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권사님이 제가 럭비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저란 놈은 어리석어서 웬만하면 잔소리도 존 소리도
다 듣기 싫어하는 악동입니다. 2014년도에 탈영한 임 병장이 앞 산에서 42시간을
버티다가 끝내 유서를 써 놓고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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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부모와 형제, 자매까지 나서서 메가 폰 설득을 했는데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보면서 '성악설'에 또 한 표 던져야겠습니다. 제가 22 사단이 있는 3 군단에서
근무를 했고 고 참 때에 1년 정도 헌병대 본부 당직을 서봐서 아는데 하루라도 탈영
보고가 없는 날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당시는 무장 탈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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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일반 탈영은 중대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연성 부분에서도
60만 분의 1의 확률이 이것을 뒷받침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병은 이틀이면 잡히고,
상병은 잠수 타면 일주일 이상 걸린 적도 있습니다 만 병장은 무장 탈영만 아니면
체포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대 장성인 육군 병장이 제대를 3개월 남겨 놓고 돌이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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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극단을 선택한 것을 보면 정신적 결함이 있거나 김 병장의 존심을 뒤흔드는
뭔가 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김 병장 시절이 있었습니다. 군에 있을 때 타 부대
근무자랑 싸우다가 m16 총에 맞을 번 한 적도 있고, 열 받으면 이성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때리고 부숴버렸던 악동이었는데도 만기 전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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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대 영창에 전출을 갔을지언정 탈영을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늘 가해자였으니까 억울한 피해자와는 다르지만 오늘 묵상을 하면서 33개월
동안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제게 만기 전역을 시켜주신 그분의 기가 막힌 은혜가
많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죽으려면 딱 한 대 맞고도 죽습니다. 제가 졸병들 때릴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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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 개 머리 판으로 때리고 야 삽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는데 다들 기절하고 일어나
줬다는 것 아닙니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요새 군부대 사고가 왜 이렇게 자주
나냐고 걱정들이 많지만 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군부대 사고는 늘 있어왔습니다. 제가
전 군의 상황을 접수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30년 전에도 제가 생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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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단 하루라도 탈영 병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무장 탈영 병 같은 큰
사건 외에는 외부로 유출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덮어져 있었을 뿐입니다. 어차피 가재는
게 편이고 투서를 해봤자 보안 검열에 다 걸리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