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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산은 붉은 사암으로 되어있어 한낮이 아니어도 달구어진 불판 같다.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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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산. 산 표면에는 풍화침식 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세로로 쭈글쭈글, 크고 작은 무늬가 있다.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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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불동 입구에 있는 손오공상. 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파초선으로 화염산의 불을 껐다.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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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툭 계곡과 베제클릭 천불동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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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82개의 석굴은 지금은 42개만 남아있고 그나마 6개만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사진은 6개 중의 하나.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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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교도들은 벽화를 긁고, 심지어 눈알을 파내어 벼렸다.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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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를 잔인하게 뜯어간 흔적. 칼과 톱을 이용하여 독일, 일본 등으로 싹쓸이 해 갔다.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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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3굴의 각국사절도 |
ⓒ2007 조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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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천불도의 단편 |
천불동계곡 저아래 굴안에 부처님이 계신다. 스님이 살고 계신곳 아름다운 부처님이 많이 계셨는데 총83개의 석굴이 있고 현제57개가 남아있다. 그중 벽화가 40여개고 투루판에 현존하는 석굴중 제일크고 벽화의 내용도 풍부하다. 외국인들이 마구잡이로 도굴해가서 휑하니 중간중간 비어있다. 그와중에 괜찮은 그림은 회족들이 황토칠을해서 알아보기도 힘들다. 막고굴과 같이 아름다운곳인데 아쉽다. 일행들과 함께 굳게 잠긴문
낙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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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툭 계곡과 베제클릭 천불동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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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이란 곳.
돈황에서 저녁 8시 2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밤새 달려서 새벽 5시 40분이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게 내 착시현상이란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었다.
맨날 우리나라 지도나, 외국엘 혹시 가게 되더라도 대개 도시지도를 들고다니다 보니 전체 중국이나 또는 하나의 성이 나온 지도에서의 거리가 완전히 헷갈렸던 거였다. 시각적으로...
투루판이란 곳은 별명이 아주 재미있다. 아시아의 배꼽...
왜냐하면 투루판이란 도시의 해발고도가 해수면보다도 낮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대구처럼 분지이기 때문에 엄청 더운 건 물론이고, 기차가 도시를 통과할 수 없어서 기차역이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떨렁 만들어져 있다.
돈황에서 기차를 타면서 눈에 들어온 건 기차승강문옆에 차렷자세로 정복을 한 채 일제히 도열해 있는 승무원들이었다. 나중에 보니까 그들은 운행중에는 각자 자기가 지키고 있던 문에서 올라오자 마자 딸려있는 승무원실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침대차를 한국서부터 예약해두었었기 때문에 맨 앞쪽으로 가야했는데... 기차가 어찌나 길던지...
침대칸은 한쪽에 만들어진 복도를 따라 죽 늘어서 있는 문 앞의 번호를 보고 찾아 열면 한 방에 양켠으로 이층침대가 들어서 있는 구조였다. 가운데 탁자에는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도 있었고...
여기서 가면서 침대차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지저분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어서 딴 건 몰라도 얼굴닿는 베개에 씌울 타올 한 장쯤은 있어야겠다 싶어서 준비해 갔었는데... 기우였다.
풀까지 먹였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얀 면 시트가 빳빳할 만큼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중국의 기차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고들 해서 좀 연착을 하려니 하면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8시 10분이 채 안되어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표보다 늦게 출발하나, 빨리 출발하나... 시간을 안 지키긴 마찬가지지...
기차를 타본 것도 나에겐 이럭저럭 십여년만에 처음이었고, 게다가 낯선 땅에서 자면서 가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같은 방에 누운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가 했는데 금새 깨었다. 생각보다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머리를 창가로 두지 않고 거꾸로 복도쪽으로 두고 누웠었는데... 그때 가슴이 확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시려왔다. 눈앞에 펼쳐진 그림때문에...
이야기하다 잠이 든 바람에 창에 커튼을 열어둔 채였는데... 칠흑같은 어둠만 가득한 창문에 별이 어쩌면 그리도 많이 박혀있는지... 게다가 별들이 하나하나 어쩌면 그리도 크고 선명할 수 있는지...
