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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제35회
방송일 1999년 5월 26일 수요일 밤 9시55분
$#1. 학교 전경, 낮
$#2. 길진의 교수실
정윤, 길진 얘기하고 앉아있다.
정윤 : (답답한 마음으로, 길진 보며) 후두부쪽에 종양이 생겼어.
길진 : (굳은, 가라앉은) 뇌종양이란 얘기니?
정윤 : 응.
길진 : 심각하니?
정윤 : 아주 많이. 메들러부라스토마라는 종양 중에서도 가장 전의가 빠른 악성 종양이야. 뇌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부위에도 전이가 시작됐어.
길진 : (담배 피워물고, 답답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정윤 보며) 믿을 수가 없어. 그 지경이 되도록 환자가 몰랐다는게 말이 돼?
정윤 : 말이 돼. 이건 자각증상이 늦거든. 환자가 젊은것도 뒤늦게 발견된 이유가 되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환잔 두통이나 어지럼증 같은걸 느꼈을 거야.
길진 : 가망 없는 거니?
정윤 : 그런 말 안했어.
길진 : (혹시나 싶은) 가망이 있단 얘기야?
정윤 : 대답 못해.
길진 : (암담한)
정윤 : 강재호씨랑 어떤 관계야? (어렵게) 아까 신형이 내쫓던게 영 그렇던데, 혹시 신형이 만나던 남자야?
길진 : (안보고 있는) ...
정윤 : (느낌이 있다) 강재호씨한테 하두 연락이 안되서, 혹시 너는 될까 싶어서 온거야. 연락할 수 있어?
길진 : ...
정윤 : (가방 들어, 어깨에 매고) 지금은 너두 혼란스러울테니까, 어디 나가서 술이나 한 잔하자. 시간이 너무 이르긴 해도, 기분도 그렇고 술 한잔 마셔줘야 할 것 같다. 나와. (하고, 일어나 나간다)
길진 : (암담하다)
$#3. 생맥주집, 안
길진(굳은), 신형(기분 좋은), 정윤(작게 웃는) 앉아있다. 그때, 종업원 맥주 들고와 놓고 간다.
종업원 : 맥주 나왔습니다.
정윤, 자, 한 잔씩 마시자 하며, 잔을 들고 있는 신형의 잔을 먼저 술을 따라주며
정윤 : 너는 박사논문 준비 안하니?
신형 : (쓰게 웃으며) 해야지.
정윤 : (농담처럼) 하지마.
신형 : ?
정윤 : 잠깐 (턱으로 길진 가르키며) 이 아저씨 술 한 잔 따라주고, (하곤 가만있는 길진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길진 : (술잔을 보고, 넋이 나간)
정윤 : (길진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농담) 아저씨 술 드세요.
길진 : (그제야 정신 든 듯) 어. (하고, 술을 마신다)
신형 : (정윤 보고, 편하게 말하는) 왜 공부하지 말래? 내가 공부 체질이 아닌거 같애?
정윤 : (작게 웃으며, 농담처럼 편하게) 공부가 체질인 사람이 어딧냐? 공분 누구나 마지못해 하는거야.
신형 : 그런데?
정윤 : (수다 떨 듯, 가볍게) 내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거든. 그 언닌 십년전쯤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 그런데, 며칠 전에 내가 봤잖니?
신형 : (재밌다는 듯 보면) ?
정윤 : 완전히 팍삭 늙었드라구. 하긴 나이가 마흔이나 됐으니까. 내가 물었지? 언니 공부한다더니 박사학윈 땄어? 근데, 그 언니 하는 말이 힘이 쭉 빠져서는, (힘없이, 흉내내는) 땄다, 그러드라. 그러면서, (흉내) 근데 정윤아, 내가 그거 따면 뭐하니? 결혼은 고사하구 연애 한번 제대루 못하구 공부하느라고 인생 다 가고, 너, 내 학위증 가질래. 나 아주 그거 보기만 해도 징그럽다.
신형 : (그 말에 소리내 작게 웃으며) 그러기도 할거야.
정윤 : (술 마시고) 너랑 다니던 그 꼬맹인 잘있니?
신형, 길진 : (굳은 얼굴로 정윤 보는)
정윤 : (무심히, 안주 먹으며) 걔 이름이 현수라고 했던가? 왜 우리 산악회 써클에도 너 따라 종종 왔었잖아. 야무지게 생긴 애.
신형 : (먹먹하다, 할 말 없이 술만 마신다)
길진 : (일어선다)
정윤 : (그런 길진 보며) 왜 일어나?
길진 : 나 먼저 갈게. 니들 더 있다 가라. (하고, 나간다)
정윤 : (길진 신경쓰이는)
신형 : (맛없이 술만 마시는)
$#4. 재호의 집 전경, 밤
$#5. 재호의 집 안
재호, 현수 두사람 다 방금 퇴근한 모습이다. 재호, 주방쪽에 서서 화난 얼굴로 약과 물을 먹는다. 현수, 테이불쪽에 앉아 그런 재호를 걱정스럽게 보며 말 거는.
현수 : 무슨 약이야?
재호 : (대수롭지 않게, 현수 안보고) 신경쓰지마. (하고, 돌아서서 현수 보며, 굳은 얼굴로 가라앉은) 너 왜 그렇게 니 맘대로야, 왜 김실장을 다른 부서로 보내?
현수 : (차분한) 니가 김실장님 자리에서 일하는게 더 나을거 같아서 그랬어. 난 이제 수주 오더받는 일만 담당 할거야. 부지매입부터 공사 업무진행은 니가 해. 작은 아버지도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 니가 책임감있게 부서를 끌고 나가는게 나중에 경영하는데도 도움이 될거야. 그리구 김실장님은 다시 전처럼 비서실에서,
재호 : (말꼬리 자르며) 김실장 다시 불러.
현수 : ?
재호 : (안보고, 건조하게) 난 니 밑에서 있는게 편해. 부서 맡아서 책임지고 싶지 않아. 니가 시키는 일만 할거야.
현수 : 무슨 뜻이야?
