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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 대한 서울시와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 의지 확인, 사회적경제 현장문제에 대한 시장과 현장 전문가 간의 깊이 있는 토론을 목적으로 희망제작소가 작년 12월 초부터 추진했던 박원순 시장과의 대담이 지난주 토요일(1월19일) 서울시 신청사 6층 시장 집무실에서 열렸습니다.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의 진행으로 90분 동안 걸쳐 진행된 대담은 1부 2012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사업의 성과와 보완점, 2부 2013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분야 주요 사업방향, 그리고 3부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비전으로 구성되어 대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것이 바뀌었으나 더러 아쉬운 점도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1년. 사회적경제를 테마로 시장과 현장의 전문가들이 나누었던 뜨거운 지상토론의 현장을 소개해드립니다.
* 대담 참여자
이승언 한살림 서울 기획관리부장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진행)
김인선 우리가 만드는 미래 대표
김범진 시지온 대표
유호근 성대골 희망동네 사무국장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시민패널)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상훈 : 대담에 앞서 오늘 참석해주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희망제작소가 정리한 서울시 2012년 사회적경제에 대한 총평을 말씀드리고 나서, 오늘의 첫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회적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과 사회적경제 관련 다양한 생태계 조성에 대한 서울시의 관심과 기여를 2012년도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생태계 조성, 주체역량 강화, 거버넌스 구축을 중심에 두고 일관되게 정책을 펼쳤던 것 같습니다. 혁신형 사회적기업이나 지역 생태계 조성의 첫발을 내딛었던 지역특화사업, 거버넌스 시스템을 가동하고 이를 통해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점 역시 주요 성과로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약간의 삐걱거림은 있었으나 신뢰에 기초한 일관된 정책기조는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와 환경이 지속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연대와 협동, 혁신과 공유, 가치지향적 사회 구성 등 사회적경제에 맞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2012년 서울시 사업 중에 가장 아쉬웠던 점인 것 같고요, 수량 목표 등 성과 위주의 사업 추진 방식이 여전히 잔존한 것은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점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면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012년도 사회적경제 분야 사업은 지역특화사업, 거버넌스 구축, 사회투자기금, 사회적기업 개발센터 및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서울시 내 협동조합 상담센터 네 곳 개소 등의 인프라구축과 혁신형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기업 단계별 지원 및 육성, 24호 규모로 가양동에서 추진 중인 협동조합형 주택을 축으로 한 성공모델 육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굵직굵직한 사업들인데 넉넉하지 않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요구와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을 하신 것 같은데요. 이들 사업 분야에서 거둔 주요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회적경제 인프라 구축이 관건,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발전할 준비를 갖췄다.”
박원순
박원순 : 말씀하신대로 지난 일 년 동안 상당히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가 2012년에 주력했던 것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별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과거부터 많이 해왔던 일이고요, 우리가 중점을 둔 것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다양한 사회혁신 기업, 시민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시가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을 펴고, 사람을 투입한다고 되는 단편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가 저절로 깊어지고 확산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년 한해는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기초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4조 3000억 규모의 공공구매를 통해서 사회변화를 시도한 것, 사회투자기금 조례 통과 및 담당 기구 설립, SBA를 통해서 유통채널을 만드는 것, 여러 중간지원기관이 출범했거나 출범 준비 중인 것 등이 대표적인 실험들입니다. 2012년에 만들어진 인프라를 기초로 해서 2013년에는 훨씬 더 많은 사업들이 전개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훈 : 작년 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2013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들을 실행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협동조합 종합계획 수립 중이고 협동조합 지원 조례 제정에 이어서 사회투자기금이 본격 운영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서울시의 2013년도 사회적경제 사업의 주요 방향이나 구상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박원순 : 한두 해 안에 사회적경제가 완전히 정착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회적경제의 외연을 넓히고 심화시키고자 하는 여러분과 같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과 그 성과가 생태계 안에 쌓여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서울시가 사회적경제를 처음 도입하거나 만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과 같은 분들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금년에는 작년에 이어서 사회적경제에 열정을 가진 분들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일들이 중요할 것이라 보고, 여러 분야의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만들어 정착시키고, 실효성 있게 만들어 가는 일들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관련 부서들도 제대로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이제 서울시도 본격적으로 발전할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또 하나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수치에 연연해서 성급하게 가지 말고, 알차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덱스나 통계자료로서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위한 숫자를 채워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사실 핵심은 교육과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제에 관심 있거나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이분들을 동을 제대로 홍보하며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잘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그리고 서울시가 지원하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중간지원기관들이 이런 사람이나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이나 정책이 바뀌고 예산이 줄어들면 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중간지원조직이 자율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초기 시스템 정착을 위한 투자는 당연히 서울시가 할 예정입니다. 