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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방 나들이조, 바닷물에 띄운 날스러운 만남
▲ 내리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했던 자월도
드디어 #날방 개국 1년이 훨씬 지난 12년 8월 25일(토), 첫 번개 ‘나들이’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신비주의(실은 인터넷의 익명성 지지자)였던 저는 다소 부담감도 있었지만, 약 1년여 동안 타임라인에서 수많은 멘션을 주고받으며 정들었던 트친들을 만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오전 10시쯤, 만나기로 한 정왕역에 red(레드)님이 거의 정확하게 도착 전화를 주시더군요. 그리고 약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던 까치 만화의 두산 캐릭터 신마의 알님(신마)이 1분여 차이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마 두 분은 같은 전철을 타고 오신 듯 하더군요.
레드님과 전화기에 귀를 댄 채 역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상 속의 인물을 찾고 있는데, 레드님이 길 건너에 있는 신마님을 먼저 알아보았는지 “저 분이 신마님 같군요.“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저도 뒷모습만 봐도 직감을 할 수 있는 덩치 큰 한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서 “신마님!“하고 손을 내 밀었고, 신마님과 저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사내. 형사 포스 레드님을 만났습니다.
개그 프로에 보면 ‘남자끼리 하면 어색한..’ 그런 코너가 있는데 아마도 남자끼리 번개 또한 참 어색하고 웃긴 소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날방 첫 나들이, 첫 장면은 뻘쭘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하루 전날 밤, 대부도에 도착해 밤바다와 바람난 두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트위터 닉네임과 실크로율 백퍼이신 쪼매난 미인(쪼미)님과 예쁜 목소리와 웃음이 금방 친근감을 만들어 내는 희진양(희진)님. 두 분이 벌써 도착해 있으실 약속장소 시화조력발전소 T-휴게소로 레드님과 신마님을 모시고 도착하니 계획했던 오전 10시 30분이 거의 정확하게 맞더군요. 멀리서 누가 먼저 알아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서로 손을 흔들고 약간의 어색한 웃음을 띠우며 이렇게 다섯 분은 조인을 하였습니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파도가 부딪히고 있는 돌더미에 서로들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하는 와중에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더군요. 전화를 드렸더니 심현우(현우)님이셨습니다. 나들이 공지글에 참여 댓글은 봤어도 오실 걸 예상 못했는데 오이도역에 도착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790번 버스를 타고 오시라고 하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가망을 둘러맨 소년같은 현우님이 도착하시더군요. 이렇게 6인으로 구성된 #날방 나들이조는 들뜬 마음을 서해 바닷물에 함께 띄우기로 하고 낮 12시30분 대부도 페리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 배 나들이 중인 날방 가족들 (사진: 현우님)
#날방을 통해서 이미 마음을 나눈 사이라 그런지 처음 만났던 그 어색함들은 서해 바람에 금새 털어지고 곧바로 오빠, 형 동생이 되면서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도를 떠나 약 1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목적지인 자월도에 도착했습니다. 우린 그곳이 종착점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내리면 천천이 내릴 요양이었는데, 배가 다시 움직이길래 선 머리를 보니 이미 선착장에서 배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린 서로 황당한 얼굴을 보며 멀리지고 있는 자월도를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 갈매기와 희진님, 소야도 도착하는 뱃머리 (사진: 현우님)
그래서 목적지를 덕적도로 급 변경하고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배가 얼추 도착할 즈음 지나쳐 온 자월도의 놀라움이 컸는지 다들 벌써 배머리 앞에 가서들 계시더군요. 뱃머리가 육지에 닿자 우리는 거기가 덕적도가 아닌 소야도라는 또 다른 작은 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또 황당! 뻘쭘. 뭐 우리가 어디 예약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여기나 거기나 뭐 다를 게 없다 싶어 돌아가는 배시간만 확인하고 내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소야도 매점 주인 할머니와 신마님, 치우 등판 (사진: 현우님)
그렇게 내린 서해안 아주 작은 섬, 소야도. 그런데 내리고 보니 화장실과 집 몇 채만 보이고 조그만 동산이 혀처럼 내밀고 있는 아스팔트길만 보이더군요. 육지로 가는 마지막 배 시간은 앞으로 1시간 후에 도착 예정었습니다. 우린 소야도에서 1시간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우선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동네 어르신께 여쭤보니 음식점이라고 해야 동산 숲으로 사라진 도로길을 따라 들어가면 마을과 음식점이 더러 있을 것이라는 답변 뿐, 지금 장사를 할까도 확실하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버스는 한 대 다니기는 하는데 언제 올지 모르고...
