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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2. 14 (월)
- 동백나무와 동백꽃 - 식물이야기 (22)
이제 본격 겨울입니다. 올해 내내 카페에 올린 글들은 식물이야기가 주축을
이루었는데 꽃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내년 봄 눈 속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복수초” 그리고 곧이어 피는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등등이
나올 때 까지 올해에는 이번 “동백”이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물론 한겨울에도 새로운 삶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풀이나 나무에 대하여
할 얘기가 많아서 식물이야기는 계속할 텐데 언제나 차례가 오려는지.....
* 참고로 “김유정(金裕貞)”님의 소설 “동백꽃”은 강원도 쪽에서 “산수유”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부르는 말이어서 오늘 얘기하려는 “동백꽃”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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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는 남쪽 섬 지방에서는 12월부터 꽃이 피어서 1월이면 한창이고 자생지 중에
가장 북쪽인 서해의 “대청도”나 육지 쪽 고창 “선운사” 등에서는 4월에 만개하는데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동백꽃을 “겨울 꽃“이냐 ”봄꽃“이냐 따지는 분들이 계신데
한자이름이 ”동백(冬柏)“이니 우리 옛사람들은 겨울 꽃으로 생각해 왔고
또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니 겨울 꽃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동백(冬柏)“, ”춘백(春柏)“과 같이 구분해서 부르기도 하지요.
“동백(冬柏)“은 다른 말로는 “산다(山茶)”, “산다수(山茶樹)”, ”산다목(山茶木)“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동백이 “차나무 과”로서 잎이나 꽃이 차나무의 그것들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인데 중국에서는 “해홍화(海紅花)”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춘(椿)”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꽃은 “산다화(山茶花)”, 열매는 “산다과(山茶果)”라고 부르지요.
동백은 찬바람이 불 때에야 비로소 꽃망울을 터뜨리고 다른 꽃들이나 잎들이
시들어 말라죽고 난 다음에야 동백의 짙은 푸른 잎이 더욱 반짝이는데 그래서
짙은 색의 붉은 꽃과 더불어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지요.
그런데 동백꽃은 원래 붉은 꽃 이외에도 흰 동백, 분홍 동백만 있었는데
요즘 원예종으로 많은 종류를 만들어 내어서 “노란 동백”도 생겼습니다.
* 이렇게 붉은 꽃, 흰 꽃, 분홍 꽃만을 피우는 종류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은 동백, 무궁화, 접시꽃, 코스모스 등이 있지요 (원예종 말고요).
동백은 늘 푸른 나무로 키가 5~7미터, 아주 크게 자라면 10미터 이상까지 자라고
꽃은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12월~4월에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에서 황갈색으로 미끈한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섬 지방이나
비교적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모습을 봅니다.
동백의 열매는 지름 3~4cm로 둥글게 생겼는데 익으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속에는 잣같이 생긴 짙은 갈색의 씨앗이 3~9개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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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서해안에서는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까지 자라고 동해안에서는
"울릉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까지가 자생지로서는 지구에서 가장
북쪽한계라고 합니다.
육지에서는 바닷가로는 충남 서산, 내륙으로는 전북 고창군 선운사, 전남구례군
화엄사 까지가 북방한계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화분에 심어서 북쪽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귀하게
여겼는데 자생지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많습니다.
즉, 대청도 동백이 천연기념물 제66호, 서천 마량리 동백정의 동백이 제169호,
고창 선운사 동백이 제184호, 거제시 학동 동백 숲이 제233호, 강진 다산초당 뒤의
백련사 동백 숲이 제 151호 등이 있고 또 동백이 유명한 곳으로는 여수시 오동도,
돌산도, 완도군 보길도, 울산시 동백섬 등 등 매우 많지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국보 제180호인데 이 그림에는 소나무 그림과 함께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 나오는 유명한 글이 씌어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데요. 즉, “세한연후 지송백부조(歲寒然後 知松柏不凋)” 라고 해서
“추운 겨울을 겪은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하는데
그래서 옛사람들이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말하고
그러나 또 “세한지우(歲寒之友)”라고 해서는 “동백”을 말하곤 했습니다.