재호 : (보면) 어떤일도 책임지고 싶지 않단 얘기야. 그리고 나중에라도 경영엔 손 안대고 싶어.
현수 : 왜?
재호 : (웃옷 벗으며) 왜는 없어, 그냥 하기 싫어. 난 너한테 빚 갚을려고 일하는 것 뿐이야. 경영따위엔 관심없어.
현수 : (서운한, 가라앉은) 빚, 우리 사이에 무슨 빚? 너 그러면 나랑 약혼한 것도 결혼할려고 하는것도 다 빚 갚는다는 마음이니?
재호 : (넥타이 풀며) 가, 피곤하다.
현수 : (맘 아프게, 재호 보는)
$#6. 재호의 집 현관문 앞
현수, 나온다. 재호, 따라 나오는.
현수 : 들어가.
재호 : 잘 가. (하고, 뒤돌아 들어가는)
현수 : (답답한 마음으로 그런 재호 보다, 돌아서 가는)
그 얼굴 위로, 전화벨 울리는.
$#7. 재호의 집 안
재호, 테이블쪽 의자에서 전화 받고 있다.
길진E : (가라앉은) 내 전화, 반갑지 않은 모양이구나.
재호 : ...
길진E : (머뭇대는) 봤으면 좋겠는데... 시간 어떠니?
재호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뵙고 싶지 않습니다.
$#8. 길진의 집 안
길진, 답답한 마음으로 전화하고 있다.
길진 : (할 말 없다, 뜸 들이다, 어렵게) 재호야.
재호E : 전화 끊고 싶습니다.
길진 : (난감한)
그때, 벨소리 나고.
길진 : (문쪽 보고, 전화기에 대고 말하는) 그래,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 끊자.
하고, 끊고, 문 쪽으로 간다.
$#9. 재호의 집 안
재호, 책상에 앉아 서류 보며 일하고 있다. 그러다 머리 아픈지 식탁 쪽으로 가서 약 먹고
정윤E : 전화 통활 했는데, 왜 말을 못해?
$#10. 길진의 집 안
길진과 정윤 앉아있다.
길진 : (무겁게, 정윤 안보고) 넌 의사라서 그런말 하는게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난 아니야.
정윤 : 의사하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게 아무렇지 않은건 아니야. 다만 지금 상태에서 눈치 보며 뜸만 들이는건 시간낭빌 뿐이니까 하는 소리야.
길진 : ...
정윤 : 그 사람 집에 있지? 전화번호 대.
길진 : (보면)
정윤 : 니가 말하는 것보단 내가 말하는게 아무래도 낫겠어. 내가 할게. 연락철 병원에 두고 왔어. 전화번호 대.
길진 : (정윤을 속상하게 보며) 넌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정윤 : (보면) ?
길진 : 참 차가워. 서른도 안된 얘야. 젊어도 너무 젊어. 그런 애한테 너 곧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말을 한다는게 넌 그렇게 쉽니?
정윤 : 그 사람한테 병을 안 알리면, 그 병이 낫니? (어렵게) 너 신형이한테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강재호씨 일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거 아니야?
길진 : ..,
정윤 : 낮에 신형이하고 술 마시면서 느낀건데, 걘 아직 강재호씨 정리 안된거 같더라.
길진 : (안보고) 나도 알아.
정윤 : 알면서 넌 왜 신형이 옆에 있어?
길진 : (보면)
정윤 : 신형인 니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지 않아. 걔가 원하질 않는걸, 니가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사랑이니?
길진 : (안 보고) ...
정윤 : 난 아닌거 같다. 미련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거 그게 사랑 같애. 강재호씨한테 내가 말할게. 너랑 그 사람 얘기만 들어도 그다지 편할거 같진 않은데, 껄끄러울거야. (하고, 가려고 가방 매는데)
길진 : (정윤 안보고) 조금만 있다 가라.
정윤 : (길진 보고, 어두운 마음으로 앉는)
길진 : (못 보고 어렵게) 전에 내가 걔, 신형이말고 다른애랑 약혼했다고 얘기했지. 그 약혼자가 현수다.
정윤 : !
길진 : 내가 현수 만날게. 재호한텐 차마 말 할수 없을거 같애. 지금은 현수가 재호한테 가장 의지가 될거야. 내가 말할게.
정윤 : (길진 보며, 안스러운) ... 빨리 말해. 급해. 뇌종양은 다른 병하곤 달라. 생활하는데 지장이 많어. 특히 운전은 절대 금물이야. 사고 날 위험이 많거든. (하고, 일어나려 문쪽으로 나가는데)
길진 : (일어나) 정윤아.
정윤 : (보면) ?
길진 : (어렵게) 너 좋은 의사지?
정윤 : 남들이 그러는데, 괜찮은 의사래.
길진 : (눈가 붉어져, 힘주어 말하는) 그 놈, 살려줘라.
정윤 : (쓰게 웃고 나가는)
길진 : (그런 정윤 보고 힘들게 다시 앉아 생각하는)
$#11. 공원 산책로, 아침
길진, 신형(조금 힘든) 운동복 차림으로 걷는다.
신형 : 왜 이렇게 힘이드냐,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가, 형은 안 그래?
길진 : (묵묵히 걷기만 한다)
신형 : (그런 길진이 이상하다) ?
$#12. 공원 벤치
길진, 신형 앉는다.
신형 : (편하게, 안보고) 야, 공기 좋다.
길진 : ...
신형 : (보면) 형, 이상하다, 왜 아무말두 안해?
길진 : (어렵게, 안보고) 만약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시한부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신형 : (아무렇지 않게) 별안간 왜 그런 생각을 해?
길진 : 대답해 봐.
신형 : (잠시 생각하다) 글쎄... 좋아지겠지.
길진 : (안보고, 생각하며 말하는) 어차피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사람들 마음이 너그러워질 것 같은데. 용서 못할 것도 용서하고, 이해 못할것도 이해하고, (길진 보며, 작게 웃으며) 좋아질거 같으네.
