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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돕는 글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 본 참신한 생활동시
김진광(시인, 평론가)
1.
『아동문예』(2017년 11•12월호) 제276회 아동문예문학상 심사평에서 ‘보내온 작품들의 제목 정하기에서 돋보이고, 동시의 시적 표현과 동심 걸러내기에서 대체로 성공하여 문단에 내보내도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관찰과 체험을 통한 내용이 튼실한 동시’라는 주제로 등단을 시키며 칭찬을 한 바 있다.
제1부 13편은 가족과 지역성을 소재로 한 생활동시가 대부분이며 등단 작품 등 좋은 작품이 다수 실려 있다. 제2부 13편은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제3부 13편은 시인이 사는 과천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쓴 지역성((locality) 관련 작품, 제4부 12편은 가족과 장소성 관련 시들이 실려 있다.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 본 참신한 생활동시’란 주제의 깃발을 들고, 동시집 속으로 독자들과 함께 동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여행 순서는, 2.가족 관련 동시, 3.자연 관련 동시, 4.지역성(장소성, 종교관련 포함) 관련 동시 의 순서로 한다.
2.
박규미 시인의 동시집에는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동시들이 많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가 ‘가족’이다. ‘우리’가 사물 앞에 붙으면 따뜻해지는 말들이 대부분 가족과 관련이 있다. 요즘은 핵가족 시대라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이 따로 있고, 어릴 때만 부모와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시인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의 손자 손녀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해서 얻은 체험이나 본 것, 어린 시절 경험한 일을 소재로 가족 사랑의 따뜻한 시를 빚어낸다. 박 시인의 동시에는 대체로 엄마, 외할머니, 아버지, 언니 동생, 할아버지(사망한 할머니) 순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핵가족과 아버지보다 어머니 중심의 만남의 사회가 되고 있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겠다. 여기서는 ‘가족사랑’을 주제로 한 동시를 감상해 보자.
심한 열감기를 앓았다.
은색 숟가락에 담긴
보글보글 끓인 전복죽
엄마 얼굴 보며
한입 받아먹었다
호호 불어준 것
또 한입 받아먹었다.
오래전
엄마 뱃속에서도
기다란 탯줄 숟가락으로
이렇게
엄마 밥 받아먹었었지.
-「숟가락」전문
외할머니 텃밭에 놀러 갔어요
골마다 배추, 상추, 부추, 고추
가장자리 대추까지
‘추’자 항렬이 모여 살아요.
난 밀성 손씨 교동파
병구 병화 병관 병욱 병호
‘병’자 항렬
야! 너희들도
뼈대 있는 가문 후손이라
외할머니 훈장님 말씀
잘 듣고
의좋게 옹기종기
무럭무럭 자라라
지금 외할머니 텃밭은
한 심장으로 모두 쿵쿵쿵.
-「가문」전문
위에 소개한 두 작품은 등단 당선 작품들이며, 박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가족 관련의 좋은 작품이다. 동시 「숟가락」은 감기를 앓았을 때 엄마가 ‘보글보글’ 정성으로 끊인 전복죽을, ‘엄마 얼굴 보며/ 한입 받아먹었다/ 호호 불어준 것/ 또 한입 받아먹었다.’는 사랑의 숟가락으로 받아먹은 체험을, ‘엄마 뱃속에서 탯줄 숟가락으로 엄마 밥 받아먹은 것에 비유’가 참신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위에 소개한 「가문」은 ‘-추’자로 끝나는 채소를 우리나라 집안의 이름에 붙는 항렬에 비유한 재미성에 성공한 좋은 동시이다. 외할머니 텃밭의 ‘배추, 상추, 부추, 고추, 밭가 대추’를 보고 항렬(이름자 돌림)을 생각해낸 ‘발견의 재미’가 놀랍다. 그리고 시적자아의 ‘난 밀성 손씨 교동파/ 병구 병화 병관 병욱 병호/ ‘병’자 항렬‘에의 비유는 얼마나 놀랍고 재미있는가?
동시를 지을 때 비유는 서로 관련이 먼 것에서 찾아 쓰는 비유가 고급스럽고 참신한 것이다. ‘외할머니 훈장님 말씀’도 동시 제목 「가문」도 멋지다.