2012년에는 주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셨다고 말씀하셨지만, 혁신형 사회적기업 지원, 피어컨설팅 사업, 지역특화사업 등 다양한 시범사업 또한 추진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데요. 시범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내는 것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장님께서도 잘 아실 듯 합니다. 공공기관으로서 평가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을 변화시켜야 일이 변화되는 사업의 성격상 사회적기업 관련 정책은 많은 인내를 필요할 것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하는 단기적 성과평가는 사회적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우려가 듭니다. 관련해서 시장님께서 가지고 있는 사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있으신지요? 제가 취임하고 얼마 안 되어서 강남과 강북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센터에 가 본 적이 있는데요, 너무나 적막강산이었습니다. 창업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공간을 하나 빌려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고 관료조직이 공간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벽에 그림하나 걸려 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방문했던 런던의 허브, 파리의 라로슈는 들어가 보면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무엇인가 기운이 느껴진다 이 말이에요. 이것은 구성원인 입주자가 주인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우리센터의 입주자는 완전히 객이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입주자가 객인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시는 입주자가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지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담당부서에서는 이런 것들을 완전히 바꿔내셔야 합니다. 그런 기준, 절차, 방식이 다 바뀌어야 합니다. 지원의 방식도 다양해져야 합니다. 공간과 더불어 훈련된 사람, 자본, 유통 채널이 필요합니다. 특히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이 중요한데요. SBA에도 특명을 주어 꿈꾸는 청년 가게, 박스샵, 서울시가 직접 만들고 있는 손바닥TV 홈쇼핑, 지하철 역사 내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주부기업 등이 판매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유통채널을 배치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관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면도 있다.” 유호근 : 저는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사회적경제에서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인간의 삶과 같아서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은 무조건 성과를 내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마을과 생태계가 교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행정이 실패조차 용인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산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어렵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예산 투입을 중단하고 그들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 소통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동의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원순 :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예산에 따른 일정한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요. 평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서 실패조차도 용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은 실패라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실패는 그것에 맞게 평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 예산 투입과 이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형식적인 평가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체를 망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평가 기준이나 지원방식 계획의 수립 단계부터 민과 관이 협의와 합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들어가서 망치는 경우도 많이 있죠. 돈이 아니라 공간을 지원하거나 또는 현실에 맞게 적절한 기준과 절차로 중간지원기관이 현장의 조직을 지원하게 하고, 서울시는 그런 중간지원기관을 지원하고 평가하는 방식 등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된 문제점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형식적 기준보다는 실질적인 지원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위해서 아래 두 가지 내용을 담당 공무원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째 ‘공무원이 절대로 앞장서지 마라’, 둘째 ‘숫자에 연연하지 마라’. 결국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인 기준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김인선
박원순 : 아주 곤란한 질문보다는 쉬운 질문으로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김인선 : 서울시장 후보 시절에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설계를 시장님께 요청했던 사실을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 년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가로서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느꼈습니다. 하나는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가 서울시와 정말 자주 접촉하고 사업에 대해 협의한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증사회적기업은 서울시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다른 사회적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예비사회적기업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는 것들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박원순
