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궤적.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또 태양도 움직이고 있어서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출처: NASA/ESA>
자와 각도기만 있으면 우리 주변의 웬만한 물체까지의 거리는 비례식을 써서 쉽게 알아 낼 수 있다.
요즘은 레이저 거리 측정기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줄자를 길게 늘어트리지 않고서도 쉽게 벽면간의 거리도 잴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큰 지구의 크기는 어떨까? 달까지의 거리는 어떨까?
금성까지는? 원리적으로는 이들도 몇몇 비례식을 써서 다 측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레이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레이더 장비도 쓸 수 있어 사실상 문제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삼각측량법의 원리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먼 별들까지의 거리는 어떠할까?
별빛은 거의 완벽하게 평행하여 지상의 장비를 가지고 시각차를 재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전파가 별까지 갔다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레이더를 이용한 거리 측정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구의 공전궤도나 태양계의 움직임을 이용하면 여전히 삼각측량법을 쓸 수 있는 희망은 남아있게 된다.
바로 연주시차를 이용한 측정법이다.
지구의 크기부터 태양계 주변의 가까운 별들까지의 거리를 하나씩 하나씩 측정해 보자.
제1단. 레이더와 비례식: 지구, 달, 내행성, 그리고 태양까지
원리적으로는 자만 가지고도 지구의 크기를 잴 수 있다.
자를 들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면 그만이다.
말은 쉽지만 산넘고 물건너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 각도기를 하나만 더 있으면 굳이 지구를 한 바퀴 돌지 않고도 지구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이미 에라토스테네스가 2000년도 더 전에 간단히 해결한 문제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반지름 측정법 <출처: The Anome at wikimedia.org>
하지날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뜨면 시에네의 한 우물에는 그림자가 사라지게 된다.
이때 북쪽으로 5000 스타디아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건축물에는 약 7도의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로부터 지구의 반지름을 계산할 수 있었다.
5000 스타디아는 대략 지금의 800 km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지구 둘레의 길이 2πR(R은 지구의 반지름)과
비교하면 2πR:800 km = 360:7이란 비례식을 세울 수 있다.
계산해보면, R ~ 6500 km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반지름 R ≈ 6371 km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당시에 1 스타디아가 얼마였는지는 정확치가 않다.
지역마다 통용되는 스타디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라토스테네스의 실제 계산결과는 위의 추정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하여간 비례식을 사용한 멋진 해결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럼 달까지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었을까?
고대 사람들은 이 또한 간단한 비례식을 통해 알아 낼 수 있었다.
에라토스테네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아리스타쿠스란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월식을 자세히 관찰하여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구의 그림자를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이 시간은 대략 3시간 반 정도로, 달은 이 시간 동안 지구의 지름에 해당하는 거리(2R)를 날아간 것이 된다.
월식 사진 <출처: Akira Fujii/Ciel et Espace/NASA>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D라 하면,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27.3일 동안 2πD만큼 이동한 것이 되므로
이를 서로 비교하면, 2πD: 2R = 27.3x24: 3.5란 비례식을 세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식에 지구 반지름을 대입하여 풀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대략 38만 km정도란 값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거울을 가져다 놓고 레이저 반사 실험을 통해 얻은 직접적인 측정결과와 아주 잘 일치하는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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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이 월식 때 지구의 그림자를 통과해 가는 시간을 달이 지구주위를 도는 경우를 생각하자. 2 아폴로11호가 달 표면에 가져다 놓은 레이저 반사거울 <출처: NASA> |
지구, 금성, 태양간의 거리비. 금성까지의 거리와 최대 이각을 측정하면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레이더에 의한 거리 측정법이 개발되면서 가까운 천체는 굳이 삼각법을 쓸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레이더 측정법은 원리적으로는 레이저 반사 실험과 같지만 거울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간단히 지구에서 발사된 레이더가 천체에 반사되어 지구로 다시 돌아오는 때까지 걸린 시간만 측정하면 된다.
이 레이더를 이용한 방식으로 금성까지의 거리도 쉽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금성까지의 거리를 알았다면, 태양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된다.
금성은 내행성이므로 지구보다 안쪽에서 공전운동을 하고, 따라서 밤이 아닌 낮에만 관찰될 수 있다.
다만 태양이 너무 밝아 낮에 보는 것은 무리가 따르고 따라서 새벽이나 초저녁에 주로 관측된다.
금성의 궤도나 지구의 궤도를 원으로 가정한다면, 금성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지게 보이는 특정한 각이
존재하고 이 각을 이용하면 간단한 삼각비로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 태양에서 금성까지의 거리를 모두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보이는 시각 차이, 연주시차를 이용한 거리 측정
제2단. 연주시차: 외행성부터 우리 주변의 별들까지
이렇게 구한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5천만 km로 우리는 이를 1AU (Astronomical Unit)로 정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쓰고 있다.
사실 1AU란 단위는 태양과 우리 사이의 거리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큰 효용가치가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1AU란 엄청나게 큰 거리를 유지한 채 뱅뱅 돌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별들의 위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손을 쭉 뻗고 엄지손가락을 세운 뒤 왼쪽 눈을 감았다 오른쪽 눈을 감았다 해보자.
