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곳적 홍몽에서 천지가 열리니 -여장- / 二儀判鴻濛
혼돈의 세계 속에 삼정이 빛난다 -지세- / 三精耀混茫
국가의 안정에서 만사가 나오고 -선술- / 平成萬事出
우주의 개합에서 만물이 벌어진다 -여장- / 闔闢群品張
수두룩이 횡목이 움직이고 -지세- / 林林蠢橫目
흐릿하여 국토들이 혼동되어라 -선술- / 昧昧淆封疆
신령한 박달나무에 성인이 강림하시니 -여장- / 靈檀降仙聖
그 시대가 요 임금과 같았어라 -지세- / 寶曆偕伊唐
이에 신민의 군주가 되시어 -선술- / 爲之君臣民
사농공상으로써 가르쳤으니 -여장- / 敎以士農商
그 지극한 교화는 해동을 덮어 -지세- / 至化幎左海
소박한 풍속으로 동방을 만들었지 -선술- / 素朴甄東方
그 뒤를 이어서 은인이 있었으니 -여장- / 躡武有殷仁
나라를 세워서 기왕이라 일컬어졌어라 -지세- / 建國稱箕王
팔조로 오랑캐 문화를 바꾸었으니 -선술- / 八條革夷面
억만대에 길이 그 업적의 광휘 빛난다 -여장- / 億代昭鴻光
도적 연나라의 잔당들을 쫓아내니 -지세- / 燕盜逐孱裔
한국의 왕업이 이윽고 융성했어라 -선술- / 韓業俄隆昌
손톱으로 나누듯 땅이 가로로 찢어지고 -여장- / 瓜分地橫裂
뿔이 서듯이 대립해 나라가 흥망했다 -지세- / 角立邦興亡
푸른 기린을 타고 허공을 날아가니 -선술- / 跨虛翠麟飛
긴 자주색 갓끈만 땅에 떨어졌다지 -여장- / 墮地紫纓長
신령한 닭은 금빛 상자에서 울고 -지세- / 神鷄喔金櫝
늙은 용이 돛대를 끌어당겼어라 -선술- / 古龍掣牙檣
분분하여라 만촉의 싸움이여 -여장- / 紛紛蠻觸戰
시끄러워라 이리와 범의 전장이여 -지세- / 擾擾豺虎場
천심과 민심이 청목으로 돌아가니 -선술- / 天人歸靑木
건국하여 세상을 다스렸어라 -여장- / 玉帛開明堂
삼한을 통일하여 오백년 이었으며 -지세- / 統三垂五百
국토를 개척해 성곽을 넓혔어라 -선술- / 拓土恢城隍
훌륭한 덕화가 세상에 두루 퍼졌고 -여장- / 薰腴藹周洽
문명의 다스림이 세상에 밝았는데 -지세- / 文治赫明敡
말엽에는 그 덕이 점차 그릇되어 -선술- / 季葉德漸否
결말에 가서는 옳지 않게 되었지 -여장- / 末流謀不臧
요망한 여우가 금구를 깨뜨리고 -지세- / 妖狐壞金甌
음산한 기운이 태양을 범하였어라 -선술- / 陰祲干朱陽
금척의 꿈은 제왕이 될 조짐이요 -여장- / 尺夢兆乾符
일각은 군왕의 자리에 오를 상이지 -지세- / 日角提天綱
하늘의 뜻에 순응해 신계를 없애고 -선술- / 應順滅辛癸
국가를 안정시켜 무탕을 이었어라 -여장- / 敉寧紹武湯
수립한 것은 그 규모가 굉장하고 -지세- / 樹立規略宏
설치한 것은 그 계책이 웅대했어라 -선술- / 設施謨猷皇
천험의 지형에 도읍지를 열고 -여장- / 匹休啓奧區
터를 잡아서 화강 아래 정했지 -지세- / 相宅占華岡
늘어선 저잣거리는 번화하고 -선술- / 周帀壯闠廛
사방으로 뚫린 큰길이 교차하네 -여장- / 洞達交康莊
높은 기와지붕은 북두성에 닿을 듯 -지세- / 隆甍㨖斗極
화려한 성가퀴는 부상을 비출 듯 -선술- / 華堞照扶桑
신령한 연못은 덕의 거울 머금고 -여장- / 沼靈涵德鏡
금원(禁苑)의 숲엔 봉황이 둥지 틀었지 -지세- / 林禁巢儀凰
한강을 소통하여 선박을 왕래하였고 -선술- / 疏漢通入漕
산악에 망제(望祭)를 지내 모든 상서 불렀다 -여장- / 望嶽邀百祥
갖가지 재화들이 시가지에 솟아나고 -지세- / 雜貨湧列隧
고대광실 큰 집들이 동네마다 늘어섰다 -선술- / 甲第羅諸坊
고운 여인들은 비단옷을 걸쳤고 -여장- / 媌娙颯綺組
큰 수레는 피리를 울리며 간다 -지세- / 軒蓋擁簫簧
성균관에는 유생들이 모였고 -선술- / 絃黌集圓冠
대궐 섬돌엔 벼슬아치들이 다니도다 -여장- / 鷺陛趨玄裳
땀이 비처럼 내려 구가(九街)를 적시고 -지세- / 汗雨霖九衢
수레바퀴 우렛소리 만상에 요란해라 -선술- / 轂雷轟萬箱
땅에서는 진귀한 보물들이 나오고 -여장- / 壤産發瑰蘊
토산물들은 궁중의 창고에 채워졌으며 -지세- / 土貢充寶藏
공물로는 바다의 귤이 건너오고 -선술- / 苞實渡海橘
진귀한 음식으로 하수의 방어 나왔어라 -여장- / 廚珍出河魴
북쪽 사막에서는 서초를 바치고 -지세- / 北漠獻鼠貂
남쪽 바다에서는 숙상이 왔도다 -선술- / 南溟來驌驦
실을 짠 옷감에는 노을빛 찬란하고 -여장- / 織絲霞彩爛