박원순 : 평가 기준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서 사람이 움직이니까요. 사실 실무에서 적용되는 평가 기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바라건데 서울시가 평가 기준을 만들 때 현장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전문가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요. 저는 거버넌스의 정신이 모든 것에 침투되고 침윤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구매 또한 중요한 지원책 중 하나입니다. 공공구매 입찰에서 탈락한 경우에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컨설팅 등을 지원하여 다음번에는 구매가 가능하도록 돕는 패키지 지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공공구매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단순히 서울시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있는 모든 조직들이 함께 논의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호근
박원순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인재 육성도 서울시가 직접 한다기 보다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여러 교육 인프라를활용하거나 관련해서 현재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교육기관들을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역할은 이런 기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라고 생각하고요, 실질적 교육 사업은 중간지원기관들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육이나 사회복지, 주택 부문처럼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열린 부분에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많이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사실 너무 많이 열려 있습니다. 이후에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서울시가 하고 있는 사업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건설 분야만 보면, 2012년까지 포함해서 3년 간 약 8만 호의 임대주택을 짓게 되는 셈인데요, 이 시장을 통해서 사회적기업 건설회사 또는 건설노동자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건설기술자가 부족해서 사회적기업 건설회사가 설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션과 비전, 기술을 동시에 가지고 이 사업을 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지요. 서울시는 너무나 큰 시장과 문을 개방해 놓았는데, 오히려 사회적경제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큰 비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보육은 국공립이 기본인데요. 그러다 보니 관료적으로 운영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볼로냐에 해직교사들이 만든 카디아이(CADIAI)라는 보육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열정과 비전을 가진 이들 보육협동조합이 단시간 내에 많은 성과를 내어서 지금은 이탈리아 정부와 공동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12년에 서울시가 보육시설 등에 투자한 예산이 900억 정도 되는데요, 대부분 기존 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다보니 보육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교육에 기초한 보육이나 어린이 교육을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일군의 그룹들이 새롭게 생겨나면 서울시는 이들과 충분히 계약을 해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비어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요, 체계적인 교육과 인재 육성 관련해서 이 많은 것들을 공무원들이 다 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요. 그런 면에서 여러분께서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까지도 또한 서울시의 책임이도 합니다. 잠재적 실업상태에 있는 분들을 포함해서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에 들어와서 훈련받고 교육받아서 사회적경제에서 비어있는 영역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지속적으로 여러분들과 협의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일 듯 싶습니다.
정상훈 : 공공시장 관련해서, 서울시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판로개척이라고 생각됩니다.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사파이어몰이나 다누리, 지구마을 등이 문을 열어서 열심히 노력 중이신 것 같습니다. 민간 영역에서는 유통채널 확보만큼이나 공공 시장 진출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이 공공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쟁력 강화나 사회책임조달제도와 같은 방식으로의 제도 개선을 포함한 기존 제도에 대한 재검토, 민간의 공공조달 역량 관련 사전 조사 및 공무원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13년 서울시의 공공부문 소비시장 관련해서 가지고 계신 구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원순 : 말씀드렸듯이 공공시장은 이미 열려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Buying Power(구매력)라는 서류철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저는 ‘구매를 통한 사회변화’를 계속 살피고 있습니다. 여기「희망기업 제품 구매 실적을 보고」라는 서류 보이시죠. 며칠 전에 보고를 받은 내용인데요, 실적기준으로 2011년 2조 9천억 대비 2012년에 4,150억을 증가시켰습니다. 중점 관리 대상인 중증장애인 기업이 159% 늘어났고, 사회자활기업이 432% 늘어났어요. 서울시가 많이 구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구매한 기업들을 전부 분석하고, 어떻게 더 지원을 할지, 아니면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구매에서 떨어진 기업에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분석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조달청의 조달 가이드 라인의 장벽을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해결할 것은 서울시에서 풀고, 서울시 관할이 아닌 것은 중앙 정부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사회 체가 같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대한상공회의소나 대기업 군과의 MOU 체결로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책임구매를 촉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부족한 시스템과 절차를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과 경험이 계속된다면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아마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인선 : 방금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공공구매 시장을 열고, 특히 대기업과 협력하여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현장으로 돌아와보면 구매 담당자는 ‘살 것이 없다.’, 생산자는 ‘안 사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수준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구매의 경우에도 그 핵심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산자는 공공기관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바라고 있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실태조사를 기본으로 하되 실제로 어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와 