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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본래 육합천괴멸살진은 생문(生門)을 제외한 모든 사문에 함정과 사람을 배치시켜 대상자를 공격한다.
또한 진을 운용하면서 생긴 기이한 압력이 대상자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데, 그 압력 때문에 대상자는 필사적으로 생문을 찾아 헤매게 된다.
하지만 대상자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소용없는 것이 생문이라 생각했던 곳은 실은 사문(死門)이고, 그것이 제일 크고 위험한 함정이다.
그런데 신황은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압력에 상관없이 오로지 정면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는 굳이 생문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제일 험한 곳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취약한 곳이었다. 그들은 설마 제일 위험한 곳으로 신황이 올까 싶었다.
말하자면 허를 찔린 것이다.
진의 운용이 처음부터 어긋났으니 제대로 펼쳐질 리 없었다.
그것은 바로 수많은 전장을 겪은 자와 그저 책상 앞에서 전술을 익히고 자신들끼리 연습으로 익힌 무공을 펼치는 자와의 차이점이었다.
집을 나온 이후, 수많은 전장을 전전하며 목숨을 걸고 칼날 같은 시선을 넘은 신황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싸움의 맥을 짚고 있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준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수천 번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살아남고, 싸움에 대한 감각이 한없이 예리해졌을 대, 그때서야 비로서 얻게 되는 전장의 선물이었다.
쉬~익!
신황의 팔에서 몇 개의 월영인이 튀어나왔다.
반월 모양의 한없이 예리한 기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가르며 밤의 어둠을 갈랐다.
“크악!”
“헉!”
다시 이어지는 몇 사람의 죽음, 그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의 빛이 짙게 떠올라 있었다.
물러나고 싶지만,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지만, 그리되면 진이 무너진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갈세가의 구성원이라는 그들 자존심이 아직까지 흔들리는 그들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촤~아~아~악!
“으아악!”
설아의 발톱에 남자의 얼굴이 깊게 패이며 쓰러졌다.
캬웅!
설아는 자신의 발톱에 묻은 피를 핥으며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혀....혈묘(血猫)다.”
“이엑! 저주받은 고양이다.”
신황과 마찬가지로 붉은 피로 물든 설아의 모습은 마치 지옥의 사자를 따라다니는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황의 압도적인 모습에 질려 있던 그들에게 설아의 그런 모습은 화롯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으으~!”
그들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참으려 해도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불안감을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초풍영은 그런 광경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발밑에 밟히는 수많은 시신들의 팔다리와 핏물들, 그 모든 것이 신황과 설아가 한 일이다.
그것은 어지간한 초풍영조차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광경이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마음을 잡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은 무당의 제자인 초풍영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신황은 이제 거의 붕괴된 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망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다.”
부르르~!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소름.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춤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진이 무너졌다.
“물러서지 마라. 너희들이 그러고도 세가의 사람들이냐?”
그들의 등 뒤에서 제갈영휘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복원한 진이 무너지고 설상가상으로 가문의 수많은 영재들이 신황의 손에 죽음을 당하자 그의 정신은 거의 정상이 아니었다.
“녀석을 공격해라! 오늘 신황을 죽이지 못한다면 앞날도 없다. 죽여라!”
촤~아~앙!
순간 신황이 양손에 월영인을 뽑아낸 채 그에게 섬전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를 설아가 그림자처럼 따랐다.
촤하학~!
신황과 설아가 지나간 자리에 선혈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한가을의 낙엽처럼 남자들이 쓰러졌다.
그들은 한결같이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막아! 어서 막아.”
제갈영휘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의 목에는 핏대가 굵게 올라와 있었고, 그의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숨길 수 없는 공포, 가슴을 저며오는 압도적인 전율에 그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런 제갈영휘의 눈에 신황의 모습이 크게 확대되었다.
턱~!
“크헉!”
어느새 그의 목을 잡고 있는 신황의 손, 제갈영휘가 자신의 목을 잡고 컥컥거렸다.