꽃을 떨치니 흰 눈빛을 떨치는구나 -지세- / 彈花雪色揚
금 은 구리 쇠 주석 등 금속 -선술- / 金銀銅鐵錫
요 벽 구 임 낭 등의 좋은 옥 -여장- / 瑤碧璆琳琅
단풍 남 삼 회 노송 등의 나무 -지세- / 楓枏杉檜檉
인삼 백출 영지 파초 생강 등의 풀 -선술- / 蔘朮芝蕉薑
표범 눌 물소 코뿔소 곰 등의 짐승 -여장- / 豹豽犀兕熊
너새 갈매기 고니 댓닭 왜가리 등의 새 -지세- / 鴇鷖鵠鵾鶬
백성은 많고 물산도 풍부하니 -선술- / 民殷物亦夥
세상이 태평하고 시절도 편안했어라 -여장- / 道泰時自康
중광이 신성한 선왕 이어 즉위하고 -지세- / 重光繼神聖
신하들이 화합하여 좋은 인재 등용하니 -선술- / 協恭登俊良
문명의 교화가 천지에 넘치고 -여장- / 聲明溢蓋壤
크나큰 공렬은 염황을 넘었어라 -지세- / 功烈超炎黃
문질이 내면에 차서 밖에 드러났으니 -선술- / 文質旣弸彪
질례는 어쩌면 그리도 휘황하였던가 -여장- / 秩禮何煒煌
문단에서는 연허가 높이 날았고 -지세- / 詞苑翥燕許
협객으로는 원상이 치달렸어라 -선술- / 俠窟馳原嘗
마저는 병권을 잡았고 -여장- / 馬苴握韜鈐
고요는 국법을 잡았어라 -지세- / 皐陶持憲章
사람들 올리는 것은 모두 훌륭한 말이라 -선술- / 師錫盡碩言
함께 세상 다스려 간특한 자가 없었지 -여장- / 共理無奸贓
형향은 형상 없는 데로 들어갔고 -지세- / 馨香入無象
회갈은 저마다 떳떳함이 있어라 -선술- / 懷葛各有常
은택은 날짐승 길짐승까지 감싸고 -여장- / 恩熙囿䎉狘
위엄은 사방 오랑캐를 복종시켰지 -지세- / 威布庭戎羌
농사를 수확하니 춘주가 그득하고 -선술- / 穡登春酒盈
밭두둑이 무성하니 가을 채소 향긋하다 -여장- / 畦茂秋蔬香
뽕과 삼은 들판에 펼쳐져 있고 -지세- / 桑麻敷隴陌
수초는 자라 소와 말이 뜯어 먹네 -선술- / 水草茁牛羊
몸은 태어나 성군의 백성 됐지만 -여장- / 生身忝聖氓
학문을 잘못해 자못 청광하여라 -지세- / 失學頗淸狂
아침에는 투계하는 아이 따르고 -선술- / 朝隨鬪鷄兒
저녁에는 술 파는 여자 찾는다 -여장- / 夕問當壚娘
금 채찍 휘두르며 괴가에서 달리고 -지세- / 金鞭走槐街
옥 술잔 날리며 유당에서 술 마시네 -선술- / 玉斝飛柳塘
예쁜 여자 유혹하려고 수놓은 창을 엿보고 -여장- / 誂艶覘繡戶
곡조 맞춰 노래하며 상아 걸상에 걸터앉는다 -지세- / 按曲據象牀
말이 빠르니 금빛 요뇨이고 -선술- / 馬細金騕褭
이불이 따스하니 자줏빛 원앙 무늬일세 -여장- / 衾暖紫鴛鴦
그네를 뛰다가 꽃 비녀를 떨어뜨리고 -지세- / 䠞繩墮花鈿
널을 뛰니 옥 귀고리가 흔들린다 -선술- / 蹋板搖玉璫
축국(蹴鞠)을 차매 발이 몹시 빠르고 -여장- / 戲鞠足鬪趫
탄환을 놀리니 손이 매우 바빠라 -지세- / 弄丸手誇忙
하늘로 높이 종이연을 날려 보내고 -선술- / 飄搖送紙鳶
불제하느라 돌다리에 올라간다 -여장- / 祓除登石梁
푸닥거리를 할 때엔 속임수를 부리고 -지세- / 祳儺呈譎詭
씨름을 할 때에는 힘을 서로 겨루네 -선술- / 角觝校倔强
어룡은 구화에서 변하고 -여장- / 魚龍九華變
채색은 천문을 단장했어라 -지세- / 繪綵千門粧
새로 국을 끓이려 싹이 돋은 쑥을 캐고 -선술- / 新羹摘句艾
향긋한 떡 만들려 보드라운 장미꽃을 딴다 -여장- / 香餠擷嬌薔
사발의 주악떡엔 얼음 꿀이 차고 -지세- / 椀粽氷蜜寒
시루의 찰떡에는 미과가 향기로워라 -선술- / 甑粘薇果芳
교외에 걸어가니 푸른 풀빛이 신에 물들고 -여장- / 步郊靑染綦
산 위로 올라가 누른 국화를 술잔에 띄운다 -지세- / 陟丘黃泛觴
벌레가 미워서 솔잎을 뿌리고 -선술- / 憎蟲撒松葉
쥐를 쫓으려 까끄라기를 태운다 -여장- / 擯鼠燒草芒
새벽에 시끄럽게 다투어 더위 팔다가 -지세- / 曉喧競賣暍
아침에는 떠들면서 다투어 잊어버린다 -선술- / 朝讙爭棄忘
전파하며 무당은 술이 취하였고 -여장- / 傳葩醉神巫
공을 던지며 요망한 창부는 춤추네 -지세- / 抛毬舞妖娼
바다의 신도 너울너울 춤을 추고 -선술- / 海神效婆娑
선금들은 많이 모여 날아다닌다 -여장- / 仙禽衆翺翔
꽃에는 만 겹의 노을이 피어오르고 -지세- / 葩蒸萬重霞
잎은 천 숲의 서리가 둘러섰어라 -선술- / 葉擁千林霜
운치 있는 꾀꼬리는 좋은 나무에서 재롱떨고 -여장- / 韻鶯嘉樹蒨