어떤 수준으로 만들어야 팔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기획생산’ 및 ‘컨설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생산력이 소규모여서 주문이 와도 생산 및 납품을 할 수가 없는 사회적 기업을 위해 개별단위가 아닌 협동방식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인센티브 지원이 되어야 보다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원순 : 좋은 말씀이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첫째, ‘구매를 할 것이니 제품을 가지고 와라’가 아니라 도로공사와 같은 공사를 포함해서 구매가 가능한 종목이나 제품, 서비스 등이 무엇이지 분류, 파악해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응찰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명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협의회와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응모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자세한 기술적 지도를 통해 해당 사회적기업 등의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 비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부족한 기술, 디자인, 품질, 기능 등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서 사회적기업의 공급 역량을 키워주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잘 반영해서 공공구매 관련 계획이 보강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현재 구매 엑스포를 진행하고 있고 이미 공공구매 관련 사회적기업의 역량강화 계획 수립 및 사업 시행을 지시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절대적으로 얼마를 구매했다.’ 는 수량 결과를 넘어서 공공구매 지원 기관 명단 및 구매 내역 등을 꼼꼼히 체크해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민과 관이 서로 협의를 통해서 부족한 점을 논의를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상훈 : 사회투자기금 관련된 질문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딧이나, 영리방식의 사회적기업 투자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 새로 시작하는 사회투자기금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큽니다. 사회투자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원순 : 현 단계는 사회투자기금 운영자가 모집되어 결정된 상태입니다. 이것도 역시 서울시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수탁기관이 운영을 하는 것인데요. 서울시가 500억의 예산을 이미 투입을 했고, 이것을 종잣돈으로 민간 매칭을 하여 전체 기금을 1,000억으로 늘리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기업, 여러 기관들에서 좋은 일에 쓰고 싶은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 민간이 100억을 내놓으면 우리가 매칭으로 100억을 내놓아서 200억을 만드는 겁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여러 사회적경제 영역 중에 펀드를 제공하는 쪽에서 어디에 기금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봐요. 경우에 따라서 운영위를 만들어 투자할 곳을 지정하게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물론 최종적으로는 지정된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되겠지만 그 범위 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갖는 부분기금으로 구성하면 사회투자기금이 조금 더 쉽게 모이지 않을까 합니다. 원래는 3,000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시작했는데요, 첫 사업이다보니 시의회에 계신 분들의 우려가 있어서 천 억원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투자기금의 목표는 자본력이 부족한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움벨트 방크(umwelt bank)나 영국의 트리오도스 뱅크 (triodos bank)처럼 유럽에는 사회적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금이나 은행들이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첫 실험이잖아요. 서울시에서 사회투자기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성장시킬 경우, 이 성과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일종의 은행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소셜임팩트본드(SIB)라는 것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민간기관에게 몇천만 원씩 일괄 지급하는 형태로 지원을 해왔는데요, SIB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도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행정국에서 자살률 관련 SIB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예컨대, 사회적경제조직은 자살을 줄이는 방법에 관해 목표와 필요 예산을 세우고, 자살률 감소로 인한 경제적, 비경제적효과 등 사회적영향력을 추정하고요, 서울시는 다방면으로 사업의 적정성과 필요성 등을 검토해서 해당 사회적경제조직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시범사업이 잘되면 나중에는 민간으로부터 투자자를 따로 모집하고 서울시가 투자를 보장해주는 식으로도 진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상훈 : 사회적경제는 1, 2, 3 섹터 간 융합과 소통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의 샹티에나 영국의 협동조합 위원회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정책의 입안부터, 실행 평가 과정에 이르기까지 거버넌스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버넌스를 통한 생태계 조성과 관련되어서 서울시의 구상은 무엇인지 소개부탁드립니다.
박원순 : 제가 강남스타일 대신 서울스타일을 만들었는데요. 여기서 한 번 춰볼까요? 사실 그 춤은 혼자 추는 것이 아니고 민관이 함께 추는 것입니다. 사실 작년에 서울시 공무원들이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여러분들께서 위로를 조금 해주셔야 해요. 옛날에는 정책이라는 것이 책상 머리나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졌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장기간동안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 특히 시민사회나 사회적기업 등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충분히 이야기하여 정책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거버넌스라는 것이 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가보면 우리가 생각한 것과 굉장히 다른 것들이 많이 발견되죠. 그런데 다른 것들이 발견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공무원은 늘 현장에 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늘상 피드백이 되어서 빈틈이 없고 시행착오가 없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보기에 부족한 게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 서울시가 가동하고 있는 거버넌스는 상당한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버넌스 관련해서는 항상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상훈 : 저변확대를 위해서 초중등학교 교과에 사회적경제 내용을 포함시키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추진 중인 사항이 있는지요?
