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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이 러셀
출연: 호아킨 피닉스(잭 모리슨), 존 트라볼타(마이크 케네디 서장), 제이신더 바럿(린다 모리슨)
눈물로도 꺼지지 않을 감동의 불길
몸을 사리지않고 소중한 생명들을 구해낸 잭(호아킨 피닉스)과 그의 인생 선배이자 소방서장인 마이크 케네디(존 트라볼타 분)... 일상에서의 그들은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 좋은 친구, 따뜻한 이웃이지만 출동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그들은 타인의 운명을 바꾸는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이 저녁에 무사히 살아돌아오기를 기도하며 매일 같이 맘조려야하는 아내, 아버지가 죽음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려움과 싸워야하는 가족들... 엄청난 불길 속으로 사라져버린 절친한 동료들... 마냥 자랑스럽기만 했던 일은 어느덧 감당하기 벅찬 슬픔을 불러온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생존자를 구출하려던 잭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불길속에 갇히게 되고, 마이크는 그를 구출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폭발 직전의 건물... 불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잭과 그를 구하기 위해 건물 밖에서 또 다른 사투를 벌이는 마이크...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사람이 화재를 피해 도망나올때 불길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래더 49>는 소방관들의 삶과 꿈을 담은 감동적인 드라마다.
배경은 볼티모어 소방서. 이 영화는 불길 속에서 싸우는 모습만으로 일반인들에게 각인돼있는 소방관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소방서의 내부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주인공 잭 모리슨이 소방관에 입문하게된 뒤,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직업적 특수성때문에 아내와 갈등을 겪기도 하면서 점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다. 수많은 대형 화재속에서 몸을 사리지않고 소중한생명들을 구해낸 잭이 결국 앞서간 많은 동료들처럼 자신도 불길속에 갇혀 죽음과 싸우는 마지막 30분... 지나온 자신의 소중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아득히 펼쳐진다. <래더 49>는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방관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라고도 할 수있다.
영화는 거대한 화재 현장에서 헌신적인 소방관 잭 모리슨 (호아킨 피닉스 분)이 한 시민을 구하다가 불길속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 건물밖에선 그의 인생 선배이자 소방서장인 마이크 케네디(존 트라볼타 분)가 잭을 살려내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한발 한발 다가오는 순간, 잭은 자신의 삶의 소중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데...
<래더 49>는 제이 러셀 감독이 루이스 콜릭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케이시 실버가 제작했고 호아킨 피닉스, 존 트라볼타, 제이신다 배럿, 모리스 체스넛, 로버트 패트릭, 발세이저 게티, 제이 헤르난데즈, 빌리 버크, 팀 기니등이 출연했다. 프러덕션 디자이너는 토니 버로우, 미술 감독은 케빈 콘스탄트, 세트 데코레이터는 매기 마틴, 촬영감독은 제임스 L. 카터, 의상 디자이너는 르네 엘리히 캘퍼스, 편집은 버드 스미스와 스캇 스미스,특수효과 감독은 래리 피오리토, 스턴트 감독은 조지 아귈라, 시각효과 감독은 피터 도넨이다. 화재 진압 컨설턴트는 마크 얀트 소방위가 맡았다.
<불길 속으로>
종래의 화재영화와 차별화된 소방관이야기...
그들을 이렇게 가깝게 지켜본 작품은 아직 없었다...
9.11 테러사건을 겪은 후 미국인들은 소방관들의 희생적인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소방서는 외부인들이 좀체로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직업중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중 하나인 소방관들의 주변 사람들 -아내, 자녀, 가족, 친구 등 -의 삶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제작자 케이시 실버는 여지껏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소방관들의 얘기를 다루어 보기로 했다. 그들만의 전통,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 강한 동료애와 책임의식, 그리고 희생정신 등, 그들의 일상 속 얘기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기로 한 것이다.
'감상을 배제하고 솔직한 시각에서 소방관들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제작자 실버는 말한다. '캐릭터들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화재현장의 드라마틱한 스펙터클 또한 생생히 화면에 담고자했다'는 게 그의 제작의도이다.
'난 이런 의도를 시나리오 작가 루이스 콜릭에게 전했다. 종래의 스릴러물 혹은 어드벤처물의 각도를 벗어나 소방관과 주변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얘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말도 했다'이런 제작자의 의도를 전해들은 콜릭은 '잭 모리슨'이라는 베테랑 소방관을 중심으로해서 다양한 테마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내러티브 구조로 시나리오를 썼다. '난 전형적인 소방관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지만, 출동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몸을 사리지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구해내는 사람... 그게 바로 가장 평범한 보통 소방관의 모습이 아닐까?'