고니를 삶은 듯 옥 같은 꽃이 날린다 -지세- / 燖鵠瓊花颺
좋은 광경을 좇아서 머물러 노니 -선술- / 流連逐光景
어느덧 빠르게 여름 겨울 지났구나 -여장- / 倏忽費炎凉
술 취해 낙척한 신세타령 늘어놓고 -지세- / 酣奭恣落拓
내대자라 늘 창피를 당하였어라 -선술- / 褦襶長披猖
중년에야 비로소 뉘우치고 깨달았으나 -여장- / 中年乃覺悟
만년의 신세가 도리어 처량하여라 -지세- / 晩節還悲傷
어리석음을 걷어내고 구습을 없애며 -선술- / 剔蔀刮舊習
노둔한 몸 채찍질하여 진취를 기약해 -여장- / 策駕期月將
정력을 다 쏟아 서책을 보고 -지세- / 專精尋蠹簡
깊은 이치 찾아 형낭을 뒤졌어라 -선술- / 索微探螢囊
희경에서 오묘한 이치를 찾고 -여장- / 羲經鉤隱奧
추전에서 장강 같은 문장 엿보았네 -지세- / 鄒傳窺江洋
노사에서는 근엄한 법을 연구하고 -선술- / 魯史究謹嚴
주송에서는 맑은 시편을 노래했어라 -여장- / 周頌歌鏗鏘
두벽은 허황한 데 병통이 깊고 -지세- / 杜癖痼浮誇
소향은 웅강한 쪽으로 갔어라 -선술- / 蘇向投雄剛
시가 공교하니 소산을 배척하고 -여장- / 詩工排小山
부가 웅건하니 장양을 기약한다 -지세- / 賦健期長揚
두루 이치를 찾아서 현문에 이르고 -선술- / 旁搜到玄門
남은 힘으로 자항을 띄우도다 -여장- / 餘力浮慈航
비하의 기이한 병법을 대략 알고 -지세- / 略傳圯下奇
바야흐로 주후의 상세한 이치 엿본다 -선술- / 方窮肘後詳
하늘에서 별자리 도수를 측량하고 -여장- / 天衡測度躔
땅에서 매곡(昧谷)과 양곡(暘谷)을 나눈다 -지세- / 地維分昧暘
깊은 이치 보매 뜻 더욱 씩씩하나 -선술- / 冥觀志益壯
세상 위해 일하려던 뜻 이루기는 어렵네 -여장- / 弘濟願難償
일신의 이름은 앉아 말살되고 -지세- / 身名坐抹摋
진토 속에서 허둥대며 고생하도다 -선술- / 塵土勞劻勷
변벽은 뉘라서 박옥(璞玉)에서 꺼내줄꼬 -여장- / 卞璧誰剖璞
풍검은 속절없이 검광이 땅에 묻혔어라 -지세- / 豐劍空埋鋩
올빼미들이 쥐를 얻고서 화를 내니 -선술- / 群鴟得鼠嚇
외로운 봉황은 둥지를 잃고 허둥대누나 -여장- / 孤鳳失巢蹌
사람을 무는 것은 우물에 빠진 삽살개요 -지세- / 噬人溺井狵
음식을 다투는 건 길을 막은 이리로다 -선술- / 鬪食當途狼
간사한 사람 눈동자는 빨리 움직이고 -여장- / 奸睛睒䁑睒
사나운 사람 머리털은 엉클어져 있는 법 -지세- / 獰髮披䰃鬤
백성들 집은 도탄에 빠져 있는데 -선술- / 白屋陷塗炭
고관대작 집에는 고량진미도 싫증 난다 -여장- / 朱門飫膏粱
천문에서는 혜패가 움직이고 -지세- / 乾文彗孛動
계절 기후는 눈이 퍼붓누나 -선술- / 時候雨雪雱
경렵은 바다에서 기세 떨치거늘 -여장- / 鯨鬣振溟渤
호탁은 국경의 수비를 잃었어라 -지세- / 虎柝失關防
무인지경을 가듯 한양과 송도 휩쓸고 -선술- / 擣虛松漢夷
독기를 부려 호남과 영남을 노략질했지 -여장- / 肆毒湖嶺瘡
임금의 행차가 거빈을 본받았으니 -지세- / 翠華效去邠
법가가 양성(襄城)에 노니는 것과는 달라라 -선술- / 法駕異遊襄
군사들은 갑옷을 벗고서 도망치고 -여장- / 師奔解鎖甲
사대부는 홀(笏)을 던지고 숨었지 -지세- / 卿竄投圭璋
먼지투성이 얼굴로 왕손은 걸어가고 -선술- / 垢面步王孫
쑥대머리를 한 채 궁녀들은 울었다 -여장- / 蓬首啼宮嬙
성을 지키느라 송나라 해골로 불 때고 -지세- / 嬰城爨宋骸
화살로 복을 하고 노나라 과부가 북상투 틀었지 -선술- / 復矢髽魯孀
목숨을 건지려 황량한 골짜기로 도망치고 -여장- / 偸生走荒谷
몸을 숨기려고 대숲 속에 엎드렸어라 -지세- / 庇身伏林篁
길에 흐르는 핏물에 방패가 떠다녀 놀라고 -선술- / 波道愕漂杵
들판에 널린 예리한 창이 울매 두려워했지 -여장- / 䶪野慄鳴搶
밤길을 갈 때에는 귀신불을 겁내고 -지세- / 宵征怯鬼燐
우리 군진 망했을 땐 전사자를 애도했네 -선술- / 陣亡哀國殤
틈 속에 숨을 땐 발과 꽁무니 움츠리고 -여장- / 跧隙縮跟尻
굴속을 엿볼 때는 신장이 타들어 갔으며 -지세- / 偵竇煼腎腸
침이 말라서 잇몸이 불에 타는 듯했고 -선술- / 津竭齶欲焚
숨이 차 헐떡이니 땀이 물처럼 흘렀다 -여장- / 喘劇瀋如漿
품속에는 갓난아기를 넣고 -지세- / 懷䙀掩赤呱
띠를 묶어 눈먼 장님을 끌었지 -선술- / 結帶牽暝倀
무성한 풀을 깔고 밤에 누웠고 -여장- / 籍蕪成夜茵