우리 집 승용차는 렉스톤이다.//
아빠는 차만 타시면
“토니야, 오늘은 바닷가로 간다. 부탁해”
“아빠, 토니랑 또 이야기해?”
“그럼, 그래야 토니도 좋아서 잘 달려주지”
늦은 밤 무사히 돌아오면
토니 엉덩이를 툭툭 치시며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라 토니야”
그러면 토니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 같다.//
아빠의 안전운전 비법
알았다.
-「대화가 필요해」전문
어느 날/ 우리 집 가족이 된/ 업둥이 군자란//
분리수거함 옆에 화분째/쓰러진 것을/엄마가 안고 왔다.//
매일 몇 번씩 들여다보시며/“얘 힘내, 기운 차려”//
엄마의 보살핌 때문인지/푸른 팔 양쪽으로 쭉쭉/힘차게 잘 자라더니//
몇 년 후 올 봄/연초록 꽃대가 몽글몽글/ 열 송이 주황빛 꽃들이/입을 쫙 벌렸다.//
“와아~ 꽃이다”/꽃보며 활짝 웃는/엄마 얼굴도 함박꽃//
“믿고 기다리면 이렇게 때가 온단다.”/업둥이 덕분에/우리 가족 모두 랄 랄 라.
-「업둥이 꽃」전문
사람만 가족이 아니라, 사물인 자가용도 식물인 화분의 꽃도 가족이 된다. 유아들이 읽는 동화에는 사물이 모두 대화를 하지 않는가? 요즘은 자기 말과 주장만 내세우는 불통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대화가 필요해」에서는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집의 자동차와도 대화를 한다. 승용차 이름의 끝 자를 따서 ‘토니’라고 부르며 부탁을 한다. 그러면 토니는 좋아 잘 달려준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버지는 토니 엉덩이를 툭툭 치며, 수고했다고 하면, 토니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든다. 대화와 이야기가 있는 동화적 의인화 기법이 재미있다. 이것이 아빠의 안전 운전 비법이란다.
「업둥이 꽃」은 버려진 군자란을 엄마가 안고 오면서 꽃도 가족이 된다. 업둥이는 자식이 없는 집 앞에 가져다놓은 아기를 키우는 아이를 말한다. 버려진 화분의 꽃을 기르며 업둥이라 부르는 의인화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꽃이 활짝 핀 날 엄마 얼굴도 우리 가족 모두 랄 랄 라 즐겁다.
그 외에도 가족을 다룬 동시로 3대의 가족 사랑을 다룬 「뭉쳐야 뜬다」, 꽃게 축제 때 할머니의 사랑 빈자리를 다룬 「꽃게 축제」,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즐거움을 다룬 「엄마가 퇴원하시는 날」, 하늘나라에 간 아빠 때문에 엄마를 늘 걱정하며 학교가기 전 엄마 화장대에 살짝 초콜릿과 사탕을 올려놓은 「화이트데이」 등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 본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여려 편 보인다.
3.
박규미 시인의 동시에는 가족과 자연을 소재로 한 동시들이 많다. 여기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아 동시 여행을 떠나자. 아래에 소개한 동시 「부비부비」에서 ‘부비부비’는 조어(새로 말을 만든 말)로 사용되지만, ‘비비다’의 명사형 ‘부빔(비빔)’에서 파생된 말인 듯싶다. ‘부비부비’란 제목이 귀엽고, 온 힘을 다해 돋아난 아기 새싹에게 햇살과 바람, 시적자아의 눈웃음도 얼굴을 비비며 맞아준다. 자연인 새싹도, 내 동생도 서로서로 얼굴을 부비면서 쑥 쑥 쑥 자라는 의태어가 잘 어울리는,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 본 동시이다.
「무지개 베게」라는 제목의 발상이 신선하다. 새들과 구름과 바람이 얼굴과 머리를 얹어보는 무지개 베게 얼마나 멋진 동시인가? 그리고 ‘힘들고 지친 우리 친구들/ 잠시 쉬어 가라고’ 하늘에 걸린 ‘한낮에 반짝/ 하늘마당 쉼터//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란 자연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을 펼쳐보는 좋은 동시이다.
