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과 플로우
1. 플로우(Flow)
플로우라는 건 영단어의 뜻 자체로는 (파도 혹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파도의 높고 낮음, 빠르고 느림과 같이 목소리 또한 높고 낮음 빠르고 느림이 존재하죠.
랩은 일반 음악이 음으로 이루어진 대신 일반적으로 억양과 톤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물론, Simon Dominic과 같이 멜로디랩을 즐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음계 자체는 그다지 다채롭게 변할 수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이 억양과 톤이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면 그건 기계음이나 책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이 단조로움을 피하고 노래의 생동감을 주는 것이 플로우입니다.
일반적으로 플로우는 억양의 세고 여림, 톤의 하이톤과 로우톤 등으로 밀고 당기는 것이지만,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글자를 넣어 빠르게 휘몰아치듯 이동시키느냐, 혹은 서서히 적절한 글자 배치로 유유히 흘러가느냐,
이런 것들도 플로우를 타는 요령 중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ex 1) 음정 + 억양 (MC SNIPER - BK LOVE)
↑ ↓ ↑ ↓ ↑ ─ ─ ↓ ────────── ↓─ ↑──────────── ↓
나의 마음 알고 있었니 정말로 너만을 생각하며 지냈던 날들 하지만 너에 대한...
ex 2) 억양 (CB MASS - 휘파람)
┌┐ ┌┐ ┌┐ ┌┐ ┌┐ ┌┐ ┌
└────┘└──────┘└────────┘└────┘└────┘└───┘
비트의 강약 위로 덤블링 타고 힘차게 흔들리는 저 이퀄라이져 물결 위에서 나 파도타고
ex 3) 마디 안 글자배치 (드렁큰타이거 - 8:45 heaven)
/ eight fourty five 그 / 대는 하늘나라로 오 / 직 선만이 존재하는 / 영원한 세계로 /
└─── 6 ───┘└─── 8 ───┘└─── 8 ───┘└── 6 ──┘
※ 하지만 이 부분은 엇박으로 들어가는 부분 ('그', '오')이 있어 좀 더 세밀하게 박자를 쪼개게 됩니다.
3. 라임(Rhyme)
※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의견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라임을 살리는 방법이 있으며, 전 굉장히 얇은 지식의 한 층만을 보여드리는 것이 전부라는 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음절 혹은 모음 위주의 라임
가장 원초적이고 노골적인 라임입니다. 우선 예를 보여드리자면,
"세상의 모든 고(초)에 꽂(혀 - 발음상 쳐) 밖으로 내(쳐)진 것 (처)럼 꺼져가는 (초) "
"(평)가할 자격도 덜 갖춘 (병)신의 (폄)하에 (평)생 남을 상처가 남아"
위 가사를 보시게 되면 윗 줄의 라임은 : 고초 - 꽂혀 - 내쳐 - 것처 - 초
아랫줄의 가사를 보시게 되면 이것은 : 평가 - 병신 - 폄하 - 평생
이런 식의 앞 글자 혹은 뒷글자의 발음이 비슷한 것들을 이어보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류의 1글자씩의 발음이 비슷한 것들을 글자 수에 관계 없이 나열하고 이를 강조하여 랩을 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하면서 반복성을 자유롭게 줄 수 있습니다.
2) 단어를 위주로 한 라임
이 경우는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는 라임의 패턴입니다. 역시 예를 보여드리면
"새벽 (두시) 지치지도 않고 (주시) 하는 노트의 흐름을 (투시)"
"자신만을 (중시) 하는 그들이 곧게 세운 (중지) 의 만행은 이제 그만 (중지)해"
"귀 (기울여) 들어봐 (비우려) 하지마 잘난 아집만 (키우려) 하지마"
아.. 급조한 라임이라 그런지 매우 허접하네요. 뭐, 예시는 될 수 있기에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위와 같이, 처음의 라임과는 다른 점이 있죠? 처음의 라임이 음절, 모음 하나 하나를 반복으로 삼았다면 지금의 라임의 경우는 '단어'를 이용하여 조합한 경우입니다.
좀더 스킬풀 하고 반복감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3) 마디를 이용한 라임
뭐, 예를 먼저 보여드리고 시작하죠.
"음악에/리듬에/신나게/놀게/ 마음대로/멋대로/춤추면/ ok "
↕ ↕ ↕ ↕ ↕ ↕ ↕ ↕
"누가네/믿음에/실망해/못해/아는대로/멋대로/즐길래/all day "
어떤가요? 2마디 / 2마디로 구성해본 4마디 짜리 라임입니다.
위와 같이 단순히 단어나 글자가 아닌 마디 전체적인 구성을 비슷한 운율과 비슷한 발음의 글자로 조합하는 것이라 정의내려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라임이라는 개념은 글자의 발음상의 비슷함만을 설명해서 그렇게만 오해를 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좀 더 들여다 보게 되면 한 마디 안에 포함되는 단어 혹은 글자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 반복성과 리듬감을 살리는 것을 유추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라임이라는 것은 발음상의 유의어 뿐만이 아니라
가사 전체적인 구성의 균형감까지 유지하여 랩을 하는 것 또한 라임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2가지의 요소를 모두 완벽히 충족시킨 상태에서 랩 특유의 가사적 세련미와 비유성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다면 이것은 더 말할 나위 없는 가사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