토란을 주워서 아침거리 삼았네 -지세- / 拾芋備晨糧
만 귀신 굴에서 홀로 도망쳐서 -선술- / 獨跳萬鬼窟
천리 밖 타향에서 멀리 노닐도다 -여장- / 遠遊千里鄕
작은 오두막은 사립에 가렸는데 -지세- / 斗屋翳柴荊
물 마시고 쭉정이 곡식을 씹노라 -선술- / 瓢飮噍秕糠
도롱이를 입고 부지런히 농사짓고 -여장- / 襏襫勤畝功
신이 들어서 풍년을 비는 굿을 한다 -지세- / 汗邪祈歲禳
솥의 여갱에는 원래 쌀을 못 넣고 -선술- / 鼎藜元不糝
시내 나물을 스스로 삶아서 먹노라 -여장- / 澗毛甘自湘
누더기 입고 살며 생계에 서투니 -지세- / 鶉居拙生理
쇠코잠방이 하나만 행낭에 들었다 -선술- / 犢禈餘行裝
무리를 떠나니 몹시도 울적하여 -여장- / 離群殊壹鬱
옛날을 생각하며 방황할 뿐이라 -지세- / 感舊徒彷徨
금옥이라 그대의 음성 멀어졌으니 -선술- / 金玉邈爾音
운수를 아스라이 멀리 바라보았지 -여장- / 雲樹遙相望
이렇게 벗들 모일 줄 생각지도 못했으니 -지세- / 不謂此盍簪
유쾌한 마음은 가려운 곳을 긁는 듯해라 -선술- / 快意當爬痒
몸이 여위었다 서로 가련해하고 -여장- / 各憐肌肉瘦
머리털이 센 것을 함께 탄식한다 -지세- / 共歎鬚鬢蒼
문에 들어서자 서둘러 등촉 밝히고 -선술- / 入門促燈燭
방 안을 소제하고 차 끓이게 하도다 -여장- / 掃榻呼茶鐺
서로 손을 잡고서 답답한 마음 풀고 -지세- / 握手暢幽悁
흉금을 여니 더욱 격앙되누나 -선술- / 開胸增激昂
백년 인생이 참으로 슬픈 것이요 -여장- / 百年足悲吒
만사는 그저 정처 없이 분주할 뿐 -지세- / 萬事終棲遑
세상의 기강은 더 무너졌는데도 -선술- / 頹綱尙陵遲
무위도식하는 자가 조정에 남았구나 -여장- / 素飡猶巖廊
간사한 소인배들이 다시 날뛰니 -지세- / 狐媚豕更塗
질투하여 어진 이를 방해하도다 -선술- / 能嫉賢又妨
이를 깨물고서 그저 말을 조심하고 -여장- / 齚齒但韜舌
눈물을 닦아도 눈물이 다시 고이네 -지세- / 抆淚還盈眶
도성에는 가고픈 마음이 없고 -선술- / 無心走城市
강호에 은거하고픈 마음이 인다 -여장- / 有興歸滄浪
원컨대 우리 초복을 다시 손질해 -지세- / 願言修初服
장차 명리의 굴레를 벗어나서 -선술- / 相將脫名韁
대숲 속에서 바둑이나 두고 -여장- / 圍棋亂竹間
맑은 시냇가에서 낚시나 하세 -지세- / 投釣靑溪傍
일실에는 모두 서책을 비치하고 -선술- / 一室共圖書
삼경은 집과 집끼리 이어 두세 -여장- / 三徑連門墻
그대들과 어울리면 곧 좋은 손님이니 / 與君卽嘉客
여생을 마칠 때까지 유유자적하고저 -선술- / 終吾以倘佯
세상 풍파는 진실로 예측하기 어렵고 / 風期固難測
세상 혼란은 전혀 끝나지 않았으니 -여장- / 世紛殊未央
애오라지 울울한 회포를 가지고서 / 聊將鬱律懷
검을 어루만지며 강개한 노래 부를 뿐 -지세- / 撫劍歌慨慷
지난해 겨울, 내가 남행(南行)하다가 오산(鼇山)에 이르러 조군 선술(趙君善述)이 진원(珍原)의 토천(土泉)에 새로 집을 짓고 산다는 말을 듣고 즉시 눈을 무릅쓰고 찾아갔더니 지세(持世)도 그곳에 있었다. 두 분이 나를 보더니 반가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밤이 깊도록 연구(聯句)를 짓고 날이 밝자 작별했다.
며칠 뒤 선술이 황계(黃溪)로 나를 만나러 왔다. 그때도 눈 내리는 밤이라 토천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구를 지었는데, 지세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두 분이 같이 황계로 와서 하룻밤을 함께 묵고 도로 토천으로 갔다. 나도 따라가 닷새 밤낮을 눌러앉아 노니 문주(文酒)의 즐거움이 자못 흡족했다. 연구로 읊은 시가 거의 2500여 자에 이르렀는데 두 분은 조사(藻思)가 매우 넉넉해 마치 물이 산에서 솟아나오는 것 같았다. 나의 노둔한 재주로 두 분의 초일(超逸)한 재주를 따라 시를 읊었으니, 주제넘은 짓이 아니었겠는가.
이별한 뒤로 어느덧 해가 바뀌었으니 눈 내리고 바람 불 제 창가에서 촛불을 밝히고 앉았으매 그저 꿈결에나 생각날 뿐이었다. 그래서 전후로 읊은 네 편을 베껴 놓고 때때로 읽어 봄으로써 울적한 회포를 달랜다.
신축년(1601, 선조34) 초춘(初春)에 강도(江都)로 돌아와서 적다.
