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롤과 씬이 이미 이 영화가 뭘 주제로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우선 주제로 접근한 방식에 유의하기로 했는데 역시 한국영화답게 거칠었다. 올드보이나 김기덕이 세계적 영화제에서 평가받았으므로 모든 한국 영화의 거칠음은 세계적 인정(?)을 받은 것이다. '유혈낭자'라는 징벌로 성적 욕망으로 압축된 사랑을 단죄하는데 '사랑하면 괜찮은가'라는 물음에도 사랑과 욕망을 계속 넘나들며 '간음하지말라' '죽이지 마라'라는 계명을 어기고야마는 인간의 벼랑끝 욕망을 치열하게 붙들고 늘어진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특히 2개의 유사한 부도덕이 어떻게 전개되고 이해되는 가가 잘 교차된 점은 내러티브의 정교함이 그런대로 유지됐다고 할 수 있다. 끝이 황당하다는 다수 관객의 반응때문에 뭐가 문젠가 하고 봤더니 첫째 동성애부분과 둘째 자동차 트렁크에서의 장난같은 죽음, 세째 살인 용의자와 주인공형사이기훈의 정사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극적 상황과 주제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못봐줄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장치때문에 주인공들의 욕망의 진정성이 살아나는 걸로 느껴졌다. 주인공 이기훈은 한 번도 도덕적으로 보이는 위인이 아니다. 욕망을 채우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 주저없는 이기적 인간으로 흔들림 없는 캐릭터고 이은주는 아무리 잘난체해도 '마음'이라는 본질에 매달리는 여린 여자이상 아니고 성현아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아는 생불여우 포커페이스로 아주 잘 구분돼서 인간의 추악한 이면에 대해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성격묘사나 전개가 꼭 황당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누굴 돌로 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눈을 멀게도 할 수도 없으므로 생매장의 거친 방법이 돌출된 것도 이해할 만 했다 특히 동성애 부분은 삼각관계의 긴장감이나 욕망의 다양한 형태를 다루려는 야심이 지나친 부분으로 보면 될것 같은데 오히려 밋밋한 불륜보다는 밀도가 높아서 주제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사실 이건 단순한 불륜영화가 아니니까 말이다. (여자끼리 키스하고 만지는 부분이 나와서 더 구역질을느끼는가 ...) .또 성현아와 한석규가 잤다고 느낀는 부분은 내 나름으로는 '상상'에 대한 처리로 봤는데 잘 모르겠다. 꼭 잘 필요는 없어보였고 만약 사실이라면 한석규나 성현아의 부도덕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일텐데 그 싯점에서는 눈요기용도 안되는데...(줄거릴 다시 봐야겠음) 보고 온 사람들 혹평만 듣고 갔는데 난 그래도 재밌게 봤고 연기자들이 제법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석규는 이제 막동이(초록물고기) 이 후 혼자 약은 체하는 뺀질이 도시남자 연기엔 도가 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