쿠~웅!
제갈영휘의 뒤통수가 커다란 나무둥치에 부딪쳤다.
“어디 소속이지?”
신황이 물었다.
“크~으! 웃기지 마라. 말...할 것 같으냐?”
제갈영휘가 손에 내력을 운용하며 신황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러나 그는 채 손을 뻗기도 전에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으아아악~!”
이야오옹!
설아가 어느새 제갈영휘의 팔 위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리고 설아의 발톱은 제갈영휘의 팔목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좁은 눈동자,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신황의 눈동자, 어느새 신황의 눈동자도 설아처럼 좁아져 있었다.
우두둑!
제갈영휘의 손가락이 뒤로 꺾였다.
“끄으으~!”
텁~!
신황은 비명을 내지르는 제갈영휘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때문에 제갈영휘의 비명은 그의 입 안에서만 맴돌아야 했다.
뚜둑!
다시 제갈영휘의 손가락이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그러나 제갈영휘는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신황의 손이 강철집게처럼 그의 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주르륵~!
그의 입에서는 고통에 찬 비명이 맴돌고 있었으나, 그것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그것이 제갈영휘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으으으~!”
제갈영휘가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하나 그마저도 신황의 손에 잡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신황은 제갈영휘의 뼈를 하나하나 부러트려 갔다.
그 지독한 모습에 초풍영이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들의 주위에 제갈세가의 살아남은 인물들이 있었으나 그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은 지독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
행여 입 밖으로 소리라도 내었다가 신황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할 것이 두려웠다.
제갈영휘가 당하는 모습에 분개했지만 그보다 전신을 지배하는 공포가 더욱 무서웠다.
“끄으으~!”
제갈영휘의 눈동자가 하얀 자를 드러내며 뒤집혔다.
이야옹~!
설아의 울음소리가 제갈영휘의 귓가에 들려왔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제갈영휘의 영혼은 나락을 거닐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신황이 제갈영휘의 입을 막았던 손을 풀었다.
“소속은?”
“제...갈세가.”
“제갈문의 명령을 받고 왔다?”
“그.....”
뚜둑!
또다시 제갈영휘의 오른쪽 쇄골이 부러져 나갔다. 그 지독한 고통에 제갈영휘는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끄어허! 맞소. 당신.... 말이 맞소!”
“제갈문에게 전해.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싸늘하게 말하며 신황이 강철 가은 소맷자락으로 가차 없이 제갈영휘의 단전을 헤집어 버렸다.
푸~욱!
“끄으으~!”
제갈영휘는 단전이 파괴되면서 올라오는 불같은 통증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제 그는 두 번 다시 본래의 몸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오른쪽 팔뼈가 통째로 부서져 나간 데다 단전까지 철저하게 파괴되었으니, 아마 회복되어도 정상적인 생활은 하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다 오늘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니 그것보다 더한 고문은 없을 것이다.
이야옹~!
설아가 신황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살아남은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흠칫했다. 그들에게는 설아의 울음소리가 마치 자신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저승사자의 판결문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때 나선 사람이 초풍영이었다.
“형님, 무이가 위험합니다. 빨리 움직입시다.”
그 말에 신황은 고개를 끄덕인 후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사람들은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휙~!
신황은 그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신형을 돌려 평정산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휴~!“
“하아~!”
그제야 이곳저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초풍영은 그들을 살핀 후 신황이 향한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 저들은 형님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마음이 꺾였으니 앞으로 어찌 대항할 것인가?’
초풍영은 앞서 달려 나가는 신황과 설아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크흑!”
팽만우의 무릎이 꺾였다.
그의 전신에는 고슴도치처럼 수많은 은색의 편린들이 박혀 있었다.
“할아버지~!”
무이가 창밖으로 팽만우를 애타게 불렀다. 무이의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폭발한 창.
그 안에는 수많은 비침들이 숨어 있었고, 그것들은 폭발과 함께 팽만우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 팽만우가 급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려 했으나 그의 반응보다 창의 폭발이 빨랐다.