[주D-001]횡목(橫目) : 사람을 가리킨다. 사람의 눈이 가로로 찢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장자》〈천지(天地)〉에 “선생님은 횡목의 백성에게 뜻이 없습니까? 성인의 정치를 듣고자 합니다.〔夫子無意於橫目之民乎 願聞聖治〕” 하였다.[주D-002]은인(殷仁) : 기자(箕子)를 가리킨다. 은(殷)나라 마지막 왕인 폭군 주(紂)의 신하인 미자(微子)ㆍ기자ㆍ비간(比干) 세 사람을 삼인(三仁)이라 부른다. 《論語 微子》[주D-003]팔조(八條) : 기자(箕子)가 조선에 와서 베풀었다고 하는 여덟 가지 금법(禁法)이다. 사람을 고의로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상해(傷害)한 자와 절도(竊盜)한 자는 각기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한다는 등의 조항만 남아 있다. 《漢書 卷28 地理志》[주D-004]푸른……날아가니 : 평양에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東明王)이 기린을 타고 상제(上帝)께 조회하러 하늘로 올라간 곳이라는 조천석(朝天石)이 있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51권 평양부》[주D-005]신령한……울고 : 신라 탈해왕(脫解王) 9년,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에 닭 울음소리가 나기에 가서 보니 나뭇가지에 금빛 상자가 걸려 있고 그 밑에서 흰 닭이 울고 있었다. 왕이 상자를 열어 보니 수려한 아기가 있기에 거두어 길렀으니, 이가 바로 김알지(金閼智)라 한다. 《三國史記 卷1 脫解尼師今》[주D-006]늙은……끌어당겼어라 :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정벌하려고 배를 타고 백마강을 올라올 때 백제의 선왕(先王)인 무왕(武王)이 큰 용이 되어서 배를 못 가게 막았는데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삼아서 용을 낚아 올렸다는 전설이 있다. 《국역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8권 부여현》[주D-007]만촉(蠻觸)의 싸움 : 세상의 부질없는 싸움을 비유한 말로, 여기서는 고구려ㆍ백제ㆍ신라 삼국의 전쟁을 가리킨다.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군사를 동원하여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제(齊)나라 위왕(威王)을 응징하려 하자 재상 혜자(惠子)가 당시의 현인(賢人) 대진인(戴晉人)을 왕에게 천거하였고 대진인은 왕에게 말하기를 “달팽이 왼쪽 뿔에 있는 나라를 촉씨(觸氏)라 하고 달팽이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를 만씨(蠻氏)라 하는데, 때로 서로 땅을 다투어 싸우면 넘어진 시체가 수만에 이르고, 패하면 달아났다가 15일 뒤에 돌아옵니다.” 하였다. 즉 세상의 모든 싸움이란 것이 무궁한 대도(大道)의 차원에서 보면 부질없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莊子 則陽》[주D-008]청목(靑木) : 고려를 가리킨다. 최치원(崔致遠)이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일어날 것을 예견하여 “계림은 누른 잎이요 곡령은 푸른 솔이다.〔鷄林黃葉 鵠嶺靑松〕” 했다고 한다.[주D-009]금구(金甌) : 금으로 만든 사발로 흠이 없고 견고하여 강토(疆土)에 비유된다. 양 무제(梁武帝)가 일찍 일어나 무덕각(武德閣)에 이르러 혼잣말로 “나의 국토는 오히려 금구와 같아 하나의 상처나 흠도 없다.” 하였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南史 卷62 朱异列傳》[주D-010]금척(金尺)의 꿈 :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아직 임금이 되기 전에 꿈에 선인(仙人)으로부터 금빛 자를 받았다고 한다. 《燃藜室記述 卷2》[주D-011]일각(日角) : 일각과 월각(月角)은 군왕의 상(相)이라 한다. 관상법(觀相法)에 이마의 중앙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을 일각이라 하기도 하고, 이마의 왼쪽이 튀어나온 것을 일각, 오른쪽이 튀어나온 것을 월각이라 하여 크게 귀하게 될 상이라 한다. 여기서는 태조 이성계의 상을 가리킨다.[주D-012]신계(辛癸) : 역사상 대표적인 폭군인 상(商)나라 주(紂)와 하(夏)나라 걸(桀)의 병칭이다. 주는 이름이 제신(帝辛)이고 걸은 이름이 이계(履癸)이므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는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恭讓王)을 가리킨다.[주D-013]무탕(武湯) :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를 정벌한 주(周)나라 무왕(武王)과 하(夏)나라의 폭군 걸(桀)을 정벌한 은나라 탕왕(湯王)을 가리킨다.[주D-014]화강(華岡) : 북한산의 이칭이 화산(華山)이다.[주D-015]화려한……듯 : 부상(扶桑)은 동해 바다 해 뜨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이다. 도성이 높아서 멀리 부상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라는 뜻이다.[주D-016]신령한 연못 : 주나라 문왕(文王) 때 만들었다는 영소(靈沼)를 가리킨다. 영소는 문왕의 덕화(德化)를 상징한다. 《詩經 大雅 靈臺》[주D-017]봉황이 둥지 틀었지 : 봉황은 성인이 나올 때 세상에 나타난다는 신령한 새이다. 그래서 순(舜) 임금 때에 와서 춤을 추었고, 성군(聖君)인 주나라 문왕 때 봉황이 기산(岐山) 아래에 날아와 울었다 한다. 《國語 周語上》[주D-018]산악에……불렀다 : 망제(望祭)는 산천에 제사하는 것이다. 이교(李嶠)의 〈분음행(汾陰行)〉에 한 무제(漢武帝)가 후토(后土)에 제사하는 것을 형용하면서 “향 사르고 술 올려 온갖 상서를 불렀다.〔焚香奠醑徼百祥〕” 하였다. 《古文眞寶 前集 卷11》[주D-019]땀이……요란해라 : 구가(九街)는 도성의 번화한 거리이고, 만상(萬箱)은 1만 대의 수레에 짐을 싣는 곳이다. 즉 사람이 붐비고 곡식을 실은 수레도 많이 다님을 형용한 것이다.