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10. 2.28 2. 장소: 영남알프스 - 간월산(1,083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3. 코스 : 배내재(10:00) - 1.2km - 배내봉(10:30/966m) - 1.9km - 간월산(12:05 /1,083m) - 서릉(13:20)-중식(13:20~14:50) - 2.8km - 신불산(15:29/1,209m) - 3.1km - 영축산(16:52/1,059m) - 5.3km - 통도사(18:30) 4. 거리 및 시간 : 약15km 10:00-18:30(8시간 30분 점심 및 조망 2시간포함)-실종주시간 6시간30분
<배내재-배내봉-간월산-간월재> 까지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영축산, 고헌산, 간월산 등 천고지가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함께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알프스에 버금간다하여 이를 영남알프스라 부른단다. 명성이 오래 전부터 이름은 떨치고있어 무시로 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하여 늘 마음 속에서나마 나는 언제 한 번 찾아갈꼬하며 벼루던 차에 드디어 이 멋진 코스를 오늘 밟아보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코스의 접근이 그리 녹녹치가 않다.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사까지 가다가 고개 오름길에서 다시 69번 지방도로 빠져 남쪽으로 얼마큼 지나야 배내재에 도착하는데 이 곳으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아직 없다는거. 배내재에서 승용차를 두고 산을 오르면 양산 통도사로 내려가서 차량를 회수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산악회에서 이용하는 관광버스가 아니면 쉽사리 이 영남알프스의 한 축인 이 코스를 산행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다는거. 더군더나 내 성질이 모가나서 그런지 아직까지 산악회에 가입하고픈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앞으로 계속 산에 들라치면 혼자서 고생을 사서해야 할 판이다. 기실 혼자서 살방 살방 다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산객들에게는 혼자 다니는게 조금은 측은하게 보일지 모르겠다만 나로서는 혼자서 산에오르는게 여간 즐거운게 아니다. 이래저래 고생하며 혼자 산을 다니는 것과 산악회 가입하여 조금 편하게 산을 타는 것과 견준다면 얼추 장단점이 서로 비슷하여 상쇄될성 싶다.
마침 언양에 사는 지인이 차로 배내재까지 태워주마고 약속이 되어있던 터라 그 고마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부랴 부랴 오늘 산에 오르마고 서로 시간약속을 해버렸다. ...하여, 이른 아침 6시 15분에 집을 나선다. 날씨 좋다. 아직 미명이지만 피부로 와닿는 바람이 그리 차지않고 이른 봄날 새벽 특유의 상큼하고 신선함이 느껴져온다. 또한 배낭이 등에 착 달아붙는 느낌이다. 감이 좋다는 뜻일터. 상인역까지 택시를 타고 지하철1호선 그리고 반월당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며 만촌역에 내리니 바로 네거리 옆에 남부시외터미널이 막 잠에서 깨어난듯 서서히 배차를 하고있다. 20년 전에 왔던 그 정류장 그대로 초라하기가 짝이 없다. 간이의자 몇개를 둔 대합실이 꼭 시골버스터미널과 흡사하다. 재래시장과 더불어 예전의 왁자지껄한 그 풍경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듯하여 마음이 조금 짠해져온다. 세월은 모든 걸 잃어버리게하는 아쉬움이 있는 모양이다. 나를 포함하여....
정각 7시 25분에 승객이라곤 이 외로운 산객 한 사람만 태운 채 언양으로 출발한다. 차가 경산 - 동곡- 청도-운문사-가지산온천...이런 곳을 경유하면서 언양까지 가는 모양이다. 곳 곳 정류장마다 빠트리지않고 들어가 승객을 태우는게 꼭 완행버스 같다. 근데 기사아저씨가 절때로 완행버스는 아니고 직행이라고 빡빡우기니 그런갑다 여긴다. 경산 쯤에 왔을까.. 마음이 달뜨기고하고 시골 풍경이 좋아서 잠도 오지않아 운전기사 옆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기사양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운전기사 아저씨 " 아..차차차..길을 잘못 틀었네.." 하며 좁은 지방도에서 몇 번을 후진을 거듭하더니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용성방향으로 가야할 것을 그만 하나뿐인 승객인 나와 이야기 하다가 그만 남산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는 모양이다. 원숭이라고 나무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응께. 경산을 조금 지나니 하나 둘씩 손님을 받는다. 마캉 할매들이다. 보름이라 절을 찾는 모양이다. 먹물 옷을 입으신걸 보니...
