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업계와 학계 등 대부분의 조선업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 해운 및 조선산업이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은행 및 증권가 연구자 및 애널리스트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주 및 건조량, 실적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상선분야의 침체는 전 선종에 걸쳐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해양플랜트 및 LNG선이 올해도 우리 조선산업을 이끌 것으로 보여 조선산업의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2012년 국내 조선업계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은 ‘흐림’이다. 조선사의 실적을 나타내는 수주량 및 건조량, 수주잔량이 모두 동반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수주액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종간 차이는 있지만 상선분야의 위축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LNG선박·드릴십·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설비의 수요가 그나마 위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과 수주액, 건조량, 수주잔량의 하락을 예측했다. 또한 국내 BIG3 조선사와 중소조선사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상선 수주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시장의 불황으로 선주들의 인도 연기, 수주 취소가 이어지고 있고, 수주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상선 발주량은 올해보다 15~20%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주량, 수주액, 건조량, 수주잔량 모두 감소될 듯 은행 및 금융 전문가들의 전망도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최근 발표한 ‘2012 산업전망’을 통해 2012년 국내 조선업 수주량을 2011년 대비 5.6% 감소한 1억 3,500만CGT, 건조량은 전년대비 11.5% 감소한 1억 3,100만CGT로 예상했다. 다만 수주잔량은 수주량이 건조량을 소폭 상회함에 따라 작년 대비 다소 증가한 4,200만CGT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양 박사는 최근 ‘2012년 조선 시황 및 전망’ 발표를 통해 2012년 수주량을 8,500만CGT, 수주액은 337억불로 예상했다. 수주량이 작년에 비해 38.4, 수주액은 29.9%나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조량 역시 작년대비 약 3% 감소한 1,510만CGT로 예상했으며, 수주잔량은 2011년 말 대비 약 17%나 감소한 3,200만CGT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대신증권의 전재천 애널리스트도 올해 국내 BIG 3 조선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수주액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2012년 대형3사 수주금액은 2011년 대비, 35% 내외가 감소한 307억불 수준으로 예상하며, 상반기까진 실적하락이 이어지고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벌크선 신규수주 ‘제로’?.. 컨테이너선은 ‘고효율·대형화’ 이슈가 변수 상선수주는 침체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벌크선 분야는 거의 신규수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2012년 인도 예정인 벌크선이 총 1억 1,700만DWT로 현재 선복량의 19% 수준이며, 반면 2011년 폐선량은 전체의 약 3.5% 수준”이라며, “엄청난 선복과잉으로 내년도 벌크선 수주는 거의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양 선임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벌크선 시장에 대해 ‘재앙적’이라는 표현으로 동 시장의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산업은행의 ‘2012 산업전망’ 보고서도 “벌크선은 여전히 선복량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수주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으며,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벌커의 신규발주가 전년대비 70% 감소한 600만CGT에 그치는 등 발주가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테이너선은 지난해에 비해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친환경·고효율 및 대형화 트렌드가 시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2012년 선복량 증가율이 8.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2013년 이후에는 현재 선복량의 20%를 넘는 선복량이 출회할 예정”이라며, “물동량 증가율은 5~7.5% 수준에 그칠 전망이지만 대형화, 고연비 선박등의 경쟁으로 시황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만큼의 수주는 아니지만 내년에도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CFA는 “상선분야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소형 탱커의 발주는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컨테이너선 수주가 약간 회복할 것임을 예측했다.
반면에 서정덕 메리츠 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과잉 현상이 2012년까지는 심화될 상황으로 컨테이너 운임 자체의 반등을 논하기 어렵다”면서, “컨테이너 발주 역시 뜸해질 전망이고, 유가등 비용 증가로 선사들의 실적개선이 어려워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예측했다. 산업은행 역시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거시환경 악화와 더불어 컨테이너선의 선복량 대비 수주잔량 증가가 신규수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운임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위권 선사들이 2011년 대량발주를 단행해 올해 추가 발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하위권 선사들의 경우 선박금융 위축의 영향으로 발주의사가 있어도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탱커선 역시 발주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선복량 과잉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며, 신조선 수주도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탱커의 신규발주를 70% 이상 감소한 200만CGT로 예측했다. 그러나 서정덕 메리츠 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대비 2012년의 운임 및 발주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선폭이 크지 않을것”이라면서도, “2012년을 바닥으로 서서히 개선되고, 공급부담 또한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서 애널리스트는 “단기 운임 상승이 신조선 발주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탱커의 신조선 발주가 일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양플랜트·LNG선 꾸준.. “과도한 기대는 금물” 지난해 우리 조선업을 이끌었던 주역인 드릴십과 FPSO 등 해양플랜트 설비와 LNG선의 내년 전망은 대체로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꾸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드릴십과 FPSO는 고유가 기조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LNG선은 지난해 원전사태와 고유가 등으로 선복량 과잉이 해소되었으나 장기적인 추세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유전의 심해개발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해양 시추 및 생산설비 시장은 상선시장에 비해 긍정적이나, 드릴십은 수급부담에 따른 수주감소가 예상된다”면서도, “선복량 대비 수주잔량 비율이 18% 비율로 양호한 FPSO가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정덕 메리츠 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2011년에는 투기성 발주가 이어질 정도로 LNG선 발주가 많았으나, 최근 2~3년간 발주가 없었기 때문에 신규선박의 인도가 제한적인 상황이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LNG선박의 발주 수요가 지속될 것임을 예측했고, “드릴십은 발주량이 소폭 감소하고, FPSO는 발주가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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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NG선과 드릴십의 운임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나 경기 불확실성과 지난해 과다 발주로 발주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유럽의 재정위기가 완화되는 2013년 이후는 발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해양생산설비는 “2012년에도 수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그 중 FPSO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CFA는 “드릴십과 LNG선 발주는 일시적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지만, FPSO 등의 생산관련 해양플랜트는 상반기에도 수주계약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양플랜트가 유일한 대안”이라면서도, “해양플랜트의 가격 하락과 드릴십의 수주잔고 34척이 아직 용선처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 종 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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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