[주D-020]하수(河水)의 방어(魴魚) : 《시경》〈진풍(陳風) 형문(衡門)〉에 “고기를 먹는다면 반드시 하수의 방어이다.〔豈其食魚 必河之魴〕” 하였다.[주D-021]서초(鼠貂) : 쥐 가죽과 담비 가죽이다. 이 가죽으로 만든 갖옷은 매우 진귀하다고 한다.[주D-022]숙상(驌驦) : 좋은 말의 일종이다. 숙상(肅爽)이라고도 한다. 춘추 시대 당(唐)의 성공(成公)이 초(楚)에 갔을 때 두 필의 숙상마(肅爽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상(子常)이 그 말을 가지고 싶어 했으나 주지 않았다 한다. 《春秋左氏傳 定公3年》[주D-023]꽃을……떨치는구나 : 검을 휘두를 때 일어나는 빛인 검화(劍花)를 가리킨다. 이백(李白)의 〈호무인행(胡無人行)〉에 “유성과 같은 백우전(白羽箭)은 허리춤에 꽂고, 가을 연꽃 같은 검화는 칼집에서 나온다.〔流星白羽腰間揷 劍花秋蓮光出匣〕” 하였다.[주D-024]중광(重光) : 세자를 가리킨다. 한(漢)나라 명제(明帝)가 태자로 있을 때 악인(樂人)이 가시(歌詩) 4장을 지어 태자의 덕을 찬양하여 ‘일중광(日重光)’이라 한 데서 연유한다.[주D-025]염황(炎黃) : 고대의 성왕(聖王)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와 황제(黃帝)를 가리킨다.[주D-026]문질(文質)이……드러났으니 : 재덕(才德)이 안에 충실하여 문채가 자연히 밖으로 발산됨을 말한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법언(法言)》〈군자(君子)〉에 “혹자가 묻기를 ‘군자는 말을 하면 문(文)을 이루고 행동하면 덕(德)을 이루는 것은 어찌하여 그렇게 됩니까?’ 하니, ‘내면에 가득 차서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以其弸中而彪外也〕’ 하였다.” 하였다.[주D-027]질례(秩禮) : 옛날에 신분의 상하ㆍ귀천을 구별하던 예(禮)로, 본래 《춘추좌씨전》 문공(文公) 6년 조에 나오는 말이다.[주D-028]연허(燕許) : 당나라 현종(玄宗) 때 명신(名臣)인 연국공(燕國公) 장열(張說), 허국공(許國公) 소정(蘇頲)을 가리킨다. 모두 문장으로 명성을 크게 떨쳤다.[주D-029]원상(原嘗) : 전국 시대에 협객을 많이 거느린 평원군(平原君)과 맹상군(孟嘗君)을 가리킨다.[주D-030]마저(馬苴) : 춘추 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의 장수인 사마양저(司馬穰苴)를 가리킨다. 본명은 전양저(田穰苴)인데 대사마(大司馬)가 되었기 때문에 사마양저라 부른다. 그는 용병(用兵)이 매우 뛰어난 명장이었다. 《史記 卷64 司馬穰苴列傳》[주D-031]고요(皐陶) : 순(舜) 임금의 명신(名臣)으로, 형법을 관장하였다.[주D-032]형향(馨香)은……들어갔고 : 임금의 덕화(德化)로 태평한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형향은 덕의 향기이다. 《국어(國語)》〈주어 상(周語上)〉에 “그 덕은 그 형향을 밝힐 만하고 그 은혜는 그 백성을 함께할 만하다.〔其德足以昭其馨香 其惠足以同其民人〕” 하였다. 형상이 없다는 것은 알 수 있는 조짐이나 현상이 없는 것으로 태평한 세상을 뜻한다. 당나라 문종(文宗)이 연영전(延英殿)에서 재상들에게 “천하가 어느 때 태평한 것인가?” 하니, 우승유(牛僧孺)가 “태평은 형상이 없습니다. 지금 사방의 오랑캐가 쳐들어오지 않고 백성들이 이산(離散)하지 않으니, 비록 지치(至治)는 아니지만 소강(小康)이라 할 만합니다.” 하였다. 그래서 태평무상(太平無象)이란 말이 생겼다. 《資治通鑑綱目 卷244 唐文宗 太和6年》[주D-033]회갈(懷葛)은……있어라 : 백성들이 상고(上古) 성왕(聖王)의 시대와 같이 저마다 떳떳한 생업에 종사하며 잘 산다는 뜻이다. 회갈은 전설상 상고(上古)의 제왕인 무회씨(無懷氏)와 갈천씨(葛天氏)를 가리킨다. 이 시대에는 풍속이 순박하여 백성들이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었다 한다. 도연명(陶淵明)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무회씨의 백성인가, 갈천씨의 백성인가?〔無懷氏之民歟 葛天氏之民歟〕” 하였다. 《古文眞寶 後集 卷2》[주D-034]괴가(槐街) : 홰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거리로, 도성 거리를 가리킨다.[주D-035]유당(柳塘) : 버드나무가 둘러서 있는 지당(池塘)이다.[주D-036]말이……요뇨(騕褭)이고 : 준마를 세마(細馬)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요뇨는 고대의 준마 이름이다. 한(漢)나라 공융(孔融)의 〈천예형표(荐禰衡表)〉에 “비토(飛兎)와 요뇨는 매우 빨리 달린다.” 하였다.[주D-037]탄환을 놀리니 : 여러 개의 작은 공과 같은 것을 공중에 던져서 떨어뜨리지 않고 놀리는 재주이다.[주D-038]어룡(魚龍)은 구화(九華)에서 변하고 : 중국 구화산(九華山) 운봉(雲峯)에 가어지(嘉魚池)가 있는데 그 물속에 용이 놀고 폭포 아래 기이한 물고기가 많다 한다. 《江南通志 卷16》[주D-039]전파(傳葩) : 전파(傳芭)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 남방에서 제사할 때 춤추는 자가 손에 향초(香草)를 쥐고 춤을 추다가 자기 춤이 끝나면 그 향초를 다른 사람에게 주어서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초사(楚辭)》〈구가(九歌) 예혼(禮魂)〉에 “전파하며 번갈아 춤춘다.〔傳芭兮代舞〕” 하였다.[주D-040]고니를 삶은 듯 : 한유(韓愈)의 〈영설증장적(詠雪贈張籍)〉에 “틀림없이 고니와 해오라기를 삶은 것이 아니요, 참으로 고운 옥돌을 가루로 부순 것이로세.〔定非燖鵠鷺 眞是屑瓊瑰〕” 하였다. 흰 눈이 내리는 것을 고니를 삶을 때 흰 털이 뽑혀서 날리는 것에 비유하였다.[주D-041]내대자(褦襶子)라……당하였어라 : 일반적으로 내대자는 물정을 모르는 사람, 또는 권세에 빌붙는 사람을 뜻한다. 위(魏)나라 정효(程曉)의 〈조열객(嘲熱客)〉에 “지금 세상의 내대자, 더위 속에서 남의 집을 찾아가네. 주인이 손님 왔다 소리를 듣고는, 얼굴을 찡그리지만 이를 어이하리오.〔今世褦襶子 觸熱到人家 主人聞客來 顰蹙奈此何〕”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42]형낭(螢囊) : 반딧불을 담은 주머니이다.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학문에 힘썼는데 집이 가난하여 기름을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여름이면 반딧불을 주머니에 넣어서 그 빛으로 책을 보았다 한다. 