박원순 : 좋은 생각입니다. 서울시가 교과서 등재 관련된 권한이 없긴 한데요, 그럼에도 서울시가 제안을 해서 교과서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도록 하는 것은 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파리에 갔을 때, 사회연대경제장관을 만났는데 저와 생각이 꼭 같은 사람이었어요. 파리는 사회적경제 부문이 전 경제 부문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통계조사가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긴 하지만, 아시아엔지오이노베이션서밋(ANIS)이나 사회적기업 한일포럼, 아시아사회적기업정상회의(ASES) 등을 통해서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 네트워크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지요. 유럽은 프랑스가 모으고, 아시아는 한국이 모아서 국제 사회적경제 엑스포 열어보자고 프랑스 쪽에 제안해서 현재 관련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승언
이승언 : 시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저 역시 교육,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서울시 사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한살림도 ‘지역살림 함께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지역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의 철학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에 기반해서 사회적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을 홍보하고 교육할 때에는 삶의 방식이나 삶과 관련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협동조합 관련 홍보나 교육을 보면 협동조합을 쉽게 설립할 수 있다는 이런 얘기들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2년 협동조합의 해가 내건 핵심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동조합’이었으나, 사실 서울시의 홍보들을 보면 그러한 메시지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을 협동조합 도시로 만들겠다고 시장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협동과 관련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선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전달되어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 좋은 생각이시네요. 서울시가 포스터 등을 만들어서 홍보할 때 전문가들의 도움도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도 단순하게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기능적 도움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협동의 철학이 담겨질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양극화되고, 탐욕에 가득 차 있고, 갈등과 경쟁으로 지나치게 피폐해지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기업을 통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런 철학과 비전이 담긴 포스터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철학이 카피로 들어가 있는 포스터가 나오면 좋네요. 서울시에서 먼저 해도 좋지만, 한살림에서 먼저 만들어서 서울시에 홍보 요청을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오늘 같은 날 가지고 오셔서 홍보 요청을 하셨으면 바로 효과를 보셨을텐데요.
지웅
그리고 주택협동조합을 만들 때, 땅과 관련된 조례나 법이 미비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관련하여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국유지 임대시 임대료를 1% 이상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서울시 조례에는 임대료 하한을 5%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대 기간도 최대 20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20년 후에 소유권과 임대사업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체가 불분명해진다면, 사업자는 20년 내에 건축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세입자로부터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임차인의 주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원순 : 관리임대협동조합 건은 너무 좋은 제안이네요. 며칠 전에 제가 주택 관련해서 발표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지적한 사항인데요. 청년 기숙사의 경우 그냥 방만 쓴다는 개념을 뛰어 넘어서 ‘창조숙’, ‘도전숙’ 같은 이름을 지어서 공간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간적 배치, 운영 방안 등을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것에서 더 나아가서 입주한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하게 되면 내부의 활동들이 더 자율적이고 활기차 질 것 같습니다. 이런 시설들은 통상 SH공사에서 운영하기는 하는데, 청년 관리임대협동조합에 운영을 맡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교하고 치밀한 운영 방안을 만들어 오면 분명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행정에서 일을 처리하려면 계획에 빈틈이 없어야 하니까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제안을 해 주세요. 민달팽이가 오늘 가장 많은 성과를 챙겨가는 거 같네요.
두 번째 것 역시 구체적이고 좋은 질문이네요. 관련 내용은 저도 잘 몰랐던 것인데요. 현재 서울시의 제도가 실제적인 임대 협동조합 사업을 하기에는 장애물이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어떻게 고쳐가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 중간지원조직 간 네트워크가 중복되지 않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호근
유호근 : 두 가지 제안 드립니다. 일반 사회적기업과 또 다르게 장애인 보호작업장 같은 곳은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확실한 수요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확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장애인 보호잡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받아가시는데, 교통비와 식사비 빼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만 그런 일자리조차도 너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친구들이 사회에 진입할 기회가 너무 부족합니다. 특히 성인이 된 장애인 분들이 갈 곳은 더욱 없고요. 공공구매 시에 시차원에서 장애인 보호잡업장에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제안해 주시면서 동시에 작업장에 시설이나 기술 등 지원을 해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제안드립니다.
