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및 경기 후 안세영 인터뷰 영상은 이 글 맨 하단에 첨부
어젯밤(19일 일요일) 결승에서 강력한 스매시를 주무기로 하는 왕즈이보다도 안세영의 스매시 득점이 많이 나왔고, 그제 준결승에서 안세영만큼의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야마구치에게도 그 스매시가 충분히 통하며 분명한 경계 대상이 된다는 게 확인된 이상, 안세영의 공격력이 약하다는 말은 더는 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안세영이 풀어야 할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그동안 강철 체력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안세영이기에 필자의 이 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은 바로 체력!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올 시즌 중반 고질적인 다리 부상을 치유키 위해 휴식기를 가진 이후 아직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2주 연속 우승할 수 있는 지구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어젯밤 안세영이 제1게임을 21 대 5로 쉽게 이겼을 때만 해도 (박주봉 감독 취임 이후 공격과 수비 모두 더욱 업그레이드된 그녀였기에) 필자는 왕즈이와의 당연한 격차라고 생각하며 제2게임도 비슷한 결과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웬걸! 180도 다른 치열한 대접전 양상이 전개될 줄이야...... 그제 야마구치와의 준결승에서 안세영의 움직임이 시종일관 너무도 좋았기에 필자는 그만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안세영이 심각한 체력적 한계를 노출했던 코리아 오픈이 끝난 지 이제 겨우 3주밖에 안 지났다는 사실을. 그리고 기어를 최고조로 올린 상태에서 혈전을 치른 야마구치와의 준결승은 안세영에게 다른 시합 2~3경기를 뛴 만큼의 심각한 체력 소모를 가져왔으리란 것을.
전담 트레이너의 집중 케어를 통해 제1게임은 어찌어찌 티 안 나게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몰라도 안세영도 결국은 인간이고, 인간의 신체는 정직한 법이다. 누적된 피로는 어김없이 제2게임 시작과 동시에 안세영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게임 초·중반에 걸쳐 왕즈이의 그다지 빠르지 않은 대각 스매시에 여러 차례 뚫린 장면과 지극히 평범한 스트로크를 몇 번이나 네트에 때린 장면, 그리고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스텝이 느려지며 왕즈이의 템포에 끌려다니다가 심지어 게임 막판에는 코트에 주저앉거나 허리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장면까지... 안세영의 체력이 완전한 한계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순간들은 차고 넘쳤다. 그녀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제2게임을 내주고 제3게임에서도 승리는커녕 어쩌면 다리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중간에 기권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으리라 예상한다.(물론, 그저께 야마구치도 그랬고 어젯밤의 안세영도 경기 후에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말은 일절 안 했지만, 원래 초일류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체력이 달려서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말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안 하는 법이다.)
필자는 이미 안세영이 지난 코리아 오픈 결승전에서 야마구치에게 완패한 후 체력 보강이 시급함을 본 까페에 논한 바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직전 대회였던 중국 마스터스 때와 코리와 오픈에서의 안세영의 플레이는 너무도 달랐고, 야마구치에게 패하기 전에도 8강전 미야자키, 4강전 초추웡과의 대결에서부터 이미 체력 저하의 징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아랫글들 참조)
유감스럽게도 어제의 결승전을 통해 안세영의 지구력 부족 문제가 여전하다는 게 확인된 이상, 내일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오픈은 지난 코리아 오픈과 마찬가지로 안세영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사흘을 쉬고 수요일에 치르는 32강전은 상대도 수월하고 체력도 다소나마 회복된 상태여서 비교적 여유가 있겠지만, 16강과 8강에서 맞붙을 선수들은 지금의 지친 안세영에겐 충분히 위협적이며, 더 떨어진 체력으로 4강에서 상대하게 될 야마구치나 천위페이는 안세영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면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적들이니 결승까지의 길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멀게만 느껴진다.(물론, 지금 야마구치도 4개 대회 연속 강행군으로 안세영 못지않게 지쳐 있고, 천위페이는 지난 세계선수권 발목 부상 이후 컨디션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은 모습이긴 하다.) 반면, 이상하게도 오히려 랭킹 2위인 왕즈이는 이번에도 랭킹 1위 안세영보다 수월한 상대들을 상대하며 결승까지 오를 예정이니, 안세영이 운 좋게 결승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왕즈이에게 승리를 헌납할 수밖에 없으리라 예상한다.(어제 결승전을 통해 본 왕즈이의 지구력과 수비력도 이전보다는 향상된 모습이었기에 더욱 힘든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팬들 입장에서는 더욱 간절하고 안타깝게 응원하는 이번 한 주가 될 것이다.
필자가 바라는 바는 이번 주에는 우승을 놓치더라도 빨리 지구력을 더 끌어올려 11월 중순에 있을 쿠마모토 마스터스와 연말에 있을 월드 투어 파이널스만큼은 꼭 우승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배드민턴 여제(女帝)로서 롱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안세영의 즐거운 건투가 되기를 기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Q2h4eaFkfc
https://www.youtube.com/watch?v=JozwkObKnmE
https://www.youtube.com/watch?v=6RgvQmNGf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