이른 봄/ 새싹은 온 힘 다해/ 땅을 부비며 올라오면
햇살이 수고했다고 달려와/ 부비부비//
바람도 반갑다고 쌩 날아와/ 부비부비//
학교 가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나의 눈웃음도/ 부비부비//
아기 내 동생도 엄마가/ 잘 먹고 잘 잔다고/ 부비부비
서로서로 부비면서/ 쑥/ 쑥/ 쑥.
-「부비부비」전문
한바탕/ 소나기 지나가고/ 마을 건너편으로/ 길게 무지개가 걸렸어요.
먼저 키 큰 미루나무가/ 젖은 얼굴을 살짝/ 무지개에 기댔지요.
그러자 날아가던 새들이/“야~무지개 베개다” 소리치며/ 쪼르르 달려갔어요.
막 산으로 넘어가던 구름들도/ “나도 나도”
지나가던 바람도 덩달아/ 긴 머리를 얹어 봅니다.
힘들고 지친 우리 친구들/ 잠시 쉬어 가라고
한낮에 반짝/ 하늘마당 쉼터//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베게」전문
아래에 소개 한 동시 「꽃 알람」은 계절에 따라 피는 꽃들을 보고, 농부들이 두릅을 딸 시기를 알고, 고사리를 꺾을 때를 알고, 논두렁에 콩을 심을 시기를 안다는 의미성에서 재미성에서도 성공한 동시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사람들은 꽃 보며/ 꽃시계 알람소리 듣고’ 농사일할 시기를 척척 알아내는 ‘꽃 알람’의 발상이 신선한 동시이다. 요즘처럼 달력이나 일기예보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보고 일기를 관측하고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일을 생각했다.
벚꽃이 만발하게 피면
두릅을 딸 시기래요//
하얗게 배꽃이 필 때는
산에 고사리를 꺾을 때고요//
5월 감꽃이 떨어질 때는
논두렁에 콩을 심을 시기랍니다
우리 마을사람들은 꽃 보며
꽃시계 알람소리 듣지요//
농사 일 할 시기도
척척 알지요.
-「꽃 알람」전문
비는 마음을 담지 않는다.
높은 빌딩에도/ 촉촉촉
시골 마당에도/ 촉촉촉
고풍스러운 멋진 집은
근사해서 더 오래 머물다 가고
쓰러질 듯 폐가는
쉴 수가 없어 휙 지나갈 수도 있는데
차별하는 마음 없이
똑같이/ 주룩 주룩.
-「평등」전문
위에 소개한 동시 「평등」은 동시를 통해서 이 세상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비는 높은 빌딩이나 시골 마당이나 고풍스러운 멋진 집이나 쓰러질 듯한 폐가나 차별 없이 똑같이 내린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기고, 잘 사는 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긴 동시이다. 「」,
앞에서 소개한 작품 외에도 자연은 소재로 한 동시가 여러 편 있다. 하늘이 문을 닫는 저녁 시간 해님과 구름은 아름다운 이별 곡을 연주한다는 「노을」, 나무들이 나뭇잎을 떠나보내기 전 나뭇잎에 곱게 정성을 드리는 「헤어질 때 물이 든다.」, 엄마 손잡고 케이크 사러 가는데 겨울 앞산도 나처럼 케이크가 먹고 싶은지 생크림을 만든다는 「눈 오는 날」,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엄마는 꽃을 보면 웃는다. 꽃들은 나처럼 혼나지 않아서 좋겠다는 「꽃들은 좋겠다」, 까맣게 탄 해바라기 얼굴에 선글라스를 씌워주고 싶은 「해바라기와 선글라스」, 꽃말을 다룬 「현호색」 등 자연을 사랑이나 자비의 눈으로 바라본 참신한 동시들이 많다.
4.
박규미 시인은 자신이 사는 경기도 과천시를 소재로 한 작품, 주로 외할머니 얘기를 통해 시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지역성(locality) 작품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것은 지역 사랑이며, 우리 지역을 알리는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너무 서울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이 너무 집중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근래에 와서는 시군 중심의 지자체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지역 관련 동시를 쓰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나와 가족, 우리 마을, 우리 시군, 우리 도를 잘 알고 사랑해야 우리나라를 잘 알 수가 있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4호선 지하철 타면/ 너도나도 내리는 역
가을 축제로/ 모두 시인이 되는
잔치마당 열린다.
