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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학 개설해 각종 강좌 어르신ㆍ어려운 이웃 돕기도
수행과 포교, 가람수호 그리고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일. 이러한 여러 가지가 현대사회에서 갖는 사찰의 역할이다. 부산 가야산 가야사(부산진구 엄광로 326 나길 11)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는 절이다.
주지 정현스님은 15세에 출가하여 환갑을 넘긴 분이다. 은사 벽파스님(2006년 열반) 밑에서 ‘중노릇’을 짬지게 배우고 익혔다. 출가수행자의 길이 얼마나 크나큰 인연으로 맺어진 것이며 그 길을 가는 수행 또한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어릴 때부터 깊이 느끼며 살아왔다. 스님은 드러내기를 꺼린다. 그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출가수행자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낸다. 스님이 이 절 주지로 온 지는 근 10년 된단다. 범어사 원주, 기장 장안사 주지를 거쳐 여기에 머물게 됐다고 한다. “절 살림은 소임자(직책을 맡은 사람)가 얼마만큼 자기 소임(所任)을 열심히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다”는게 스님의 지론이다.
범어사 원주시절 스님은 종무소 앞 돌담과 돌계단을 절 비용이 아닌 사비(私費)로 조성했다. 왜 그랬느냐니까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그리 했단다. 절 여기저기 소소하게 손 볼 곳은 말없이 조용히 했다. 그 비용 또한 개인 주머니 돈이었다. 장안사 주지로 갈 때의 일화다. 도반 스님이 “스님이 법(法)이 높은교 아니면 모아놓은 돈이 많아 주지자리를 꿰찼는교?”했단다. 정현스님은 “내가 법이 높은 큰스님이라서 천년고찰인 장안사 주지를 맡을 인연을 만난 것이 아니라 범어사에서 열심히 소임을 다한 그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단다.
가야사에 와서 스님은 특유의 뚝심과 원력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불교대학을 개설하여 기초교리강습, 경전연구반, 다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전연구반은 <우리말 능엄경>(야청(也靑) 황정원 풀어씀. 운주사 출판)을 교재로 공부한다. 황 교수(해양대 명예교수)는 자기와 교분이 깊은 정현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이 절에서 매주 화요일 직접 강의한다. 그는 교수시절 해양대학교 불교학생회를 창립하여 학생들에게 능엄경을 강설했다.
‘숲이 짙어지면 호랑이가 깃들인다’는 말이 있다.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이 절을 맡은 정현스님은 ‘숲조성’에 힘을 썼다. 도량을 중창하고 배움터를 만들었다. “여기는 절이 자리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열악한 곳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후광을 믿고 원력을 갖고 불사를 하니 이루어집디다.” 대웅전, 요사채, 불교회관 등을 그 원력으로 일구었다.
절 입구에는 ‘벽파문화회관’이라 이름붙인 3층 건물이 있다. 스승을 기리고 스승의 뜻을 따르겠다는 원력의 소산이다. 이곳에서는 다도반 수업도 한다. 스님은 도예에도 깊은 안목이 있어 많은 찻사발을 수집, 진열해 놓았다. 이 찻사발들은 한국, 중국, 일본의 명품들이다.
이 회관은 또한 부산진시니어클럽회관이기도 하다. 스님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서 주민과의 화합을 도모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니어일자리 창출에 350명을 등록시켰고 개금종합복지관 1호 타이틀도 갖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경로잔치를 연지 8년째 된다. 모신 어르신만해도 1000명에 이른다. 겨울철 독거노인돕기, 김장담그기도 9년째다. 절 주차장도 인근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시주의 은혜를 뼈저리게 느끼고 한 푼의 시주금이라도 부처님 뜻에 따라 써야합니다.” 정현스님의 이 한마디가 긴 여운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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