* 조선 초기 문신이며 문장가인 “성현(成俔 : 1439~1504)”는 자신의 저서인
“용제총화(慵齊叢話)”에서 각 지방별로 잘 자라고 맛이 좋으며 알이 큰 과일을
소개하는데 “강원 정선의 배나무, 충북 단양 영춘의 대추나무, 경남 밀양의
밤나무, 경남 함양의 감나무와 함께 전남 구례의 동백나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지금의 대표적 산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 “성현“은 대사헌, 예조 및 공조판서 등을 역임하는데 호가 ”용제(慵齊)“ 또는
“허백당(虛白堂)‘으로서 위의 ”용제총화“와 함께 “허백당집”이 전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빨간 꽃이 시들지도 않은 채 그대로 뚝 뚝 떨어져서 어떻게 보면 좀 처연한
느낌인데 어떤 분들은 이 모습을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이라고도 말하기도 하지만
제주도나 일본에서는 이를 불길하다고 생각한다는데 즉, 제주도에서는 이를 목이
잘려 사형을 당하는 인상이라고 느끼며 또 이 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도둑이 든다고
하여 꺼렸다고 합니다.
* 이렇게 꽃이 통째로 뚝 뚝 떨어지는 꽃으로는 무궁화, 나팔꽃, 개나리, 백합,
물봉선, 호박꽃, 만수국(메리골드) 등등이 있는데 역시 동백꽃이 가장 멋있게
뚝뚝 떨어지지요.
일본에서도 싱싱하던 꽃이 시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여겨서 갑자기 생기는 불행한 일을 “춘사(椿事)”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 동백나무는 동양의 꽃이지만 서양에도 소개되어 정열의 붉은색으로 노래와 시의
소재가 되며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을 소재로 하여 이태리의 “쥬세페 베르디”가
만든 오페라에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있는데요.
베르디 작품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3막으로 된 이 오페라는 “권주가(勸酒歌)”로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합창곡인 “축배의 노래”가 들어 있는데 원래 이태리말로 “La Traviata"는
”방황하는 여인“ 또는 ”길을 잘못 든 여인“이라는 뜻이고 뒤마의 원작소설
제목이 ”동백꽃 아가씨“라는 뜻이었는데 일본사람들이 이 제목을 자기나라말로
동백이라는 “춘(椿)”을 붙여서“춘희(椿姬)”라고 처음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좀 문제가 있습니다.
순수 우리말로 “동백꽃 아가씨”나 오페라 제목대로 “길 위의 여자” 뭐 그렇게
하면 안 되나??? 그런데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을 드리면
“동백꽃 아가씨”라고 하는 이유는 주인공여자인 “비올레타”가 사교계의 여왕이
되었는데 한 달 중에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 동안은 ”붉은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오는데 사실은 고급 창녀이었고 서로 사랑하는 대상은 젊은
귀족이었는데 동백꽃의 색깔은 한 달 중에 여인들이 한번 씩 겪는 그 날을
“붉은 동백”으로 표시한 거지요.
어쨌든 ”춘(椿)“이라는 말은 원래는 ”참죽나무“의 뜻이고 우리나라말에서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호칭“에 ”춘부장“이 있는데 이의 한자는 “春府丈”
또는 “椿府丈”으로 쓰기도 하니 정말 빨리 오페라 제목을 고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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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백나무를 얘기하면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조매화(鳥媒花)”라는
것입니다. “조매화”라는 것은 “수분(受粉) = 꽃가루받이”를 하는데 바람이나
벌, 나비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새의 힘을 빌리는 꽃을 말합니다.
크고 화려한 꽃이 많은 열대지방에서는 조매화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의
“조매화”로는 동백꽃이 유일한데 이새의 이름은 “동박새”입니다.
동백꽃에는 꿀이 많은데 곤충이 활동하지 않는 계절에 꽃을 피우므로 녹색, 황색,
백색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은 “동박새”가 그 일을 하는데 동박새는 작은
곤충도 잡아먹기는 하지만 동백꽃의 꿀과 또 그 열매가 맺으면 열매도 먹는 새로서
동백꽃과 동박새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즉, “공생관계”라고 봐야겠습니다.
* 동박새 : 몸길이 11cm 정도의 작은 새로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사는
텃새인데 등은 녹색, 배는 흰색, 다른 부분은 황색, 황갈색이 섞여
있는데 특히 눈가장자리가 은색의 흰 고리가 있어 참 예쁩니다.
