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사람의 외모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 것인가?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레오네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회화론’에서 그림 그리기의 시작을 나르시스가 연못에 자기 얼굴을 도취되어 비쳐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폴리니우스 1세는 “눈앞이나 기억 속에 항상 존재하기를 원한다.” 라는 이유가 붓을 들게 했다고 하여 회화의 기원을 인물화와 연관이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만큼 예나 지금이나 얼굴이 한 사람을 가늠하는데, 또 美를 가늠하는데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그러면 美는 불변의 것인가? 우리는 멀리는 2000년 전 인물화를 시작으로 최근까지의 인물화 중심의 회화를 살펴보면 미의 기준이 조금씩 변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서양의 예 뿐 아니라 우리의 옛 그림을 봐도 그때의 미인도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인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가 있다.
우리사회도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면서 외모 지상주의로 치닫고 있어 젊은 여자들 뿐 아니라 남성이나 나이 든 사람들도 심심잖게 얼굴에 손을 대는 것을 흔히 주변에서 볼 수가 있다.
최근 본의 아니게 나도 성형외과 투어를 한 적이 있다. 9월 초 미국에 사는 언니네 딸이 성형을 목적으로 우리 집에 왔기 때문이다. 질녀는 한국 나이로 23세, 미국의 유수한 대학를 졸업하고 지금 몇 군데 의대에 지원서를 내 놓고 있는 상태이다.
그녀는 167cm에 47kg의 너무나 날씬한 몸매이고 까무잡잡하며 얼굴도 갸름하며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질녀의 불만은 자신의 턱이 너무 뽀쪽하고(턱을 깍아내는 한국의 여자들과는 정반대로) 또 턱밑에 야위었으면 당연히 없어야 할 지방이 턱밑으로 조금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귀여워 보인다고 아무리 수술을 말려도 벌써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도 마친 그녀에겐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은 백점 만점 기준으로 75점에서 80점이기에 적어도 90점 수준 이상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몇 군데 가본 병원 중에서 한곳을 선택하여 턱을 약간 앞으로 내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몽골리언 폴더라고 양미간 사이도 째서 약간 좁히고 짝으로 보이는 쌍꺼풀도 똑 같게 매몰 부위를 집는 수술을 아울러 하게 되었다.
덕분에 사람의 얼굴은 이마, 중심부, 하관이 각각 1:1:1의 비율일 때가 가장 균형 있다고 보았으나 요즈음은 1:1:0.9의 비율을 아름다운 비율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두 양미간 사이가 3.5mm 이하라야 적당하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쌍꺼풀 수술 때 보통 앞 트임이라 해서 눈의 앞 쪽을 조금 터는 수술을 아울러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성형외과들은 내장이 고급스럽게 꾸며져 분위기 좋은 카폐 같은 내부와 정장을 차려 입고 상냥한 접수원들이 먼저 일차 상담을 맡고 있었고 한 병원에서는 그 병원에서 깍아 낸 턱뼈를 커다란 유리그릇에 담아 두고 그들이 얼마나 수술을 많이 하고 있는 지를 보여 주며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조성하려고 애써고 있었다. 성형외과는 보험이 되질 않아 요즈음 같은 불경기엔 어렵다고 했는데 내가 가본 병원들은 그래도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둘 씩 짝을 지어 상담 받으러 많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심사일진데 성형외과에 오가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완벽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의사는 상담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고쳐야 될 부분을 얘기할 것이고 그 사람은 늘 그 얘기에 사로잡혀 수술을 받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낄 것이다. 또한 문제는 코만 고치면 예쁠 것 같았던 얼굴이 고치고 나면 무언가 자연스러움을 잃어 그 코와 어울리게 얼굴의 다른 부분을 다시 손을 대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질녀는 수술을 받았고 나는 그 아이 병원 따라 다니랴, 얼음찜질 해 주랴, 유동식 음식 장만하랴 피곤에 절게 되었지만 마음이 불안하고 가뿐하지는 않다. 제대로 턱의 모양이 나오기 까지는 6개월 이상이 지나야 하니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받은 성형수술을 미국에 돌아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의 부담이 크다.
그녀의 성형 수술에 대한 강한 욕구가 미국 내의 소수 민족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출발하지 않았기를(이런 경우엔 또 다른 불만을 찾게 되기에) 바라며 얼굴이 인간에게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누구나 다 모나리자나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같을 수는 없다. 아름다움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거창한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그저 주어진 외모에 칼을 대지 않고 피부관리나 운동 등 소극적 방법으로 먼저 美를 추구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것이 美를 향한 구시대의 발상만이 아닌 것 같아 짧은 글을 올려 본다.
대동여지도님도 혹 신문 칼럼을 쓰시는 지여. 잘 읽혀지며 화자의 조심스런 마음이 참 곱게 느껴집니다. 사회가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다져? 그제였나여? 지방흡입술 받던 아줌마가 또사망했다고 들었는데... 예쁜 사람, 잘 생긴 남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져. 하지만 수술까지하는 건 열등감이지 않을까여?
진정으로 올바른 가치관 , 자아존중개념이 확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저도 유행하는 옷을 사 입고, 학벌, 돈...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주어진 그대로 모습으로 제 역활을 하며 상생해가는 들꽃과 잡초와 강과 산처럼..
첫댓글 나같은 사람도 그냥 살고 있는디..하여간에 이쁜것들이 더 야단이라니까...대동여지도님, 그렇지요?
대동여지도님도 혹 신문 칼럼을 쓰시는 지여. 잘 읽혀지며 화자의 조심스런 마음이 참 곱게 느껴집니다. 사회가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다져? 그제였나여? 지방흡입술 받던 아줌마가 또사망했다고 들었는데... 예쁜 사람, 잘 생긴 남자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져. 하지만 수술까지하는 건 열등감이지 않을까여?
진정으로 올바른 가치관 , 자아존중개념이 확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저도 유행하는 옷을 사 입고, 학벌, 돈...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주어진 그대로 모습으로 제 역활을 하며 상생해가는 들꽃과 잡초와 강과 산처럼..
모두 다 만들어 놓은 마네킹이 돼버리면 어쩌자는 얘긴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에게 있지만 마이클 잭슨 얼굴 보면 무섭기만 하던데..^^ 미의 평준화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동여지도님 수고가 많습니다. 우리 조카도 그랬답니다. 미국에 사는데 왜 한국에 와서 고치고 가는지 그것도 미라고 하니 어쩔수 없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