길진 : (안보고) 그럼, 시한부인 사람에게 젤 필요한 건 뭘까?
신형 : (보며) 정말 왜 그래?
길진 : (무거운) ...
신형 : (이상하단 생각들지만 더는 말못하고, 외면하며) 젤 필요한거라, 희망 아닐까.
길진 : (안 보며) 그 희망은 누가 주는건데?
신형 : (안보고, 작게 웃으며) 모르지. (하고, 길진 보는데, 이상하다)
길진 : (자기 생각만 하는) ...
$#13. 진숙집 전경
신자E : 뭐라?
$#14. 신자의 방
미선, 신자 밥상 받아놓고 말하고 있는.
미선 : (밥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공불 해야겠다구.
신자 : 뭔 공부?
미선 : (보며) 대학공부.
신자 : 대학?
미선 : 그래, 가문에 영광을 만드는거지. 사실 우리 집안에 아빠쪽으로도 그렇고, 엄마쪽으로 그렇고 대학 나온 사람 없잖아. 그러니까 나라도 대학을 나와서 큰 인물이 되는거야. 어때, 멋지지?
신자 : 대학 나오면 큰 인물이 되나? 지랄한다. 글코 니 머리로 대학은 무신 대학? 니가 대학 가면, 난 대학원 간다. 년아.
미선 : (수저 놓으며, 실망스레 신잘 보며) 엄마 딸 기죽이는게 취미야? 설사, 내가 머리가 나빠도 넌 할 수 있다,그렇게 말해줘야 하는게 엄마로서 도리 아냐?
신자 : 구구셈도 못하는 년이 무신 대학?
미선 : (웃으며) 구구셈 못해도 갈 수 있어. 왜냐? 수능시험엔 구구셈이 안나오거든.
신자 : (같잖다. 밥 먹으며) 아이구 잔소리 말고 닌 일자리나 알아봐.
미선 : (단호한) 싫어. 난 대학 갈거야. 내가 한 번 결심하면 무서운 줄 알지? 난 항공대학 가서 비행기를 만들거야. 그래서 내가 만든 비행기를 갖고 전세곌 누빌거야.
신자 : (기가 찬) 니가 비행기를 만든다꼬? 종이비행기도 못만드는 년이 진짜 비행길 만든다꼬? 자전거도 운전을 못하는년이, 비행기를 운전한다꼬? (물끄러미, 미선 보며) 아이고 완전히 맛이 갔네, 이기.
$#15. 수돗가
인숙, 빨래를 하고 있고, 미선, 방에서 나와 신발 신고 나가고, 신자도 방에서 나온다.
미선 : (신자에게) 학원등록하고 올게요. (하고, 나간다)
인숙 : (빨래하며, 신자 보며) 미선이 무슨 학원 다녀요?
신자 : (자랑스럽게 말하는) 뭐 대학을 간다카네. 그것도 항공대를. 뭐, 비행길 만들어가 내를 세계일줄 시킨다카네.
인숙 : (비웃는 듯한) 좋으시겠네요. 그런데 할머니, 미선이가 만든 비행기로 세계일주 가실 때 저 보고 같이 가잔 말 마세요.
신자 : 와?
인숙 : 전 무거워서 미선이가 만든 비행기에는 못탈거 같애요. 가라앉음 어떻게요. (하고, 크게 웃고)
신자 : (밉살 맞게 본다)
그때, 진숙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며
진숙 : 뭐가 그렇게 재밌어?
인숙 : (웃으며) 아냐, 언니 어디가?
진숙 : 어, 오늘 가게 넘길려고.
신자 : (신발 신고 진숙 쪽으로 오며) 가겔 넘긴다꼬?
인숙 : (일어서며) 이게 뭔 말이야?
진숙 : 다녀와서 얘기하자. (하고 나가고)
인숙 : (신자에게) 현수가 가겔 달랬을까요?
신자 : 설마.
$#16. 신형의 집, 안 방
병국, 속옷 차림으로 힘들게 일어나 물 마시며 앉아있다. 혜자, 쟁반 들고 앉아 그런 병국 물끄러미 본다. 그런 혜자의 얼굴 위로
친구1E : (안스런) 그 나이에 영업 다니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병국 : (혼잣말처럼) 아이고 이제 아주 영 몸이 말이 아니네. 이젠 술만 마셨다하면 맥을 못추겠으니말야, (혜자 보며, 괜한 너스레) 어제두 사장이 날 불러가지구 말이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지, 뭐 우리 회사는 내가 없으면 지킬 사람이 없대나 그런 빈소리를 해가면서 말이야...
혜자 : (외면하며, 말꼬리 자르듯) 오늘, 그래서 안나갈거예요?
병국 : 어, 하루 더 쉬어야겠어. 아주 몸이 파김치야.
혜자 : (안보고) 나 쇼핑 갈건데. 같이 안갈래요. 저기 바람도 �겸.
병국 : (혜자 보며, 맘에 안들게) 쇼핑은 무슨 쇼핑을 해. 당신은 언제 그 철이 들어. 우리가 마냥 젊어. 언제 내가 일을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내가 무슨 떼돈을 벌어? 속 좀 차려, 이 여편네야. 보기 싫어, 나가.
헤자 : (맘 아프게 병국 보다가 나가고)
$#17. 거실
혜자, 안방에서 나오는데, 신형 운동복차림으로 현관으로 들어온다.
혜자 : (그런 신형 보고) 무슨 아침운동을 이렇게 오래 해.
신형 : (작게 웃으며) 아버지 벌써 출근하셨어요?
혜자 : 피곤하셔서 하루 쉬신대.
신형 : (걱정스런) 뭐 어디 편찮으신건 아니구요?
혜자 : (말하기 싫은) 글세 모르겠어, 참 너 오늘 수업 없지?
신형 : 네.
혜자 : 그럼 너 집에서 있으면서 아버지 진지 좀 챙겨드릴래. 엄마 오늘 친구 만나러 나가야 되거든. (하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신형 : (그런 혜자 보며, 왜 그런지 잠깐 생각하고 무심히 이층으로 올라간다)
$#18. 신형의 방
신형, 계단에서 올라와 방쪽으로 가려는데 전화벨 울리고, 신형, 무심히 전화기 드는
신형 : 여보세요?