“찌이 찌이 ~”하고 울며 동백 말고도 매화꽃에도 오고 식물의 작은
열매나 곤충, 거미, 진드기 등도 먹습니다. 영어로는 "Silver-eye" 또는
“White-eye", 일본에서는 “백안작(白眼雀)”이라고 부릅니다.
* 공생(共生) 과 기생(寄生) : 초등학교 때 배운 건데 아시지요?
“공생”은 종류가 다르나 서로 이익을 주는 사이이고(꽃과 곤충, 악어와
악어새 등) “기생”은 기생충 같이 다른 종류에게 피해를 주면서 붙어사는
것을 말하지요.
* 꽃의 매개체 들 : 우리가 흔히 보는 대부분의 꽃들은 거의 “충매화(蟲媒花)”이고
소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벼, 보리, 밀, 옥수수 등은 “풍매화(風媒花)”,
물에서 사는 검정말, 나사말, 연꽃, 물수세미, 붕어마름 등은 “수매화
(水媒花)” 그리고 “조매화(鳥媒花)”는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동백나무
그리고 열대지방에서의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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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는 용도가 매우 많습니다.
- 잎과 꽃(山茶花)는 약으로 쓰는데 지혈작용이 좋아서 멍든 피를 풀거나 하혈,
월경과다, 산후출혈 그리고 화상이나 타박상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비누가 없던 시절에는 잎을 태운 재를 물에 개어서 비누대신으로 썼다고도
하는군요.
- 목재는 매우 단단해서 땔감으로 아주 좋은데 그래서 숯을 만들기도 하며
또 얼레빗, 다식판, 장기 쪽, 가구 등에 쓰이고
- 나무가 타고 남은 재는 자색(紫色)을 내는 유약으로도 쓰입니다.
-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열매에서 짜는 기름이 가장 유명한데 열매를 모아서
잘 씻어 말려서 절구에 찧어 속살만 모아 곱게 빻아서 삼베주머니에 넣어 단단히
묶으면 기름떡이 되고 이것을 기름 판에서 짜내면 맑은 노란색의 기름이
나옵니다. 이 기름은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는답니다.
이렇게 나온 동백기름은 비중 0.916, 주성분은 “올레인산(Oleic Acid)"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인데 화학식은 "C17H33COOH" 라고 재미있습니다.
# 이 기름은 그냥 식용으로도 쓰이고 튀김요리용 기름으로도 쓰이는데 맛이
좋으며 또 등잔불용으로도 쓰이고 잘 마르지 않으니 기계의 윤활 및
방청유로도 쓰이는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유명한 용도는 여인네들의 머릿기름
으로 쓰거나 목욕 후에 동백기름을 발라 피부가 매끄럽도록 한 일입니다.
-- 또한 떨어진 꽃은 주워서 술을 담가 마시거나 찻잔에 띄우기도 하는데
꽃잎을 찹쌀반죽에 적셔 전을 부치면 멋진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그 모양새가 단정하고 고울 뿐만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더욱이 때도 끼지 않아 여인들의 머리단장에는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습니다.
#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동백기름의 항산화 성분과 보습효과가 매우 좋은 점을
이용하여 화장품원료로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통영시는 “시화(市花)”인 동백꽃에서 기름을 채취하여 동백화장품을 개발하여
소망화장품에 공급하는가 하면 제주도도 동백기름을 아모레화장품에 공급하는
등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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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와 꽃은 옛날부터 시나 노래의 대상으로 아주 인기가 있어서 수많은
시인들이 시를 남기거나 또 노래로도 불렸는데 다음은 그 중 아주 유명한 것
몇 개만 올립니다.
1. 모란동백 - 이제하 시/ 조영남(이제하) 노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의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2. 선운사 - 송창식 작시.작곡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 이예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 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 이예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 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 이예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 이예요
3. 선운사 동구 - 미당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시들어 쭈그러진 작년 동백과 막걸리 집 여자의 교묘한 상상으로
언제 읽어도 한참 생각하게 합니다.
4. 동백아가씨 - 한산도 작사 / 백영호 작곡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 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 아가씨 가신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 꽃 찾아오려나.
-- 원래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 “동백아가씨(1964년)”의 주제곡이었는데
공전의 히트를 하고 이미자씨를 “엘레지의 여왕“으로 등극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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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사진 모음 (곽원섭 님 사진이 주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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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박새 : 동백나무에 앉은 동박새 사진이 없어서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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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도 즐겁게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