“후훗! 당신 같은 절대고수를 잡기 위해 특별히 만든 물건이지.... 난 이것을 탈혼창(奪魂槍)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소.”
적무영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대륙십강의 일인을 건드린 것이 아니다.
이미 제갈문과 세세한 상황이 이야기 되어 있었고, 또한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탈혼창은 당만천이 제갈문에게 넘겨준 것으로 그들의 밀약의 조건으로 넘겨준 것이었다. 물론 이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제갈문 하나밖에 없었다.
탈혼창은 당가의 비전을 총동원해 만든 것으로 바로 대륙십강과 같은 초강고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만년한철을 정련해 만든 비침들은 초강고수들의 호신강기를 파괴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폭발력은 화약을 이용했다.
때문에 기습에만 성공한다면, 제아무리 초강고수라 하더라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 팽만우의 경우처럼.
“당신하고는 아무 원한이 없지만 이해하시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미안한 듯 말을 하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적무영은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마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멀리서 팽주형이 팽만우를 불렀다.
하지만 열배가 넘는 적들에 둘러싸인 그가 단시간에 몸을 빼낼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목소리만 전장을 울렸다.
“크흐흐~. 내손으로 강호에 명성이 드높은 철혈도제를 죽일 수 있다니......”
“이제 천산파의 위명이 천하를 울리리라.”
양대 호법이 음소를 터트리며 팽만우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검에는 이미 검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탈혼창에 중상을 입은 팽만우의 모습이 언제라도 목을 딸 수 있는 토끼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번~쩍!
피투성이가 된 채 눈을 감고 있던 팽만우가 눈을 떴다. 순간 그의 입에서 대갈이 터져 나오며 벼락같이 도를 휘둘렀다.
“챠~핫 오호만파(五虎滿破)!”
팽만우의 도가 펼쳐지면서 엄청난 기파가 양대 호법을 향해 몰려왔다. 그에 양대 호법은 기겁해 하며 서둘러 자신들의 최절초를 펼쳐냈다.
“무중생로(無中生路)!”
“철무산화(鐵霧散花)!”
양대 호법의 몸에서 찬란한 빛 무리가 피어났다.
콰~아~앙!
순간 엄청난 폭음이 터지며 두 줄기 신형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들은 다름 아닌 양대 호법이었다.
비록 자신들의 절기를 펼쳤으나 팽만우가 펼친 오호단문도의 위력을 감당하기에는 많은 손색이 있는 것이다.
팽만우는 저만치 나가떨어진 양대 호법을 보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아직 죽....지 않았다. 이....정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피투성이가 된 채 도에 의지해서 일어나는 팽만우, 온몸에 비침이 꽂힌 채 눈을 부라리고 있는 팽만우의 모습, 그것은 상처 입은 호랑이의 모습이었다.
“크으! 이 늙은이가.”
무이가 있는 마차를 향하던 적무영은 뜻밖의 기습공격에 양대 호법이 부상을 입자 무서운 살기를 뿜어내며 팽만우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 손으로 직접 늙은이의 목을 따야겠군.”
그가 검을 들고 다시 팽만우의 곁으로 갈 때 바닥에 내팽개쳐졌던 양대 호법도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몸 곳곳에는 심각한 상처가 나 있었다.
하지만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과연 대륙십강에 드는 늙은이........ 저런 중상에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오늘 확실히 죽이지 않는다면 천산파가 위험해진다. 오늘 확실히 끝을 내야 한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적무영과 같이 팽만우를 포위했다.
아무리 병들고 상처 입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지금 팽만우가 그랬다.
은색의 비침들이 몸의 요혈 구석구석에 박혀 내력을 움직이기조차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등 뒤에는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손자, 손녀가 마차에 타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그들을 누가 지킨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상처보다 자신의 혈육들이 더욱 중요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이가 눈물을 흘리며 마차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팽관수 역시 마차에서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도가 들려있었다.
