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님들 더운데 건강하신지요.
외국에 살고있어서 정모도 못가고, 자주 카페에 들어오지도 못해서 늘 죄송합니다.
꽤 나이든 차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많은 자료도 찾아보고, 보존하는 방법이나 유지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도 해보곤 하는데요...
오늘 카페에 들어와보니 한 회원님께서 보유중이신 알파로메오 스파이더의 엔진과 미션등을 정비가
편리하고 기능적인 부분이 원활히 작동하는 국산제품으로 변경하고자 하신다는 고민과 그 글에 대한
답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원님이 "순정유지"를 강조하고 계셨고, 원칙적으로 저도 순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지 않나 해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1. 원칙 : 오래된 차의 뽀대는 역시 순정유지!!
지금까지 외국의 클래식카들의 판매동향이나 가격동향을 보면 해당 차종이 가진 희소성과 선호도를
기초로 해서 순정상태, 현재의 컨디션, 주행거리, 그리고 그 개체가 가진 역사(소유자, 레이스참여 등)
등이 가격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차량은 순정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대표적인 예로 캐이터햄의 슈퍼7이라든지... 이런 차량을 제외한
일반적인 차량은 오래될 수록 순정상태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가 가격형성의 큰 조건중 하나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순정유지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순정상태가 잘 유지된 재규어 E-TYPE... 멋집니다...정말..ㅎㅎ>
2. 절망 : 순정유지는 너무 어려워
올드카를 보유하시는 분은 누구나 경험하시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순정유지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부품수급, 정비 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일류, 볼트, 나사 까지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특히, 오래된 차들은 해당 차종이 설계될 당시의 발전되지 못한 재료와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부품이나
소모품이 꽤 있기 때문에 순정의 부품을 구하더라도 내구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교체후 짧은시간안에
다시 보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재규어 xjs 5.3리터엔진 차량의 경우. 엔진오일팬의 가스켓은 종이와 콜크 형태로 되어있어,
최근의 고무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교체후에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다시 미세누유가
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콜크로 만들어진 가스켓 예>
3. 유혹 : 쉽게 입수가능한 부품으로의 교체
이런 경우, 일반적으론 일부부품을 대체품이나 호환품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하기 어렵고
비싼 순정부품으로 계속 메인테넌스 할 수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하시지 않나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문제없고, 잘 굴러가니... 때론 성능이 더 좋아지기도 하니...라는 명분으로
그렇게들 하시죠.(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일부파츠를 대체품 또는 호환품으로 변경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ㅎㅎ)
그리고, 오늘 본 회원님의 글에서처럼, 일부 부품정도가 아니라 엔진 미션 등을 통째로 국산이나 타제품으로
변경하고 싶다는 의견도 나오기도 합니다.
<아우디 RS5용 컨버젼 킷....글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4. 힌트 : 매칭넘버와 클래식카의 가치
이렇게 엔진, 미션 등을 통째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론 순정상태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니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매칭넘버라는 것의 정의를 인식한 후, 엔진이나 미션
교체를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실행하는 경우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보는데요.
매칭넘버라는 것은 제조사가 제조시 조합한 차체, 엔진, 미션 등의 고유번호가 모두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증명서 같은 것인데요. 클래식카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는 50-60년 혹은 더 오래된 차량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 매칭넘버 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하네요. 매칭넘버가 확인된 차량은 오리지널 상태로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니 그만큼 더 큰 가치를 부여받고, 거래시에도 꽤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매칭넘버 차량이라는 것이 강조된 클래식카 매물 -영국차들의 고져스한 라인은...참... 숨이 멎게합니다.>
First registered 10/09/1935
Chassis # 6027681
Engine # 56434
5. 재조명 :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엔진, 미션의 교체와 덤으로 얻는 편리성
이렇게 지금 10년,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차량이지만, 50년 60년이 지난 후, 매칭넘버증명이 되는 차량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치는 꽤 높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차종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높다는 가정하에서 말이죠.
