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총동창회가 오월 둘째주 일요일 모교 교정에서 열린다고 연락이 왔다.
몇년동안 가보지 못한 고향과 어릴적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싶어 참석했다.
교문 입구에 있는 큰나무가 담벼락에 붙어 있었는것 같았는데.....
담벼락이 없어지고 언덕배기를 흙으로 채워 학교 마당을 넓혔나 보다...
우리 어릴적 다닐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교실 뒷편 과수원은 주차장으로 변했고 건물도 새롭게 들어서 있었다..
창원 초등학교 55회 현수막이 걸린 곳으로 가니 친구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아랫도리 밑바닥으로부터 솟아나는 반가움에 세상사는 보람이 물컹 솟구치기도 했다.
새로 뽑힌 회장과 총무가 친구들에게 잘하는것 같았다....
회장은 어릴때는 찌질이도 못나고 있는둥 없는둥 싶었는데 이제는 인근 마산과 창원을 장악한 택배회사 사장이 되어 친구들과 지역 선후배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었다...참 다행한 일이었다....
어릴때는 집안이 가난해서 그저 눈치보기 바빳는데 타고난 근면성실함이 어느덧 그를 부자로 만들어 놓았고 지역의 안정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올해가 모교 개교 100주년 되는 해란다...
각 기수마다 운동장 삥둘러 천막을 치고 가가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것 같았다..
우리 55회는 야외 바베큐형식으로 드럼통을 옆으로 잘라 준비해온 숯불로 가마솥 솥뚜껑에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전날 돼지 한마리를 잡아서 구어먹기 좋게 아이스 박스에 채곡채곡 재워져 있었다...
과일과 음료수를 얼음에 재우고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프로그램도 보면서 속속 들어오는 친구들 보는 맛이 참으로 즐거웠다...
소식을 들어보니 기독교 장로님이 두사람 되었고 불교 스님이 한분 되셨다.
특이한 것은 아직도 장가를 못간건지 안간건지 홀어머님이랑 사시는 친구가 있어서 동병상련의 情이 생겨나오기도 했다.
그 친구가 동창회에서 준비한 맥주와 소주를 안먹고 자기는 막걸리만 마신다 하길래 회장에게 막걸리는 준비 안했냐고 야단치기도 했었다...
회장이 겸연쩍어하며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꼬깃꼬깃 천원짜리 지폐 2장을 꺼내 주면서 학교앞에 가서 쫌 사오라 하길래 난생처음 막걸리 사러 가게 되었다...
털레털레 막걸리 사러 가는데 교문입구에서 낯이 익은 친구가 있어 55회 아니냐고 하니 맞다고 한다...
내 이름표를 보더니 반색을 띠길래 같이 막걸리 사러 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어릴적 기억이 났다.
이친구는 그야말로 남자아이가 기집애처럼 하루종일 말한마디 안하던 친구였었다....
" 야 ! 니 어릴때는 왜 그렀노? 우째 그리 말이 없었노? 하니....
"가난한 집에 위로 누나가 세명 있고 남자는 자기 혼자라서 그랬나 보다"라며 껄껄 웃는다...
아들만 둘이 있는데 둘다 대학에 다니니 허리기 휘일 정도로 빠듯 하단다....
대학하나 보냈는데 일년에 천만원 들어니 두놈을 대학시킬려면 1억은 잡아야겠구나 싶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그저 몸뚱이 하나 움직여서 자식 대학 시킬려면 죽어 나겠구나 싶었다....
막걸리를 사갖고 오니 총동창회 진행본부에서 이미 막걸리 한박스를 갖다 놓았었다....
축구와 달리기등 어릴적 운동회처럼 홀수 짝수 기수별 1~2명이 나와 운동을 하며 즐겁게 보내고 막판 노래시합이 붙었다.
참석자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와 각 기수별 대표 가수가 노래 경연을 하는 것이었다...
대표가수가 노랠 부르면 그 넓은 운동장은 응겨운 춤판이 펼쳐졌다...
엄마 아빠 따라온 아이들도 흥겹게 덩달아 뛰놀며 춤추었다...
특히 총동창회 회장의 노래 실력과 창원시장의 노래 솜씨가 일품이었다.
뜻밖에 출현한 박완수 창원시장은 인삿말을 통해 창원시의 뿌리는 옛날 창원면이었고 창원면의 뿌리가 창원읍이었고 창원읍의 뿌리가 창원 초등학교인데 100주년 기념이라 하는데 안와볼수가 없겠더라며 노래 한곡 올리겠다며 무조건 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매우 괜찮은 편이었다...
전임시장은 우리학교 출신이었고 이번 시장은 잘몰랐는데 무조건 노래와 인삿말을 멋드러지게 하는 바람에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다...
뒷풀이로 노래방에 가니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58개띠들인지라 춤추고 노래부르고 재미가 넘쳐 흘렀다....
나도 한곡 멋지게 뽑을랬더니 감정이입이 되어버려 독창은 불가능지경이었다..
그저 흥을 돋우는 즐거운 쿵짝 쿵짝판이었다...
한동안 분위기에 취해 버리니 기분이 몹시 상쾌해 졌다...
총무의 적절한 멘트와 조정에 힘입어 8시쯤 마치고 즐겨보는 주말 드라마를 볼수 있었다...
이제 5학년이다..어제만 해도 4학년이었는데...한학년 오르니 자못 인생의 무게가 달라지는것 같다....
구구팔팔이라는 말처럼 구십아홉까지 팔팔하게 살수 있을까??
지나온 반백년을 정리하고 남은 반백년을 슬기롭게 보내야 겠다....
오팔개띠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에 감사 드린다...
첫댓글 즐겁고 흥겨운 초등학교의 이야길 잘 보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