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초대석(금시아 시인)
작별과 그리움이 녹아 있는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출간한 금시아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고 춘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광주 동신여고, 50중반에 한국방송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강원대학교대학원 스토리텔링학과를 수료했습니다. 2014년 《시와표현》 시로, 2022년 《월간문학》 동화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입술을 줍다』, 『툭,의 녹취록』, 사진시집 『금시아의 춘천詩_미훈微醺에 들다』, 단편동화집 『똥 싼 나무』,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시평집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등을 발간했습니다. 모두 강원문화재단과 춘천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 제5회 강원문학작품상, 제16회 강원여성문학상우수상, 제14회 춘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여성문인회 그리고 지역 여러 문학회에서 활동 중입니다.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를 소개하면?
제 시 세계는 점점 변하는 것 같습니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각도와 강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점점 배웅할 일이 많아지면서 일상과 자신에게 더 진중해집니다. 이번 3집에는 유독 작별과 그리움이 많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는 기일을 맞아 떠난 사람을 자서전 읽듯 그리워하는 시간이고,‘ 노을을 캐다’는 놀이 불타는 안골포에서 조개 캐는 노부부를 바라보며 황혼과 노후를 접목시킨 시입니다.‘ 윤달’은 코로나 때 돌아가셨지만 2년 후 윤달을 맞고서야 선산 아버지 곁에 누우신 엄마 이야기입니다. 또 자아를 찾아가는 시 ‘호수를 읽다’와 호수도시 춘천 연가도 편편 실렸습니다. 3집 속에는 그리움이 무성합니다. 그리운 게 많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시를 쓰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처음 시를 만난 날로 올라가 보면 그건 운명입니다. 딸이 외국으로 나갔고 영어가 절실했을 때 엉뚱하게 시를 만났습니다. 시 세계는 낯설었고 매혹적이었습니다. 열심히 읽고 필사하며 공부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엔 전력 집중하는 성격이 도움 되었을까? 2년 여가 지난 후부터 크고 작은 상이 주어졌습니다. 수상은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뒤늦게 힘들게 마친 대학교와 대학원도 되돌아보니 그런 낭만이 없었습니다. 글쓰기란 여전히 시도 동화도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종종 첫 시상식에서 돌아가신 큰오빠가 우리 집엔 글 쓰는 유전인자가 없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빙긋 웃습니다. 나이 40이 고비사막이었고, 50이 개간시기였다면 지금은 오아시스 근처일까요?
-평소 시에 대한 생각
아직도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삶은 주어 동사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직선의 언어는 대체로 공격적입니다. 우린 직설적인 언어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시는 우회적입니다. 직선으로 치닫는 일상에서 우회하는 순간이라면 시의 언어로 은유하는 일상이 아닐까. 곧 시란 힘들거나 슬플 때 그 마디마디에 뿌려주는 윤활유, 곧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 그 한마디 말이 바로 시와의 공감이자 시 자체입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우린 살면서 참 많은 작별을 합니다. 또 어디에든 아픔과 슬픔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의 시선을 쫓다 보면 시냇물이나 바다 같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반성과 다짐과 성찰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대화하듯, 혼자 고백하듯 허심탄회하게 작품을 들여다보았으면 싶습니다. 누군가 그립다면 그 그리움 속으로 들어가 위로하고 위로받았으면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과 자연을 관찰하고 들여다본다는 건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고 삶을 회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호수도시 춘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거나 누군가의 그리움을 슬쩍슬쩍 들춰본다는 것도 새삼 두근거림이겠습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한여름이 탐욕스레 그림자를 잘라먹고 있었다
그날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기척을 통과한 시간들
폐쇄된 나루에 주저앉아 있고
물과 뭍에서 나는 모든 것들의 적막
파닥파닥 격렬을 핥기 시작한다
한여름이 햇살을 변호하고
그림자가 그림자의 풍문을 위로하면
열 길 넘는 금기들
장대비처럼 세상을 두들기며 깨어날까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왜 휘몰아치는 격렬마저 쓸쓸한 것일까
조용히 상을 물리면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가득해
서늘하거나 다정한 그리움 하나,
소용돌이치며 자정을 돌아나간다
간혹, 이런 장대비의 시간은
그림자 떠난 어떤 기척의 쓸쓸한 자서전이다
-앞으로의 계획
올여름, 제3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와 첫단편동화집 『똥 싼 나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한꺼번에 내려니 인쇄 들어갈 때까지 많이 바빴습니다. 제게 글은 평생을 같이할 반려자입니다. 한때 너무 무리해서 건강에 이상이 왔었지만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보니, 즐기는 일이 있다는 건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아주 작은 소소한 일상도 관찰해 보면 철학 아닌 게 없습니다. 늘 철학이 깃든 글쓰기를 추구할 것입니다. 첫 스승은 내게 문운이 있다 했습니다. 이렇게 뷰티라이프 독자들과 만나고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싶습니다. 그냥 쭈욱 글쓰기를 즐기며 살겠습니다. 그림 같은 춘천과 낭만낭만하면서 말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올해가 뷰티라이프 창간 25주년이라고 합니다. 축하드리며 이때 함께하니 더 영광입니다. 우린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혹시 늦진 않았을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망설이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마음이 동했다면 무작정 도전해보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삶은 불행도 느닷 없지만 행운도 갑자기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두드릴 때 열어주지 않으면 만날 기회조차 없잖은가. 좋아한다면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손을 놔도 된다는 것입니다. 제게도 시는 황당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좋아하니 글 쓰는 이 멋진 세상이 내게로 왔고 지금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제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성과와는 별개로 저는 나름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이지 싶습니다. 내적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이 소중하다면 이미 우리 독자들의 삶은 멋진 ‘뷰티라이프’입니다.
<뷰티라이프>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