"중소조선소 몰락, 정부 바라만 봐선 안돼"
12월 16일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만났다. 양 선임연구원은 내년 조선 전망이 상당히 어려울 것을 전망하면서도, 고유가 기조와 맞물린 ‘고효율 선박’의 트렌드와 이에 따른 해체시장의 움직임이 2013년도 조선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중소조선소 몰락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선임연구원은 “더이상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선 안된다”며, “전남·경남에 위치한 중소조선소가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선박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유럽 선주가 아시아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면서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국내 은행권의 문제로 선박금융 전문인력 부족을 꼽았다. 중국과의 조선산업 경쟁은 몇년 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다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조선시장 회고 및 2012년 조선산업의 전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해운과 조선은 약 2년간의 호불황기 싸이클이 존재한다. 그런데 03~08년의 호황기가 너무 길었고, 이 시기에 중국 조선소들이 합세해 막무가내식 발주가 이뤄졌다. 특히 벌크선은 2010년도 전세계 수주량을 이끌만큼 ‘재앙’ 수준의 무분별한 발주가 일어났다. 이렇듯 신규 수주량이 많은데다가 유럽·미국발 경제 위기가 더해졌고, 희한하게도 불황기에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에너지 관련 수요만 늘어나 ‘BIG 3’ 이외의 조선소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2012년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해운사들의 실적이 안좋으니 인도 연기와 계선 등으로 조선사의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상선시장은 선종을 불문하고 침체될 것으로 보이며, LNG선, 드릴십, FPSO등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컨테이너 선박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연비’와 ‘효율성’이 좋은 최신 대형선박 확보에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령이 15년 이상된 선박들이 무더기로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낙관론자들은 10년차 선박들도 모두 해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양상이 향후 컨테이너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워낙 안좋다보니 당장 변화가 나타나긴 힘들 것이고, 2013년 이후에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 중소조선소 공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중소조선소 시장은 참으로 안타까운 면이 많다. 경기만 불황이라면 우리나라 중소조선사들은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당장 버틸만한 현금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돈으로 엮이니 관록있는 조선소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과 일본 조선소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조선소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중국과 일본을 크게 앞선다.
시장경제 질서에 맞춰, 업계에 그저 맡길만한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중소조선소의 오너(owner)는 망하더라도 업체는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경남·전남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안다면, 지금처럼 쳐다만 보는 것은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RG를 해줄 수 있는 은행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도 곧 ‘바젤3’ 협약을 앞두고 있다. 동 협약이 발효되면 BIS 비율이 13%까지 높아져, RG발행이 더욱 힘들다. 무역보험공사나 ECA 기관 등을 이용해 보조를 받게끔 국가가 도와주는 방법밖엔 없다. 중소조선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했던 사항인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리조선 업종 변환에 대한 정부 지원도 고려할 만 하다. 국내 몇몇 중소조선소는 수리조선소로 변환할 수 있는 비교적 큰 도크를 갖고 있다. LNG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 수리조선소의 부재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알 수 있다. LNG 수입국 1위가 일본이고, 2위가 우리나라이다. 고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면 LNG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 많은 LNG 선박이 싱가폴까지 가서 수리를 한다. 얼마나 아까운 기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형 조선소들이 협력을 해서라도 수리조선소로 업종 변환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정부가 특별 중소기업 금융으로라도 지원하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한다.
우리 중소조선 시장도 주력 선대를 바꿔야 한다. 벌크선은 이제 수주기회가 희박해질 것이다. PC선이나 해양특수선, 해양플랜트 지원선의 시장은 전망이 밝다. 대형 조선소에서도 특수선 사업부를 꾸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중소조선으로 넘겨줬음 하는 생각이다. M&A를 하더라도 중소조선을 살려야 하는데 대형조선사의 실적이 떨어지고 있으니 쉽지 않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 특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선박금융 시장이 침체이다. 활성화할 방법은? 현 시점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된다. 원래 선박금융은 유럽은행의 몫이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유럽은행과 유럽선주와의 관계가 깨지고 있고, 많은 유럽선주들이 아시아에서 손을 벌리고 있다. 이러한 찬스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해운경기가 침체지만 현재 발주되는 배들이 연비 등의 이유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현재의 최신식 선박이 과거의 구형 선박보다도 신조가가 낮다. 위험성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왜 선박금융이 이뤄지지 않는가. 은행이 선박을 모르기 때문이다. 선박을 다룰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위험 평가 및 법적인 문제를 따져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없다. 결국 문제는 인력이다. 선박금융과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형조선소 등이 모여 공공성 펀드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국과의 조선산업 경쟁에 대해? 중국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우선 중국은 엄청난 투자를 기반으로 산업을 키운다. 09~10년 중국이 조선설비에 투자한 것은 한마디로 ‘미친 정책’이었다. 03~08년 해운·조선 호황기의 원인은 중국물량이었다. 중국 시장을 보고 더 많은 선박을 발주한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국수국조’ 정책에 따라 인위적으로 금융을 풀어 엄청난 투자를 했다. 결국 선박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다. 그들의 ‘과도한’ 선박금융 정책이 이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 조선소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경쟁관계가 끝난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중국 정부가 자국 중소조선소부터 과감하게 구조조정할 것으로 보이고,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플랜트 시장에 힘을 쏟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플랜트 시장에서 자국 수요가 존재한다. 한국은 자국수요가 없어 설계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몇년 후에는 플랜트 시장을 두고 우리 조선소와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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