섬 선착장을 내려다보며 온갖 수많은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셨을법한 할머니께서 허름한 매점 앞에서 뽀얀 국물에 조개를 한 그릇 끓이고 계셨습니다. 배고픔에 허덕이던 나들이조 몇몇 분들은 통통하고 하얗게 살이 오른 조갯살을 집어 먹으며 “아~우~ 맛있다”를 연발. 넉살 좋은 레드님이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저희 라면 좀 끓여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가게 할머니는 주저하셨고, 레드님은 “돈 걱정은 마시고 이 조개 넣고 맛나게 좀 끓여주시고요. 값은 어머니가 알아서 받으세요”라고 말씀 드리자 가게 할머니는 끓이던 조개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소야도에서 맛 본 비단 조개 컵라면 (사진: 현우님) →
그냥 가게 앞 도로에다 상이랑 의자를 대충 피고 둘러앉은 우리는 그나마 싱싱한 현지 조개를 넣은 라면을 맛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육지의 라면과 차별화를 두며 각자 위안을 갖는 듯 했습니다.
바글바글 끓는 냄비에 나올 줄만 알고 있었던 해물 라면이 각자 몫으로 깔끔하게 나뉘어져 있는 컵라면으로 6개가 나왔습니다. 생각과 달라 실망했지만 컵라면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참 새로운 맛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또 우리는 컵라면 먹으며 소야도에 #날방 나들이조의 각기 다른 6인 음색들을 새겨 놓았습니다. <1보 작성: 12.08.26 치우(@rdo20)>
하루만에 세 개의 지자체를 넘나들었던 나들이
역시 여행의 묘미는 무계획성. 어찌 보면 진정 날방 번개의 모습은 아니었을는지.
날스러운 소야도에서 날스러운 컵라면을 먹으며, 낯선 여행의 새로움을 만끽한 나들이조에겐 시간도 쏜살같아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배시간이 시한폭탄에 장착된 시계처럼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섬에 지체한 지 1시간 남짓하였는데 이미 바다 먼 곳에서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배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런, 어서 표를 사야겠군.' 그리하여 첫 번개의 총무를 맡았던 저는 배표를 끊으러 천천히 걸어갔.. ?? (이.. 이봐..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건가?)
▲ 대부페리호 가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날방 나들이조 (사진: 현우님)
배표를 끊고, 화장실도 좀 이용하고는 선착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어제 소야도에서 묵으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의 무리도 (매점에서 비단조개 컵라면을 끓여주신 할머니네 민박집에서 민박을 한 걸로 추정됨) 오늘 나가는지 선착장에서 기다리더군요. 그들은 우리가 먹는 라면을 신기하다는 듯이 훔쳐보고 있었....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름, 모름, 모름~
▲ 대부페리호 선실에 앉아 있는 날방 나들이조 (사진: 현우님)
돌아가는 배에서는 선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넓은 선실은 자랑, 선실에 울리는 모터소리는 안자랑, 모터소리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수다를 떨 수 있는 날방 식구들은 더 자랑.
우리 사는 이야기와 살아왔던 이야기, 트위터에서의 이야기들이 오갔고, 창밖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거리며 '늬들은 왜 새우깡 안주냐' 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당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면, 저 아해들을 키운 건 팔 할이 승객들이 던져준 새우깡은 아니었을지.
소야도를 출발하며 자월도에 다시 도착할 저녁시간 즈음 오기로 한 사람들과의 전화연결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와 간다며,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타일렀습니다만, 무슨 배를 그리 오래 타냐며, 얼른 오라는 호통에 노라도 젓고 싶었지만 노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출발을 반이라 치면 절반정도 왔으니 거의 다왔다는 말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았고...
