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홈스쿨링의 끝무렵'을 쓰고, 그 글을 홈스쿨러 사이트에 올렸다.
그런데 그 중에 중요한 지적을 한 분이 있었다. 7세유아홈스쿨링을 왜 그렇게 숨막히게 하느냐는 거다. 집에 앉아서 책만 읽고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려는 욕심이 더 앞선 게 아니냐고. 나는 댓글로, 그게 아니라 아이는 그 나이에 3~4년된 친구들이 있고, 제천과 수원 영월 서울 등 여러군데 놀러도 다니고 있으니 안심하시라고 썼다. 더구나 온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엄마 이야기도 뺐으니까.
그러나 그분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유아홈스쿨링의 끝무렵'에 그런 얘기는 쏙 빼었으니 야외활동이나 사회활동에 대해 별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의식중에 그런 이야기를 왜 뺐을까?
생각해보면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부보다 '노는 것, 느끼는 것' 이런 감성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하기싫어하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며 오늘을 누리며 살기 위해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에 풀어두고, 여기저기 체험학습(?)을 다니고 홈스쿨러 모임을 찾아다닌다.
첫째로, 노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생각을 했다. 놀 때 무엇을 하고 노느냐. 요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서 노는 건 아닐 테고. 학교에서 애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느끼는 배움과 쾌락을 빼고 생각해본다. 우리 홈스쿨러 아이들은 무얼 하면서 놀까. 예를 들어 몇몇 분들은 아이를 자연에 풀어두면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 논다고 한다. 내버려두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틀림없이 제갈길을 찾아 공부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말도 맞다. 우리는 길도 없는 제천 산골에 4년 동안 일년의 반씩 살면서 아이를 풀어놓았다. 아이는 살모사의 삼각형 머리도 많이 봤고, 올챙이를 개구리될 때까지 길러도 봤으며, 달팽이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것을 보고, 나방에애벌레가 우화하는 것도 관찰했다. 산책길에 망원경을 들고 나가 새를 찾아보고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싶어한다.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개울에서 수영도 치며, 눈이 어른 허리까지 찬 산길을 맨 운동화만 신고 올라갔다. 왜냐면 그 산 중턱에 집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것으로 그치면 안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아빠의 경우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오고 있지만 곁에서 자극을 주는 멘토가 없었으므로 자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는 것, 느낀 것이 적으므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것을 제대로 누릴 줄 몰랐다. 그가 조금이라도 자연에 대해 알고 그 신비함을 느낀 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읽은 책을 통해서였다. 나뭇잎 뒷면에 붙어있는 노린재의 알을 보고서 '와 신기하다'하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만한 재미와 신비만 느낄 뿐이다. 나뭇잎을 가져다 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끝이라면 거기까지이다. 만약 세상에 더한 기쁨이 있다면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끝까지 찾아나서야 한다. 우리는 곤충학자를 직접 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만, 우리 곁에 그가 온힘을 들여 쓴 책이 있다면 그것을 읽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에게 있어 그 책을 읽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놀이의 연장이며, 억지로 하지 않아도 머리와 가슴속에 쏙쏙 들어오는 산 지식아니겠는가? 우리는 멘토없었던 우리의 안타까운 어린 시절의 낭비를 줄이고 싶었다. 우리 자신이 멘토가 되어,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부분에 즐거움의 질과 깊이를 더하고자 우리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려고 했다. 우리는 한번도 아이를 책상 앞에 앉혀 본 적이 없다. 우리가 공부하여 아이에게 놀이와 이야기로 때에 맞게 적절히 들려주었고 대화를 했다. 덕분에 좋지 않은 자세로 방바닥에서 무얼하는 습관이 들었지만 그가 하는 것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어서이다. 이런 습관과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 결과인지 몰라도, 이제는 우리가 먼저 미처 공부하기 전에 아이가 먼저 알아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우리 둘이서 같이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한다. 오늘날 나와있는 해답이란 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니니까.
둘째로, 체험학습이라면서 여러가지 지방의 박물관이나 캠프에 다닌다. 우리도 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냥 여권에 스탬프 찍고 그것을 모아 마일리지를 모으려는 듯이 그저 몰려왔다 몰려간다. 박물관들의 많은 부분은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들보다는 컴퓨터게임을 하게 해놓았다. 추세가 그런건지, 각종 터치스크린만 잔뜩 갖다놓고는 스크린을 만지며 느끼라고 한다. 몸을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나 여러가지 장치, 손을 대면 색깔이바뀌는 여러가지 장치들...물론 이런 것들이 현대미술을 표현하는 한 방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컴퓨터 장치를 갖다놓고 '지식을 재미있게 가르쳐준다'고들 한다.
