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여
사랑하는 님이 여!
몇 칠 지나면 초복입니다 나이드신 노인들은 삼복이 지나가야
작열하는 더위가 물러간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작년 여름은 비가 오지않아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삼복이 지나갔어도 덥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고 난 후 사람들은 더위가 물러가 살것 같다고...
지금부터 십 여 년 전에 신문을 보다가
소이작도와 대이작도 섬에 대해 아름답다고 평하는 기사를 읽고
그 곳에 가보려는 결심을하게 되었어요
그 때 노인들에 대한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던 때라 더욱이
섬으로 가야겠다고 빠른 결론을 내렸지요
신문 기사에는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안내 기사가
자세히 기재되어 있더군요
계절은 5월의 끝자락.... 옷 한 벌과 세면 도구를 가방에 넣고
인천항으로 출발 이작도가는 여객선탑승표는 매우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배를 타기전 무장한 헌병 두 사람에게 신분증 확인을 거치며
탑승했는데 여객선 안은 붉은카펫이 깔려있고 옆에는 벅에 큰
tv가 달려있고 고급스럽게 내실은 잘 꾸며져있었습니다
300 명이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절 배치 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큰 여갹선이었지만 탑승자는 겨우 열사람이 조금 넘는 숫자
아하...이래서 요금이 비씨구나. 생각했어요~
님 이여!
사랑하는 님 이여....
큰 여객선은 넓은 바다를 조금도 흔들림 없이 파도를 헤치며
잘 가고 있는 것이 덧없이 편안함을 느끼며
배의 차창으로 푸른 바다를 잘 감상하며 갔는데 배는 작약도
섬에서 정차하여 몇 사람을 더 태우고 다시 출발.40분 동안
도착하기전
한 곳을 더 멈추었다가 도착 이작도 선착장은 섬이 작아서인지
배에서 내리니 바로 음식점 겸 숙박실 단층 보통집 그 곳으로
들어갔더니 할머나 한분과 중년 여인이 웃으며 반겨주었어요
두 분은 인상이 순박해 보이며 매우 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실내는 모두 온돌 방인데 바닥에 앉아서 식사하도록 교자상이
열 서너개 놓여있고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다쪽으로
커다란 유리벽으로 꾸며져 있어서 신선한 유쾌감이 느껴졌어요
영업음식점인데 손님이 단 한사람도 없고 깊은 적막만이
감도는 무거움이....
오후 늦게 출발했으므로 저녁 시간이라서 식사를 하고 하루
묵어가겠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방을 보여줬는데
방이 너무 작고 작은 창 하나가 있었지만 너무 높아서 밖을
내다볼 수가 없고 꼭 죄인 감방같은 느낌만 들어요
얼마후 할머니가 식사가 준비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상에는 꽃게무침 해삼 회. 각종 어류를 넣고
부친 전, 산나물 등등... 아주 진수성찬이라서 깜짝 놀랬어요
3천원짜리 밥인데... 도시의 음식점에서도 이렇게 풍성하게
주진 않지요
바다를 내다보며 식사를 했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곳 음식점은 메뉴판이 없고 무조건 3천원인데
인심이 후하여 풍성하게 차려주었지요
식사를 끝마치고 물을 마시며 두 분에게 평소에도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평일은 한가하지만
주말에는 낚시하러 오는 손님이 있다고 해요 신문기사에
실리고 부터 방문객이 늘었다고,,,하긴 나도 신문을 보고
찾아온 것이라고 했어요
날이 어둑해지자 방은 답답하니 이곳에서 자고 싶다고하니
할머니는 상을 밀어내고 이불을 펴 주었습니다
바다 앞면이 모두 유리 벽이라서 불끄고 누우니 내 몸이
바다에 둥둥 떠있는기분이 들고 참 좋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가볍고 너무 상쾌해서 알았습니다
이작도 작은 섬은 공기가 너무 맑고 공해가 없다는 것을요
오래전 습관에 따라 아침식사는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하고
산책을 하기로 했어요
섬이 너무 작아서 도로길도 없고 차도 없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흐려있었고 방파제 옆에는 일렬로 아카시아
나무들이 있었는데 꽃들은 이미 시들어 있더군요
바다가운데 우뚝솟은 섬은 작은 산인데 언제 부터인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 산을 깍아 집터를 만들며 살았데요
이작도 섬은 밭을 일굴만한 터전도 없으므로 주로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고 그것을 말리고 지나가는 배가 섬에
멈추면 그것을 팔아서 생수품도 사고 곡식을사며 연명 한듯...
방파제 앞으로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에 의지하며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서 다가가서 인사부터 하고
이것 저것 궁금한 점을 여쭤보니 허약한 노인은 잘 설명해 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몇 사람들이 모여살았는데 세월이 흘러가자 인원수가
몇 십으로 늘었으며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으며 노인들만
모여서 산다는 것입니다
오후 식사를 한 후 다시 나와서 살펴보니 언덕위에는 성냥갑같은
작은 집들은 지붕마다 색깔있는 페인트칠이 되어 있더군요
벽에는 문 두개,하나는 방 또 하나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이었어요
집들은 똑같았어요 작은 교회도 하나 보였습니다
얼마후 할머니 대여섯 분이 작은 그릇을 들고 갯벌로 내려가 꼬챙이로
조개를 캐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할머니 얼굴들은 아주까맣고 몹시 야위어 보였습니다
한동안 지켜 보았지만 명랑하게 대화를 나눈다거나 웃는 얼굴을
목격하지 못했어요
이작도 섬에사는 사람들은 희락을 모르며 무덤덤하게
사는 노인으로 느껴졌습니다
무겁고 우울한 고독만이 깔려있는 이작도 섬, 노인들... 오후
짐을 챙겨서 선창장으로 나오며 한 번도 뒤 돌아보지 않았던
그 작은 섬에 두 번 다시는 오지않겠다는 맹서를 .... 나는 왜 해야만
했는가를.... 그 대답은 어둡고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곳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 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