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토요일 맑음
우도로 가겠다는 후배는 아침부터 짐을 꾸리느라 바쁩니다.
원래 집사람 친구가 집에 와 있겠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 통화로만 안부를 전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집사람 친구가 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붙잡지 못하는 저도 불편한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주도에 산다는 것만으로 1년 정도는 사돈의 팔촌까지 접대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가까운 선후배들이 집에 와서 잠시라도 편하게 지내고 갈 수만 있다면 족할텐데...
생전 처음보는 후배 안사람이 , 모기에 뜯겨 가며 거실 바닥에 자는 건 정말 편치 않았습니다.
냉방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조차 싫은 저에게 지난 수,목요일의 수업 시간은 고행이었습니다. 실내 온도를 재보지는 않았지만, 춥다고 느낄 정도로 냉방을 하는 건 낭비였구요.
차디찬 냉방과 스트레스가 겹쳐서 실실 아파옵니다.
일어나자마자 , 불편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텃밭의 잡초를 뽑습니다.
한 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여의치 않습니다.
'생선과 손님은 3일이 지나면 상한다'는 형님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제 맘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불편하니 쉬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언제 무소유의 경지에 도달할지 의문입니다.
12시 , 후배 부부가 떠나자마자 자릴 펴고 눕습니다.
세시가 넘어 자릴 털고 일어났습니다.
로미오와 블루문, 그리고 형님 동네인 함덕에서 만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여름을 즐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치치를 태우고 5.16 도로를 향해 갑니다.
무안에 있는 용주 형과 통화를 하며, 토평동을 지날 즈음...
치치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합니다.
놀라서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내 생각만 하다 자칫 강쥐를 잃을뻔 했습니다.
오한이 들어서 33도가 넘어서는 한 낮임에도 에어컨 바람 없이
차 문을 열어놓고 운행중이었습니다.
얼마나 더웠으면 차에서 뛰어내리려 했을까요?
도저히 못 가겠다, 미안하다는 문자를 날리고
한의원으로 차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진단에 어이가 없었지만 처방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8월 8일 일요일 맑음
그냥 또 쉬기로 맘을 먹습니다.
아침 일찍 하르방 형님이 전화를 걸어 오십니다.
걱정만 끼쳐드리니 매일 송구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잘 판단한 것이라고 격려를 하십니다.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몸이 상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씀에 위로를 받습니다.
오랜만에 밥을 합니다.
여덟번의 식사가 가능한 양을 만들어 2개는 냉장실에 ,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습니다.
옆집 할머니께서 호박잎으로 국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지만
다음에 시도를 해 볼 작정입니다.
1. 꽃이 핀 줄기 가까운 쪽에서 여린 잎들을 딴 뒤 까실한 잎 뒷면을 줄기부터 벗겨낸다.
2. 잎을 잘게 찢어 손바닥으로 비벼서 나머지 가시부분을 털어낸다.
3. 소금간을 한 물에 호박잎을 넣고 끓인다.
4. 전분(혹은 밀가루)을 풀어넣고 5분 정도 더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특이한 방법이라 기억해 둔 조리법이지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일 것 같습니다.
8월 9일 월요일 비....
3일 동안 못 뵌 형님을 만나러 갑니다.
불어 오는 바람에 비가 실려 있지만 기분이 상쾌합니다.
공항 근처의 사무실에 들러 재생 토너를 제 차에 싣습니다.
12일이면 함덕으로 사무실을 옮기셔야 하는지라 ....
조천 주암 파크빌 앞에 위치한 형님 사무실은 넓었습니다.
한 켠에 살림을 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함덕으로 가는 도중에 농가주택 하나를 살펴 보았지만, 답답한 구조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대지도 50평 정도 밖에 안되고...
함덕포구의 방파제에서 망중한을 즐겨 봅니다.
실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형님의 말씀을 들어보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꽃 멸치 떼가 갯바위 사이에 같혀 있습니다.
반도를 구해 온 마을 분과 형수님이 합세를 해서 양동이 하나 가득 잡아 들입니다.
초장과 소주가 공수되고....
머리 끝에서 꼬리까지 통채로 먹는 모습을 보고 주저하고 있는데,
마을 분들이 맛을 보라고 권합니다.
내장에서 풍기는 쌉사름함이 코 끝으로 전해집니다.