두 손 번쩍/ 무동력 다람쥐 그네도 타고
VR드로잉퍼포먼스/ 서커스 재즈공연도 보고
푸드 트럭에서/ 핫도그, 꼬치구이까지 먹으면
얼굴은 달달한 솜사탕
엄마 아빠랑 하늘팽이/ 차 없는 큰 도로에서
밤하늘 향해 마음껏 슝슝
청사마당에서 신나는/ 예술불꽃놀이를 보면
점점 뜨거워지는 함성
다음 내리실 곳은/ 과천詩입니다.
-「과천詩」전문
스마트 폰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열어보니, 경기도 과천은 내선인 2호선 사당에서 오이도 가는 쪽으로 5개역 거리의 서울과 가까운 거리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주요 명소는 동시에 등장하는 서울대공원, 중앙공원, 그리고 서울랜드가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동시 「과천詩(시는)」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오다가 너도나도 내리는 역으로 시작된다. 과천시의 축제는 참가하는 사람 모두 감성을 지닌 시인이 된다. 어린이들은 무동력 다람쥐 그네도 타고, 푸드 트럭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하늘팽이도 마음껏 슝슝 날린다. 과천청사마당에서 불꽃놀이를 보면 함성도 절정으로 달아오른다. 끝 행에서 ‘다음 내리실 곳은/ 과천詩입니다.’라는 과천시 축제는 감성 축제라는 홍보를 은근이 하고 있다.
엄마 따라/과천 보광사에 간다.
부처님께 삼배 하고/ 엄마 기도 끝날 때까지/ 마당에서 논다.//
법당 앞마당에/ 키 큰 소나무와/ 등이 굽은 소나무//
늘 독경소리/ 스님 법문까지 들으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법당 앞에 서 있다.//
비가와도/ 눈이 내려도/ 한눈팔지도 않고//
부처님은 좋겠다/ 듬직한 경호원이 있어서.
-「절 마당」전문
동시집에는 지역성(장소성) 소재의 종교(불교)관련 지역 사랑의 동시가 3편이 보인다. 박규미 시인은 과천 보광사 불자인 듯하다. 엄마가 부처님 앞에 기도드릴 때 시적자아는 절 마당에서 논다. 법당 앞마당에 키 큰 소나무와 등이 굽은 소나무가 있는데, 늘 독경소리 스님의 법문까지 듣는 부처님의 듬직한 경호원이다. 그래 부처님은 좋겠다는 불교적 동심이 담긴 절의 풍경을 보는 듯 한 공감각적 이미지가 잘 표현된 동시이다. 같은 류의 불교적인 동심이 담긴 동시로 불교 사찰 순례를 갔다가 쓴 「봉정암」은 설악산 높은 봉우리에 있는 봉정암의 부처님 사리탑에서 시적자아는 ‘네가 바로 부처라는’ 부처님의 음성을 마음속으로 듣는 불교적 깨달음의 동시이다. 「약사여래부처님」은 약사여래부처님을 보며, 미워하던 짝꿍에게 웃어주겠다는 부처님의 사랑(자비)을 깨닫는 종교 동시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서울약사대불// 어려울 때 우리들/ 몸과 마음의 병/ 치료해 주신다고 한다.// (중략) // 찌릿찌릿한/ 부처님 마음/ 살며시/ 내 마음에 전해 온다./ 내일 학교 가면/ 이제껏 미워한 욕심쟁이 짝꿍/ 마주보고 웃어주어야지. 「약사여래부처님」 일부)
관문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이
청계산 등반을 하고/신나게 내려오고 있다.//
짝꿍 손 꼭 잡고/ 어깨에 둘러맨 작은 가방
나뭇잎처럼 요리조리 흔들흔들/ 노랫소리 온 산을 물들인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올라오는 아저씨 아주머니도/ 따라 부르고/
옆에서 구경하던 노린재나무도/ 함께 부른다.
청계산은 지금/ 1학년 1반이다.