'평소엔 출동 사이렌이 울리길 기다리며 동료들과 게임하고 잡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순간, 그들은 타인의 운명을 바꾸는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가 된다. 잭이 자신의 마지막 남은 30분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실제 화재 현장에서 일어났던 많은 감동적 일화들을 담으려고 했다. 잭의 회상 속엔 그가 왜 소방관이 됐으며, 소방관이란 직업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나왔는지 등의 얘기들이 담겨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콜릭은 많은 소방관들을 끊임없이 만났고, 그들을 만날수록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와 비슷한 일상의 고민들을 안고 있고, 실수를 저지르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소방관들 가족이 겪는 애환은 콜릭이 특히 중점을 두고 그리고자했던 부분이다. 소방관들에겐 소방서가 '제2의 가정'과 같은 곳이지만, 그들에게도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바로 가족들일 것이다. 남편이, 혹은 아버지가 매일 죽음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두려움과 싸워야하는 가족들이야말로 드러나지 않는 진정한 영웅들이 아닐까?
아침에 출근하는 가장이 저녁에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매일같이 맘조리는 게 바로 소방관의 가족인 것이다.
'린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중 하나다. 잭을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매일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고 언제 남편이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들을 지 알 수 없는 삶...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지 않는다. 린다는 불과 싸우는 일이 남편 잭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어느덧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남편의 바로 그런 점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남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인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콜릭의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옮길 감독으로는<터크 에버래스팅> <마이 독 스킵>등으로 친숙한 영화감독 제이 러셀이 선택됐다. 러셀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든 감독으로, 차기작은 뭔가 좀 색다른 작품을 찍고싶어하던 차였다. 한밤중에 대본을 받아든 러셀은 밤을 새다시피하며 그 자리에서 대본을 읽었고, 소방관들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화재 영화와는 좀 다르게, 소방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싶었다. 화재 장면도 관객들이 직접 화재 현장에 가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화재 현장의 겉모습뿐 아니라, 그 뜨거움과 공포, 그리고 소방관들의 헌신적 구조활동들을 그 자리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히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전형적인 젊은 소방관>
날 믿어요! 내가 도와 줄게요.
당신을 여기두곤 나도 절대 안가요...
-호아킨 피닉스, 주인공 잭 모리슨 역-
<래더 49>를 제작진의 의도대로, 소방관의 인간적 삶과 끈끈한 가족애를 부각시킨 휴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주인공 잭 모리슨 역을 맡을 배우의 캐스팅이었다. 전형적인 '액션 영웅'보단 강렬한 내면 연기에 강한 배우를 선택, 강도 높은 실제훈련을 통해 진정한 소방관으로 변신시켜 보겠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였다.
러셀 감독은 도발적이고 예측불능한 연기로 주목을 받는 아카데미 후보 경력의 호아킨
피닉스를 애초부터 캐스팅 1순위로 꼽았다. '난 예전부터 피닉스의 팬이었다. 그는 연기에 자신을 몰입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배우다. 그는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잭 모리슨이라는 캐릭터에 내면적, 외면적으로 완전히 동화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기위해 몇개월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소방관으로 보이기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 스크린에 보여지는 그의 표정과 연기엔 그런 훈련의 결실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 영화가 가족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내겐 특히 인상 깊었다. 소방관의 가족은 화마와 직접 싸우는 소방관들 못지않게 용기있는 영웅들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들은 소방관 당사자들이 겪는 거의 모든 일을 함께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잭 모리슨은 가족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업무의 스트레스를 견뎌 나가지만, 반대로 그의 가족은 가장이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간다.' 호아킨 피닉스의 말이다.
피닉스는 소방관의 배역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동화되기 위해선 실제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24시간씩 소방관으로서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볼티모어 소방아카데미에 훈련생으로 입학, 6주 동안 실제 훈련을 받았다. '난 소방관들의 실제 생활이 어떤지를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화재 진압 훈련을 받은 것은 물론 교재를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고, 시민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실습하는 등 소방 업무에 필요한 세세한 모든 일들을 다른 훈련생과 똑같이 배웠다. 그리곤 볼티모어 소방서에 소방관으로 부임, 한달동안 구조팀에서 일하며 실제 화재현장에 출동, 구조활동에까지 참여했다. 내게는 정말 뜻깊은 체험이었다'
호아킨 피닉스는 고소 공포증을 극복하고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그러나 처음엔 피닉스가 과연 이 배역에 적격인가 하는 의구심도 제작진 사이에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고소 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비상 출동용 기둥을 타는 훈련을 할땐 접이식 소형 사다리를 동원, 중간 부분까지 올려보내줘야 했다. 그는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땀을 비오듯 흘렸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뒤엔 밧줄 하나에 몸을 묶고 15층 건물에 매달릴 수 있을 만큼 담력이 생겼다. 훈련을 완벽히 받은 덕에 극중 스턴트 장면은 거의 100% 본인이 직접 소화해냈다. 촬영상의 트릭 따윈 전혀 없었다.'라고 제작자 실버는 설명한다.