소주 한 잔 들이키지 않을 수 없겠군요..^^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바닷속도 한바탕 뒤집어져서 숭어 잡이가 기대된다는데요....
대화 도중에 풍랑주의보가 날리고....
빗줄기고 굵어집니다.
부산에서 휴가온 형님의 조카 친구들을 만난 후에야 집으로 향합니다.
8월 10일 화요일 비, 바람,태풍....
오전부터 비 설겆이를 한답시고 움직여 보지만 그저 하늘만 쳐다 볼 밖에요...
불안한 마음으로 집사람과 통화를 해 보지만
두려움이 가시질 않습니다.
태풍의 진행 방향 우측에 정확히 자리 잡은 제주도는 비와 바람의 천국이었습니다.
덴무(중국어, 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여신)의 중심 바람 속도가 초속 31미터, 파고 8미터라는 방송내용을 듣고 나니 더욱 좌불안석.
폭풍해일 경보마저 들었으니....
시간시간마다 법환 포구를 나가 보지만,
다른 마을 분들은 미동도 하질 않습니다.
포구를 넘실대는 파도만 바라봐도 두려운데
3년 전 나리를 기억하는 분들에겐 조족지혈이라시더군요.
만조가 겹치는 11시를 기점으로 비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포구에 나가 보니 파고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잠자리에 듭니다.
아무도 두려워 하지 않은 작은 태풍에도 불안감에 움츠러들기만 하는 밤입니다.
8월 11일 수요일 비오다가...맑아짐.
동쪽 하늘이 환한 걸 보니 태풍의 위험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나 봅니다.
과수원에 달려가 피해를 확인합니다.
낙과와 군데군데 부러진 가지들이 보이지만 생각보단 심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오전 내내 오락가락하는 비와 함께 비몽사몽....
지난 밤이 길긴 길었습니다.
오후 세 시를 지나면서 비는 그치고...
차에 두었던 짐(재생토너)을 거실에 들여 놓고 애월로 이동합니다.
블루문,로미오,하르방 형님을 보러 가는 길...
로미오는 피부 질환 때문에 발바닥 조직을 떼어내서 검사를 받았답니다.
당연히 걷는 자세가 불편할 수 밖에요...
블루문님은 아직도 감기 기운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고.
건강한 분은 최연장자인 하르방 형님 밖에 없었습니다.^^
으이구 이 몹쓸 사람들...
부실한 날 봐서라도 빨리 편해지길.....
몽골에 진료 봉사를 일주일동안 다녀오신 고병수 선배를 형님 내외와 이호 해변에서 잠깐 만났습니다.
다소 한산하긴 했지만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해변에 나와 있습니다.
기다리는 20분이 여유롭습니다.
구로에서도 그러했지만 고선배는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걸 새삼 알아가며 든든함을 느낍니다.
블루문님과 로미오를 진료받게 해야되는데...^^
6학년 , 중학 1학년 아들 둘이 병수 선배를 많이 닮았습니다.
주워 왔다고 농담을 하지만....
훤칠한 키는 정말 닮았습니다.
함덕에서 자고 가라는 형님의 권유를 아쉽지만 뒤로 하고 복귀....
어제보다는 편히 잘 것 같습니다.
첫댓글 에구~~ 여름에 감기까지~~
몸 관리 잘 하세요
어저쩨 통화할때 바비오디젤 만드는 것 배우는 중이라서
통화를 제대로 못했네요.
근데 또 일이 생겼네요 ㅠㅠ
앞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을 기름통에 떨어뜨려서 못쓰게 ~~
여칠간 내 전화로 통화가 잘 안될 것 같아요.
새로 사러 나가야 되는데 마지막 캠프 중이라서 다음 주 월요일에나
시내로 휴대폰을 사러 가게 될 듯 합니다.
이제 손님 접대는 거의 끝난 건가요?
흐이구 조심 좀 하시지요....^^ 끝나긴 한것 같은데 이 달 말에 은광형이 애들 데리고 온다고 하고...내일은 집사람이 취재차 다니러 온답니다. 월요일날 귀경하니 3일 천하로 끝나겠네요... 집 전화 번호라도 문자로 날려 주삼...^^ 조만간 서울 올라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여름 감기나 걸리고 있으니 이거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