그런데, 엔진, 미션 등은 대개 내구연한을 가지고 있으니... 제조시의 조합 그대로 50-60년을 유지하려면 방법은
오로지 하나...안타서 거리를 안늘리는 것 뿐이죠...ㅎㅎ
실제로 일본엔 컬렉터들이 차고에 차를 넣어놓고 커피한잔 하면서 차 한번 보고....오차한잔 하면서 컬렉션한 차량의
기사가 있는 잡지 한번보고.... 를 반복하며, 차의 주행거리는 극히 짧게 유지되는 차량들이 많이 있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일부 여유로운 컬렉터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구요... 지금 이 순간!! 어느정도 즐기기도 하면서,
앞으로 먼 미래를 보고, 좋은 컨디션인 상태 그대로 엔진이나 미션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엔진과 미션을 별도로 준비해서 장착하는 것입니다.
원래의 엔진, 미션등은 탈거하여 잘 보관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다른 엔진과 미션을 올려서 사용합니다.
나중에...아주 나중에 전시하거나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정도의 시기가 오면 원래의 오리지널 엔진 미션을 올리는
것이죠. 이러면 주행거리 자체는 늘어나 있지만, 엔진과 미션은 짧은 주행거리의 좋은 컨디션으로 오리지널 상태가
유지되겠죠?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다가 부품의 내구연한을 넘어버리거나 사고등으로 원래의 미션이 망가지거나
엔진블럭에 금이가서 교체해야하는... 그래서 클래식카의 세계에서는 어느정도 중요한 매칭넘버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목적을 분명히 하고 엔진, 미션등의 구동계나 부품일부를 교체한다면 단지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라든지 유지비를 싸게하기 위해서 라든지의 목적만을 위해서 교체하는 것과는 다르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 엔진이나 미션을 해당 차종용의 엔진이나 미션이 아닌, 타 차종의 엔진이나 미션을 선택해서 올리거나
특히 우리나라 차량의 엔진, 미션 등을 조합해서 넣는다면 유지비나 관리의 편리성, 쾌적성 등은 덤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외국에도 이런 사례는 꽤 있으니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GM V8엔진이 올라간 재규어 XJ6 시리즈1 - 2014년6월시점 일본의 한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매물입니다.... 엔진과
미션 보존을 위해 GM V8엔진을 올린 건 아닙니다.. 참고 이미지로 생각해 주세요.>
6. 주의 : 그래도 다시 원칙은 원칙이고...
이렇게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원래의 부품은 잘 보존 또는 보관하고, 대체하여 일상적으로 사용할 물건을
장착한다고 할지라도 여러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을 주의하면서 관리한다면 차의 가치를
높이고 차를 즐기며, 후손에게 까지 전할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 뭐라해도 원래 차량의 원래엔진, 원래 미션 등을 저주행 상태로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가치는 높습니다.
엔진, 미션을 분리해 내어 보존하고 다른 엔진, 미션을 조합해 넣어 사용하는 것은 ... 이렇게 보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일상적으로 즐기면서도 유지하고 보존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차선책입니다.
2. 엔진, 미션은 해당 차종의 특성과 성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부품중 하나 입니다. 승차감의 90%이상은
서스펜션의 부품과 지오메트리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승차감이란 것은 차량의 거동을
뜻하는 것이죠. 몸으로 느껴지는 엔진의 파워와 토크, 변속의 부드러움과 적절함... 이런 것들이 우리가
어떤 차를 운전할 때 "이 차의 맛은 이거야!" 라고 느끼는 가장 근본적이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엔진과
미션을 보존하기 위해서 타 제품으로 바꾸더라도 동일한 모델의 엔진과 미션으로 교체하여 사용하는 것이
그 차량의 맛을 유지하는 가장 원칙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3. 분리된 엔진과 미션은 정말 잘 보존되어야 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엔진과 미션은 내부에 녹이 생기거나
파손되는 부분이 생기거나... 그래서 나중에 원상복구를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잘 보존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죠.
