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속가 (Sequence)
1. 1980년대까지 대한성공회 미사 중에 불려졌다가 지금은 사라진 전례음악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부속가 (Sequence)”라고 들어보신 적 있나요? 혹은 기억이 나시나요?
음악 전공자분들은 서양음악사 시간에 “세퀜시아”라고 분명히 배웠을 겁니다.
2. 감사성찬례에선 1독서 후 시편송 그리고 2독서 후에 복음서를 낭독하는데
복음서 낭독 전에 복음환호송인 “알렐루야”를 함께 부르는 전통이 있지요.
부속가는 복음환호송에 뒤이어 불려지던 특별한 찬송을 말합니다.
3. 참고로 사순절 기간에는 알렐루야 대신 "그리스도여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를 부르는데
이것을 사순절 영송 즉 트락투스(Tractus)라고 합니다.
4. 중세 사람들은 이 복음환호송 알렐루야의 끝음절인 야(ia)부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 끝부분을 전문용어로 유빌루스(Jubilus)라고 부르는데 기쁨과 환희라는 뜻이죠.
그래서 야(ia) 음절을 유독 화려하고 복잡하게 부르는 것(멜리스마)을 무척이나 즐겼는데,
모음 야(ia)로만 되어있는 복잡한 멜로디를 외우기 쉽게(...) 가사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5.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이 가사에 또 다른 가사들을 계속 덧붙여서
아예 별도의 노래로 독립하게 되는데 이게 부속가로 발전하게 됩니다.
9세기경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부속가는 16세기가 되자 수천 곡으로 늘어나게 되어
미사 전례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게 되고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릅니다.
6. 그래서 1570년 교황 비오5세(Pius V)는 딱 5개의 부속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폐지합니다.
부속가가 복음환호송 다음에 불려지는 전례적 찬송이긴 하지만
많은 작곡가들이 아름다운 곡조를 붙인 연주용 작품들로도 남아 있답니다.
최종적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5개의 부속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Victimae Paschali Laudes / 과월절 속죄양에게
부활대축일 감사성찬례 중에 부릅니다. 성공회 성가 223장.
작시자는 프랑스 부르군디 지역의 Wippo(995~1048) 신부.
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은사제들”에 나와 더 유명해진 노래죠.
(2) Veni Sancte Spiritus / 성령이여 오소서
성령강림대축일 감사성찬례 중에 부르는 부속가입니다. 성공회 성가 310장.
흔히 황금 부속가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죠..
작시자는 교황 인노센트 3세(1160~1216)로 추정.
성공회 성가 314장 "임하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314장은 원래 성령강림주일 후 8일간 성무일과 3시과(아침 9시)를 시작하며 부르는 찬송이자
성직 서품식과 교구장 승좌식 때 안수 전 성령임재성가로 불려집니다.)
(3) Lauda Sion / 시온산에서 찬양합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일 (성령강림대축일 다음 주 목요일)에 부르는 부속가입니다.
작시자는 신학대전으로 유명한 토마스 아퀴나스 (St Thomas Aquinas/1261년).
성공회 성가 1965년판에는 성체첨례 부속가(466장)라고 나와 있으나 현재 2015년 성가에는 없습니다.
(4) Dies Irae / 분노의 날
위령미사(Requiem Mass) 때 부르는 부속가입니다.
작시자는 이탈리아 클레아노 수도원의 토마소(Tommaso da Celano/1200년경) 수사.
혹시 모차르트 레퀴엠(KV626)을 즐겨듣는 분들은 특히 Dies Irae 합창을 많이 좋아하시더라구요.
포레(Faure)나 베르디(Verdi)의 레퀴엠 작품에도 멋있는 Dies Irae가 등장합니다.
성공회 성가 1965년판에는 별세미사 부속가(2장)라고 나와 있으나 이 곡도 2015년 성가에서는 사라졌습니다.
(5) Stabat Mater / 고통의 성모 (성모애상)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 미사 때 부르는 부속가입니다.
작시자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토디 신부 (Jacopone da Todi/1250년경)
특히 페르골레지(G.B.Pergolesi 1710~1736)의 작품은 영화 아마데우스로 너무나 유명해졌고,
슈베르트(Schubert)나 롯시니(Rossini), 드보르작(Dvořák)의 작품도 많이 연주되고 있답니다.
성공회 성가 1965년판에는 성모칠고 부속가(131장)로 나와 있고 2015년 성가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성공회에서는 사실상 지키지 않는 기념일입니다.
2025년 현재 대한성공회 성가에는 부활대축일과 성령강림주일의 부속가만 남아있으나
전례에 맞게 불려지지는 않는 듯 보입니다.
글/사진 : 김민 예레미야 (간석교회 성가대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