그리고 중간지원조직 육성과 관련한 지원을 말씀하셨는데요. 사업마다 시의 주무부서가 다르다 보니 사업마다 별도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동네에서 일을 하다 보니 네트워크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 또 문제인데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 때 이들의 가치와 효율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네트워크 중복이 되지 않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이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박원순 : 두 번째 문제 관련해서, 서울시가 당연히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또한 이 부분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간지원기관이 내부적으로 잘 조율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개발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비슷해 보이는 기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기관 내 사람들이 서로 충분히 잘 소통할만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작업장 관련한 부분은 현장조직과 서울시가 함께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정책으로 사회적약자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을 키워낼 요량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함께 노력해 주셔야 할 듯 합니다. 휴지를 예로 들면 서울시의 올해 구매 물량이나 내년에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물량, 그리고 관련 물량 중에 장애인 기업으로부터 서울시가 공급받은 물량이나 서울시에 휴지를 공급한 기업 리스트 등 관련해서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시면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다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준이 안 되는 것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납품하는 분들께서 보장하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 사회적약자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은 서울시에서 제공해드린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납품되고 있는 휴지의 품질을 확인해서 자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한 후에 서울시와 실무적으로 수량이나 품질 등을 협의해서 물건을 생산하고 서울시에 공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승언 : 공공의 기술컨설팅에 관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생협도 가지고 있는 인프라들이 있잖아요. 지난 해 한살림도 여성노동자회와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아기용 천기저귀를 제품화 시켰는데요. 원가계산이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지원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생협에서도 사회적기업 제품 개발 등을 논의할 때 이러한 컨설팅 등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훨씬 더 좋겠습니다.
박원순 : 일본의 워커즈콜렉티브 정도를 한살림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해 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러면 한살림 조합원들이 구매하고 동시에 서울시가 구매하면 훨씬 더 그 기업의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잖아요. 기업의 수지를 개선하면 그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니까. 한살림 조합원이 좋은 사회적기업을 물품을 많이 사면 결국 좋은 사회적기업이 많이 만들어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한살림이나 아이쿱의 조합원만으로 부족하다면 서울시와 한살림, 아이쿱 등이 MOU를 맺어서 서울시나 연관 기업이 해당 조합의 물건을 구매해서 조합 내 워커즈콜렉티브 같은 기업을 키울 수 있겠죠. 한살림에서 먼저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작하시면 서울시도 함께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먼저 한 번 시작해보시죠.
“사회적경제에 대한 철학을 가진 투자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김범진
김범진 : 연초에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가 한국에서 와서 벤처캐피탈리스트(Venture Capitalist)로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대표와 저녁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 대표도 세상이 변하고 있으며, 특히 변화에 있어서 사회적기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변화하는 방식이 기존에 없던 방식이라는 겁니다. 10개의 문제가 있는데 이 중 3개를 해결해서 7개의 문제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10개의 문제에서 a, b, c를 빼서 문제를 0으로 만드는 전혀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지요.
자동차 공유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업화한 미국의 집카(ZipCar)는 이미 나스닥에 상장했고요, 전 세계의 빈방을 여행자에게 연결시켜주는 에어비앤비(Air b&b)의 시가총액은 이미 1조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소셜댓글을 다루는 저희도 그런 케이스이고요.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착한 기업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고객이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로서 본인이 사회적기업에게서 받은 느낌은 ‘좀비 기업’이라는 겁니다. 저 역시 흔히 말하는 투자 시장의 그런 시선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고객의 동조나 고객 가치에 함께하지 못하는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하고 있는 것, 그리고 보조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착하고 선하지만 실력은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거죠.
저도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에 동의해 사업을 시작했고, 몇 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행정이 지원을 하고 앞에서 이끌어 주어서 여러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 시도를 했는데 일정 수준으로 지속성을 높이지 못했거나 사회적 효과를 내지 못한 기업이 과감히 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관건은 일정 수준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것일 텐데요.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만큼의 사회적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 식의 공급자 위주의 기준이 아닌, 실제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 가치 평가의 기준이 고객과 시민의 기준에서 만들어지고 정확하게 평가되도록 매칭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장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투자자가 하는 행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이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옳은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 말이죠. 사회적기업은 그 가이드를 해줄 돈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회적기업 섹터는 현재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20~30억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사회적 기업 섹터로부터 최대한 자금을 만들어 봐야 5억 정도입니다. 나머지를 일반시장에서 조달받아야 하는데 또 일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사회적기업 섹터의 투자와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사회투자기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중요하고 이게 더 정의롭고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해서 더욱 지속가능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상가가 필요하고 이 사람을 키워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사상가가 투자자금을 움직이는 그런 기초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서울시에 대해서 불만이 없습니다만, 굳이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세상의 변화에 항상 반발하거나 뒤에서 따라가려 하지 말고 행정이나 투자 분야에서 서울시가 먼저 앞서 나가서 혁신을 이끌어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치와 효율성의 조화, 그리고 스타 기업이 필요하다.”
