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스카프/신금재
데이케어 아이들과 음률놀이를 하려고 스카프를 모아둔 상자를 열었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여러가지 색깔의 스카프가 딸려 나오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나는 하늘하늘 비치는 보라색 스카프 속으로 바람처럼 딸려들어갑니다
송도 앞바다가보이는 뒷산 언덕
일하러 가시는 어머니는 늘 버스정류장까지 책가방을 들어주셨습니다
어느 날 월급을 받으셔서 벼르고 벼르던 검정 외투를 사주시고는
외투 안에 바칠 스카프를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색깔의 스카프가 걸려진 진열대에서 보라색을 골랐습니다
나는 그때 한 선생님을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좋아하지않던 보라색을 골랐습니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이 머리가 긴 여선생님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떠난다고 할 때
나는 학교동산에 올라가 먼 발치에서 그 선생님을 바라다보곤 하였습니다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앉아서 애꿎은 들꽃만 꺽었습니다
우리 금재 참 예쁘구나
이렇게 차려입으니...
엄마는 선생님에게 마음 뺏긴 딸 짝사랑하는데 딸은 엄마가 안중에도 없던 시절
나도 이제 그 때의 엄마가 되어 다시 보는 보라색 스카프
자식들에게 그들의 길을 가게 하라고 스카프가 속삭여줍니다
하늘하늘 보라색 스카프, 아이들과 함께 날아갑니다
아이들의 꿈 속에 보라색 스카프도 함께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