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궁전
박 정 완
묵은 옷 훌훌 벗어 던지듯 빚을 벗고
작은 마당이 있는 궁전으로 이사를 했다.
창밖의 나뭇잎과 새들의 궁전 뒤로
의암 호수가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
마당엔 온통 햇살이 우거져
작은 집은 한 폭의 수채화다
새벽이 창문 앞에 서면
신기루 같은 안개가 웅성거리고
멀리서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
조잘대는 아이들 소리
나뭇잎들 사분사분 볼 비비는 소리
희망찬 아침을 연다.
방울새 숨바꼭질 날개 짓하면
아침마다 호수가
작은 마당귀를 잡아당겨
찰랑찰랑 안부를 물어오는
수면의 온 천지가
몸집 작은 내 소유다
빚을 벗어 던지자
어느새 마당 작은 내 집은
새집처럼 대롱대롱
자연 궁전에 매달려 있다.
제비
박 정 완
파란 물감이 짙게 배어 있는
하루의 정수리
하늘 한복판
반짝
은빛 획을 그으며 날아간 제비의 날개짓
어느 한 순간
나의 정수리에 앉아
해죽해죽 하느적거리며
빼꼼이
노을을 조롱한다.
곡예 하듯 파르르 찍 찌윽
나의 하루는 아직 저물지 않았는데
제비 한 마리 노을로 날고 있다.
** 박정완 : * 2010 ‘문학마을’ 詩 등단. 2020 계간 ‘에세이스트’ 등단
* 시집 『천사들의 마당』
* 한국문인협회회원. 강원여성문학인회회원. 문채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