-「곰돌이 등반」전문
‘판문초등학교’와 ‘청계산’은 과천시에 소재한 학교와 산인 듯싶다. 판문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이 청계산 등반을 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광경을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듯이 시청각 이미지를 잘 살린 동시이다. 1학년 친구들과 같이 나무도, 올라오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옆에 선 나무들도 함께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른다, 모두가 하나로 합일화 된 청계산은 지금 온통 1학년 1반이다. 제목도 신선하고 마지막 연이 이 동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동시를 읽노라면 과천시 청계산과 판문초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독자는 궁금하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중앙공원에/ 할머니 세분이/ 가을 소풍 오셨다.//
은색 돗자리 위에는/ 야무진 단감들/ 동글동글한 밀감들/
길쭉한 바나나/ 나란히 엎드려 있는 유부초밥에/
단무지까지/모두 노란빛이다.//
옆에서 구경하던 은행나무/ “나도 노란색이야”/
바람과 함께 소리치며/ 와르르/ 노란 비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어머나!/ 두 팔 벌려/
우수수 가을 잎 맞이하는/ 할머니들 얼굴도 노란 웃음.
-「노란 비」전문
동시집에 과천시에 있는 중앙공원 장소성 동시가 몇 편 있다. 위의 동시 「노란 비」는 어린이가 등장하지 않은 동시로, 가을 이미지의 사물을 소재로 하여 노란 색으로 합일화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을 공원의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 회화적인 동시이다. 중앙공원으로 할머니들이 가을 소풍 나왔는데, 단감, 밀감, 바나나, 유부초밥, 단무지 모두 노란빛이다. 옆에서 구경하던 은행나무도 “나도 노란색이야”하며 노란 비가 되어 분수처럼 쏟아진다. ‘어머나!/ 두 팔 벌려’ 은행 잎 맞이하는 할머니의 웃음도 노랗다. 자연과 할머니도 모두 노란 색으로 동일화 된다. 이 외에 중앙공원 관련 시로는 가뭄에 힘든 나무들을 가슴 아파하는 공원의 나무들은 발가락 맞대고 한 이불 덮고 사는 형제들이라는 「나무야 나무야」, 한 여름 과천 중앙공원의 분수에 우리는 열대아도 모르고, 돌아가자는 엄마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분수 파티」, 등의 동시들이 더 있다.
이 외에도 장소(local)와 지역성(locality) 관련 실존적 동시들은, 청계산 등산을 하며 쓴 「나뭇잎 부채」, 동해 망상해수욕장을 실제 장소로 한 「비치발리볼」, 외할머니의 기름집 단골 「밀양 남해 기름집」, 벤뎅이 찌게가 유명한 충남 예산의 온통 사투리로 안내장을 붙여놓은 「또순네 식당」 등 실존하는 지역 사랑의 동시들이 다수 보인다.
지금까지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 본 참신한 생활동시>란 주제로 동시집 속으로 독자들과 함께 동시 여행을 하였다. 여행 순서는, <2.가족 관련 동시>, <3.자연 관련 동시>, <4.지역성(장소성, 종교관련 포함) 관련 동시> 의 순서로 살펴보았다.
박규미 시인이 불자(佛子)여서 그러한지 사물과 세상을 따뜻한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려고 한다. 동시의 특성인 단순명쾌성, 어린이 이해가 쉬운 시어 선택, 동심으로 걸러내기와 재미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여러 편이 보인다. 첫 동시집으로는 성공한 동시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시의 의미와 재미와 아름다운 표현이 담겨서 어린이들이 동시 여행을 즐겁게 해도 좋은 동시집이 될 것 같다.
동시집 발간을 축하드리며, 독자들도 필자처럼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발간된 동시집이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천심인 동심을 갖고 좋은 동시를 많이 쓰길 바라며, 다음 동시집이 벌써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필자가 좋아하는 박규미 시인의 대표작 「춤추는 책가방」 한 편을 더 감상하며 동시 여행을 마친다.
발 다친 친구가
뒤뚱뒤뚱 집에 갑니다.
책가방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신발주머니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친구 가방을 들어줍니다.
그제야 책가방이
시소에서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