훈련 강도가 높기로 악명(?)높은 볼티모어 소방 아카데미에선, 피닉스에게 영화배우 일을 관두고 소방관으로 취직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티모어 소방서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제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피닉스는 불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모두 구조해내고, 맨 마지막에야 탈출하는 소방관들의 희생정신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나름대로 분석해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완전한 대답은 끝내 찾지 못했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서 싸우는 소방관 자신들 역시, 그 해답을 알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일 터. '그들도 그 이유를 명확히 얘기하긴 힘들 것이다'라고 피닉스는 단정한다. '불타는 건물로 들어갈 때, 내 몸은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들어가지 말라고... 시커먼 연기, 칠흑같은 어둠, 아비규환의 혼란... 하지만 곧 그 모든 두려움을 누르고 내면의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방서 안에는 포스터가 하나 걸려있었다. 그 포스터엔 이렇게 써있었다. "용기란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불길 속에서 그 어떤 사람이 자신보다 더 큰 두려움에 떨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기에 잭은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고 불길로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소방관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그리는 것과 아울러, 피닉스가 특히 중점을 뒀던 것은 그들의 내면적 갈등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죄의식,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등은 모든 소방관들이 안고있는 고민일 것이다. '잭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고자하는 이상주의자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더 이상 이상만 추구하며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의 직업이 가족들에게 큰 아픔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율배반 속에서 그의 내면은 성숙해지고, 또 복잡해진다.'
<상관이자 인생의 선배>
사람들은 제게 묻죠
다들 불길에서 도망나올 때 왜 불길로 뛰어드냐고...
- 마이크 케네디 역의 존 트라볼타-
불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잭을 구하기 위해 건물 밖에서 또 다른 사투를 벌이는 사람... 그는 잭이 신참 소방관일때부터 지켜보며 정신적인 후견인 노릇을 해온 소방서장 마이크 케네디다. 소방관들의 엄격한 리더이면서도 때로는 유머로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인간적인 인물 케네디 서장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존 트라볼타.
시나리오 작가 루이스 콜릭으로부터 이 배역에 대해 얘기들은 후, 제작자 실버는 존 트라볼타를 떠올렸다고 한다. '존 트라볼타를 일찌감치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의 독특한 색깔과 세속적 속악함이라고 생각한다. 존의 그런 개성이야말로 이번 배역에 꼭 들어맞는 요소라고 난 생각했다.'
문제는 그가 할리우드 초대형 스타라는 점. 러셀 감독은, 이 배역을 맡기위해선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한다는 점을 트라볼타에게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훈련은 고될 것이며 빅 스타라고해서 특별대우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그러나 트라볼타는 그 얘길 듣고 되려 반색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를 캐스팅한 것은 대 성공이었다고 제작진은 평가한다. 그의 캐릭터인 케네디 서장은 소방서 내에서 절대적 카리스마를 행사하는 인물. 관록의 연기자답게 그는 젊은 배우들과의 연기에서 배역에 걸맞는 카리스마를 자연스럽게 뿜어냈다.
트라볼타는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소방관들에 대한 나름의 경의를 표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것은 영웅들의 무용담이 아닌 휴머니티다. 극중의 등장인물들은 우리와 조금도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다. 다만, 매일같이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건다는 점, 그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그는 극중 케네디 서장과 잭 모리슨 사이의 혈육 못지않게 뜨거운 우정에 주목한다. 요즘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 간에 이렇게 끈끈한 유대감이 그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케네디가 부하와 인간적으로 너무 친밀해진 것은 리더로서 어쩌면 실수일지 모른다. 그는 수많은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잭에 대한 인간적 애착때문에 리더로서의 냉정함을 잃게된다. 케네디가 잭에게 그렇게까지 애착을 느끼는 건 그가 가족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케네디는 잭의 단란한 가정을 보면서 어쩌면 대리 만족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케네디라는 캐릭터에게 어두운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소방서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하는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소방관들은 짖궂은 농담과 장난을 잘 치기로 유명하다. 이젠 그런 점이 소방관들 세계의 전통으로 굳어졌을 정도... 트라볼타는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볼티모어 소방서의 베테랑 소방관 마크 얀트에게 많은 자문을 받았다. 부하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리더로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등에 관해서도... 얀트의 말에 의하면 트라볼타는 소방관의 업무에 대해 너무나도 관심이 많아서 시시콜콜 수많은 질문을 해댔다고 한다. 예컨대 '호스는 어떻게 잡는건가?', '이럴땐 부하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등등... 얀트는 자신이 일하면서 들은 얘기와 직접 체험한 일들을 트라볼타에게 들려주고, 연기에 참고하도록 했다
'이 배역을 연기하면서 내가 그려내고자했던 케네디란 인물은 궁극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부하들은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결국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에게 돌아온다. 리더는 엄청나게 부담스럽고 외로운 자리다. 물론 그 못지않게 보람도 크지만...'
<소방관 아내의 삶>
난 두려워! 당신이 야근인 날엔
집 앞에 빨간 차가 멈춰서는 악몽을 꿔...