멀리 꼭대기에 있는 별들이 그대로 있는 반면에 아래쪽에 있는 별들은 기차가 움직이는 데 따라서 파노라마처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순간이었다.
잠을 자기엔 너무 아까와서 얼른 i-pod를 꺼내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한동안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기차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무슨 물결같은 것에 실려 출렁출렁거리며 떠내려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투루판에 도착하니 부슬비가 내렸다. 그곳은 1년 가야 한 번이나 두 번 비가 올까말까 한 곳이어서 새벽에 우릴 마중나온 현지 가이드는 복비를 만났다고 좋아했다. 역에서 도시로 들어가려면 황량한 벌판에 직선으로 곧게 놓인 도로를 따라 한 50분 가야하는데... 그렇게나 먼가? 하고 의아해 하는 우리에게 가이드는 더 놀라운 이야길 해주었다. 원래는 35분쯤 걸리는데 작년에 내린 비로 도로가 유실되어서 중간에는 벌판으로 나갔다가 다시 도로로 진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가면서 보니 실제 그랬다. 그런데 작년에 내렸다는 그 비가 얼만큼 온 건지 짐작하는가? 달랑 40밀리.
우리의 상식과 환경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투루판에서 보았던 곳 중 오늘 올린 사진은 베제클릭 천불동이라는 곳이다.
돈황석굴이나 마찬가지로 커다란 하천을 끼고 산기슭에 인공적으로 승려들이 석굴을 파고, 불상을 스스로 만들고, 석굴 벽면을 벽화로 장식한 것이 100여개에 이르는 곳이다.
천불동이라는 이름은 석굴이 천개나 된다는 것이 아니라 불상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라고 한다. 베제클릭이란 위구르어로 '아름답게 장식된 집'이란 뜻이고...
하천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이지만, 팍팍한 그 땅에 믿음 하나로 어마어마한 수도장을 지어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속엔 경외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석굴 안은 인간의 감춰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불상도 벽화도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명나라 이후 이슬람교도들이 우상숭배를 배척한다는 명분으로 파괴한데다 19세기 이후 중국을 탐험하러 왔던 스타인을 비롯한 서구의 학자들, 모험가들, 나중엔 일본인까지 가세해서 아예 벽면을 뜯어가고, 불상을 실어가고... 가져갈 수 없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은 부숴버리고, 벽면에는 황토칠을 하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정화된 심성과 또한 인간이어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이고 극악한 심성이 동시에 흔적을 남긴 채 쓸쓸히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곳... 그곳이 베제클릭이었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돌아본 후 한 구석에 앉아 이미 말라버린 하천 계곡을 따라 눈길을 주고 있으려니 저 멀리에 천산산맥의 봉우리들이 만년설을 인 채 마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글거리는 사람들이 오건, 가건, 천상을 바라보며 늙어가건, 행패를 부리건... 모두 다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날은 오후 4시에 측정한 기온이 47도였다. 새벽에 비가 내려서 조금은 기온이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무참하게 빗나갔다.
엄청난 기온때문에 거기 사람들은 2시부터 4시까지는 일을 하지 않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다고 한다.
실제로 그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시간 아까운 우리만,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미친 사람들처럼 얼굴이 시뻘개서 다니고 있었지.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런 곳에서도 사람이 도시를 이루고, 생활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서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고창 고성 앞 마을에서 방울을 흔들며 물건을 사달라고 모여들어 조르던 꼬마들...
커다란 눈에 예쁜 얼굴들을 하고서 손마다 방울들을 가득 들고 따라다니던 아이들에게선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순수하고 선한 아이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욕심만큼 보고, 구경하고, 배우되...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그들의 일상을 비집고 들어가려 하지 말고, 고쳐주려 하지도 말고... 그저 서로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아이들이 그들의 땅에서 그들답게 살다 또 그 아이들에게 그들다운 삶의 터전을 이어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