《晉書 卷83 車胤列傳》[주D-043]희경(羲經) : 《주역(周易)》의 별칭이다. 복희씨(伏羲氏)가 처음 팔괘(八卦)를 그었다는 전설에 의해 이렇게 부른다.[주D-044]추전(鄒傳) : 《맹자(孟子)》의 별칭이다. 맹자가 추(鄒) 땅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주D-045]노사(魯史) : 공자(孔子)가 지었다고 하는 노(魯)나라 역사인 《춘추(春秋)》를 가리킨다. 《춘추》는 역사에 대한 포폄(褒貶)이 매우 근엄하다고 한다.[주D-046]두벽(杜癖)은……깊고 : 진(晉)나라 두예(杜預)는 자가 원개(元凱)인데 박학하였으며 특히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매우 좋아하여 스스로 좌전벽(左傳癖)이 있다고 하였다. 《晉書 卷34 杜預列傳》 두예의 《춘추좌씨전》 주(註)는 견강부회한 곳이 많다는 평이 있다.[주D-047]소향(蘇向)은……갔어라 : 송나라 소순(蘇洵)이 〈상전추밀서(上田樞密書)〉에서 자신이 문장을 공부한 것을 말하면서 “몇 해 동안 물러나 산야에 살면서 세속과 멀어져 문장에 크게 힘을 썼더니, 《시경(詩經)》의 우유(優柔)와 《초사(楚辭)》의 청심(淸深)과 맹자(孟子)ㆍ한유(韓愈)의 온순(溫醇)과 사마천(司馬遷)ㆍ반고(遷固)의 웅강(雄剛)과 손오(孫吳)의 간절(簡切)과 같은 문장의 특징들이 그쪽으로 향하려 하면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었다.” 하였다. 《古文眞寶 後集 卷7》[주D-048]소산(小山) : 한(漢)나라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문사(文士)들을 모아 사부(辭賦)를 짓게 하고는 이들을 대산(大山)과 소산 두 부류로 나누었는데, 이 중 소산에 속하는 문사가 지은 〈초은사〉는 산중 생활의 궁고(窮苦)함을 극도로 형용하여 둔세(遁世)의 선비들을 풍자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주D-049]장양(長揚) : 한(漢)나라 때 대표적인 부(賦)의 작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와 양웅(揚雄)의 병칭이다. 사마상여의 자가 장경(長卿)이다.[주D-050]현문(玄門) : 노장(老莊)을 가리킨다. 《도덕경(道德經)》에 “깊고 또 깊은 것이 뭇 묘한 이치의 문이다.〔玄之又玄 衆妙之門〕” 한 데서 생긴 말이다.[주D-051]자항(慈航) : 불교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불보살(佛菩薩)이 자비로 중생을 생사의 바다에서 구제하는 것이 마치 배로 사람을 태워서 바다를 건네주는 것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주D-052]비하(圮下)의 기이한 병법 : 비하는 흙다리 아래라는 뜻이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을 보필하여 한(漢)을 건국한 장량(張良)이 하비(下邳) 땅 흙다리에서 황석공(黃石公)이란 노인을 만나 그로부터 태공망(太公望)의 병서(兵書)를 받아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한다. 《史記 卷55 留侯世家》[주D-053]주후(肘後)의 상세한 이치 : 진(晉)나라 갈홍(葛洪)은 자는 치천(稚川), 호는 포박자(抱朴子)인데 도가(道家)의 연단술(鍊丹術)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저서로 의서(醫書)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이 있는데 이 책을 약칭하여 《주후방(肘後方)》이라고도 한다.[주D-054]매곡(昧谷)과 양곡(暘谷) : 매곡은 해가 지는 곳이고 양곡은 해가 뜨는 곳이다. 《書經 堯典》[주D-055]변벽(卞璧) : 춘추 시대 초나라 사람인 변화(卞和)가 형산(荊山)에서 얻었다는 벽(璧)이란 보옥이다. 변화가 직경이 한 자나 되는 박옥을 얻어 여왕(厲王)과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보고 돌이라 하여 두 발이 잘리고 말았다. 그 후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형산 아래서 박옥을 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 피눈물이 흘렀다. 문왕이 이 사실을 듣고 사람을 보내 “천하에 발이 잘린 사람이 많은데 그대만이 유독 이렇게 우는 것은 어째서인가?” 하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저는 발이 잘린 것을 슬퍼하는 게 아닙니다. 보배로운 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미치광이라 하니 이 때문에 내가 슬피 우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왕이 옥공(玉工)을 시켜 박옥을 다듬게 하니 직경이 한 자나 되고 티 한 점 없는 큰 옥이 나왔다 한다. 《韓非子 和氏》 이 옥을 화씨벽(和氏璧)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훌륭한 재능에 비유하였다.[주D-056]풍검(豐劍) : 오나라 때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늘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에 장화(張華)가 예장(豫章)의 점성가(占星家) 뇌환(雷煥)에게 물었더니 보검의 빛이라 하였다. 이에 풍성(豐城)의 감옥 터의 땅속에서 춘추 시대에 만들어진 전설적인 보검인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太阿劍) 두 보검을 발굴했다 한다. 《晉書 卷36 張華列傳)》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용천검의 빛이 우성(牛星)과 두성(斗星)의 자리를 쏘았다.〔龍光射斗牛之墟〕” 하였다. 위 구절과 함께 불우하여 뛰어난 재능을 펼치지 못함을 뜻한다.