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들 중 그 나라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두 배로 늘려줍니다. 이집트의 음식 문화와 이집트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즐겨 먹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볼까 합니다.
아.. 침이 고이는군요. 먹는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죠?
이집트는 95프로가 사막이지만 생명의 젖줄 나일강이 있어서 강둑 옆으로 기름진 검은 진흙들은 5천년 가까이 이집트 인들의 풍부한 식 재료를 공급해 주고 있습니다. 이집트 음식은 기본적으로 콩을 비롯한 야채를 많이 씁니다. 또한 북쪽의 지중해와 맞닿아 있어 올리브 재배가 활발합니다. 나일강 유역에서 수확한 질 좋은 야채들과 콩,밀,보리,쌀 등을 비롯해 지중해에서 온 올리브,홍해와 지중해에서 직송되는 해산물들이 이집트인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합니다.
또한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수많은 문화가 만난 가교 역할을 하다 보니 음식 문화 또한 다양한 레시피들이 결합이 되어 지금의 이집트 음식들은 전통 이집트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중동과 지중해 지역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이집트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께요.
먼저, 이집션들의 주식인 이집션 빵, 아에쉬(aish)입니다. (아래 사진)
밀가루와 이스트, 약간의 소금을 반죽해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입니다
갓 구워낸 아에쉬는 부푼 상태로 나오는데 서서히 숨이 죽어서 결국은 납작해 집니다. 인도의 난이랑 비슷한데 이집션들 뿐 아니라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도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주식입니다.
이집트션들은 보통 이 아에쉬를 찢어서 샐러드나 육류 요리에 싸서 먹습니다. 이 아에쉬를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야채와 고기를 넣고 만든 샌드위치는 이집션들이 가장 즐겨먹는 점심식사입니다.
아에쉬 빵을 대량으로 굽는 곳에서 갓 나온 빵을 나무 틀에 올려 놓고 식히는 모습은 이집트 거리 곳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서민들 사는 동네에 가면 먼지가 폴폴 나는 거리에 그대로 올려 놓고 판매하기도 하는데 주문이 오면 빵을 양손에 들고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봉지에 담아주니까 한국 분들은 기겁을 하시더군요.
두 번째 음식은 쿠샤리입니다.
쿠샤리(kushari)는 마카로니,여러 콩 종류,쌀 등을 삶아서 튀긴 양파를 곁들여 매콤한 토마토 소스를 첨가해 비벼 먹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비빔밥 정도 되겠습니다. 이집트 거리를 걷다 보면 길에서 보초서는 경찰들이 식사 때가 되면 쿠샤리를 비벼 먹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나일 강가에서 다정하게 데이트 하는 연인들도 둘이 앉아서 서로 먹여주는 모습도 볼 수 있죠.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고 가격도 저렴해서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최고의 식사입니다. 칼로리가 엄청나고 소화도 천천히 됩니다. 이집트의 한국 교민들에게는 쿠샤리 먹으러 가자고 하면 다들 “이집션 다 됐구나”합니다. 이집션들이 농담처럼 배 나온 사람들 보고 쿠샤리 배라고 놀리는데요. 이번에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을 두고 쿠샤리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시위대들이 길에서 며칠밤을 새울 때 그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 준 음식입니다
세 번째 음식은 팔라펠(falafel)입니다. 흔히들 따메야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며 상류층 사람들도 즐겨 먹습니다. 따메야는 병아리콩을 갈아서 밀가루를 살짝 섞고 향신료를 조금 첨가해 반죽을 만든 뒤, 기름에 튀겨내는 건데 제가 이집트에서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콩으로 만든 크로켓 같은 거라고 하면 이해가 빨리 되실 겁니다.이 따메야 몇 개를 샐러드와 함께 아에시 빵 안에 넣어서 떼히나 소스(참깨를 갈아 올리브 기름을 섞어 만든 담백한 소스)를 뿌려 먹으면… 아… 그 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압니다
네 번째는 막시(mahshi)입니다.
아랍어 발음으로 하면 약간 목구멍 안에서 내는 h발음 때문에 마흐^시라고 발음해야 알아 듣습니다. 쌀을 잘게 다진 소고기와 토마토,양파 등의 야채,소금,후추,약간의 향신료와 함께 섞어 양배추 잎에 싼 뒤 올리브 기름을 잔뜩 발라 스팀으로 쪄 냅니다. 드셔 보시면 소고기 볶음밥을 양배추 잎에 싼 것 같은 맛이 납니다. 이 막시가 좀 고급 요리로 가면 양배추 잎 대신 포도 잎에 싸는데 이것을 막시 와라 에납(mahshi waraa enab)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마카로니 베샤밀(macaroni béchamel)입니다. 그리스에서 먹는 pastitsio하고 거의 같습니다. 납작하고 넓은 마카로니를 층층이 쌓아서 사이 사이에 소고기를 갈아 양파와 함께 매콤하게 양념한 것을 넣고 전체적으로 베샤밀 소스를 뿌려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입니다.
칼로 적당하게 잘라서 접시에 담아 내는데 이집션 가정에서 흔히 먹는 저녁 요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크리미한 베샤밀 소스가 마카로니와 소고기의 양념을 부드럽게 감싸는데 대체로 먹고 나면 살짝 김치가 생각나는 그런 맛이지요. 저는 이집션 친구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서 이걸 한 조각 먹으니까 벌써 배가 부르더군요.
여섯 번째는 캐밥(kabab)과 코프타(kofta)입니다.
이집트에서 육류 요리는 고급 요리에 들어갑니다. 무슬림들이 90%라 돼지고기는 거의 먹지 않지만 대신 닭고기,양고기,소고기,비둘기,오리,토끼,낙타(대중적인 건 아닙니다)고기 등을 먹습니다.