4. 타 차종의 엔진, 미션을 넣을 때, 바디에 불을 데어서 용접을 하거나, 망치질을 해서 손상시키거나.... 이런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되겠죠. 바디 상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렇게 매칭넘버라는 것을 생각하고, "원형의 엔진과 미션을 잘 보존하면서도 실속있게 즐기는 차량으로 만들기
위해서" 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엔진이나 미션을 타 차종의 것으로 교체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클래식카, 올드카의 유지, 관리, 복원을 생각하실 땐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시나요?
첫댓글 공감입니다...순정복원 유지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네요^^
쵝오!
엉아는 ... 부끄럽게....ㅎㅎ
도니엉아가 하시는 복원이 리얼복원이죠. 좋은 차에, 제대로 된 파츠에, 제대로된 관리...ㅎㅎ!!
몇 안되는 차 만져보고도 헉헉 소리가 나는데 도니 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리얼 복원 ...
잘 지내시지요 ? ^^
좋은글 정독하여 잘 읽었습니다 ^^
매칭넘버라는것을 처음알게되었네요ㅎ 그렇다면 국산올드카도 매칭넘버를가지고 있는지..
또 가지고있다면 그것을 어떻게확인할수있는지 궁금합니다ㅎ
제조사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최소한 차대번호와 엔진고유(제조)번호의 조합이 기본인데요.
현기차나 대우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지는...ㅎㅎ 외국에선 클래식카 협회나, 기타 단체에서 일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래식카(바디와 섀시가 분리된)의 경우는 차대번호가 아니라 섀시번호이구요. 모노코크 바디가 도입된 후로는
섀시와 바디가 통합되어 섀시번호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차대번호만 존재합니다.
정독 하였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제...옛것을 좋아하는~~ 동영상 봤는데, 폴맨님 잘 생기셨네요...ㅎㅎ
정독합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ㅎㅎ
캐나다에서 바베큐 많이많이 하고 있지?
얼른 좋은 차도 하나가지고 들어오길....!! ㅎㅎ
몇번을 읽고 또 읽어봤습니다.^^
너무 좋은 정보? 글? 감사합니다. 역시 아직도 고민이 되지만... 순정으로 가야 할거 같네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예...올드차들은 순정이 "갑"입니다..ㅎㅎ
쪽지로 좀 더 편한 글 보내드렸으니 읽어보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즐기시면서 멋진차량
잘 보존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매칭넘버, 엔진 미션 보관 등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힙니다. 처음 듣는 말 입니다. ㅎㅎ
같이 찬찬히 올드카에 대해서 배우시면 되겠습니다...ㅎㅎ
저는 낙타님보다 더 초보일지도요....ㅎㅎ
오 정말 좋은글/ 천천히 한번더 정독해야겠습니다.
그냥 조그만 생각일 뿐이에요... 외국엔 사례가 많다보니...ㅎㅎ
순정 유지를 노력하는데 유혹이 많네요
순정유지가 기본은 기본인데요... 올드카일수록 유지되기 어려운게 사실이죠.
부품도 아직 많고, 부품차도 찾기쉬운 차량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ㅠㅠ
예를들어 타다가...순정휠망가지면 부품구하기 어려운 차는 그대로 아웃이거든요.
미리 탈거해 놓고 다니는 방법도 있는거죠. 페스티벌이나 전시등에선 순정휠로
돌리구요.
정말멋집니다
ㅎㅎ.....너무 멋지죠?
어려운 과제네요
예...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올드카 하는게 사실은 돈이 드는 건데요....
올드카 오래 타고 유지하는 것, 참 길고도 쉽지 않은 길이지만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런분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정의 길이 쉽지 않군요.
예...역시 어려운 과제입니다.
쵝오~~!
반갑습니다. 멋진 클래식카 라이프 되시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