그 순간 팽만우가 외쳤다.
“멈춰라! 너희가 낄 자리가 아니다.”
“할아버지.”
팽만우의 입가가 올라갔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은색 수염위로 마찬가지로 선혈이 낭자한 입술이 열렸다.
“이 할아비가 왜...... 대륙십강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마. 왜 이 할아비가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열 명 중 하나가 되었는지.”
자신의 손자, 손녀 앞에서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비록 성격이 모가 나 따뜻한 말은 제대로 못해도, 그래도 멋진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
우습지만 팽만우는 지금 이 순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오오~!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최후의 공격을 하려는 것이다.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적무영과 양대 호법 역시 최후의 공격을 준비했다. 그들의 몸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파가 물씬 풍겨 나왔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이와 팽관수가 그 모습을 보며 망연히 중얼거렸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할아버지가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할아버지, 죽으면 안 돼요. 무이하고 오래... 오래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무이의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꾸~욱!
팽만우는 자신의 도를 더욱 힘껏 움켜잡았다.
무이의 우는 모습이 그의 눈에도 들어왔다.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착한 손녀.
‘걱정하지 말거라. 무이야! 이 할아비가 널 반드시 지켜주마.’
자신의 잘못으로 딸이 죽었다. 그런 후회를 두 번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령 자신이 죽는다 할지라도.
웅웅웅~!
팽만우의 도가 한계까지 주입된 내공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순간 팽만우가 힘껏 자신의 도를 휘둘렀다.
“비호~팔황(飛虎八荒)!”
마침내 오호단문도 최후의 초식이 펼쳐졌다.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에 피어났다.
“챠핫! 무룡~참수(舞龍斬首)!”
“단천혈(斷天血)!”
“비상적월(飛上赤月)!”
적무영과 양대 호법이 각자의 절초를 쏟아냈다.
허공을 가득 울리며 파천황의 기운이 팽만우가 펼쳐낸 기운에 부딪쳐갔다.
콰콰~콰콰쾅!
마치 천지종말이라도 일어난 듯 엄청난 충격파가 대지를 흽쓸었다.
“할~아버지!”
무이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크허헉~!”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 나왔다.
털~썩!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노인의 신형, 무이와 팽관수가 미친 듯이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싼 팽과무인과 천산파의 무인들 때문에 팽만우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아버님!”
팽주형의 눈이 부릅떠졌다. 분명 바닥에 나뒹구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인 팽만우였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가 이 자리에서 빠지면 방진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팽만우를 본다는 것은 그에게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팽만우의 모습을 지켜봤다.
적무영은 바닥에 내려앉은 후 굳은 얼굴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의 주위 어디에도 양대 호법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팽만우의 공격에 어육이 되다시피 짓이겨져 근처의 수풀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만약 양대 호법이 적무영의 앞에서 공격을 하지 않았다면, 어육이 된 것은 바로 적무영이었을 것이다.
양대 호법이 앞에서 팽만우의 공격을 대부분 해소해준 덕분에 적무영은 목숨을 구원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팽만우의 마지막 공격은 엄청났다.
“양대 호법이 죽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노호(老虎)를 잡을 수 있었으니 그리 손해는 아니지.”
적무영은 자신의 발밑에서 노구를 꿈틀거리는 팽만우를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팽만우는 겨우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구나. 너...를 같이 데리고 가지 못하다니.”
“흐흐흐. 팽가의 명운이 다 된 것이지. 당신을 시작으로 이곳에 있는 당신의 후손들은 모두 깡그리 죽을 테니까.”
스르릉~!
적무영이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며 팽만우에게 다가갔다.
“가주님~!”
팽광형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어떻게 하든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천산파의 무인들을 뛰어넘으려 하였지만 워낙에 많은 인원이 그를 가로막고 있어 일시지간에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팽관수와 무이가 팽만우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팽만우의 힘없는 눈이 그들을 향했다.
이미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든 눈,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한줄기 따사로운 기운.
