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가득 은행잎이 떨어지고 있네요.
저녁 11시에 근무를 마치고 통근 버스를 타면 내 사는 순천 집으로 올 수 있다.
퇴근때면 약 40여분의 통근버스를 타고가는 즐거움을 위해 가끔은 이런 생각으로
고민을 한적이 있다. 순천 가는 통근버스 3대가 3코스로 나뉘는데 우연찮게 내가
사는 연향동은 어디로 가나 중간지대이기에 3대중 아무 버스던지 다 탈 수 있다.
하여 버스터미널에서 잠깐씩 선택을 위한 순간을 보내게 된다. 오늘도 늦은 시간
어디로 가는 버스를 탈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성가를로병원을 경유 금당동을
거쳐 홈에버를 지나 순천역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순천을 넘어와 몇 군데를 지나쳐 왕의중학교 앞에서 내렸다. 금당동 끝 블록에 위치한
철로가의 우레탄이 깔린 운동 코스로 접어들어 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 연향동을 넘어
왔다.
그런데 심야의 가로등이 불빛을 받아 더 노랗게 보이는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보도 위에
무더기로 쌓여있다. 지나가는 차가 바람을 일으키자 사방으로 휘날리다 다시 땅바닥으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하며 패댕이를 친다.
사람이 저리 당한다면 가만히 있을까? 길을 가다 조그만 스쳐도 얼굴을 붉히고 지랄을
다 하는데 말이다. 하물며 그것도 부족하여 은행이파리를 발로 짓이기고 가는데 얼마나
할 말이 많을꼬?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을 해본다.
그 위를 두 연인이 목도리로 얼굴을 온통 두른채 늦은 밤 운동?을 하는지 걷고 있다.
나도 그런 풍경과 어우러져 은행나무들이 늘어선 보도를 걸으며 밤 풍경에 빠져있는데,
어디서 몰려오는 바람떼인가?
찬 바람이 가지를 뒤흔들기 시작하자 우수수 떨어지는 이파리들이 사정없이 빰따구를
후려치네, 글쎄… 저 놈들이 기어이 일을 저지르는구나… 화닥거리는 얼굴을 거울에
비취본다면 아마 샛노랗게 되어있을걸<?...>
집에 와보니 00시 27분, 휴유!!! 거울을 보니 얼굴이 붉네.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여져 속
깊어지면 세상은 더 붉어지는 것임을 이제사 알게 되었네.
첫댓글 우수우수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고 싶어요..은행잎 하면 생각이 나요.예쁜 은행잎을 책갈피에 넣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