캐밥은 터키에서 워낙 유명한데 이집트 인들이 말하는 캐밥은 다양한 고기 종류를 살짝 양념하여 숯불에 구운 것을 말합니다. 코프타는 주로 소고기나 양고기를 갈아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떡갈비처럼 만든 뒤 길쭉한 쇠로 된 꼬치에 길게 붙여서 숯불에 구워 내는 겁니다. 다 익은 뒤에는 꼬치에서 빼면 중간에 구멍이 생깁니다.
맛은, 육류 요리를 좋아하신다면 일반적인 바비큐 맛에 약간의 이집션 향신료 맛이 가미된 그런 맛입니다. 이집트 향신료는 동남아하고는 다르며 대체로 한국 분들도 잘 드시더군요.
일곱 번째는 비둘기 요리 마흐시 하맘(mahshi hamam)입니다. 이집트인들이 먹는 비둘기는 한국에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닭둘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식용으로 따로 키우는 비둘기들인데 살이 별로 없어서 뼈를 잘 골라내며 먹어야 합니다. 이집트인들에게는 정력제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히 고급 요리에 들어갑니다. 한국에선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고 하는데 이집트에서는 씨비둘기(?)정도 잡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종류의 요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비둘기 배 안에다 여러 향신료와 쌀, 다양한 허브 등을 넣어서 실로 꿰맨 뒤 올리브 기름을 발라 오븐에 구워냅니다.
여덟 번째는 몰로키야 스프(molokheyyah soup)입니다.
몰로키야는 한국의 참나물과 비슷한 과의 야채인데 이집트에서는 황실의 스프라고 일컬어 진다고 합니다. 몰로키야가 거의 슈퍼 녹황색 채소로 알려지면서 건강식으로도 유명한데 아욱을 잘게 썰어 같이 넣고 푹 끓이다가 마늘과 고수 잎을 넣어서 마무리합니다. 고수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 독특한 향 때문에 대부분 싫어하시죠. 자양강장에는 최고의 스프라고 하네요.
사진이 없어서 보여드리질 못하겠네요.
아홉 번째는 떼히나(tehina)와 바바가누(baba ghanoug)입니다.
떼히나와 바바가누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소스입니다. 한국의 고추장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차이점은 어떤 요리에 첨가하는 소스가 아니고 반찬처럼 어느 요리에나 곁들여 집니다. 떼히나가 가장 일반적이라면, 바바가누는 조금 고급스런 요리에 많이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에시 빵을 찍어 먹기도 하고 여러 샌드위치에 소스로 들어가기도 하며, 육류 요리와 곁들이는 소스가 되기도 합니다.
떼히나는 참깨를 갈아 만든 소스라고 보시면 되는데 떼히나 샐러드라고 해서 참깨와 병아리 콩을 같이 갈아서 소금,후추,식초와 레몬주스,파슬리,올리브유 등을 섞어 만든 것이 유명합니다. 어느 요리에 곁들여도 훌륭하며 맛은 고소하고 담백해서 아에시 빵에 그냥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바바가누는 참깨 대신 가지(eggplant,이집트 가지는 한국 것보다 훨씬 큽니다)속을 쪄내서 그것과 병아리 콩을 함께 갈아 소금,후추,식초,레몬주스,파슬리,커민 열매,올리브유 등을 섞어서 만든 소스입니다. 역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걸쭉한 소스이며 건강식입니다.
열 번째는 후식 종류인데 대표적으로 바스부사(basbousa)와 옴 알리(om ali)를 들 수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굉장히 단 후식을 즐겨 먹습니다. 바스부사는 마카로니나 푸딩의 원료인 소맥분으로 만들어서 설탕시럽에 푹 담근 것인데 위에는 아몬드나 호두, 피스타치오와 같은 견과류를 뿌립니다. 이것을 먹기 좋게 네모 형 혹은 다이아 몬드 형으로 잘라서 판매합니다.
옴 알리는 아몬드,피스타치오,호두등의 견과류와 잘게 썬 빵이나 콘프레이크,버터,건포도,우유와 휘핑크림,을 넣고 끓인 뒤 오븐에 구워내는 이집트의 유명한 후식입니다.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아주 달면서 걸쭉하고 크리미한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며 견과류의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저는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옴 알리는 단순히 단 맛을 넘어선 오묘한 어릴 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맛이 있더군요. 한 번 드시면 중독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다 통통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바스부사>
<옴 알리>
제가 소개해 드린 몇 가지 외에도 수 없이 많은 이집트 요리가 있습니다. 식 재료가 풍부한 나라이다 보니 이집트에 살다 보면 도저히 사막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가히 나일강은 이집트인들을 먹여 살려 주는 어머니와 같은 강입니다. 이 외에도 지중해와 홍해 쪽으로 가면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해 그들만의 양념으로 요리를 합니다. 이집트인들은 보통 점심을 오후 두 세 시사이에 간단히 먹고 저녁을 8시나 9시쯤에 먹습니다. 생활 리듬이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회원 여러분들이 이집트를 방문하시면, 제가 위에 소개해 드린 음식은 꼭 한번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기름진 이집트 음식을 먹고 나서 쌉쌀한 홍차에 민트 잎을 곁들여 한 잔 마시며 나일강의 일몰을 보고 있으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십니다.
첫댓글 맛있는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케밥 진짜 맛 있었어요.4월 중순에 갔는데 방이 추워 껴입고 자고 올때는 모두 감기 걸렸어요.
케밥.. 저도 너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이집트 와인이랑 같이 먹음.. 아..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