엄지손가락이 먼 배경 앞에서 좌우로 크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양안시차 (binocular parallax)라 부르고, 우리는 이 시차 때문에 사물들을 입체로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춘분과 추분처럼 공전궤도의 양 끝에 있을 때 별들을 쳐다보면 시차가 생기게 된다.
이를 연주시차(annual parallax)라 하고 이는 먼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양안시차
1672년 카시니(Giovanni Cassini)는 연주시차를 이용해 화성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였다.
물론 이 경우는 지구가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6개월 동안 화성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잘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계산은 삼각법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연주시차를 이용해 먼 행성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낼 수 있게 됐다.
가까운 행성까지의 거리는 연주시차뿐 아니라 케플러의 법칙을 사용하여 계산해 낼 수도 있고 또 다른 측정법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행성들까지의 거리는 이중 삼중으로 검증 가능한 값들이고 매우 정밀하게 측정되어 있다.
그럼 연주시차라는 방법을 사다리의 2단이라 부르고 이 사다리를 길게 뻗어 태양계 밖에 놓여져 있는 먼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은 행성들에 비해 연주시차를 적용하기가 오히려 더 쉽다.
행성들은 6개월 사이에 많이 움직여 연주시차를 보정해야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은 항성이라 불리듯이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별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연주시차의 값 자체가 작다는데 있다.
1파섹 떨어져 있는 별은 지구가 1AU 떨어진 거리에서 보면 1초의 시차를 만든다. <출처: Institute of Physics>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만드는 연주시차는 얼마일까? 측정된 값은 0.77초이다.
여기서 1초는 “초각” 또는 “각초”를 말하는데, 이는 1분(각)의 60분의 1을 말한다.
또 1분(각)은 우리가 알고 있는 1도의 60분의 1이므로, 1초는 1도의 3600분의 1이고 매우 작은 각임을 알 수 있다.
간단한 삼각비로 1초각 벌어진 삼각형의 밑변이 1AU면 대략 1억5천만 km의 배 정도 되는 거리이므로,
30조 km정도가 되겠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특별히 파섹(parsec)이란 단위로 부르고, 이는 장장 빛의 속도로 달려도 3년 3개월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의 연주시차가 0.77초였으므로 이로부터 우리는 그 별이 우리로부터 1.3파섹이나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40조 km가 된다.
연주시차로 알수 있는 별까지의 거리는 은하계 크기의 1%에 불과
연주시차를 통해 최초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사람은 베셀(Friedrich Bessel)이라 할 수 있다.
베셀은 1838년에 백조자리61의 연주시차를 측정하여 약 1/3초각이란 값을 얻었다.
이는 거의 10광년에 해당하는 거리로, 현대적인 측정값 11.4광년과 거의 들어 맞는다.
베셀 이후로 알파 센타우리 등 차례로 가까운 별들의 거리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1900년까지 거의 100개 정도의
별의 거리가 측정되었다.
연주시차로 측정한 이웃 별들 <출처: Andrew Z. Colvin at wikimedia.org>
연주시차 방법은 직접적인 측정에 해당되지만 각을 구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상의 관측장비를 이용하면 0.01초까지 식별해낼 수 있다고 하니 100파섹, 대략 3000조 km까지는 잴 수 있다
는 얘기가 된다.
사다리를 조금 더 뻗치기 위해서는 지상보다 위성을 이용해 관측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1989년에 쏘아 올려진 히파르코스(Hipparcos) 위성은 10배의 해상도를 높여 0.001초까지 측정이 가능했다고
하고, 이는 곧 수백 파섹 멀리 떨어진 별들까지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 정도면 하늘 끝에 다다르는 바벨탑이라 할 수 있겠다.
히파르코스 위성 개념도 <출처: ESA>
이렇게 초정밀 연주시차 측정으로 거리를 알게 된 별들의 개수는 200만개에 달한다.
이 200만개 별들의 위치를 3차원 지도에 뿌려 놓으면, 먼 훗날 후손들이 우주여행을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
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만하기에는 이르다.
알다시피 우리 은하의 크기는 10만 광년이 넘고, 그 안에는 천 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다고 한다.
연주시차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은하계 크기에 비하면 1% 밖에 안 되는 가까운 별들의 거리뿐이란 얘기다.
< 한걸음 더 >
연주시차를 설명할 때 나오는 그림은 항상 비슷하다.
지구의 공전궤도를 그리고 궤도 반지름을 1 AU로 표시한 뒤 1초각을 만들어 1파섹을 정의하는 그림이다.
그리고 항상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측정을 한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하지만 실제로 연주시차를 측정하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6개월이 지나면 밤에 보이던 별들이 낮이라 관측이
불가능해지고, 대신 반대쪽 방향의 별들이 밤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또 태양계는 250 km/s이란 어마어마한 속도로
은하계를 돌고 있다.
따라서 지구도 6개월이면 수십 AU를 이동해 있게 된다.
물론 연주시차 측정의 대상이 되는 별들도 은하계 내에서 우리와 같이 움직이고는 있겠지만 이를 적당히 감안해야만 한다.
첫댓글 간단히 1초각이 3광년쯤, 30조k라고 기억하면 되겠네요
1도는 1초에 3600배 하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