-린다 모리슨 역의 제이신더 배럿-
<래더 49>는 감상을 배제한 담백한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 잭과 그의 아내 린다는 강한 동지애 같은 걸로 묶여있는 부부. 그러나 그 안에서 서로의 독립성을 유지한다. 슈퍼마켓에서 린다를 만난 순간부터 그는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에게 삶의 희망이자 안식인 동시에 새로운 갈등의 뿌리도 된다.
린다는 소방관들의 일상적 삶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화재현장 못지않게 가정 역시 소방관들에겐 중요한 삶의 현장. 친근하고 소탈한 성격의 린다는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통받는 전형적인 소방관의 아내다. 이런 린다의 캐릭터를 소화해낼 적임자로 제작진이 선택한 배우는 호주 출신의 제이신더 배럿. 제작자 케이시 실버는 린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린다는 극중에서 매우 중요한 배역이다. 잭 모리슨이라는 소방관의 또 다른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아내로서 그녀는 남편을 내조하기위해 자신의 두려움과 싸워가며 최선을 다한다.
배럿이 린다의 배역을 그처럼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었던 건 그녀 자신이 소방관의 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가장이 목숨을 건 사지에서 무사히 돌아오길 초조히 기다리는 가족의 심경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을 터. 배럿의 부친은 호주의 브리스베인 공항구조단에서 33년 복무하고 최근 은퇴했다. 배럿은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동료 소방관들을 자주 접하며 자랐다. 그들의 쾌활한 유머와 뜨거운 동료애는 아직도 그녀의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되어있다. 자연히 배럿은 린다라는 캐릭터에 아주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대부분 화재 현장에서 탈진한 몸으로 돌아온다. 불을 끄면서 겪은 온갖 끔찍한 일들을 가슴에 안고... 그러다보니 자연 집에 와서는 별로 말이 없기 마련. 그건 모든 아내들에게 있어 상당한 스트레스일수 밖에 없다. <래더 49>의 컨설턴트였던 마크 얀트 소방관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그렇지만, 소방관이란 직업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든 직업이다. 웬만큼 이해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면 소방관의 아내로 살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의 장점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린다라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소화하는 일도 물론 배럿에겐 하나의 도전이었지만, 그녀에겐 또 다른 고충도 있었다. 짖궂은 남자 배우들이 득실거리는 촬영장에서 거의 홍일점으로 버텨야했다는 점. 러셀 감독은 그녀가 무척 강인한 여자라고 감탄한다. 남자 배우들 틈에서 기죽지 않고 늘 꿋꿋하게 자기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형제처럼 끈끈한 동료애>
-모리스 체스넛과 제이 헤르난데즈-
소방관들 간의 동료애가 대단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래더 49>에서도 잭 모리슨은 소방관으로 임용된 후 함께 일하게된 동료들과 형제 못지않은 우정을 쌓는다. 이들은 출동 신호가 울리는 순간부터 서로의 생명을 지켜줘야하는 사이. 일의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일을 떠난 순간부터는 모든 걸 잊어버리고 즐겁고 쾌활하게 생활한다. 극중 잭과 절친한 동료중 하나는 토미 드레이크. 신참으로 들어온 잭을 잘 이끌어주는 좋은 선배이다. 반대로 키스 페레즈는 잭보다 뒤에 임용된 후배. 잭은 자신의 선배들이 자신에게 그랬듯, 키스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준다.
토미 역을 맡은 모리스 체스넛은
토미로 인해 잭은 소방관이 얼마나 속절없이 모든걸 잃을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토미는 발전소의 증기 누출 사고로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좌절하는데, 이 사건은 잭과 토미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인생의 변수가 된다.
신참 키스 페레즈 역의 제이 헤르난데즈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통찰'의 영화라고 정의한다. '요즘들어 많은 사람들과 언론매체에서 소방관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그건 다분히 피상적인 관심일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방관들의 삶의 내면을 조명하고 있다. 우린 어떤 큰 사건이 터질때만 그들의 삶의 애환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실상 힘든 일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일어난다. 이젠 그들의 삶의 얘기를 한번쯤 스크린으로 끌어낼 때가 됐다'
<소방 캠프에서의 강 훈련>
-배우들, 소방관으로 거듭나다-
소방관의 일은 용기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감각이 필요한데, 그것은 훈련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소방관 훈련은 혹독하기로 악명 높다. 그래야만 그 힘들고 위험한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적임자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한 소방관의 삶을 스크린에 담기위해 러셀 감독은 출연진들에게 소방관 훈련을 직접 받을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연기에 몰입하라는 의미에서 훈련을 받으라고 한건 아니다. 소방관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기위해선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테마와 주제를 확실히 파악하기위해 러셀 감독 자신도 배우들과 함께 '소방 캠프'에 입소했다
'배우들에게 매일 100파운드짜리 소방장비를 갖추고 불길 속에 뛰어들어,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와 매운 연기 속에서 연기를 하라고 요구하려면, 내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훈련과정은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고 감독은 고백한다.