재호E : ...
신형 : 여보세요?
$#19. 공사현장, 건물 안
재호, 한쪽에 앉아 핸드폰 들고 서글픈 얼굴로 가만 있다.
신형E : 여보세요?
재호 : ...
$#20. 신형의 방
신형, 전화기 들고 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신형 : (혹시나 싶은) 여보세요? ... (어렵게) 재호니?
그때, 전화끊기는 소리 나고
신형 : (전화기 내리고 생각하는)
$#21. 공사현장, 건물 안.
재호, 핸드폰 들고 가만 있다가, 핸드폰 주머니에 넣고 한쪽에 시멘트 부대를 든다. 그때, 안부1, 그런 재호 보며 말하는
인부1 : 강팀장님 뭐하시는 거예요? 그건 우리가 하게 놔 두세요?
재호 : 아니예요, 이거 아래층에 갖다 놓으면 되죠? (하고, 들고 내려가는)
인부1 : (그런 재호 보고, 일하는 다른 인부에게, 무심히) 저 양반은 사무실엔 안있고말야 매일 현장에서 사시는구만 그래.
인부2 : (무심히, 일만 하며) 윗사람한테 잘 보일라고 그러죠. 조회장 사윗감이라잖아.
$#22. 공사현장, 다른 일각
재호, 체에 시멘트 붓는.
$#23. 카페 전경
현수, 급한 걸음으로 카페로 들어선다.
$#25. 카페 안
진숙, 앉아있다. 현수, 들어와 진숙 발견하고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현수 : (미안한 웃음지으며) 죄송합니다. 일좀 마무리하고 오느라 좀 늦었어요.
진숙 : (굳은) 괜찮아요. 별로 안기다렸어요.
현수 : 차 드셨어요?
진숙 : 네.
그때, 종업원 물잔 들고 오고
종업원 : 차 뭘로 드시겠어요?
현수 : 커피 주세요. (종업원 현수앞에 물 잔 놓고 가면, 진숙에게) 점심은 드셨어요?
진숙 : 네.
현수 : 재호씬 현장 나가서 같이 못왔어요. 미리 연락 주셨으면 일...
진숙 : (말꼬리 자르며) 재호 보러 온거 아니예요.
현수 : ?
진숙 : (가방에서 돈 봉투 꺼내 현수 앞에 밀어놓는다)
현수 : (불안한 느낌으로, 어렵게 묻는) 뭐예요?
진숙 : 가게 넘겼어요.
현수 : ?!
진수 : 내 입에 들어가는 밥까지 현수씨 도움 받고 싶지 않았어요.
현수 : (난감한) 저, 이모님...
진숙 : 현수씨.
현수 : ...
진숙 : 나, 현수씨 사실 별로 맘에 안들어요. 친자매처럼 자랐다면서, 신형이 남자를... 그래요, 그것도 이해할려면 이해 할 수 있겠죠. 너무 사랑하니까 탐이 났다. 언니 남자든 뭐든, 내남자로 만들고 보자. 그래요,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집 가게 담보 넘어간거까지 현수씨가 그랬다면서요? (속상한 마음 참고, 타이르듯) 그러는건 아닙니다. 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라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그러는건 아니예요. 그렇게 해서 재호 마음을 붙잡아둘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은 어떻게 되겠죠, 그러나 마음은 아닙니다. 내가 재호래도 현수씨 징그러워서 같이 못살거 같애요.
현수 : (차마 진숙 못보고, 어렵게 말 꺼내는, 가라앉은) 재호씨도... 이 일 아나요.
진숙 : 알아요.
현수 : (암담해 눈감는)
진숙 : (그런 현수 심란하게 보다가, 가방 들고, 일어나 현수 보며) 재호랑 헤어져요. 돈은 내가 몸이 가루가 되도 갚을테니까. 돈 갚는 날 봅시다. 그 전엔 보지 말아요. 우리. (하고, 나가는)
현수 : (가슴이 떨리는, 애써 마음 진정시키려 침을 삼키는)
$#26, 현수의 회사 로비
현수, 고개 숙이고 담담한 얼굴로 걸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그때, 엘리베이터 열리고, 현수 고개 들면 길진,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다.
현수E : 어쩐 일이야?
$#27, 회사 일각, 공원
현수, 길진 앉아있다.
길진 : (안보고) 재호 보러 왔는데, 없더라.
현수 : 외근 나갔어. (보며) 재혼 왜?
길진 : (보면)
현수 :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얘기해. 오면 전해 줄게. (서글픈 웃음 지으며) 설마, 나랑 헤어져라, 그 얘길 전해달라고는 안하겠지? 그 얘기만 아니라면 어떤 얘기라도 전해줄 수 있어.
길진 : (못보고) 재호가...
현수 : ?
길진 : (보면) 많이 아프다.
현수 : (가슴이 철렁한다. 놀랐지만 가라앉은) 뭐?
$#28, 현수회사 전경
현수E : 강재호씨, 아직도 연락 안되요?
$#28, 현수의 사무실
현수, 전화하고 있는 직원1에게 앉은 자리에서 말하는.
직원1 : (전화기 내려놓으며) 청담동 현장엔 없다 그러구, 핸드폰도 안받는데요.
현수 : (답단한, 조금은 급한) 청담동 현장에선 뭐래요?
직원1 : 오후 3시까지 잇다가 양재동 사무실로 가셨다고 그러는데... 양재동 사무실은 전활 안받고요.
현수 : (암담한 마음으로 있다가, 백 들고 일어나 나간다)
$#29, 급하게 달리는 현수의 차
$#30, 차 안
현수, 눈가 그렁해 운전해 가는.
인써트 (후렛쉬) -
1. 약혼식때 화장실을 간다고하며 조금 불안하던 재호의 모습.
2. 머리 아프다고 약을 먹던 재호의 모습
현수, 운전해 가는.