박원순
박원순 : 정부나 행정기관은 본래 상당히 늦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모험이나 앞장서서 무엇인가를 하기가 예산낭비의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사회적경제 영역은 이미 큰 대세가 되었기 때문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지나친 윤리나 정신적인 면을 앞세우면서 가치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아름다운가게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윤리적인 가치와 효율성이라는 부분 간에 충돌을 많이 경험했었습니다. 이 두 개의 가치가 모두 중요하고 충돌이 되더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가치는 잘 지켜지는데 기업가 정신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에는 특별히 컨설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중간지원기관이 많이 생겨나야 하고, 사회적경제 분야에서의 성공 모델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 기업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그럼에도 성공 사회적기업 모델이 생겨나야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지온이 빨리 성공해야 하겠네요.
김인선 : 질문이라기 보다 건의 사항입니다. 외국 같은 경우는 공공서비스를 사회적경제 단위를 통해서 제공하면서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 가는데요. 공공성을 가진 서비스 관련해서 공공에서 민간에 위탁 방식으로 공모를 할 때 비영리 단체로 참여 기준을 제한하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참여기회를 비영리 법인으로 묶지 말고 사회적경제 조직 등으로 포괄적으로 변경하면 어떨지요?
박원순 : 좋은 내용이네요. 실질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성격을 갖는 거니까 그 단계까지 확장해 놓는 것은 필요할 듯 합니다. 시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습니다.
박원순 :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합니다. (Eine andere Welt ist möglich)”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희망제작소 입구에 붙여 놓았던 말인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그것을 꿈꾸는 기업, NGO나 정부 등 누구 하나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부만의 힘으로 혹은 기업의 힘으로 바꿔온 세상은 그 한계가 그간 분명해졌죠. 서로 힘을 합쳐야 가능합니다. 여러 섹터의 빈공간을 채우면서 협업을 하고 그를 통해 사회를 바꿔가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큰 혁신일 것입니다. 세상의 문제에 적극적이었으나 운영 면에서는 다소 현실에서 초연했던 비영리기관들은 기업가정신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기업은 사회책임을 생각하지 않고 지속하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정부도 과거의 권력의 힘만으로 한계에 부딪혀서,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민간으로부터 공공서비스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변화를 굉장히 빨리 좇아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서울을 모든 세상의 변화에서 앞서가는 새로운 사회혁신 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 꿈이자 여러분들의 꿈일 듯 합니다. 함께 잘 해 봅시다.
* 대담 참여 단체 소개
- 한살림
한살림은 지구를 살리는 뜻깊은 실천이라는 비전을 실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입니다. 한살림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 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되었습니다.
- 우리가 만드는 미래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기행과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역사와 문화로부터 ‘우리’를 인식하고 ‘우리’와 공존하는 다른 문화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나아가 역사와 문화체험 통해 과거와 오늘을 딛고 내일과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역사 기행과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 시지온
CIZION은 IT분야 제 1호 소셜 벤처로 온라인 소셜댓글 서비스 라이브리(www.LiveRe.com)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Communication Techonology 전문기업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댓글과 토론을 연구하고, 더욱 풍성한 커뮤니케이션과 건강한 웹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 자연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인터넷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 희망나눔 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
희망동네는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동작지역을 중심으로 2004년 결성된 풀뿌리 주민단체입니다. 희망동네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결성해 저소득층을 위한 나눔 행사,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도배 봉사, 도시락 배달 등의 봉사활동, 청소년 교육 및 의정활동 감시 등 다양한 풀뿌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민달팽이 유니온
민달팽이 유니온은 껍데기가 퇴화해 사라진 민달팽이처럼, 비싼 등록금과 함께 주거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20대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모임입니다. 주거권 관련 세미나, 주거정보 공유, 이사 품앗이 등 청년 주거권 확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민달팽이 유니온은 현재 청년주택 협동조합,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리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 희망제작소에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