‘내가 지켜줄 것이다. 비록 이승에서 지켜주지 못해도..... 저승에서나마 너희를 지켜줄 것이다. 내가 모든 악업에서 너희를 지켜주마.’
그의 입이 달싹거렸다.
무이와 팽관수의 눈이 팽만우의 눈과 마주쳤다. 비록 말은 안들려도 무이와 팽관수는 팽만우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들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나와 얼굴을 적셨다.
‘지옥.....에서라도 너희들을 지....켜줄 것이다. 내 손....자, 손....녀야. 미안하구나! 할아비가 같이 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구나.’
“할....아버지!”
팽만우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안한 표정, 무이가 손을 뻗었다. 그러나 무이의 손은 팽만우가 누워 있는 곳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팽만우도 무이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었다. 그 손가락 끝에 무이가 걸려 보였다.
주르륵~!
푸~욱!
가슴에 적무영의 검이 꼽혔다.
팽만우의 눈가에 한줄기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흐흐~. 후환을 완전히 없애야지.”
적무영이 팽만우의 가슴에 박힌 검을 비틀었다.
“할아버지~!”
무이의 처절한 외침이 전장을 울렸다.
그리고 모든 팽가 식구들의 눈가에 한줄기 눈물방울이 맺혔다.
가주가 죽었는데도 지켜봐야만 했던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그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적무영은 비릿한 음소를 지으며 팽가 식구들에게 다가갔다.
“남은 탈혼창을 준비해라!”
그의 명령에 팽만우에게 탈혼창을 던졌던 남자들이 대답을 하며 여분으로 준비해둔 탈혼창 세 개를 꺼냈다.
“던져~!”
휘익!
그의 명령에 탈혼창이 팽가의 사람들이 쌓은 방진을 향해 날아갔다.
퍼버버버벅!
또다시 허공에서 폭발하는 탈혼창, 그에 십여 명이 넘는 팽가 식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그들의 전면에는 탈혼창의 비침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남자들의 공백이 생기자 이제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보완해주며 유지되던 방진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야아아~!”
“죽엇!”
방진이 무너지자 숫자의 우위를 가진 천산파의 무인들이 난입을 했다.
“으악!”
“막~아!”
팽가의 무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의를 불태웠으나 한 번 무너진 방진을 다시 복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쉬~익!
“제~엔~장!”
눈앞으로 난입해오는 무인을 베어버린 팽주형은 적무영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를 막아서는 수많은 무인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적무영은 부하들이 팽가무인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유있게 무이에게 다가갔다.
“넌 내 뒤에 있어.”
팽관수는 적무영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무이를 자신의 등 뒤에 숨기려 했다. 하지만 무이는 그러지 않았다.
무리는 자령도를 들며 말했다.
“할아버지 복수를 할 거야.”
“무이야!”
“나도 복수를 할 거야!”
팽관수의 만류에 무이가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이제까지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남을 원망할 줄 모르던 무이의 눈에 첨으로 원망의 빛이 짙게 떠올라 있었다.
팽관수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싸우자.”
“응!”
팽관수와 무이가 같이 도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적무영이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였다.
“으흐흐! 너희들이 장난을 하는구나. 어서 무기를 버리지 못할까!”
“시끄럿! 반드시 복수를 할 거야.”
“당신......!”
아무리 팽관수와 무이가 무기를 들고 자세를 잡아도 적무영의 눈에는 모든 것이 허점투성이였다.
그때 팽관수와 무이가 동시에 적무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적무영의 눈에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파~앙!
그의 손바닥이 펴지며 무형의 장력이 팽관수와 무이를 향해 밀려갔다.
“조심해!”
팽관수가 도를 휘두르며 무이에게 소리쳤다. 무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령도법을 펼쳐냈다.
파바바방~!
이어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팽관수가 뒤로 튕겨 나갔다.
“크헉!”
“오빠~!”
무이가 자령도를 펼치다 말고 팽관수를 끌어안았다.