$#32, 양재동 사무실 밖
재호, 사무실에서 나와 주차장쪽 자기 차로 가는데, 주차장에 있는 현수 보는. 현수 차에서 내려 재호보는.
$#33, 병원 주차장
현수의 차 멈춰선다.
$#34, 차 안
현수, 안전벨트 풀고 재호 보며
재호 : 여길 왜 데리고 온거야?
현수 : (난감한 마음 애써 감추고) 지난번 이 병원에서 치료 받았다 그랬지, 검사할게 더 있대.
재호 : 차돌려.
현수 : (재호 보며) 예약 해놨어. 검사 받고 가자.
재호 : 근무시간이야. 토요일에 근무 끝나고 혼자 올게. 가자.
현수 : (속상한 마음 감추고, 재호 보며, 짐짓 단호한) 토요일 니 근무시간 끝나면, 그땐 병원도 문 닫는 시간이야.
재호 : (현수 보며, 답답한) 큰 병도 아닌데, 일 다 제쳐두고 왜 병원을 와야 되는데?
현수 : (단호한) 나한텐 일보다 니가 더 중요해.
$#35, 정윤의 진료실
정윤 자리에 앉아 차트보고 있고, 재호,현수 들어온다. 현수(불안한 마음 애써 감추고) 서있고, 재호(굳은)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고, 정윤, 자기 자리에 앉아있다.
재호 : (굳은, O.L) 도대체 검살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 겁니까?
정윤 : (재호 보다, 현수 보면)
현수 : (불안한) ...
정윤 : (다시 재호 보며, 담담한) 검사 받는줄 알고 오셨어요?
재호 : ?
정윤 : (챠트 보며) 검사 없어요. (사이, 재호 보고) 잠깐만 나가 계실래요.
$#37, 정윤의 진료실 앞
재호, 답답한 마음으로 나와 로비쪽으로 걸어가는.
$#38, 정윤의 진료실
정윤E : 말 안했니?
정윤, 현수 앉아있다.
현수 : (불안한 마음 애써 감추며) 상태가 어때요?
정윤 : (가라앉은) 항암치료 받아야 돼. 방사선 치료도 병행하고.
현수 : 수술은요.
정윤 : 안해.
현수 : 수술을 안해도 된단 얘기예요?
정윤 : 수술을 못할 지경이란 얘기야.
현수 : (그말에 고개 돌리는데, 눈가 그렁한)
정윤 : (맘 아프지만, 담담하게) 아마 이런 상태에서 개중에 어떤 의사들은 성급하게 이제 남은 시간이 3개월이다, 6개월이다 그렇게 말할지도 몰라.
현수 : (울지 않으려 애쓰는)
정윤 : 하지만 난 그렇게 말 안해. 환자가 노력하면 (마지못해 말하는, 그러나 단호한) 오래 살 수 있어. 강재호씨한테 말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사람의 살려고 하는 의지야. 말 못하고 시간 끌고 그러지 마. 치료받는 사람이 누군데? 강재호씨 본인이야. 말해야 돼. 본인만이 본인만의 상태를 누구보단 잘 알아. 앞으로 받아야 될 치료가 많아. 그 치료를 다 받게 해야 돼.
현수 : (울지 않으려 애쓰지만, 눈물 흐르는) ...
$#40, 병원 약국 앞
재호, 한쪽에 담담하게 서 있고, 현수, 약국 창구에서 약을 타, 재호에게로 와 가자 하고 먼저 간다. 재호, 그런 현수 조금은 이상하게 본다. (가라앉은 기분이다)
$#41, 재호의 집, 전경
$#42. 재호의 집 안
재호, 앉아있다. 현수, 물과 약을 가져와 재호 앞에 놓는다.
재호 : (굳은 얼굴로, 현수를 본다)
현수 : (안보고) 약 먹어.
재호 : (느낌이 있다, 가라앉은) 무슨 약이야?
현수 : ...
재호 : (현수 보며, 굳은 얼굴로 불안하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오래전부터 두통이 심했어. 어지럼증도 있었구. 가끔은 사람들 말소리가 잘 안들려. 다리도 휘청이고, 어쩔땐 걸음걸이까지 이상해. 나, 왜 이런거래?
현수 : (재호 보는데, 눈물 그렁하가, 애써 맘 다잡으려는) ...
재호 : (현수 보다, 외면하고, 눈가 붉어졌지만, 애써 담담하게) 낼 방사선치료 받는다고? 그걸 왜 받아야 하는건데...
현수 : (울지 않으려 애쓰며) 너, 이집 정리하고 내 빌라로 들어와. 그게 싫으면 내가 이리로 들어올게.
재호 : (여전히 외면한 채, 가라앉은) 왜 그래야 하는데... 나, 혼자서는 이제 아무 일도 못한대니?
현수 : ...
재호 : (암담하게 눈 감았다, 눈 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43. 아파트 앞
재호, 급하게 화난 얼굴로 나와 차쪽으로 간다.
$#44. 아파트 주차장
재호, 차에 올라 급하게 차 빼서 간다. 현수 뛰어나와 가는 재호의 차 뒤에 대고 소리치는.
현수 : 재호야!
$#46. 병원 로비, 저녁무렵
재호, 화난 얼굴로 걸어와 정윤의 진료실 쪽으로 간다.
$#47. 정윤의 진료실
재호, 혼자 자리에 앉아 자기 MRI 사진을 눈가 붉어져 보고 있다. 정윤, 그때 물잔 두 개 들고 들어와 재호 앞에 하나 놓고, 하나는 자기가 마시며 자리에 앉는다. 재호, 챠트 내려놓고, 정윤 안보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재호 : 말씀해 주세요.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정윤 : 한 달에 사흘씩 방사선치료와 약물 치룔 받으셔야 되요. 오늘 드린 알약은 함께 복용하시면서요.
재호 : (눈가 붉어져, 정윤 보며) 머리에 종양이 생긴겁니까?
정윤 : (재호 보며) ...
재호 : (눈가 그렁하지만, 애써 담담하려하며) 저 죽는 겁니까?