셋째로, 사회성부분이다. 홈스쿨러 모임을 찾아다니는 것이 바로 그거다. 나는 공립학교에 다녔으며, 고등학때 교회에 미쳤다고 하다시피 푹 빠져 전도하며 살기도 하였다. 고2, 3때 장래희망이 선교사였다. 출판사에서는 에이전시 담당을 맡아서 국내외 여러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책을 기획한다면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등 창조적인 직업군의 사람들과 만났었다. 근데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안의 콘텐츠는 너무너무 부족한데, 나의 성숙도와 자존감은 그리 낮은데 겉으로 사람들만 많이 만난다고 나안의 아이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상대방역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보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배도 있어 그에게 내가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사람들과 인간대인간으로서 교제하는 기쁨을 느끼는 경우는 너무 드물었다. 기쁨을 느껴도 언제나 두루뭉실한 기쁨, 불안한 기쁨, ..나의 성격탓일 수도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과정들이 아쉽다.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나서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서로 너무나 미숙한 아이들끼리만 모아놓은 집단에, 역시 미숙하달 수 있는 공립교사 한명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을 반대한다. 한 아이의 내면을 채워주고 여러가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힘, 자존감을 키워준 후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친구를 찾아도 결코 늦지 않다.
그리고 그 시기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개성을 존중해주려고 학교밖, 세상속으로 나온 것 아닌가?
아이엄마와 아빠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 그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능력, 아이의 개성 에 따라 우리는 살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충고해주는 많은 이들의 멘트도 그런 것 아니겠는가? '내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내가 애들키워보니까 말이야,' 중요한 건 과거의 실수와 아쉬웠던 점을 되풀이하지 않고, 피를 끊는 노력으로 부모자신을 성숙시켜 가장 좋은 것을 아이의 개성에 되도록 맞추며 지지고볶고 살아가는 일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하나씩 갖고 있는 장점을 우리 아이 한명의 몸에 다 붙여서 선보이려는 것은 욕심이다. 전인교육(?)으로 가려고 여러가지 자극과 맛을 보여주지만, 역시 아이의 개성은 존중할수밖에 없는 거다.(우리아이 현재 개성은 친구보다 지식을 재밌어하는 거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자기의 관심사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다. 그런 친구가 한 명 있다. 4년을 만나고 있다. 그 외에 그런 친구를 별로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그 한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양보다 질!) 나역시 그들처럼 말해보는 거다. '내가 공교육 받고 여러가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니까 말이야, 별로였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친구들, 거기서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단 한명의 친구! 그런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헤어질수밖에 없었다. 내가 독립한 후에 생존을 위해서라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책속 인물들도,,그사람들만이 내게 무한한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라고.
당장 정글같은 아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하여 걱정하지 않는다. 부모는 무엇때문에 있는가? 가정이야 말로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마르크스가 말한 유토피아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환경 속에서 능력이 되는만큼 시간이 걸려도 하나씩 배우면 된다. 지원은 부모가 하고 아이들은 누릴 수 있는 만큼 누리며 성장한다. 부모는 지원은 하되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참견하지 않는다).....이런 유토피아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가 더이상 부모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훌륭한 홈스쿨링 이야기 남겨주세요..감사합니다
홈스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벽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서 좋은 인식들과 사회적 지원들이 생겨나길 바래봅니다.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홈스쿨링 기간을
부여하는 공교육과 사회제도가 생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숨막히게홈스쿨을하느냐는의견도들었다하셨는데,
저는두번의글로힘을얻네요~^^
계획된홈스쿨을하고있는건아니지만
어찌저찌하여학교를쉬고있는아이엄마로서
묘한 홈스쿨의매력에빠지고있습니다^^
오해와편견,,,
나와아이만행복하면극복되는것같습니다.
종종근황올려주세용^^
가슴이 뜁니다.
저는 아이 대안학교를 알아보고있고 아이는 홈스쿨을 주장하고..
부모의역할이 무엇인가..다시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멋집니다. 취학연령이 되어서도 계속 홈스쿨링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솔이는 만 10세인데 대학까지 죽 홈스쿨링 할 계획입니다.
일단 1학년에 입학은 시킬 계획이에요. 한번 다녀보고 선택해보라 하고 싶어서요. 사실 대학과정도 스스로 공부하기에 그리 어려울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몸도 마음도 성인이 되고나서 그때 스승과 동료를 찾아 나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지금까지의 유치원 선생님들은 괜찮았는데 초등학교에 진학 후가 걱정이 좀 앞서네요.
7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나 와닿는데, 생각을 그리 하고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기에 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