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대담] ‘서정시’와 ‘생활시’의 경계에서
대담자: 엄원지 (본지 발행인)
윤노을 (본지 편집위원)
(엄) 현대시를 보통 자유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즘은 시의 흐름이 생활적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는데 윤 시인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윤) 네, 일상 속에서 직접 체험하거나 관찰한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장면을 시로 표현하는 형식을 ‘생활시’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지요?
(엄) 그렇습니다.
자유롭게 쓰면서도 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표현하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시를 그렇게 한번 정의해 보는 겁니다.
(윤) 옛날 우리 전통시 속에서도 자연, 일상, 사람 사는 모습을 묘사하는 서정시나 민요 형식이 생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에 와서는 김소월, 이상화 같은 시인들이 우리 주변의 삷과 감정을 담백하면서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현대에는 김수영이나 신경림 시인 등이 평범한 삷과 현실을 소재로 해서 발표한 작품들이 있지요.
(엄) 그러면 구체적으로 일상과 현실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발표한 대표적 시인과 작품 성향을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윤) 우선 근대작으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혼’을 꼽을 수 있는데 고향과 일상을 서정적으로 그리면서도 현실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 있습니다.
특히 ‘진달래꽃’은 일상의 이별 감정을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또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같은 시는 현실의 풍경이나 사회상황을 빌려 민중의 삶과 감정을 표현해 깊은 메시지를 주었지 않습니까?
(엄) 그렇군요.
현대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농무’ 같은 시가 대표적인 생활시라고 볼 수 있지요.
이 분의 작품은 우리가 오늘 대담하는 ‘생활시’ 장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농촌과 도시 노동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해 일상의 현실감과 서정을 조화롭게 담아낸 명시 ‘농무’를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은 ‘생활 밀착형 서정시’로 꼽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윤) 김수영 시인의 ‘풀’ 같은 시 작품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 시도 일상적인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 속에서 시적 의미를 찾은 작품으로 평범한 언어와 소재로 현대인의 삶을 치밀하게 조명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엄) 윤노을 시인은 그간 발표하는 시 성향을 보면 일상에서 보거나 경험하는 소재로 짓는 ‘생활 밀착형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던데 혹시 ‘생활시’를 짓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늘 바라보고 접하는 가족, 풍경과 자연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언어로 표현하는 겁니다.
(엄) 그러면 이 ‘생활시’를 잘 짓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까?
(윤) 네. 먼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보이는 풍경을 꾸준히 관찰하며 기록하는게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평소 맞닿는 것들에 ‘왜 이런 느낌이지?’를 묻는 성찰도 중요합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장면이나 대화, 사물에도 의미를 부여해 보면서 언어 감각을 키우는 작업을 시인은 쉬지 않아야 합니다.
(엄) 아 그렇군요.
‘소소한 장면이나 대화, 사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그 말이 아주 좋습니다.
그것이 시를 짓는 기본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윤 시인의 생활시를 하나 들려주길 바라며 다음호에도 문학적 주제를 갖고 한국신춘문예 만의 독특한 문학 대담을 또 게재하기로 하겠습니다.
* 식당(배달업)을 운영하는 윤노을 시인은 평소 가족들의 이야기, 접하는 자연과 풍경 이야기, 사람들의 삶 이야기 등을 시로 표현하길 즐겨한다.
이를 ‘생활시’ ‘밀착형 생활서정시’라고 부른다.
영종도의 노을 윤노을
파도치는 노을 바다
선녀바위
붉게 물든
바닷가에
연인들도 물드네
갈매기도 물들고
철없이 뛰노는
아이들도 물들고
내 하루도 물든다
내 여름도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