정윤 : 낼 방사선 치료 받으러 오세요. 시간 늦지 마시구요. 그리고 술 담배 끊으세요. 차 몰지 마세요.
재호 : (힘들게, 일어나 힘없이 걸어나가는)
정윤, 그런 재호 맘 아프게 보는데, 전화벨 울리고 정윤 전화 받는.
정윤 : 예 (사이) 길진이구나. (사이, 어렵게) 어... 말했어.
$#48. 한강다리 위
재호, 넋을 놓고 걸어간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신이 없는 얼굴이다. 재호, 그렇게 걷다가 서서, 강을 본다. 눈물이 글썽한 채 한참을 그렇게 보는.
$#49. 신형의 집 전경, 밤
$#50. 거실
병국, 걸레로 탁자를 꼼꼼히 닦고 있다. 그때, 신형 주방에서 커피 타가지고 들어오며
신형 : (의자에 앉으며) 아버지 그만하세요. 아이 참 아버지 그만하세요. 오늘 정말 왜 그러세요? 점심도, 저녁도 다 아버지가 하시구. 설거지까지 하시구선.. 거실 청손 제가 할께요..
병국 : (걸레 한쪽에 놓고) 그래라.
신형 : (차 병국에게 주며, 불안하게) 아버지, 회사...
병국 : (차 마시며, 말꼬리 자르며) 낼 나갈거야. 안 짤려으니까 걱정하지마.
신형 : (안도하고, 차 마시는데)
병국 : (차 마시며, 무심히) 그런데 니 엄만 오늘 이렇게 늦는다니.
신형 : 오늘 좀 늦으신다고 아까 전화 왔었어요. 응암동 아줌마 만나신다고요.
병국 : (신형 안보고)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만하면 뱃속 편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야.
신형 : (보면) ?
병국 : 내가 오늘 하루종일 그냥 이리뛰고 저리뛰고 내가 말했잖냐? 그런데 봐라, 어디 한 군데도 표가 안나.
신형 : (작게 웃는)
병국 : (심란하게 혼잣말처럼) 내가 오늘 열시간 동안 허리한번 안펴고 일했는데, 고작 정원 쓸고, 베란다 쓸고, 그리고 뭐 밥 두끼 하고나니까 시간 다 지나갔다. (신형 보며, 농담처럼) 얘, 너 결혼하지 마.
신형 : (작게 웃으며) 왜요?
병국 : 너, 정 결혼할려면 말야, 남편한테 월급 달라 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하고 월급 받는 재미도 없으면 너무 하잖냐.
신형 : (농담처럼) 아버진 엄마한테 월급 안주시잖아요.
병국 : (담배 물고) 그지, 월급 안줬지. 월급은커녕 집에서 하는 일 뭐 있냐고 핀잔만 냅다 질렀지 뭐. (하고, 신형 보고 멋적은 듯 웃으며)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은 왜 내가 이렇게 니 엄마가 보고 싶냐?
$#51. 직업소개소
친구1, 혜자 (컵라면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친구1: (속상한 듯 헤자보며) 그래, �일 카달록 들고 동창생들 집들 차 찾아다닌거야, 밥도 안먹고?
혜자 : (컵라면만 먹으며) 먹을 시간이 없더라구, 입맛도 없고. 간만에 이거 먹어보니까 먹을 만하다.
친구1 : 그래서 정수기 몇 대나 팔았는데?
혜자 : (담담하게) 2개. 영희하고 순자한테.
친구1 : 배달은 했어?
혜자 : 사실은 그것땜에 너한테 들렸어. 낼 낮에 우리집에 들러서 정수기 좀 갖다가 걔네들 좀 전해줄래. 신형아버지한테 말하기 싫어서 그래. 나중에 알 때 알더라도, 지금은 몰랐으면 해.
친구1 : (속상한) 알았어. 내일 아침에 출근할 때 내가 해줄게.
혜자 : (컵라면 먹으며) 고맙다.
친구1 : 힘들지?
혜자 : (맘 아픈) 힘들기는, 뭐 오늘 하루 한건데. 맨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 (하며, 컵라면 먹는)
$#52. 거실
혜자, 들어오고, 신형 현관문 열어주고.
신형 : 엄마,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혜자 : 그렇게 됐어. 올라가.
신형 : 밥은?
혜자 : 먹었어. 아버진 주무시니?
신형 : 그런거 같애요.
혜자 : 그럼 너도 올라가 자. 문단속 좀 잘 하고. (하고, 안방으로 가고)
신형 : (그런 혜자 보다, 이층으로 올라가고)
$#53. 신형의 방+ 베란다
신형, 테이블 쪽에 널려져 있는 공책들을 정리하고 침실쪽으로 간다. 그리고는 베란다 문을 닫으려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 들어 아랫쪽을 내려다 보면
인써트 - 재호, 고개 숙이고 서 있는 모습 보인다. 신형, 가슴이 철렁하다.
시간 경과
신형, 불꺼진 방, 침대맡에 조금은 불안한 듯 앉아있다. 그러다 시계를 보면, 12시가 넘었다. 신형, 다시 조용히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 본다.
인써트 - 재호,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54. 집 앞
재호, 서 있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신형의 집 베란다를 올려다 보면, 베란다에 서 있는 신형이 보인다. 두사람 그렇게 서로를 보고 서 있다.
$#55. 집 앞
신형, 조용히 현관문 열고 대문 열고 나와 재호에게로 가서 선다. 애써 침착하려는 마음이다. 재호, 그런 신형을 눈가 붉어졌지만 담담하게 본다.
신형 : (어렵게 말 꺼내는, 맘 아프지만 숨기면서) 어떻게 왔어?
재호 : (애써 무표정한) ...
신형 : 집에 가.
재호 : ...
신형 : (맘에 없는 소리, 애써 단호하게) 이러면 안되는거 알잖아. 다신 찾아오지 마. 이러면 너두 나두 현수까지 힘들어.
