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혜민스님 이야기로 들썩들썩하네요.
저격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흐름을 타는 것이 또 인생을 사는 법 아니겠습까.
오늘은 환자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듣는 정신과 의사의 경험으로 보는 혜민스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혜민스님의 말과 행동이 겉보기에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원래 악마 같은 사람이라서, 돈 벌기 위해 순수한 척 연기를 하고 본심과 상관없는 말을 내뱉었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인간은 상당히 쉽게 변하게 된다는 하나의 예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재 대중의 시선으로 보기에 너무 큰 괴리를 만들어 낸 혜민스님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원래 이중적이고 욕심이 엄청난 성격이어서 원래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다... 정말일까요?
인간은 많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언제나 눈 앞의 선택을 강요받지요.
사람은 그렇게 매 선택마다 조금씩 흔들리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선택은 외부의 힘이 없다면, 대부분 원래 가던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인간은 안 바뀐다.'라는 이유는, 그때그때 다른 선택을 한 것 같아도 그 선택이 쌓이면 결국 원래 살아오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1과 -1이 무한대로 많아도 다 더하면 0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과 본능)
그런데 상당한 힘이 작용을 하면? 그 선택에 아주 약간의 편향이 생깁니다.
이 약간의 방향 변화는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주 약간이라서, 약간 내가 원래 향하던 방향과 다르더라도 양심의 가책이나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수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긴 시간 동안 누적되면?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1과 +1의 덧셈이던 것이, -0.9와 +1.1이 되었다고 해 봅시다.
이제 이걸 계속 더하면? +0.2가 돼버려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0과는 한참 다른 삶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너무 쉽게 변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본인의 선택에 아주 약간의 편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작용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어렸을 적에는 양아치에 이상하던 사람이 결혼하고 어느 순간 성실해졌다?
그러면 어떤 힘(아내, 결혼 생활, 책임감 등등)이 작용했고, 그것이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이었던 것이지요.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혜민스님도 아마 이랬을 것입니다.
원래부터 악마 같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원래부터 이중적이고 싶은 사람도 거의 없고요.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방향이 휘어버리는 것이죠.
기차는 늘 직진하는 것 같지만,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휘어진 길을 지나온 것처럼 우리는 그 인생 안에서 방향이 바뀐 것도 눈치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방향을 잡는 것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인생은 누가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본인을 바꾸고 싶다면, 결심을 하고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을 바꾼다가 더 전달이 잘 되려나요?
성실해지고 싶으면 성실해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나중에 또 다른 글로....
여하튼 혜민스님도 조금씩 바뀌는 자신의 인생 방향을 눈치를 못 챘을 것입니다.
유명해지면 자신을 둘러싼 삶의 체계, 인생이 흘러가는 시스템이 바뀌어버리거든요.
그 변화는 한번 한 번의 선택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어느새 자신을 통째로 바꿔놓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달라진 본인을 보여줬겠지요.
본인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나 눈치채기가 힘들죠. 참 어려운 게 인생입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방향으로 본인을 바꾸는 일주일 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사람을 악마로 몰아서 비난하는 건 정말정말 쉽지요.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되었을까, 나도 어쩌면 저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깊게 생각해보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요즘 사람 한명씩 매달아 죽이는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ㅠㅠ
맞는 말씀이시네요. 뭔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시는데 본인에게는 악의가 없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어느새 변해있는 것이죠. 자기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이 글을 보니 왠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간혹 소름 끼칠 때도 있습니다. 예전엔 정말 감정 이입하면서 보던 사연,이야기를 몇년만에 보고 '어? 이거 이거네' 하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그 때의 내가 사라진건 아닌가 싶은. 그때마다 예전 저를 잡아주던 책을 다시 읽어보지만, 가끔 제가 바라지 않던 사람이 되는게 아닌가 무서울 때가 있죠.
변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다면 그것도 안 좋은 것이겠죠. 다만 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는지 검토하면 되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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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종교 ㅋㅋ 하면서 끝났으려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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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습관이 곧 정체성이 되어버리죠!
사람들은 항상 물어뜯을게 있으면 달려들어서 헤집어놓는걸 즐기는듯 합니다. 항상 매스컴은 그런 행태를 장려하고요.
요즘은 그게 너무 심한 것 같아요 ㅠㅠ
선택하니 생각나는건데 군대만 해도 이등병 시절 결심한 "나는 이런 선임이 되어야지." 하던 마음이
여러 상황적인 요소로 인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하는것과 비슷한거려나요?
군대는 정말 아주아주 강력한 상황적 요소이지요. 어떻게 보면 사람을 군인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확실히 잡혀져있으니까요. 주어지는 위치가 그렇게 하도록 만드니까요 ㅎㅎ
문뜩 드는 생각인데 군생활의 심리학적 접근도 흥미로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잊으려는 기억이어서... 게다가 저는 공보의라고 시골에서 일하는 의사였어서 잘 모릅니다 ㅋㅋ 다른 분이 해주실 수 있기를! 겁나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