再燃)되는 영어 공용화 논쟁 -국민일보 20000126
언어에도 ‘사생아’가 있다.이른바 ‘피진(pidgin)어’. 공통된 언어가 없는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언어가 아니라 특정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즉 특정 언어가 단순화되고 거기에 토착어의 일부 어휘와 문법적 요소가 가미된 형태가 피진어다.
오늘날 대표적인 피진어는 영어를 바탕으로 한 피진 영어.여기에는 영국이 극동지역과 남태평양에서 상업활동을 함에 따라 생겨난 차이니즈 피진 영어와 멜라네시아 피진 영어가 있다.이 두 피진 영어는 각각 7백개,2천개 정도의 어휘밖에 갖고 있지 않다.하지만 90% 이상이 영어에서 유래했으며 기본구조도 영어와 똑같다.
이러한 언어의 사생아가 생겨난 이유는 한 가지.실용적인 필요에 의해서였다.특히 상거래 또는 교역의 필요.일설에 따르면 ‘피진’이란 말 자체가 영어의 ‘비즈니스’에서 비롯됐다.말하자면 필요에 의해 언어의 ‘야합’이 이루어진 셈.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피진어는 사용자들밖에 알지 못하는,또다른 언어에 불과하다.
최근 일본의 총리 자문기구가 영어를 제2의 공용어(公用語)로 할 것을 건의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영어 공용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그런 가운데 공용화론자들이 용기백배할 만한 외신이 타전됐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문가와 관계 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분석, 보도한 데 따르면 제2외국어 사용자까지 포함해 영어가 베이징어(중국 표준어)를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나라가 70개국으로 어떤 다른 언어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런 조사결과에서도 보듯 영어 공용화는 세계적 추세라든지 국가적 실익과 개인적 필요 등에 의해 합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반면 민족적 정체성 상실이라든지 문화적 종속 등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리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이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전달의 도구일 뿐 아니라 개인은 물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족’의 사유와 문화 전반을 담는 그릇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그만큼 공용화
논란은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찬성론자건 반대론자건 모두 참고할 것은 있다.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공무원의 영어 전용과 영어전용 공문서 작성을 규정한 애리조나주의 수정헌법 채택을 연방헌법 위반이라고 판정한 사례다.판결이유는 ‘표현자유 및 비영어 사용자의 권리 침해’여서 영어 전용론자들의 패배로 귀착됐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영어권 이외 민족들의 문화적 전통을 살리도록 해야한다는 측면에서는 우리의 반대론자 편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공용어를 여러
개 사용하도록 했다는 측면에서는 찬성론자 편에 가깝기 때문이다.
◈ 영어 공용화 찬성 63.1% -동아일보 20000114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화가 더욱 급속히 진전되면서 영어를 제2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놓아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동아일보의 뉴미디어 전문 자회사인 동아닷컴(www.dongA.com)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영어 공용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젊은층이 대다수를 이루는 네티즌들은 ‘찬성한다’는 반응이 63.1%로 더 많았다. ‘ 반대한다’는 대답은 36.9%.
‘각급 학교의 영어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필요한 사람들만 열심히 영어를 배우면 될 일이지 전 국민이 영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등 의견이 올라왔다.
◈ 글로벌 경제와 '영어공용화' -경향신문 19991120
40대 초반인 정보통신부 ㄱ과장은 최근 TV의 토론프로그램을 보고 우리에게 영어가 과연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영어 공용화 주장은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찬반양론의 지루한 공방전은 한시간 남짓 계속됐다. 찬성론이나 반대론이나 종전에 나왔던 주장들이 되풀이돼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이 문제를 정색하고 다루게 된 사실 자체가 최근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아 그에게는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ㄱ과장은 아직도 영어 공용화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하게 된 데에는 다른 까닭이 있었다.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달여 전 인터넷PC 보급정책을 무리없이 성사시킨 그는 시판중인 이 PC에 사용될 각종 소트프웨어를 되도록 싸게 공급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용할 만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없는 PC는 빈 깡통과 다를 게 없어 저가의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문제는 인터넷PC정책의 사활을 가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막상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기술력의 한계는 그렇다치고 국내시장이 워낙 협소해 박리다매를 통한 소프트웨어산업의 활성화는 요원하게만 느껴졌다.
ㄱ과장은 결국 「글로벌 버전」의 소트프웨어를 개발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글판만으로는 더이상 시장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영어의 필요성은 정보통신분야에서 해외로 진출한 인력들도 절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의 몸값은 인도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싱가포르인, 말레이시아인에 비해 싸다. 그 원인은 바로 영어에 서툰 탓이다.