재호 : .. ( 돌아서서 담담하게 간다)
신형, 그런 재호 눈가 그렁해 본다.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다가 재호 가는 쪽 다시보는. 눈물 흐르는
$#57. 거리
재호, 눈가 그렁한 채 넋나간 얼굴로 걸어간다. 그 모습에서 DIS
$#58. 현수의 회사 전경, 낮
현수E : (속상한 큰소리) 현장엘 나갔다구요?
$#59. 현수의 사무실
현수, 자리에 앉아 서 있는 직원1에게 화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현수 : 강재호씨가 현장 담당이예요? 임지운씨가 현장 담당 아니예요?
직원1 : (난감한) 제가 가겠다고 해도 굳이 팀장님이 가신다고...
현수 : 가신다고 해도 말렸어야죠. 아니 자기 일을 남한테 맡기는 법이 어딨어요? 임지운씨 지금껏 내내 그렇게 일해왔어요?
직원1 : 죄송합니다.
현수 : (직원1, 맘에 안들게 보다가, 전화기 들어 버튼 누르며) 자리로 가세요.
현수 : (걱정스레 가라앉은 목소리로) 어디야?
$#60. 공사현장 밖 차 안
재호, 전화 받고 있다.
재호 : (담담한) 현장이야.
현수E : 차몰고 갔어?
재호 : 걸어올 순 없잖아.
현수E : 당장 그 쪽 일 접고 병원으로 와.
재호 : ...
$#61. 현수의 사무실
현수 : (걱정스런) 치료 받아야 할거 아냐. 차 두고 택시 타고 와. 재호야, 내 말 듣니?
재호E : 나중에 보자.
하고, 전화 끊는 소리나고. 현수, 난감하고 속상한 얼굴로 전화기 내려놓고.
$#62. 공사현장 밖
마감재(혹은 건축자재) 실은 트럭 오고. 재호, 공사장 책임자에게 말하는
재호 : 반장님, 야간작업 해서라도 준공기한 넘기지 마세요.
책임자 : 알겠습니다.
재호 : (멀리있는 인부들에게) 아저씨들, 여기 자재 좀 같이 날라요?! (하는)
$#64. 정윤의 진료실
현수, 정윤 앉아있다.
정윤 : (현수 답답하게 보며) 그렇게 말해도 모르겠어? 운전하면 안돼. 무리해서도 안돼. 치료를 안 받으면 더욱 더 안돼.
현수 : (난감한) 병원으로 온줄 알았어요. (정윤 보며)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정윤 : (일어나, 챠트 챙기며 속상하게 말하는) 이렇게 꾸무적대면, 나중엔 정말 손 쓸 수 없게 돼. 왜 이렇게, 몸 귀한줄을 몰라. (그러다 현수 보며) 데려와, 한시가 급해, 한시가!
$#65. 진숙의 집 수돗가, 전경
$#66. 진숙의 방 안
진숙과 인숙, 신자, 앉아 실밥 따고 있다.
인숙 : (진숙 마땅치 않게 보며) 기어이는 그래서 가게를 넘겨준거야?
진숙 : 응.
신자 : (실밥 따며, 진숙 힐끔 보며, 궁시렁) 승질도 별나다 별라.
인숙 : (진숙 보며) 그걸 왜 주냐? 더 뜯어먹으면 몰라도 그 걸 왜줘?
진숙 : (인숙 보며, 못마땅한) 뜯어먹긴 뭘 뜯어먹어?
인숙 : 그럼 그룹 가진 조카며느리 뒀다 뭐에 쓰게? 국 끓여먹게?
진숙 : 얘가 말하는 거봐?
인숙 : (실밥 뜯으며, 진숙 안보고 투덜투덜) 우리가 돈 많은 것들한테 자존심 내세워봤자야, 그것들이 뭐 콧방귀난 뀔 것 같애. 같잖다구 느끼지.
진숙 : 신형이랑 결혼 안하구 걔랑 약혼한다구, 재홀 들들 볶아댈 땐 언제고, 이제와서 콩고물 떨어지길 기다리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야?
인숙 : 이왕지사 벌어진 일이니까, 하는 말이야. 하루 오천원 일당 벌라구, 언니랑 나랑 이 방구석에 앉아있는게 속상해서 하는 말이라구.
진숙 : (일감 던지며) 이거 갖구 가.
인숙 : (보면)
진숙 : (서운한) 니방 가 너 혼자 하면 될 거 아냐? 야, 누군 돈이 싫어서 그랬냐? 아니야. 돈이 싫어서두 아니구, 꼴난 자존심 때문두 아니야.
인숙 : 그럼 왜 그랬어?
진숙 : 재호 팔어서 살기 싫어서 그랬다. 왜? 조카 자식두 반은 자식이야. 자식 팔아서 먹고 살 부모가 어딨어?
인숙 : 팔아먹긴 뭘 팔아먹어? 지가 좋아 간건데? 그리고 여적 그렇게 키웠으면 효도 받아도 되지 뭘. (신자 보며) 안그래요, 할머니?
신자 : (실밥 뜯으며, 담담하게) 내는 모린다.
인숙 : (비아냥) 왜 몰라요? 우리 집안 일에 여적 감 놔라. 배 놔라 했으면서.
신자 : 그래서 느들이 은제 내가 감 놓라칸다캐서 감 놓고, 배 놓라 칸다캐서 배놨나?
인숙 : 그건 아니지만.
신자 : 다 끝난 일이다. 벌써로 문서 팔아 가지고 돈 갔다줬뿌렸는데 추접스럽게 도로 달라칼수도 없는 거고, 말하지 마라. (하며, 일감 진숙 주며) 아이고 놀면 뭐하노 하나라도 더 뜯어라.
진숙 : (그 일감 받아 따고)
인숙 : (속이 상해, 일감 놓고 문 쾅 닫고 나간다)
진숙 : (나가는 인숙 보며) 쟤, 쟤 하는 것 좀 봐.
신자 : (그때, 일감 탁 내던지고 벌떡 일어난다)
진숙 : (그런 신자 보며) 왜 그래?