-미로 훈련-
배우들을 가장 힘들게했던 훈련 코스는 일명 '미로' 훈련이었다. 불이 난 건물 안에 갇힌 상황을 가상해서 만든 것이 바로 이 '미로'. 칠흑같은 어둠과 매캐한 연기 속에서 수많은 장애물들을 피해 때로는 기고 때로는 구르며 밖으로 안전하게 나오는 것이 이 훈련의 목표다.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민첩하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하는지를 배우들은 이 훈련을 받으며 절실히 깨달았다.
-로프 훈련-
'미로' 코스 못지않게 배우들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왕성히 촉진시켰던 훈련 과정은 가느다란 등산용 로프 한줄에 몸을 의지한 채 고층 건물벽에 매달리는 훈련이었다. 모리스 체스넛은 이 훈련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다고 한다. '난 그 훈련이 두렵지 않고 되려 짜릿했다. 하지만, 그 훈련을 받으면서,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용감해질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불속 훈련-
제이 헤르난데즈는 수백도의 열기가 이글대는 불길 속에 들어갔을 때 가장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뉴스화면에서 보는 화재 사건속의 불길과, 헬맷의 안면 보호대가 녹을만치 가까이서
보는 불길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게 헤르난데즈의 체험 섞인 설명이다. 존 트라볼타는 이에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불길 속에서 얼마나 엄청난 연기가 나오는지 이 영화를 찍으며 비로소 알았다. 그 시커먼 연기의 짙은 농도는 직접 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불과 1,2인치 앞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수백 파운드의 장비를 둘러메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고 생각해보라. 솔직히 몸의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다.’
볼티모어 소방관들 입장에선, 배우들이 훈련을 받으며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자신들은 매일 일상처럼 반복하는 작업인데, 평소에 나름대로 강인한 체력을 지녔다고 자신만만해하던 배우들이, 그일을 감당못해 쩔쩔매는 모습에 내심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고... 그러나 그런 훈련과정을 통해 배우들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됐고, 소방관들 역시 자신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표현하기위해 몸을 던져 노력하는 배우들에게 큰 애정을 갖게됐다고 얀트 소방관은 말한다.
<래더 49> 출연진중 가장 혹독하고 고된 훈련을 받은 사람은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였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그는 실제로 소방 아카데미에 입소, 6주간의 강훈을 마쳤고, 그 뒤에는 업무가 힘들기로 소문난 볼티모어 소방서 구조팀에 들어가 한달간 실습을 했다. 다른 소방관들과 똑같이 근무교대를 하며,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하여 구조작업을 벌였던 것.
마크 얀트 소방관은 '모든 훈련과 실습을 마쳤을 무렵, 호아킨은 다른 일반 소방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업무에 숙달돼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소방관으로 전직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거라고 말한다.
<물과 불의 도시>
미국이라는 나라를 작게 축소해놓은 것 같은
물과 불의 도시 볼티모어 로케
<래더 49>의 배경 장소는 유서깊은 도시 볼티모어. 영화의 배경지로는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 곳이다. 서민들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매력적인 도심 풍경,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이 이 영화의 컨셉과 잘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마침 볼티모어는 도시 재정비 사업을 추진중이라서 한결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인지라 영화의 촬영지로서 더 더욱 손색이 없었다 .
러셀 감독은 볼티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적절한 로케 장소를 찾는 건 영화 촬영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였다. 볼티모어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도시로, 우리 영화 컨셉과 잘 맞는 곳이었다. 빈부의 차이가 심하고,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과 서민들의 주거지가 공존하는 곳... 내겐 그곳이 마치 미국이라는 나라를 작게 축소해놓은 모형처럼 보였다. 볼티모어의 또 다른 장점은 항구를 끼고있다는 것이다. 물과 불의 도시라고나 할까? 이 영화에서 물과 불은 아주 중요한 컨셉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볼티모어를 촬영지로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 도시가 지닌 고난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간 볼티모어는 -지금은 회복기에 있지만- 경제적으로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빈 창고 건물 따위가 많다. (화재 장면 촬영엔 그런 빈 건물들이 유용하게 활용됐다) 그리고 주민들의 표정엔 강인한 생존 의지가 엿보인다.
볼티모어 소방본부는 미국 내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있는 소방 본부. 1859년 설립 당시, 한대의 스팀 소방차와 한줄의 호스, 한대의 트럭으로 출발했다. 1904년, 유명한 볼티모어 화재 (GREAT BALTIMORE FIRE)로 도시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다시피 했던 뼈아픈 기억을 갖고있지만, 현재는 윌리엄 J. 굿윈 주니어 소방 본부장을 필두로, 1700명의 남녀 소방관들이 첨단 소방장비를 갖추고 675,000명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있다. 시내 각처에 위치해있는 49개의 소방서에는 소방대원들과 구급대원들이 사용하는 총 100대의 장비 차량이 구비돼어있다. 볼티모어 소방본부의 모토는 '시민의 안전은 우리의 자부심'. 이 모토는 곧, <래더 49> 를 찍는 제작진의 모토가 되었다.
