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호르몬의 주원료, 요오드
요오드iodine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아니다. 하지만 갑상선호르몬의 주원료가 되기 때문에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 성분으로 꼽힌다. 1811년에 프랑스인 B.쿠르투아에 의해 해초의 재에서 처음 발견된 요오드는 우리 몸에 평균 20mg정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 75%가량이 갑상선 내에 존재한다.
요오드는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요오드는 소장에서 흡수된 후 혈액 속에 섞여 우리 몸을 순환하게 된다.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갑상선에 이르면 갑상선을 구성하는 세포가 이를 흡수하여 '갑상선글로불린Thyroglobulin, Tg'이라는 분자와 결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갑상선호르몬이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 갑상선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두뇌 및 중추신경계의 성장 발달을 촉진시키며, 체온 조절과 심폐 기능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특히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과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요오드는 임신 중에는 더욱 중요한 원소가 된다.
체내에 요오드가 부족하게 되면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종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용량의 요오드 보충제를 매일 복용하면 요오드 과잉 섭취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의 경우에는 요오드가 유발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무통성 갑상선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요오드는 갑상선 질환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현명하게 섭취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자의 바람직한 요오드 섭취 방법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생선구이인데, 이제 절대 먹지 않아요. 생선이나 해조류가 식탁에 오르지 않은 게 벌써 6개월이 넘었어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갑상선암 수술 후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갑상선암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요오드가 풍부한 식품을 일체 섭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지 않는 이 여성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엄격한 식단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 또 다른 갑상선 질환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과 남성에게 필요한 일일 요오드 섭취 권장량은 150 μg(0.15 mg, 김 2~3장 정도)이다.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우리나라 20대 성인 여성의 경우 하루 요오드 섭취량이 평균 220~500 μg이라고 하니, 다른 나라에 비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가장 바람직한 요오드 섭취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평소 미역국이나 김,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요리 등을 많이 먹는데, 이러한 일상적인 시사에 요오드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식품들을 지나치게 골라 먹거나 전혀 먹지 않는 경우만 아니면 요오드 결핍이나 과다 복용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식사로 섭취하는 정도의 김이나 미역국은 갑상선 기능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식이 보충제로 다시마 가루나 엑기스, 다시마 환(丸) 등 고용량의 요오드를 매일 다량 섭취하는 것은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마에는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 김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요오드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이나 기타 매체 등을 통해 양산되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따르는 것도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한다.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를 섭취하면 갑상선 질환에 걸린다든지, 갑상선암 수술 후에는 평생 저요오드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든지, 요오드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갑상선암이 재발할 수 있다든지 하는 정보들이 있는데, 이런 정보들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억지로 참아야 하는 불필요한 스트레스까지 얻게 하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도록 한다.
지나친 채식은 갑상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건강을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 일부 유명인들이 채식주의를 선언하면서 젊은 연령층에서도 유행처럼 채식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채식을 할 때 영양균형을 소흘히 하면 요오드 섭취량이 크게 부족해질 수 있다.
아래의 표 '식품 100g당 요오드 함량'을 보면 채소류와 과일류의 요오드 함량이 해조류나 동물성 식품보다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철저하게 채식을 하면 요오드 섭취량이 크게 부족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채식 자체의 유익성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일 경우에는 어떻게 요오드 섭취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채식 식단의 주요 구성 요소인 콩, 양배추, 무, 쿨리플라워, 케일, 브로콜리, 배추 등의 채소는 갑상선종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대두에는 요오드의 장 흡수를 저해하는 물질이 있고, 양배추나 브로콜리 등에 함유된 갑상선종 유발인자는 갑상선글로불린과 요오드 결합을 방해해 갑상선이 커지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발인자는 가열에 의해 불활성화되므로 채식 식단을 구성할 때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익혀 먹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적당량의 김과 미역을 같이 섭취하면 요오드 결핍을 막을 수 있다.
요오드 과잉 섭취의 영향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넘쳐서도 안 되는 요오드, 과연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게 될까?
오스트리아에서는 1990년부터 식염 내 요오드 함량을 증가시킨 후 다결절성 중독성 갑상선종의 빈도가 인구 10만명 당 30.5명에서 41.7명으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요오드 공급을 증가시킨 후 자가면역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빈도가 인구 10만명 당 10.4명에서 20.9명으로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1975년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 매일 180mg의 요오드를 투여한 결과 절반 정도에서 2~8주 후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발생했고, 투여를 중단한 2~4주 후에는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듯 많은 연구에서 요오드 과잉 섭취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및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 유병률의 상승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갑상선 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라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정상인의 경우에서도 요오드의 과잉 섭취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정상인에게도 많은 양의 요오드 섭취는 기능을 저하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치를 좋아하는 한국인은 배추를 절이는 천일염에 충분한 요오드가 함유되어 있어 요오드 부족보다는 주로 섭취 과잉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과잉 섭취가 되지 않게 스스로 조절하면서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요오드 과잉 섭취에 대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요오드 상한 섭취량을 하루 평균 3,000 μg으로 정하였다.
요오드 제한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경우
갑상선암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를 위해 선택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복용한 동위원소가 미세하게 남은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 방법이다. 만약 체내의 요오드의 양이 많다면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 전 약 2~4주 가량은 요오드 제한 식이를 진행해 체내에 잔류하는 요오드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요오드 제한식에는 요오드가 포함된 모든 음식을 완전히 제한하는 무요오드 식이요법과 요오드가 과량 함유된 음식만 제한하는 저요오드식 식이요법이 있다. 한국인 식습관의 특성상 소금이 첨가된 모든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저요오드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섭취한 방사성 요오드가 효율적으로 갑상선에 모이게 해야 하므로 요오드 섭취를 까다롭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요오드 제한식을 위해서는 다시마, 미역, 김, 다시마 국물이 들어간 모든 식품과 해조류를 금해야 한다. 일반 음료나 차 중에서도 다시마 엑기스가 들어간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식품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먹도록 한다. 만약 이비인후과, 피부과, 치과 등의 치료를 하고 있다면 소독약 사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치약이나 일부 안약, 한방약 등에 요오드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요오드 제한식의 기준과 제한 음식은 병원 및 주치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 환자의 식습관과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제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식습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무요오드식을 진행하게 되면 제한식을 아예 포기해버리거나 영양실조, 우을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요오드 제한 식이요법의 기본사항
1. 해조류 및 생선류, 어패류 등 바다 음식 섭취 금지
2.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천일염 금지(정제염, 저요오드 소금 이용)
3. 우유 및 유제품 섭취 금지
4. 햄, 소시지, 계란 노른자 등 섭취금지
5. 외식 금지(패스트푸드, 라면 섭취 금지)
출처 : 갑상선 질환의 완치 설명서/신촌 세브란스 병원 이은직 교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