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예경순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강사] '우주소년 아톰'이나 '마징가 Z' 등의 만화 영화는 1960~1970년대에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늘을 날고 땅 위를 걷거나 뛸 수 있는 인조인간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는데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지금은 ‘아시모’나 ‘휴보’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작되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고 있다.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와 영화를 보며 상상력을 자극받았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라서 로봇공학자와 로봇기업인의 꿈을 키워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로봇산업은 무한한 상상력에 의해 발전해가는 분야이기에 미래산업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처음에는 동물 모양의 자동인형을 만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비로소 로봇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해 일본의 아시모, 우리나라의 휴보 등이 탄생했다.
따라서 '로봇(Robot)'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 또한 그리 오래되지 않다. 1920년 체코의 희곡 작가 K. 차펙이 쓴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유래된 단어인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한다’라는 뜻을 지닌 ‘Robota'에서 온 말이다. 프로그램에 의해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기계인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노동을 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로봇 관련 기술의 발전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이 등장해 로봇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인데 인공지능을 갖추고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며 의료용, 가정용, 산업용, 군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체의 혈관 속에 들어가 특정 질환 부위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과 장기 내의 암세포를 제거하고 인공관절 수술을 대신해주는 로봇 등은 의료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덜어주며 폭발물을 제거하고 부상병을 구하는 구난로봇, 심해저에서 광물자원을 캐내는 채광로봇 등은 위험한 일을 대신해줌으로써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래에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로봇이 더욱더 많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방사능 오염지역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가서 작업을 대신 하는 탐사로봇이나 구조로봇도 더욱 상용화될 것이고, 노약자나 장애인은 현재 각 가정마다 보유하고 있는 PC처럼 개인 소유의 맞춤형 로봇의 도움을 얻어서 신체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를 바꿔놓는 기술로 로봇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미래 직업에 대한 전망에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로봇과 연계된 분야일 것이다.
미래의 유망직종을 보면 로봇 관련 분야가 항상 10대 직업군에 속해 있다. 얼마 전 고용정보원에서는 로봇에 대한 미래 유망직업을 3가지로 전망했는데, 지금 현재에도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로봇 연구개발자, 인간과 로봇의 감성적 인터페이싱을 연구하는 로봇감성인지 전문가, 로봇에게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인식기술연구원 등이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덧붙여 본다면 로봇에 대한 일반적 지식은 물론 마케팅, 경영, 로봇 도입에 따른 타고용인들과의 관계 설정 등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직업인 로봇컨설턴트,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로봇심리학자, 로봇을 이용하여 공연이나 퍼포먼스 같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로봇공연 기획자, 로봇을 노령화사회를 지탱하는 일원으로 이끌어내는 실버로봇서비스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로봇분야 전문직업도 세분화하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로봇 연구개발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버지니아텍 교수인 데니스 홍 로봇공학 박사를 들 수 있다. 한국 이름으로 홍원서인 데니스 홍 박사는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라는 책을 통해 그가 어떻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했는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연히 일곱 살 때 '스타워즈' 영화를 보고 로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꾸준한 노력과 도전으로 그 꿈을 흔들림 없이 키운 결과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로봇의 권위자가 되었다.
‘로봇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데니스 홍은 여러 가지 로봇을 개발했는데 가장 손꼽을 만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로봇이다. 2011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관중석 앞을 지나가자 사람들의 기립 박수와 환호가 시작되었다. 장애물을 피해 결승선에 무사히 도착한 장애인용 자동차를 선보이자 이날 '워싱턴 포스트' 지는 머리기사로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극찬했다.
‘로봇 관련 직업은 미국이나 일본 등 일찍부터 로봇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유망하지 않을까’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면 전승민 기자가 쓴 '휴보이즘'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한국 로봇 기술의 대명사인 휴보의 탄생부터 성장과정, 그리고 로봇 휴보의 아빠인 카이스트 대학의 오준호 교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휴보를 비롯한 다른 나라 로봇들도 소개하여 전반적인 로봇 기술의 발전사를 이해할 수 있으며 세계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할 수도 있다.
휴보가 태어난 지 10년, 휴보 연구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동고동락했던 과학전문기자가 인간형 로봇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 ‘휴보’에 ‘이즘’이 붙은 것은 ‘휴보’를 탄생시키기 위해 휴보센터 연구원들은 땀과 눈물과 시간과 애정을 쏟았을 것이며 ‘휴보’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즉 인간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휴보를 원했기에 ‘휴보이즘’이라고 했을 것이다. 로봇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정신을 이러한 ‘휴보이즘’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로봇은 인간을 위한 하나의 기계이며 장치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풍요롭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처음에는 작업현장에서 반복적이며 위험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점차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과 가까운 모습으로 공존해가며 삶을 나눌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이 생기거나 로봇이 인간처럼 꿈을 꾸며 자신의 독립성을 선언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미래의 로봇 및 인공지능에 대한 입장에는 로봇이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과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우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기술들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가 바르게 사용되도록 윤리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로봇 관련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일단 과학에 흥미가 있어야 한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라면 로봇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을 갖고 있을 것이며 이러한 호기심과 흥미를 직업으로 연결시키면 성공적으로 직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로봇 관련업은 성격적으로 치밀하면서 분석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로봇의 조작 및 통제, 작동 점검, 장비의 유지, 품질관리 등을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적 사고가 필요하며 로봇 설계 원리와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훗날 로봇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청소년 시절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과학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융복합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심리학이나 예술 관련 분야의 공부도 중요하다.
로봇은 기계, 전자, 전산, 시스템, 디자인을 기본으로 생산과 의료, 심리 및 뇌 생명공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분야이므로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학과 과학을 기본으로 공부하되 심리학이나 예술 등 여러 분야의 글을 읽고 이해하며 자기의 생각과 융합할 수 있도록 언어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융합의 대상인 다른 학문 분야를 대할 때 이해와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다.
그리고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해 로봇과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로봇 관련업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상력이 필요하므로 로봇과 관련된 그림, 설계도, 이야기, 궁금한 점 등 평소에 상상한 것을 노트에 옮기다 보면 엉뚱한 생각이 때로는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신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로봇 관련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노트 한 권을 마련해 제목부터 달아보자. ‘상상이 현실로, 나만의 로봇을 위해’ 이렇게 제목을 정했다면 시작이 반이라고, 이미 여러분은 꿈을 반은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