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써내려간 산문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짧게 끊어 쓴 강렬한 문체를 좋아 하는 나는 단숨에 읽었다.
-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글쓴이의 심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이다. 우리가 노력하고 또 닮아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글은 똥에 대한 이야기다. 똥의 역사라고 해야 할까?.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똥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럽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롭다. 또,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조사와 연구를 해서 소설을 썼지만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또, 일산 신도시에서 소방관 3명이 화재진압을 하다가 인명구조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의 마을임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과 소방관 3명의 명단과 작은 흉상이라도 만들어 호수공원에 모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 한다.
'꼰대는 말한다' 라는 소제에 어떤 결혼식 에서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왜 소중한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활을 사랑하고 현실을 긍정하는 심성이 인격 안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재료를 다듬고, 섞고, 불의 온도를 맞추고,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인간도 함께 익어간다. 음식은 경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상상력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 맛과 저 맛을 섞어서 제3의 맛을 만들어 낼 때,먹어보지 않은 맛을 미리 상상하는 정신의 힘이 작동되므로 요리는 마음의 힘을 키워준다' 는 내용으로 주례사를 했다고 했다. 결혼식장에 온 사람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는 주례사 였다. 하지만
나는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다. 여러모로 가슴에 닿는 내용 이었다. 물론 글쓰기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대목대목이 내 마음에 작은 감동을 주는 산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