“흐흐~! 인질이 둘일 필요는 없지.”
적무영은 일부러 팽관수에게 힘을 집중시켰다. 무이야 인질로써 소중한 가치를 지니지만 팽관수는 아무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빠!”
무이가 팽관수를 불렀다. 그러자 팽관수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렸다.
“빌어먹을!”
그의 눈은 적무영에게 향해 있었다. 할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아무런 복수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할아버지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오빠!”
팽관수는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적무영이 그에게 가한 공세는 정신력만으로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타격을 그에게 입혔다
"꼬마 계집, 날 따라오너라. 안 그러면 네 오라비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일 테니.“
그의 협박이 무이에게 향했다. 순간 무이가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가 가더라도 모두 죽일 거잖아요.”
“호~. 그것을 알고 있었나? 그래. 너만 빼고 모두 죽일 테다.
모조리 이곳에 뼈를 묻게 해줄 테다. 너도 얌전히 따라오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얌전히 따라와라.”
“흥! 웃기지 마. 누가 따라갈 줄 알고? 나도 팽 씨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
“제법 대가 센 꼬마군.... 할 수 없지. 웬만하면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했는데...........”
적무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무이를 향해 다가갔다.
팽주형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생사가 어찌됐는지 모르고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한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 그는 자신의 무능력이 저주스러웠다.
“얘들아~!”
쉭~!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그의 어깨에 핏물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생사지 자신의 고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파팟~!
적무영의 손이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더니 무이의 전신 혈도를 제압했다.
그는 그렇게 무이를 제압한 후 자신을 노려보는 팽관수를 행해 손을 쓰려 했다.
“오빠!”
무이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다시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혈육이 목숨을 잃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마. 오빠한테 그러지마. 안돼!”
“흐흐~! 난 죽이고자 한 것들은 이제까지 모두 죽였다. 이 꼬마 놈도 마찬가지다.”
적무영의 손이 들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검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득의어린 웃음을 잠시 짓다 곧 팽관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안돼~!”
무이가 소리 질렀다.
쉭~!
순간 허공에 한줄기 빛이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파~캉!
이어 터지는 한줄기 소성
적무영의 눈에 당혹한 빛이 떠올랐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어느새 두 동강 나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때 무이가 소리쳤다.
“백부님, 설아야!”
무이의 퉁퉁 부운 두 눈에는 반가운 빛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무이의 눈이 향한 곳에서는 신황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촤~하~학!
“흐헉!”
“으악!”
신황이 떨어져 내린 옆에 있던 천산파의 무인 두 명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들의 가슴에는 어느새 신황의 두 팔이 박혀 있었다.
크릉~!
설아가 신황의 어깨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설아야~!”
무이가 설아를 불렀다. 그러자 설아가 무이를 바라봤다.
“어떻게 네놈이...........?”
적무영의 눈에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무림맹에 있어야 할 신황이 어떻게 이곳에 있단 말인가? 그는 서둘러 석상처럼 굳은 무이의 몸을 자신의 앞에 세웠다.
자신을 향해 말하는 적무영을 무시한 채 신황은 무이를 보며 말했다.
“괜찮으냐?”
끄덕!
무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하지만 무이의 눈에서는 조금 전에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이 아저씨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무이의 말에 신황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의 눈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팽만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우둑!
그의 주먹에서 뼈마디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적무영, 기어코 네가............”
신황의 몸에 스산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압도적인 기운에 적무영이 무이를 안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미 신황의 무위가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당천만의 경우에서 보았다. 더구나 그의 수족이 되어주던 양대 호법마저 팽만우의 손에 죽고 없었다.
“적. 무. 영!”
신황이 적무영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씹듯 말했다. 그에 적무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흐흐흐~.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아끼는 이 아이의 몸에 상처가 생길 테니.”
적무영은 무이의 목에 손을 갔다대고 계속해 신황을 위협했다.
