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장 1~4절을 보겠습니다.
1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에 대하여 차례대로 이야기를 엮어 내려고, 손을 댄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2 그들은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그 일의 목격자요 말씀의 전파자가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대로 엮어 냈습니다.
3 그런데 존귀하신 데오빌로님, 나도 모든 것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조사하여 보았으므로, 귀하께 이 이야기를 차례대로 엮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4 이는, 이미 배우신 일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귀하께서 아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본문은 누가복음 전체의 서론이고, 아울러 ‘데오빌로’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헌사입니다. 당시에는 저술가의 집필에 필요한 자금과 책의 보급을 책임지는 후원자들이 많았습니다. 데오빌로는 아마도 그런 역할을 한 누가의 후원자였을 것이고, 로마의 고위 관리였을 것입니다.
누가는 이 서론의 앞머리에서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에 대하여 손을 댄 사람이 많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누가복음이 쓰여지기 전에 이미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대해 기록된 여러 자료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들 자료 중에서 누가는 마가복음과 Q자료, 그리고 그때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여러 단편 자료들을 참조해서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한 것입니다.
5절부터는 탄생설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탄생설화보다 세례 요한의 탄생설화가 먼저 등장합니다. 누가복음만의 독특한 편제와 기록입니다. 나머지 세 복음서에는 세례요한에 대한 탄생설화가 없습니다.
세례 요한은 헤롯대왕이 유대를 통치하던 시대 말기에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고 본문은 말합니다. 부모는 모두 제사장 가문 출신인 엘리트 집안이었는데, 오래 동안 자식을 낳지 못하다가 늘그막에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자식을 얻습니다. 아버지 사가랴가 제사장으로서 성전 일을 보고 있을 때, 하나님의 천사장 가브리엘이 나타나 아기의 탄생을 예언합니다. 그 일이 있고 여섯 달이 지나자,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라는 처녀에게 나타나서 예수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30~33절을 보겠습니다.
30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마리아야, 너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
31 보아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너는 그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32 그는 위대하게 되고, 가장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의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이다.
33 그는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리고, 그의 나라는 무궁할 것이다."
태어날 아이가 가장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며, 하나님께서 다윗의 왕위도 그에게 주실 것이랍니다. 그래서 영원히 야곱의 집, 즉 이스라엘을 다스릴 것인데, 그의 나라가 무궁할 것이랍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하는 것입니다. 이 예언을 들은 마리아가 보인 반응을 보겠습니다. 34~35절입니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기를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가장 높으신 분의 능력이 너를 감싸 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한 분이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아이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태어난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랍니다. 이어지는 본문에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가 될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41~45절을 보겠습니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아기가 그의 뱃속에서 뛰놀았다.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충만해서,
42 큰소리로 외쳐 말하였다. "그대는 여자들 가운데서 복을 받고, 그대의 태 속에 있는 열매도 복을 받았습니다.
43 내 주의 어머니께서 내게 오시다니,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그대의 문안하는 말이 내 귀에 들어왔을 때에, 내 태 속에 있는 아기가 기뻐서 뛰놀았습니다.
45 주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자는 행복합니다."
나이 많은 엘리사벳이 나이 어린 마리아에게 ‘내 주의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예수님을 ‘주’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마리아가 문안하는 말을 들은 엘리사벳의 아들, 그러니까 세례 요한이 어머니의 태 안에서 기뻐 뛰놀았답니다.
예수탄생설화에 세례 요한의 탄생설화가 함께 들어있다는 것은 세례 요한의 위상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대 신학자들은, 예수께서 사역하실 때의 초기에 세례 요한의 제자들과 예수님의 제자들이 경쟁관계에 있었고, 세례 요한과 예수님이 모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후에도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정립이 필요했고, 세례 요한이 예수님의 앞길을 예비하는 역할로 두 위대한 인물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 누가복음 1장에 두 분의 탄생설화가 나란히 자리하게 된 이유라고 추정합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마리아의 찬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51~53절을 보겠습니다.
51 주께서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52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 내리시고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셨습니다.
53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과 제왕들 그리고 부한 사람들을 흩어버리거나 끌어내리시고, 비천하고 주린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셨답니다. 누가가 비천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본문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세례 요한의 출생과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가 예언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76~77절을 보겠습니다.
76 아기야, 너는 가장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릴 것이니, 주님보다 먼저 가서 그의 길을 예비하고,
77 죄 사함을 받아서 구원을 얻는 지식을 그의 백성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주님보다 먼저 가서 그의 길을 예비하고’ 라고 요한의 아버지가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본문은 예수님의 제자들과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마침내 경쟁자에서 동역자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