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를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B급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업그레이드해주던 만화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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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자동차 레이서를 가리는 F-1,
세계 최고의 주먹을 가리는 K-1.
요즘 일본에선 F-1이나 K-1만큼 'B-1'이란 이름의 그랑프리 대회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전국의 'B급 메뉴' 요리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의 승부를 겨루는 대회를 말한다.
지난 2일 후쿠오카(福岡)에서 막을 내린 3회 'B-1 그랑프리'에선
아쓰기(厚木)시가 출품한 돼지곱창구이가 1등인 골드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2등은 하치노헤(八戶)시가 출품한 향토요리 '센베이(煎餠) 국',
3등은 가카미가하라(各務原)시가 출품한 김치찌개.
행사 기간인 이틀 동안 대회장에는 'B급 구루메(gourmet)' 팬들 20만3000명이 찾았다.
1~3등의 면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B급 메뉴란 서민들이 부담을 갖지 않을 정도의 저렴한 한 끼 메뉴를 말한다.
라면, 소바, 덮밥, 카레,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거리의 점심 메뉴,
고기구이 중에선 곱창처럼 저렴한 부위,
생선초밥 중에선 100엔 균일가(한 접시 2개당)의 회전 초밥이 'B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A급 메뉴가 강한 나라다.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점(191개)을 도쿄에 준 것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일본에서 A급보다 훨씬 강하고 탄탄한 식당이 B급이 아닐까 한다.
미슐랭의 집계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음식을 만드는' 도쿄의 식당은 16만여 곳.
A급 레스토랑이 넘쳐난다는 파리와 뉴욕의 7~8배에 이른다.
수만 많은 것은 아니다.
인도의 커리를 카레로,
서양의 오믈렛을 오므라이스로 개조한 요리사의 응용력,
고급 스시집에서나 맛보던 싱싱한 다랑어를 회전초밥집 컨베이어벨트의 100엔짜리 접시에 올린 경영자의 합리화 능력,
700엔짜리 라멘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철야(徹夜)하는 장인의 지구력이
똘똘 뭉쳐 빛을 발휘하는 곳이 일본의 B급 식당들이다.
객관적 증명은 안 됐지만, '일류(一流) B급'이 가장 많은 나라 역시 일본이 아닐까 한다.
B급이 일류가 되기 위해선 A급이 넘지 않아도 되는 높은 허들 하나를 넘어야 한다.
가격에 상관없이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찾아야 하는 A급의 사명과 달리,
B급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있는' 식재료를 찾아야 한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절대 '일류 B급'이 될 수 없다.
일본에서 가격 압력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1990년대였다.
장기 불황으로 국민들, 특히 B급 메뉴의 중심 고객인 서민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값을 올리기는커녕, 경제 전반의 물가 하락 현상과 맞물려 일본 식당가도 '가격 파괴' 물결에 휩쓸렸다.
하지만 일본의 B급 식당은 반대로 이때 전성기를 맞았다.
생선초밥의 '갓파스시',
쇠고기 덮밥의 '요시노야' 등
B급의 대표주자들이 임대료 하락을 기회로 활용해 가격파괴를 선도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응용력과 합리화 능력, 장인의 지구력으로 메뉴를 다양화함으로써 B급 시장의 지평을 폭발적으로 넓힌 것이다.
변화는 요식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양판점,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재편된 유통산업과 자동차산업 구도는 훗날 호황이 왔어도 변하지 않았다.
음식이든, 장바구니 소비재든, 자동차든 '일류 B급'이 대중의 A급 욕구까지 충족시켜 줄 만큼 수준이 높아진 까닭이다.
불황은 때론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싸고 맛있는 서민 메뉴가 많은 'B급 대국' 일본도 그런 결과일 것이다.
물론 국민들이 불황의 도전에 치열하게 응전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