“마침 잘되었구나. 굳이 내가 널 찾아갈 필요 없이 내가 이렇게 찾아오다니... 네 스스로 무공을 폐쇄해라. 그렇지 않으며 이 아이의 목숨은 없다.”
꿈틀~!
신황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어서 폐쇄해라! 그러지 않으면 이 아이의 목숨을 빼앗겠다.”
순간 신황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적무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근처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채채챙!
한참 무기가 부딪치며 싸움이 벌어지는 곳, 신황은 팽가의 무인을 압박해가던 천산파의 무인의 목에 월영인을 쑤셔 박았다.
“커~헉!”
천산파 무인이 뜻밖의 기습에 몸을 부르르 떨다 그만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놈”
이 광경에 적무영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신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천산파의 무인을 찾아 월영인을 날렸다.
성~둥!
“크악!”
불의의 기습에 또다시 천산파 무인의 허리가 두 동강 나고 말았다.
“네놈, 아이의 목숨이 아깝지 않단 말이냐?”
적무영이 고함을 질렀다.
순간 신황이 그를 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만약, 무이의 팔에 상처가 생기면 천산파의 무인 열을 죽이겠다.
무이의 다리에 생채기가 생기면 스물을 죽이겠다. 만약 무이의 몸에 흠집이 생기면..... 이 자리에 존재하는 무인들을 모조리 죽이겠다.”
“너..........?”
“무이가 얼굴을 찡그리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천산파의 무인들의 팔다리를 끊어 놓겠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최대한 잔인하게 고통을 주다가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리고 산채로 들짐승의 밥으로 줄 것이다.”
“네....놈!”
적무영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이를 인질로 잡고 있는데 자신을 협박하다니, 기도 안 막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문이 막힌 순간에도 신황의 말은 계속되었다.
“만약 무이가 죽는다면, 너와 이 자리에 있는 천산파의 무인들뿐 아니라 천산에 있는 천산파의 모든 생명체를 잔인하게 죽이겠다.
개미 새끼 하나, 애들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이겠다.”
쉬익!
말과 함께 신황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자 월영륜이 만들어지면서 팽가의 무인들과 싸우던 천산파의 무인들 몇 명의 허리를 관통했다.
“으아악!”
“케엑!”
다시 천산파의 무인들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죽었다.
순간 모든 싸움이 멈췄다.
신황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 무이가 인질로 잡혀 있음에도 가차 없이 손을 쓰는 잔혹함에 그만 질리고 만 것이다.
신황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안 그러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천산파의 무인들을 죽일 것이다.”
“너, 아이의 목숨이 아깝지도 않단 말이냐?”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라.”
기이잉~!
다시 신황의 손바닥에 월영륜이 떠올랐다.
그러자 천산파의 무인들 눈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들은 좀전의 경험으로 신황의 손에 어린 저 원반이 빛날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나타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신황의 손에서 월영륜이 떠난다면 또다시 몇 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이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애원의 눈빛으로 적무영을 바라봤다.
적무영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 인질을 잡은 것은 자신이고 유리한 상황도 자신인데 협박을 받다니, 그리고 신황의 협박이 자신의 협박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지다니!
스륵~!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의 힘이 풀렸다.
쉭~!
그때 한줄기 빛이 그의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 때문에 무이를 안고 있던 팔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큭~!”
적무영이 깜짝 놀라 다시 무이를 잡으려 했지만 그 순간 잠자리가 날개를 퍼뜩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월영륜이 날아왔다.
“젠장!”
적무영은 무이를 잡으려던 손을 회수한 후 급히 몸을 숙였다.
좀 전의 경험으로 신황의 월영륜이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쉬~잉!
그 순간 월영륜이 그의 머리칼을 자르며 지나갔다. 다시 적무영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무이와 팽관수가 신황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런!”
적무영의 눈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인질마저 빼앗겨 버리다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신황은 그런 적무영을 보며 말했다.
“한 번 더 협박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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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잼납니다.
잘봅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감사
즐독
ㄳㄳ
즐독
잘봅니다
즐감 하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