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괴하는 정부 부끄럽지 않으세요
외국 사람들이 더 부러워하는 한글
오늘은 제 578돌 한글날이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대통령은 얼굴도 보이지 않고 축사조차 국무총리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다. 그래도 축사에는 “AI 시대를 이끌어 나갈 세계인의 언어가 ‘한글’이니 어쩌고 하면서 한글의 가치를 더 많은 세계인과 나눌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하지만 그것은 말뿐이다.
■ 외국에서 더 부러워하는 한글의 우수성
언어 연구학으로는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겨(합리성,과학성,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진열해놓았는데 그 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세계언어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존 맨'이라는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가 쓴 ‘알파 베타(ALPHA BETA)’에 ‘(한글은)모든 언어학자들로부터 고전적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 ‘단순하고 효율적이고 세련된 이 알파벳은 가히 알파벳의 대표적 전형이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다.’ ‘한국의 알파벳은 알파벳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고, 또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시카고 대학의 메콜리(J. D. McCawley) 교수는 미국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한글날인 10월 9일이면 한글에 대한 경의 표시로 매해 빠짐없이 한국의 음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소리의 표현을 11,000 (일만 천)개 이상을 낼 수 있다. 일본어는 약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여 개에 불과하나 한글은 소리 나는 것은 거의 다 쓸 수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지 1994년 6월호 「쓰기 적합함」이란 기사에서,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미국 학자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 하고 또‘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했다.
■ 정부가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말을 다듬고 가꿔야할 정부조차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고 공식 행정용어에 영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축제를 ‘페스티벌’로, 박람회를 ‘엑스포’로 표기한다. 창업을 ‘스타트업’으로 표기하고 대책본부 혹은 전문위원회를 ‘태스크포스’나 ‘TF’로 표기하는가 하면 아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이름을 외국어로 짓기도 한다.
‘aT’, ‘EX’, ‘코레일(KORAIL)’, ‘K-Water’, ‘코가스(KOGAS)’, ‘캠코(KAMCO)’, ‘SH공사’, ‘Kepco’ 등 얼핏 외국계 기업의 이름 같은 공공기관, 공기업 이름이 넘쳐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공문서 등에 쓰는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스튜어드십 코드’, ‘패스트 트랙’, ‘문화 뉴딜’과 같은 말을 예사로 쓴다. 충청남도는 ‘차량용 팸리스 생태계’, 충남소방본부는 ‘라이프 생태계’, 충남영상위원회는 ‘로케이션 인센티브‘와 같은 단어를 공공기관의 정책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 한글파괴 어느 정도인가
해마다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 데 공적을 끼친 단체나 개인을 뽑아 상을 주고 있는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 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한글이 어느 정도를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는지는 언론이 즐겨쓰는 비속어에서 짐작할 수 있다. '띵곡'·'웬열'(SBS 런닝맨), '뙇'·'뮈안해'(JTBC 아는형님), '드루와'·'뷰리full'(MBC 전지적참견시점), '갓창력'·'행사러'(KBS2 해피투게더), 'Aㅏ그렇구나'·'짜롼당'(MBC every1 주간아이돌), '1도 없는'·'씐나씐나'(코미디TV 맛있는녀석들), '밥동둥절'·'혜무룩'(tvN 놀라운 토요일)... 이런 공중파들이 즐겨 쓰는 예능 언어를 알아들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찐찌버그, 근자감, 레알, 열폭, 솔까말, 개드림, 여병추, 버카충, 케바케....’ 뽕까지마!, 당근이지,야 뚜껑열린다, x나게 기분 나쁘네! 이 정도가 아니다. '생선'(생일 선물), '문상'(문화상품권),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행쇼'(행복하십시오), '먹방'(먹는 방송). '화떡녀(화장을 떡칠한 여자)', '여병추(여기 병신 추가요), '광탈'(빠르게 탈락하다), 'sc'(센 척),'박카스'(잔심부름꾼), '골부인'(게임에 맛을 들인 여성), '납세미'(포커게임에서 자주 잃는 사람)...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은어 비속어다.
■ 화장실 안내까지 MAN’, ‘WOMAN’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k-방역’, ‘information’, ‘customer’ ‘contact us’, ‘디지털뉴딜’, ‘k-뉴딜지, ‘제로페이’, ‘코나아이’, ‘나이스그룹’, ‘강동빗살머니’, ‘e바구페이’, ‘On通대전’, (국적불명의 조어), 승강기 안내를 ‘elevator’라고 적었는가 하면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공간에 ‘시니어 하우스’라고 안내하고 있다. ‘노인정’이나 ‘경로당’ 또는 ‘어르신 쉼터’라고 표현하면 품격이 떨어지는가?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한글파괴는 도를 넘었다. 캐슬이니 파크, 더샵, 자이, 힐스테이트, 스카이, 센트럴, 파라곤, 리버사이드… 같은 이런 용어들은 언론이 즐겨 애용하는 단어들이다. 정부 관료가 발표한 정책 설명에 ‘포괄적 네거티브’와 ‘규제 샌드박스’, ‘디지털뉴딜’, ‘k-방역’... 같은 단어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해 유행어를 만들고 있다.
돈이든 문화든 자기 것이 없으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온 겨레가 함께 애용하는 소중한 문화, 말이나 글이 있다는 것은 민족의 긍지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내 몸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가꾸고 다듬어야 하듯이 글도 그렇다. 이 지구상에는 자기 나라 글이 없어 남의 나라 글을 빌려 쓰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국어기본법 제2조는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강성할 때는 중국의 말글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더 고상하고 유능하게 보이고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의 말 글을... 미국의 지배하에서는 영어를...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열등감일까, 아니면 문화사대주의일까? 지식인들, 학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인들을 지금 자기네들이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한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