첨단산업과 세계화된 노동인력, 그리고 영어는 21세기의 글로벌 경제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 우리의 영어 공용화 논의는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英語 파워와 '언어제국주의'-한국일보 19990824
한 기업이 사내의 공식적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주위사람들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이도 있지만 한국인직원끼리 생뚱맞게 영어로 말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고 세계화시대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혼란스럽다는 이도 있다.
영어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직원들의 영어구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평소에 영어를 사용하면 외국인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경영실수와 실패를 예방할 수 있고 기업의 가치까지 높일 수 있다고 그 기업은 믿고 있다.
남의 기업 일이니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간섭할 바 못 되지만 그 기업의 결정은 영어 때문에 과민할 지경이 된 우리 사회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어느 사이 우리사회는 「누구나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신봉하게 된 듯하다. 아무도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미국방문시 한국어 아닌,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면,
또 신문들이 「영어 한 마디」를 싣고 기업들이 사원 채용시영어실력 측정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영어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영어가 세 계공용어이며 세계의 중요한 지적 산물이나 80% 이상의 인터넷 저장물이 영어로 쓰여 있다 해도 그렇다.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 국내용 인터넷사이트가 영어여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화제의 그 기업은 상품을 국내에도 판매한다면, 또 비영어권 지역과도 교역을 한다면 한국어와 기타 언어로 된 사내 문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최근 일부 서양학자들은 영어의 파워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영어의 세계공용어화는 영국이 여러 나라를 식민지화하는 동안 싹트기 시작, 미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고착됐지만 미영의 정부조직은 물론, 포드재단 같은 사회기구, 대학사회까지 영어공용화 불변정책과 영어의 산업화, 곧 「영어 제국주의화」에 가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많은 대학들이 교양영어강좌 제목으로 잘 쓰는 ESL이니, ELT니 하는 용어는 「모국어교사 최고, 영어를 잘 할수록 사회적 성공 보장」등을 내세워 영어가르치기를 「수지맞는 비즈니스」로 둔갑시킨 것이라고도 한다. 미국 영국이 탈퇴한 유네스코가 소수어 지키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떠올리며, 영어를 배우고 닦는 동안 미영 중심
의 가치관 습득을 경계하기를 정말 소망한다.
첫댓글 영어공용어화에 대해 많은 얘길를 위에서 하고있는데 영어를 배운다해서 미영 중심의 가치관을 습득한다고 보기는 제가 보기에는 힘든듯함,,,
다소간은 그럴 수 있습니다. 영향 관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일제가 한글 사용을 금한 점, 만주족이 한족의 문화에 동화되어 결국은 언어마저 잃게 된 점 등이 이점을 잘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짜로 욕부터 나옵니다 정말!! 그렇게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회사 안에서도 영어를 써야한다는건 말도안된다. 난 영어캠프도 다녀왔고 영어학원도 오래 다녀봤다. 나도 영어를 많이 써야 했다. 캠프안에서, 하지만 내가 영어를 캠프안에서 쓴 이유는 영어를 배워야지 좋은 회사에 갈수있다라는 유치한 이유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은 공부하여 회사에 취직했고 그 다음부터 할 일은 회사일에 충실히 하며 우리문화의 장단점을 이용하여 좋은 기업발전을 이루워야 하는거 아닌가? 뭣때문에 회사를 차리고 일을 하는것인지 의문이다. 돈벌어서 잘먹고 잘살기 위해? 그렇다면 어디서? 저 사람들은 한국에서 잘살려고 영어를 한다는데..
내쫏고싶다, 저런 놈들은 진짜 같은 민족도 아니다. 진짜 웃기는 어른들이 난부한다,
기업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무역을 위해서는 유창한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쓰고보니악플 진짜 아 욕나와
ㅎ;;
내생각엔 영어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나대는지 어이없고 신기할뿐이다..
감정적인 어휘 구사는 좋지 않은 거 알지 ^^
지금의 시대는 영어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 같다. 하지만 영어를 쓰기전에 생각해야 할것이 있다. 우리가 자꾸 영어를 추구하다보면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서양을 따라가고, 계속그렇게 되면 모든게 미국에 의지하게 될것 같다.
이제 영어는 어느나라나 다써야하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글에서 보니 여러 기업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수없이 저런 대책을 쓰는것같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영어만쓰는 사회가 되어버린다는건 안된다!
영어는 공용화가 되어있는거 같다 그러니 영어를 사용하면 안되는 시기 인거같다
준모야, 다시 한번 읽어 보렴. 네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거 같구나. 숙제를 위한 숙제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잊지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