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제목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을 주목한다면, 오바마의 트라우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두루 알려졌지만,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이었다. 하와이대학에서 유학생활할 적에 백인 여성과 결혼해 오바마를 낳았다. 짐작할 수 있듯, 케냐에는 부인과 자식이 있었다. 오바마가 아버지 부재 속에 살아야만 했던 것은 가치관의 충돌 때문이었다. 하버드 장학금에 눈이 먼 아버지가 모자를 하와이에 남겨놓고 공부하러 떠난 데다, 독특한 이력의 오바마 친할아버지가 백인 여성과 결혼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케냐로 금의환향한다. 오바마에게 아버지는 소문과 풍문 속의 사내였다. 아버지만큼만 하면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훗날 잠깐 하와이에 들른 아버지와 지내고 나서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따지고 보면 개인적 출세와 영달을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아버지의 꿈은, 흑인도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뜻하지만, 그 아버지가 꾸지 않은 꿈, 그러니까 흑인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꿈꾸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무릇 모든 아들은 아비를 닮으면서도 그를 넘어서고자 하는 법이다.
이 책의 눈은 3부 ‘케냐, 화해의 땅’이다. 과장하자면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케냐를 방문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오바마는 자신이 평생 풀어야 할 화두가 무엇인지 풀어놓는다. “우리의 공동체는 무엇이며, 그 공동체는 우리의 자유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져야 하는 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어떻게 하면 권력을 정의로, 분노를 사랑으로 바꿀 수 있을까.” 오바마가 시카고의 흑인운동을 접고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고, 이제 정치의 최전선에 선 것은 스스로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일 듯싶다. 과연 그는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미국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전 인류의 보편성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할까. 이 땅에서 오바마를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