볼티모어를 로케 장소로 선정한 제작진은 그 지역 소방본부와 접촉하며 최대한의 조언과 협조를 구했다. 동부 해안에서는 화재 진압의 접근방식이 미국의 여타 지역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볼티모어식 화재진압 방식을 배워야했다. 또한 소방장비를 빌리기 위해선 시의 협조도 필수적이었다. 볼티모어 소방본부에선 소방차량과 할로겐 도끼, 호스 등등의 장비를 빌려주는 것은 물론, 소방관들을 엑스트라로 출연시킬 수 있도록 협조해주었다. 소방관들은 모든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촬영에 임했는데, 이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삭막하면서도 매력적인 볼티모어의 분위기를 좀더 살리기 위해 감독은 프러덕션 디자이너 토니 버로우 (영화
그는 또한 수주일동안 볼티모어 소방관들의 집들을 방문, 그들의 가정생활은 어떤지를
파악했다. '영화속 내용처럼 실제 소방관들 중에서도 대를 이어 그 직업에 종사해온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들의 가정이나 동네의 분위기에도 그런 특성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다.'
버로우에게 맡겨진 또 다른 임무는 불타는 화재 현장들을 세트로 재현하는것. 다양한 상태로 화마에 파괴된 건물들의 내부와 외부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그중에서도 영화의 중심 무대라 할 수 있는 세트는 잭이 화재 진압 도중에 갇히게 되는 곡물 운반용 승강기. 문제는 잭의 회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이 세트가 허물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도 반복돼야한다는 것이었다.
'세트를 무너뜨렸다가 4시간 뒤엔 다시 복원시켜 촬영을 진행해야하는 만큼 설계도 무척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러셀 감독은 설명한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가장 좋아했던 세트는 20세기말에 지어져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한 소방서 건물이었다. 버로우는 이 건물을 다시 꾸며 영화의 주 무대중 하나인 소방서 건물로 재탄생시켰다. 촬영기간 중 그 건물은 우리들의 집과도 같았다. 배우들이 출동 장면을 찍을 때 타고 내려오는 기둥(POLE)은 지난 100여년간 소방관들이 출동시 타고내려오던 바로 그 기둥. 그런 점들이 배우들의 연기에도 리얼리티를 더해주었음은 물론이다.
촬영 내내 감독이 스탭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리얼리티'였다. 이것은 의상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주문이었다. 의상을 담당한 르네 캘퍼스는 극중 소방관들의 유니폼 뿐 아니라 평상복에도 리얼리티를 주기위해 볼티모어 소방관들 -젊은 층과 연배가 있는 층 모두- 이 평소에 잘 입는 옷차림을 연구했다. 또한 유니폼인 소방복은 각 화재 장면과 배우들의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조금씩 변화를 주어 제작했다. 디자이너가 소방복을 제작하면서 배운 점은, 소방복이 낡고 더러울수록 소방관은 오히려 그걸 더 명예스럽게 느낀다는 것이었다. 극중 잭의 소방복도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낡아가는데, 그건 그가 목숨 걸고 불과 싸워온 지난 시간을 보여주는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스크린을 불태우는 화마>
화재 현장의 그 지옥같은 리얼리티를 위해
화재 장면중 99%는 실제 화재를 내다...
<래더 49>를 통해 제이 러셀 감독은 소방관의 현실을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하나는 소방관의 내면적, 인간적인 모습...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가족들과의 단단한 유대관계 등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가 원했던 또 다른 한가지는 지옥과 같은 화재 현장의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었다.
제작 초기부터 제작진들은 화재 현장 재연에 어떤 트릭도 쓰지않기로 했다. 말하자면 컴퓨터 그래픽 등의 특수효과 등을 쓰지 않고 빈 건물에 실제로 화재를 -물론 통제할 수 있는 화재- 내기로 한 것. 물론 건물 하나가 완전히 잿더미가 될 때까지 태우는 건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무리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과 스탭, 출연진의 신변이 위험하지 않은 한도에서 최대한 리얼하게 화재를 연출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화재의 스케일은 영화사상 가장 최대 규모급에 속할 것이다'라고 러셀 감독은 자평한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세트를 이용한 촬영은 아무래도 실제 화재 현장의 그 지옥같은 리얼리티를 전달해주긴 어렵다. <래더 49>에 나오는 화재 장면 중 99%는 실제 화재다. 예를 들어, 호아킨 피닉스가 화마에 휩싸인 아파트 내부를 기어가는 장면이 있다 치자, 그럼 그 장면은 호아킨 피닉스가 실제로 화마에 휩싸인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 촬영한 것이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에 무게를 둔 영화지만, 화재 장면의 리얼리티도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화재 장면이 실감 날수록, 관객들이 캐릭터에 더 잘 동화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인위적인 냄새가 물씬한 기존의 헐리웃 화재 영화 같은 건 만들고싶지 않았다. 이왕 찍는 영화, 제대로 리얼하게 찍는 것만이 소방관들의 용기와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리얼리즘을 최대 목표로 정한 이상, 제작진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는 안전 문제였다. 사실 촬영 중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았다. '솔직히 이 영화는 악몽이었다'고 감독은 토로한다. '화재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위험해서일 것이다. 이 영화를 찍는 건 마치 수중 촬영을 하는 것과도 같았다. 산소마스크를 계속 쓰고 촬영했으니까...'
