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대학입학 50주년이고, 53년생은 칠순이 된다.
입학 30주년행사를 계기로 72모임 (산악회 등)에 참석하기도 하고,
10여년전 대학 동기 카페에 70년대 “학창시절회상” 시리즈도 쓰고,
“천영초(신방과, 서명숙-제주 올레재단 이사장-후배가 쓴 ”영초언니“주인공”)
동기에 관한 글도 남겼다.
나이 70에 접어드니, 생존의 물리적 시간은 유한하다.
예전에는 사람이 칠십을 살기는 드문일이다.
"조정에서 돌아와 하루하루 춘의를 잡혀[朝回日日典春衣],
매일 강두에서 취하여 돌아오네[每日江頭盡醉歸].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흔히 있지만[酒債尋常行處有],
인생 칠십은 고래로 드물도다[人生七十古來稀]."
중국 당(唐)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의 "곡강시(曲江詩"에서
인생이 한바탕 꿈이고, 풀잎에 맺힌 이슬인 것을...
관조(觀照)하며 남은 여생(餘生)을 지내는 것이 신산(辛酸)한 삶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레시피(Recipe)라고 가슴에 새기면서...
고난에서 고난으로 끝나는 이 허망한 인생!
“죽으면 썩을 몸, 살아도 ~ 끝이 안나노?”라고 가끔은 자조하기도 하면서“
인생이란 필연보다는 살다보면, 시공을 초월한 우연(偶然, Contingency)이 생긴다.
삶의 속성이란 가끔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외과 동기 카톡방이 있다 (40명 입학동기중 26명이 회원임)
얼마전 조문제 (서울사대부고)동기가 임동명(청주고)친구가 연락이 안돼 수소문하고,
청주고 44회 동문회 카페에 확인하였더니 작년 12월 12일 폐렴으로 영면(永眠)하였단다.
80년대 조선일보 정치부 명기자 였고, 인천국제공항 홍보실장을 역임하고,
출판사 대표를 지낸 활달하고, 건장한 친구다.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 1월에는 홍영수 (경기고, 前대우실업근무) 동기 (홍 상수 영화감독의 친형이며, 한국 사교계의 뮤즈 故 전 옥숙 여사님이 모친)가 청평에서 핸펀만 남기고 실종되었고, 아직까지 행불이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61022
(가수 조용필의 노래 “생명”을 작사하신 모친 "女王峰"의 일대기)
경남 통영 태생이신 모친이 해방후 이대(梨大)국문과 다니다가 좌우이념에 휩쓸려, 6.25동란 중에
파란만장한 신고(辛苦)를 겪으시고, 태어난 맏아들이 영수친구다.
72/3년도 영수 답십리 저택에 가서 모친한테 술 너무 마신다고 혼나기도 하고,
도피중인 오적(五賊)을 쓰신 김지하(金芝河)시인도 만나고,
긴머리에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영수 친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정외과 동기 6명 -김석범(서울 중동고), 이종진(서울 중앙고), 전충현(서울 경복고), 신익수(서울사대부고)-이
벌써 이승을 하직했다.
삼가 故人이 되신 친구들의 명복을 빈다...
칠순을 맞이하니 삶이란 희극과 비극, 환희와 슬픔이 교차하는 무대로 여겨진다.
5-60년대 시골에서 밤에는 호롱불 키고 공부하였고,
70년대 유신독재 정권의 "긴급조치"로 인하여 야만의 시대 대학을 다니고,
80년대 종합상사에서 직장생활하면서 텔렉스와 팩스로 업무진행하고,
90년대 컴퓨터를 알면서, 21세기 인터넷과 가상과 현실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의 세상에
노년을 보내려니 힘들고 벅차다.
“모진 세월 가고, 늙어서 이리 편한 것은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 경리 (“토지” 소설가 1926-2008)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봄에는 꽃들이 피고 가을에는 달빛이 밝다
여름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흰 눈이 내린다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 세상의 좋은 시절이라네.“ -조주선사 悟道頌-
부질없는 것들에 탐착(貪着)하지 말고, 건강히 살다가 입학 60주년, 70주년도 맞이하고 싶은데...
칠순(七旬)에 접어드니 삶이란 지,수,화,풍(地水火風)에서 와서 가고,
부(富)와 귀(貴) 모두다 신외무물(身外無物)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