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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공 다이어트 / 비만과의 전쟁 원문보기 글쓴이: ┗▶셀러오
(박용우 교수/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프렌치 패러독스이 진실:
프랑스 여자들은 살찌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서 인기를 끈 책, 프랑스 여성 미레이 쥐리아노가 쓴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많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 못지않게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데에도 심장병 발생은 미국의 1/3 수준이고 비만인구도 미국이나 영국보다 훨씬 적습니다.
학자들은 심장병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를 적포도주에서 찾았습니다. 적포도주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의 항산화 작용 때문에 심장병 발생이 낮다는 겁니다.
또다른 학자들은 프랑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식단에 올리브유와 생선, 견과류 같은 ‘좋은’ 지방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장병 발생이 낮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크루아상, 푸아그라, 포도주 등 온갖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이 나라 사람들은 왜 미국인들보다 날씬한 것일까요?
그 해답은 너무 간단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 보다 음식을 ‘적게’ 먹고, ‘진짜’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음식을 ‘더 천천히’ 먹고, 더 많이 걷기 때문입니다.
적게 먹는다.
2005년 프랑스의 한 연구소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이 공동으로 파리와 필라델피아의 식당과 슈퍼마켓의 식품을 비교한 결과 프랑스에서는 미국에 비해 1인분의 음식량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당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1인분 음식이 평균 277g인데 비해 미국에서는 25%가 많은 346g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중국 음식점에서 똑같은 요리를 주문할 경우 미국에서는 프랑스에서보다 72%나 더 많은 양이 나왔습니다. 맥도널드나 피자 가게는 물론 아이스크림, 초콜릿, 핫도그와 음료 캔도 미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콜릿 바는 미국에서 41%가 더 컸으며 음료수는 50%, 핫도그는 63%, 요쿠르트는 82%가 더 컸습니다.
필자가 처음 미국 학회에 갔을 때 함께 간 동료 교수들과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햄버거와 생각없이 콜라 ‘빅사이즈’를 신청했다가 콜라의 정말로 거대한 빅사이즈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식의 일회분량이 커지는 것은 식품회사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한 개에 2달러 하는 햄버거의 크기를 두 배로 늘려놓고 가격을 3달러만 받으면 소비자들은 2달러 햄버거보다 3달러 햄버거 한 개 사먹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가면 250cc 병에 들어있는 콜라를 짝궁과 나눠먹었습니다(사진). 어느 때부턴가 355cc 콜라캔이 병콜라를 밀어내더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600cc 페트병에 들어있는 콜라를 들고 다니면서 혼자 마십니다.
미국에서 1977년과 1996년 20년 사이에 일회분량이 늘어난 것을 칼로리로 계산했더니 스낵은 93 칼로리, 청량음료는 49 칼로리, 햄버거는 97 칼로리, 감자튀김(프렌치 프라이)은 68 칼로리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4년 개봉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수퍼사이즈 미(supersize me)’에서는 우리 삶에 파고든 패스트푸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70년대부터 옥수수 생산을 장려하였고 그 결과 옥수수가 과잉생산되어 남는 옥수수를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 HFCS) 형태로 만들어 섭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설탕보다 저렴한 이 액상과당이 청량음료 등에 들어가면서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500 칼로리를 더 섭취하고 있습니다. 생각없이 마셨던 각종 음료의 라벨을 다시한번 살펴보십시오. 액상과당이 정백당(설탕)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폴로진 심리학 교수는 “프랑스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더라도 칼로리 섭취량은 더 적기 때문에 이것이 몇 년 동안 쌓이면 몸무게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면서 미국인들은 음식의 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이 접시에 남아 있으면 더 먹게 된다” 면서 “이제까지는 비만 문제 해결을 개인의 의지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환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음식의 사이즈가 자꾸 커지는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적게 먹는 식습관이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기고 식당에서도 1인분이 엄청난 양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패스트 푸드나 청량음료 섭취가 증가하면서 비만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먹는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 프랑스인들의 식습관도 비만인구가 적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필자가 프랑스 학회에 갔을 때 20여 명의 한국인 의사들과 프랑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약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코스요리가 나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후다닥 해치워버리니 다음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점심은 파리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했는데 20여 명의 의사들이 식사를 끝마치는데 음식이 나온 시점에서 채 20분이 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여유있게 먹습니다. 식사는 단순히 에너지를 제공하는 연료를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수단임을 일깨워 줍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맥도널드에서 패스트푸드를 먹는 시간도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더 길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포만감을 미처 느끼기 전에 과식하기 쉬워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됩니다. 천천히 여유있게 먹으면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먹더라도 칼로리 밀도가 높고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많으며 당부하(GL)가 높은 햄버거를 계속 먹게 되면 건강과 체중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진짜” 음식을 먹는다
현재 미국 사람들은 정제한 곡류, 설탕, 정제 식물성기름, 마가린, 술 등 가공식품에서 총섭취에너지의 72%를 얻고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들을 살펴보아도 할아버지 세대에서 드시던 “진짜” 음식 보다는 가공식품들이 식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32만 가지의 가공식품이 있고 이중 12만 가지가 1990년 이후 등장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달고 기름진 음식은 입에 착 달라붙어 우리의 본능적 욕구를 자극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가공식품들이 입맛을 바꿔놓았습니다. 투박한 현미밥 보다는 흰쌀밥을 더 찾게 되고, 감자보다는 감자튀김에 손이 먼저 갑니다. 커피도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있지 않으면 마시지 못합니다.
현재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에 비해 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훨씬 적습니다.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 우리와 달리 설탕에 듬뿍 절인 과일을 케익으로 만들어 디저트로 먹는 그들이지만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미국사람들에 비해서는 “진짜” 음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편입니다.
아직까지 생과일을 즐겨 먹고 채소 섭취가 많은 우리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보다 “진짜”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있지만 미국식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하루가 다르게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어 염려가 됩니다.
많이 걷는다
프랑스에 가보면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넓기만 하고 볼거리가 없는 미국보다 아기자기 하면서 보행자들의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프랑스가 유리한 측면이 많겠지요. 미국에서는 쇼핑하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심지어 근처 친구 집에 방문하기 위해서도 차를 끌고 다녀야 합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람들은 걷기보다 습관적으로 차를 가지고 다닙니다. 우리나라 환경은 미국보다 프랑스 쪽에 더 가깝습니다. 차를 끌고 다녀야 할 정도로 드넓은 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편안한 쪽’을 택하려는 본능에 이끌리다 보니 가까운 거리도 걷기보다는 차를 이용하려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심장병 발생이나 비만인구가 적은 프렌치 패러독스는 단순히 이들이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적게 먹고, 천천히 먹으며, “진짜” 음식을 많이 먹고, 많이 걷는 이들의 생활습관에 그 해답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프랑스 사람들 쪽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미국 사람들 쪽에 가까운가요? 우리에겐 아직도 프랑스 사람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적게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천천히 음식의 맛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즐겨 드셨던 투박한 음식을 지켜나가며, 걷기에 유리한 우리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의식적으로 많이 걸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한국 여자들은 살찌지 않는다.’는 책이 전세계에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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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박 용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