제작자 케이시 실버는 이렇게 덧붙인다. '스탭과 출연진 모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촬영장은 뜨겁고 연기가 자욱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화면에서 위험하게 보이는 장면은 실제 촬영때도 똑같이 위험했다. 현실의 소방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안전장치를 해놓고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많은 소방관들에게 물어보면, 헐리웃 화재 영화를 보면서 늘 아쉬웠던 점이 있다고 대답한다. 스크린에 나오는 화재 장면엔 현실 속에서 소방관들의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검은 화염과 연기의 표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제작진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탭들도 대거 소방 캠프에 보냈다. 촬영감독 제임스 L. 카터도 그중 하나. 소방 캠프에서의 힘들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그는 촬영의 기본 컨셉을 정했다. 앞이 안보이는 화염과 불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절대 고독과 공포를 렌즈를 통해 생생히 표현해보겠다는 것.
화재 장면 촬영을 하다보면, 아무리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해도 뜻밖의 위험 변수가 생기기 마련. 화재 컨설턴트였던 마크 얀트 소방관도 이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 불은 절대 100%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도 촬영중, 불이 붙은 잔해물에 맞거나, 소방복이 화염에 휩싸이는 등의 위험천만한 사고들을 종종 당했다. 철저한 안전대책과 훈련된 스탭들의 신속한 조치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그럴때마다 모두들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가장 현실적인 화재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있던 러셀 감독은 화재 컨설턴트인 얀트 소방관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가며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의 화재 씬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중심 무대는 화재가 난 곡물 창고. 곡물 창고에서 불이 날 경우, 그 위험성은 훨씬 더하다. 곡물 먼지가 발화해, 폭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건물 구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잭 모리슨은 화마에 휩싸인 주민을 구한 뒤, 자신은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버린다. 이 장면을 찍을때 전 촬영진은 CBA라는 호흡 보조기구를 착용했다. 자칫, 질식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수 효과 감독 래리 피오리토와 피터 도넨은 컨설턴트 얀트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화재 현장의 폭발 현상, 검은 연기 등을 실감나게 재연, 화재 현장의 리얼리티를 생생히 화면에 옮겼다. 얀트 소방관은 이들이 만들어낸 특수효과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엄청난 폭발과 불바다가 된 건물 내부 등은 실제 화재를 방불케 했다. 누군가 다치거나 희생될까봐 내심 무척 걱정됐지만,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러셀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촬영이 종료된 지금도, 길에서 불 자동차가 지나가는걸 보면, 그 안에 타고있는 사람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위험한 상황 속에 던져져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자기 임무에 충실할 것임을 난 안다.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젠 불 자동차를 무심히 보진 않을 것이다'
<주제곡 - '빛을 환히 밝혀요' >
영웅적인 소방관들에게 바치는 송가
제이 러셀 감독은 <래더49>의 촬영이 끝날 무렵, 극의 클라이맥스에 삽입할 음악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충격적이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장면은 소방관의 사회적 책임과 희생정신에 대해 생각케하는 장면. 기존의 팝송중에는 여기에 어울릴만한 곡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로큰롤 세대의 전설적 작곡가 로비 로버슨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인간적이고 영혼을 울리는 그의 음악이야말로 우리가 표현코자하는 이미지를 가장 잘 잡아내줄것같았다'는게 러셀 감독의 설명이다
로버슨의 곡들은 수많은 영화속에 삽입돼왔지만, 특정한 어떤 장면을 위해 작곡을 의뢰받은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난 이 프로젝트에 강한 의욕을 느껴, 당장 러셀 감독을 만났다.