신자 : 인나, 우리 노래방에 가자. 기분도 그란데 인나. 내가 오천원에 사십분 주는데 안다. 내가 돈 낼끼니께 인나. (하고, 방쪽에 대고 소리지르는) 인숙아, 우리 노래방 가서 뽀사지 게 놀자!
$#67. 노래방
인숙, 춤을 추며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신자, 춤추고, 진숙 그런 두사람을 재밌다는 듯 보고 웃는다. 인숙 노래 끝나고, 신자 박수 치다 음료수 따서 인숙 주며
신자 : 아따, 노래 잘하네.
인숙 : (음료수 마시고, 웃으며) 왕년에 나두 날렸죠.
신자 : 아이고 지금도 괘안은데. 뭐. (진숙 보며) 야 이라지 말고 느그들 딴따라로 나서라. 뚱뚱한 년하고, 홀쭉한 년하고 웃길낀데?
진숙, 인숙 : (웃으며) 그럴까?
신자 : (그런 두 사람 보고, 너그럽게 웃으며) 인자 화해 해야지?
진숙 : (신자 보며) ?
신자 : (인숙에게) 인숙이 니가 먼저 사과해라. 아무리 사촌지간이라캐도 손위사람한테 소리 지르고, 문 박차고 나가고 그라는건 아이다.
인숙 : (멋적게, 눈치 보다 진숙에게) 미안해.
진숙 : 됐어. (신자 보며) 괜히 사람 민망하게 하지 말고, 어서 노래나 해요.
신자 : 그랄까 (하며, 리모콘 켜고, 신나는 노래 (울릉도 트위스트 정도) 나오면 노래하는)
인숙,진숙 : (박수치며, 서로 화해의 눈 웃음 주고 받고)
$#68. 수돗가, 밤
진숙, 신자, 인숙 조용하게 들어서서 쉬쉬하며 손 흔들고 각자 깨금발로 방으로 들어간다.
$#69. 인숙의 방, 어두운
인숙, 조용히 방문 열고 들어오는데, 달건, 인숙의 발목을 잡는다. 인숙, 놀라 익! 하고 달건, 희진 깰까봐 입에 손대며 조용히 하라고 눈치 주며
달건 : 앉어.
인숙 : (앉으며) 자라니까, 안자고 뭐해요?
달건 : (머뭇대다, 용기내 말하는) 저...희진이 처형 방에 좀 데려다 재워.
인숙 : ?
달건 : (괜히 멋적은 머리 긁으며, 인숙 눈치 보며) 요즘은 괜시리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싶네.
인숙 : ?
$#71. 재호의 아파트, 전경, 아침
E 초인종 소리, (급한)
$#72. 재호의 방
재호, 옷 갈아입다가 문 열어준다. 현수, 들어온다.
현수 : (걱정) 왜 전화 해도 안받어?
재호 : (옷 마저 입으며, 담담한) 늦게 들어왔어.
현수 : 병원엔 왜 안왔어?
재호 : (옷 주워 입는) ...
현수 : 회사 가지마.
재호 : 쓸데 없는 소리하지마. (하고, 가방 챙겨 나가는)
현수 : (그런 재호 잡으며, 속상한) 왜 이래, 정말 너?
재호 : (현수 보며) 차 따로 타고 가자. 니차 갖고 왔지? 나 양수리현장 나가봐야돼. 나가자.
현수 : (달래듯) 너 이러면 안돼. 이러고 다닐때가 아니야. 재호야, 병원 가자. 오전에 치료받아야 된대, 예약해 놨어. 병원 가자. 재호야. 응?
재호 : (가만 현수 보는)
현수 : (애원하는 눈빛으로 재호 보는) 재호야...
재호 : 나와, (하고, 나가는)
현수 : (암담한 마음으로 나가려다가 뭔가 이상해 한쪽에 놓인 쓰레기통 들어보면)
인써트 - 쓰레기통 안에 병원 약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현수 : (가슴이 철렁한다)
$#73. 아파트 주차장 + 차 안
재호, 차안에서 담담하게 안전벨트 하고, 현수, 차 문고리 잡고 속상하고 불안한 얼굴로 서서 말하는.
현수 : 재호야, 운전하지마, 어? 재호야, 내려, 제발. 어? 너 약두 안먹고, 왜 이래, 어. 재호야 문좀 열어봐. 어? 재호야 문 좀열어봐.재호야!
재호, 차 안에서 그런 현수 물끄러미 보다 시동건다.
현수 : 재호야, 문 열어, 재호야!
재호, 아랑곳없이 차 몰고 가는. 현수, 황당하게 그런 재호의 차 보며, 서 있는. 눈가 그렁해 있다.
$#76. 카페.
길진, 급하게 들어와 주위 둘러보는데, 현수 기운없이 앉아 있고, 현수 고개들면 길진 서 있다.
시간경과.
현수, 길진 찻잔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현수 : (찻잔만 보는)
길진 : (어렵게 묻는) 치룔... 안받겠데?
현수 : (눈가 그렁해 고개 끄덕이는)
길진 : 그래도 어떻게든 해봐야지.
현수 : (안보고, 서글픈) 그래, 해봐야지... 그런데 자신이 없네.
길진 : 지금 재호한테 너밖에 없어.
현수 : (그렇게 말해주는 길진이 고맙다, 눈가 그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해?
길진 : 니가 약해지면 안돼.
현수 : (눈가 그렁해, 고개 끄덕이고)
길진 : 재혼 어딨어?
현수 : 일 해.
길진 : 무리하게 일하면 안좋다는 거 알고 있어?
현수 : (고개 끄덕이고).
길진 : 일 시키지마라. 일어나. 지난번도 치료 안받았다면서, 오늘까지 안받을수 없잖아.
현수 : (외면한 채, 서글픈, 천천히) 근데 오빠, 내가 재홀 살릴 수 없다면... 재홀 살릴 수 있는 사람이 (길진 보고, 눈물 주룩 흐르는, 담담하게) 누굴까?
하는 현수 얼굴에서 엔딩.
출처->http://woojungsa.com/fho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