오고 싶었으나 미처 오지 못한 이들과 전화나 문자들을 하며, 자월도 선착장을 배 위에서 보며, '다음번엔 자월도에 와봐야겠다.' 란 생각을 하며.., '같이 올 사람을 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며.., '나보다 급한 사람도 있.., 아냐.. 내가 제일 급해.'란 생각도 하...?? 그렇게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윽고, 뭍에 돌아오니 아리누나와 누나의 아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상봉과 처음 만난 낯설음이 공존하는 시간. 악수와 포옹이 혼재된 공간. 그 기쁨과 반가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맥스형님이 기다리고 있을 T-Light 휴게소로 돌아갔습니다. 아까는 두 대였던 차가 세 대가 되었다는~
▲ T-휴게소에서 본 노을 사진 (사진: 현우님)
T-Light 휴게소에 도착을 하여 맥스형님과 합류를 하였습니다. 바다엔 온종일 떠있던 해가 지쳤는지, 수평선너머로 쉬러가겠다며 인사를 하더군요. 아주 강렬하게, 매우 붉게. 우리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를 배웅하였습니다. 저는 차마 그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해 팔로 눈을 가리고야 말았습니다. 눈부셔서 볼 수가 음슴. 내 눈이 타버릴 것만 가틈.. 아파~
그렇게 해를 보내며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는, 우리가 어쩌면 거의 매일 고민했던 문제.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보아도 답을 얻기 어려운 바로 그 문제. 바로, '저녁 뭐먹지?'였습니다.
1안. 조개찜: 부결 사유 - 조개찜을 먹으면 반주로 술을 많이 마셔야 할텐데...
2안. 해물칼국수: 부결 사유 - 점심때 해물(?)컵라면 먹었음. 이왕이면 쌀을 좀 씹읍시다.
3안. 오리: 부결 사유 - 어제 저녁에 오리를 먹은 사람 등장.
4안. 소래포구로 일단 가봅시다. 가결. 땅땅땅!!!
▲ 소래포구에서 소금구이 중인 대하 (사진: 현우님)
그리하여 일행은 소래포구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소래포구로 가는 우리에게 삐졌는지, 해는 수평선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고, 어둠은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세 대가 되었던 차량은 다시 네 대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 곁에 서 있을 게~ 혼자라는 생..... 응??
안산시, 시흥시를 지나 다시 인천광역시로, 다시 시흥시로 왔다가 또 인천광역시로, 하루에 세 개의 도시를 날방 식구들은 그렇게 날스럽게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2보 작성: 12.08.27 신마의 알(@Tkfkdskan)>
<계속 해서 레드님의 부록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첫댓글 선 보는 거 같았겠어요.^^ 섬에서의 시간이 짧으셨네요. 목소리좋고 글도 그렇고 매우 궁금합니다. 사진도 좀 올 리시지 ?
오프의 미끼로 꾸준히 사용하기 위한 상품이니 너그러히 이해해 주십시오.ㅎㅎ
1편만 읽어봐도 즐거웠군요. 부럽네요.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현실이 앞을 가로막아ㅠㅠ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현실을 이겨 볼랍니다.
파이팅!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행복했구나 신마야!~~
형 포함 참석한 우리는 신마때문에 행복했는데~~^^___^^
음료수 봉다리 들고 다니고 나중엔 아리님 아이 안고 다니느라 온 몸에 땀이 흥건했던 모습. 너무 고생 많았어요.
울아들 안고다니느라 고생마나쒀~~. 어찌나 고맙고 또! 고맙던지 누나가 다음에 새우도 꽃개도 껍질 다 까주께 살앙한다~~~♥
흥미진진하군요. 2편을 기대합니다^^
함께 하시는 분들도 플마님 이야기 많이 하셨답니다. 다음에 꼭 봬요.
보고싶은 사람들 봐서 좋았구~ 정해지지않은 여행처럼 다녀서 너무 좋았구~ 좋은 추억거리 하나 마음에 담아왔어요~ ^^&
그러게요. 희진님. 함께 한 덕분에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시간 만들어 보자고요 :)
대략 12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 중에 4시간은 바다 위에 떠 있었다는..ㅎㅎㅎ
왜 이케 웃겨요 ㅋㅋㅋㅋㅋ
유유자적 헤매는 모습이 눈에 훤하게 그려집니다 그려~ ㅎㅎ
그 덕분에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즐거웠어요.ㅎㅎ
님들 뱃놀이 하는 동안에 5시에 도착한다 하여~룰루랄라 맞춰 갔다가~ 휴게소에서 한시간 넘게 서해 노을과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찍게 해준 님들께...소홀차니 감사를..ㅋㅋㅋ
아들이 남자들을 유난히 좋아라하지만 은근 사람 가리는데 맥스님께는 망설임없이 단번에 호두빵을~~~놀랬더이다
내가 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을 해지지 않을것 같은 비쥬얼의 스타일임..뭐래?ㅋ
주말이라 그런가 뱃길이 막히더라고요.ㅋㅋ
아흨;; 아쉬움은 점점 커지고~
덕분에 새까매지고 ..ㅋㅋ 밤바다보고..나름 일상탈출 제대로 하고 와서~아하하
신마 등짝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