감독은 공교롭게도 내가 한동안 음악활동을 했던 리틀록 지방 출신이었다. 내가 이 일을 맡게된건 운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로버슨은 일단 영화를 보기 전까진 작곡작업을 유보했다. '내심 내가 생각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난 영화에 크게 감동했고, 지금껏 한번도 들여다보지못한 소방관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게됐다. 영웅담쯤으로 미화하거나 감상에 치우치지않고 그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표현한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는 점이 참으로 뿌듯했다'
영화를 보고난뒤 로버슨은 작곡을 시작했는데, 자신의 작업실에선 영화를 볼수없었으므로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리듬과 곡의 구조를 만들어나갔다. 그런데 작곡이 완성된후 화면에 삽입했을때, 곡은 신기하리만치 장면장면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는 추상적이지만 명료한 어떤 컨셉을 갖고 작곡에 임했다. '어떤 울림을 표현하고싶었다'는게 그의 설명. 느낌이 강하면서도 너무 튀지않는, 그러면서도 의미심장하게 극의 클라이맥스에 액센트를 줄수있는 그런 곡을 쓰고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가스펠적 분위기에 약간의 세속적 느낌이 가미된 그런 음악이었다. 영혼을 울리는 소울풍의 곡... 그런 곡에 소방관들에 대한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고싶었다
로버슨은 이 곡을, 자신이 피아노 반주를 하며 노래하는 지극히 간결한 버젼으로 편곡하여 러셀 감독에게 들려주었다. 이곡에 반한 러셀 감독은 데모 테입을 만드는 관행을 취소하고 막바로 녹음을 시켰다. 그래서 탄생한 곡이 '빛을 환히 밝혀요' ('SHINE YOUR LIGHT').
그뒤 로버슨은 이 곡을 아다지오로 편곡, 엔딩 크레딧 장면에 삽입했다. 그로서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고, 또 그만큼 흥미로운 일이기도 했다. 자신이 구성한 락의 모티브를 편곡자 데이빗 캠벨(락 스타인 'BECK'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는데 이 음악은 관객들로하여금 마지막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반추하게해준다.
로버슨은 <래더 49>의 영화 음악을 맡았던 일은 자신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 작업을 하면서 많은걸 배웠다. 또한 보람도 컸다. 매일같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업이었기때문이다'
와킨 피닉스와 존 트라볼타가 용감한 소방관들을 연기하는 포스트-911 소방관 재난 드라마. 피닉스와 트라볼타 외의 출연진으로는 <휴먼 스테인>의 제이신다 바렛이 피닉스의 극중 부인을 연기하였고, <터미네이터 2>의 로버트 패트릭과 <아나콘다 2>의 모리스 체스트넛, 그리고 TV 시리즈 <24>의 시즌 2에 출연했던 꽃미남 배우 빌 벌크 등이 공연하고 있다. 연출은 <턱 애버래스팅>과 <마이 독 스킵>을 연출했던 제이 러셀 감독이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3,260개 극장으로부터 주말 3일동안 2,209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 고충과 보람 등을 다룬(따라서 단조롭고 진부한) 소방관 홍보물 같은 작품.
시민을 구하기 위해 뛰어 들었다가 불타오르는 20층 빌딩에 갖힌 볼티모어 시 소속 소방관 잭 모리슨(피닉스)은 구조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볼티모어 소방서의 일명 '래더 49' 팀에 처음으로 배치되었던 그는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소방대장 마이크 케네디(트라볼타)의 지도 덕분에 베테랑 소방관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건 여러가지 구조활동을 펼치는 동안 죽마고우 동료 소방수인 토미(체스트넛)와의 우정은 깊어갔고, 무엇보다도 자신만큼이나 강한 부인 린다(바렛)와 아이들이 그의 곁에 있었다. 이처럼 잭이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케네디 대장이 이끄는 래더 49 팀은 잭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의 반응은 양호하다는 쪽과 형편없다는 쪽으로 나뉘어졌는데 후자 쪽이 숫적으로 우세하였다. 우선 이 영화에 반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대부분은 이 영화의 과장되고 진부한 스토리를 공격했다), 시카고 트리뷴의 앨리슨 베네딕트는 "이 싫증나는 멜로드라마는 마치 휴먼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교활하게 위장한다."고 공격했고,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설득력있는 드라마 또는 스타 파워가 필요했지만, 어느 한쪽도 갖추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으며, 산 호세 머큐리 뉴스의 글렌 로벨은 "불타는 건물에 갇힌 주인공 모리슨은 자신의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삶을 리뷰한다."고 빈정거렸다. 또, 아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의 엘레뇨어 링겔 길레스피는 "감독인 러셀은 지금까지 감상주의와 스테레오타입의 주인공들을 잘 다루어왔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이 진부함 가득한 각본을 제대로 핸들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캐리 릭키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홀마크 카드에서나 볼수 있을 것 같은 단조로움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영화가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봐줄만은 하다는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무려 별 세개 반(별 넷 만점)을 부여하면서 "이 영화는 놀랍게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동시에 슬픔을 느끼게 하였다. 극장문을 들어서면서 영웅적 소방관의 액션담을 예상했었지만, 이 영화는 다른 이의 삶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월 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겐스턴은 "영화가 가진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존경할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고 평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이 영화는 선하고 정직한 눈물이라는, 요즘 극장에서 실로 보기드문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또, 엔테테인먼트 위클리의 리사 슈왈츠바움은 "엄청난 화염과 화약기술로 꾸며진 위험한 순간들 대신, 영화는 (소방관들에 대해) 조용한 경의를 표한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휴스톤 크로니클의 에이미 바이앤콜리는 "소방관들의 꾸미지 않은 영웅적 행동에 대한 이 영화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고 호감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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