정겨운 농촌의 아침풍경이 차창을 통해 디카 렌즈 속으로 빨려온다.
청도와 언양을 가르는 고개를 넘어서니 바로 가지산온천이 나타난다. 차라리 언양까지 가면 다시 되돌아와야 할 번거러움이 있으니 지인한테 가지산온천으로 싸게 오라며 문자를 보내고 차에 내리니 차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차를 몰고 나타난다. 기특한거.
가지산온천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편으로 언양방향이고 오른쪽으론 석남사 방향이다. 얼마 가지않고 석남사 주차장이 나타난다. 예전에 석남사 주차장을 들머리로 하여 가지산에 몇 번 오른적이 있어 다시 이곳을 찾으니 낯이 익다. 석남사 고개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배내재가 나타난다. 가슴은 어쩔줄 몰라 연신 콩당콩당 설레이기만하다. 초행 산길에 혼자 내버려두면 어쩌나싶어 조금은 못미더워해서인지 지인도 함께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며 고맙게도 함께 동행한다.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함께한 연후에 지인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애물단지인 차량을 회수할 요량으로 같이 산길로 들어선다. 속으로야 고맙고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지만 겉으로야 태연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너스레를 떤다. ㅋㅋㅋㅋ
배내재 들머리에 내가 오늘 가야할 길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신발끈을 바싹 동여매고 첫 걸을을 내딛이니 감이 좋다. 첫 들머리부터 배내봉에 이르기까지 내내 나무계단이다. 불안하다. 좋지 않는 무릎에 신경이 쓰여 조심해서 계단 몇 개를 오르니 암시랑토않다. 다행이다.
저 멀리 오른쪽이 가지산 왼편 끝이 제약산. 담에 또 오르고 싶은 산 산은 늘 그자리에 있으니....
며칠 전 내리 이틀간 제법 많은 봄비가 왔던관계로 땅이 질퍽하고 습도도 조금 높아 배내봉까지 오르니 땀이 범벅이다. 역시 산행시작 30분이 제일 힘들다. 몸이 길들여있지 않으니 다리도 무겁고 영판 죽을 맛이다. 그렇게 30분 동안 속옷을 흠뻑 적실정도로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나면 그 담부터는 거짓말처럼 몸은 가볍다. 산행모드로 전환되었는듯.
산세가 우람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주니 멀리서도 조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늘 산길엔 산죽이 함께 한다. 아직도 잔설이 남아 겨울을 아쉬워하고있다.
간월산 교본대로 딱 2시간 걸린다.
저멀리 제약산이 천왕산이 날 꼬드기는 듯 유혹하고 있다.
간월재! 산길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알프스라고 이름 짖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사실 오늘 이 곳을 오르자며 버스를 탈 때부터 머 그리 아름다울까 하며 내심 조금은 건방끼가 자리잡고 있었다. 눈도 없는 겨울산이 이럴진대 봄..여름..가을의 풍경은 과연 어떨까 상상조차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힘들게 산을 찾으니 이런 멋드러진 풍경을 안겨준다. 한 폭의 수채화같으다. 마음은 벌써 건너편 신불산에 가있다. 허지만 아까워 아까워서 어떻게 이 길을 지나갈꼬.
간월재에서 산악카페 산님들이 시산제를 지내고있다. 돼지머리...시루떡...과일...막걸리 갖은 정성을 다하여 제를 드리고있다. 올해도 안산 즐산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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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나브로 원문보기 글쓴이: 시나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