[주D-057]올빼미들이……내니 : 혜자(惠子)가 양(梁)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莊子)가 찾아가자 자기 자리를 뺏으려는 것인가 의심하였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남방에 봉(鳳)의 일종인 원추(鵷鶵)란 새가 있는데 이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늙은 올빼미란 놈이 썩은 쥐를 얻었다가 원추가 지나가자 그 썩은 쥐를 뺏으려는 줄 알고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자네는 지금 내가 자네의 양나라를 탐내는 줄 알고 나에게 화를 내는가?” 하였다. 《莊子 秋水》[주D-058]혜패(慧孛) : 혜성과 살별을 말한다. 살별은 빛이 매우 밝은 혜성으로 이 별이 나타나는 것은 전란(戰亂)이 일어날 조짐이라 한다.[주D-059]경렵(鯨鬣)은……잃었어라 : 경렵은 고래의 갈기인데 고래는 바다의 도적에 비유된다. 이백(李白)의 〈임강왕절사가(臨江王節士歌)〉에 “장사는 분노하고 큰바람이 이니, 어이하면 의천검을 얻어서 바다 건너며 큰 고래를 벨거나.〔壯士憤 雄風生 安得倚天劍 跨海斬長鯨〕” 하였다. 여기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적을 비유한다. 호탁(虎柝)은 국경을 수비할 때 야경을 돌며 치는 딱따기이다. 그 모양이 범을 닮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주D-060]거빈(去邠) : 임금의 몽진(蒙塵)을 뜻한다. 주 태왕(周太王) 즉 고공단보(古公亶父)가 빈(邠) 땅에 있을 때 적인(狄人)이 쳐들어오자 백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빈을 버리고 기산(岐山) 아래로 옮겨 갔다는 고사를 말한다. 《孟子 梁惠王下》[주D-061]양성(襄城)에 노니는 :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자산(具茨山)으로 가는데 방명(方明)이 수레를 몰고 창우(昌㝢)가 수레 우측에 타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이 앞에서 말을 인도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가 뒤에서 수레를 호위하며 갔다. 양성의 들판에 이르러 이 일곱 성인이 모두 길을 잃었으나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우연히 말을 먹이는 동자를 만나 묻고서 길을 알았다. 《莊子 徐无鬼》[주D-062]송나라……때고 : 사람의 뼈를 부수어 불을 때어 밥을 짓는다는 말로, 적에게 포위되어 매우 곤궁한 상황을 뜻한다. 춘추 시대 초나라 장왕(莊王)이 송나라 성을 포위하였을 때 초나라 사마자반(司馬子反)이 송나라 쪽의 형편을 묻자 화원(華元)이 “자식을 바꾸어 잡아먹고, 뼈를 부수어 불을 때 밥을 짓는다.” 하였다. 《春秋公羊傳 宣公15年》[주D-063]화살로……틀었지 : 전쟁 중에 군사가 죽어서 복(復), 즉 초혼(招魂)할 때 쓸 옷이 없어 화살로 초혼하고, 전쟁 중에 남편을 잃은 과부가 조곡(弔哭)하는 것이다. 《예기》〈단궁 상(檀弓上)〉에 “주루가 화살로써 복을 한 것은 대개 형시의 전투로부터 비롯했고, 노나라 아녀자가 북상투를 하고 조곡한 것은 대태에서의 패전으로부터 비롯했다.〔邾婁復之以矢 蓋自戰於升陘始也 魯婦人之髽而弔也 自敗於臺鮐始也〕” 하였다. 북상투는 머리털을 묶기만 하고 싸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아낙네가 상중(喪中)에 묶는 머리이다.[주D-064]핏물에 방패가 떠다녀 : 전쟁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음을 뜻한다. 무왕(武王)이 목야(牧野)에서 은(殷)나라 군대와 싸울 때 은나라 군대의 앞에 선 군사들이 창을 거꾸로 돌려 도리어 뒤에 있는 자기 편 군사들을 공격하니 피가 흘러 내를 이루어 방패가 떠다닐 정도였다 한다. 《書經 武成》[주D-065]토란을 주워서 : 두보의 〈남린(南隣)〉에 “오각건을 쓴 금리선생이여, 밭에서 토란과 밤을 수확하니 아주 가난하지는 않구나.〔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未全貧〕” 하였다.[주D-066]여갱(藜羹)에는……넣고 : 여갱은 명아주로 끓인 국으로 매우 조악한 음식을 뜻한다. 공자(孔子)가 진(陳)ㆍ채(蔡) 지역에서 곤액(困厄)을 당할 때 이레 동안 밥을 지어 먹지 못하고 여갱에는 쌀을 넣지 않아 안색이 매우 지쳤다고 한다. 《莊子 讓王》 성어(成語)로 여갱불삼(藜羹不糝)이라 하여 매우 가난한 생활을 뜻한다.[주D-067]무리를 떠나니 : 벗들과 떨어져 외로이 사는 것을 이군삭거(離群索居)라 한다. 자하(子夏)가 “내가 벗을 떠나 쓸쓸히 홀로 산 지가 오래이다.〔吾離群而索居 亦已久矣〕” 한 데서 유래하였다. 《禮記 檀弓》[주D-068]금옥이라……멀어졌으니 : 벗이 멀리 떠나 있어 만날 수 없음을 뜻한다. 《시경》〈소아(小雅) 백구(白駒)〉에 “너의 음성을 금옥처럼 아껴서 나를 멀리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毋金玉爾音 而有遐心〕” 하였다.[주D-069]운수(雲樹)를……바라보았지 : 멀리 있는 벗을 생각하는 마음을 형용한 것이다. 두보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서 “위수 북쪽엔 봄 하늘에 우뚝 선 나무, 강 동쪽엔 저문 날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 한 것에서 유래한다.[주D-070]초복(初服)을 다시 손질해 : 초복은 조복(朝服)의 반대말로 출사(出仕)하기 전에 입던 옷이니, 벼슬을 그만두고 은거함을 뜻하는 말로 잘 쓰인다.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나아갔으나 이미 들어가지 못하고 허물만 입었으니, 물러나 다시 나의 초복을 손질하리. 연잎을 마름질해 저고리를 만들고, 부용을 모아서 치마를 만들도다.〔進不入以離尤兮 退將復脩吾初服 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 하였다.[주D-071]삼경(三徑) : 삼경은 세 갈래 오솔길로 은자(隱者)의 정원을 뜻한다. 전한(前漢) 때 장후(蔣詡)는 자가 원경(元卿)으로 두릉(杜陵)에 은거하였다. 그는 집 안에 삼경 즉, 세 갈래 길을 만들어 놓고 당시 고사(高士)였던 양중(羊仲)과 구중(求仲) 두 사람하고만 어울렸다 한다. 《文選 卷15 田南樹園激流植援 李善注》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삼경은 황폐해 가지만, 솔과 국화는 아직도 남았구나.”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