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여
검찰은 물론이고 법조계 전체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당시 검찰 상부에서는 백지구형을 지시해놓은 상태였다.
백지구형이란,
검찰의 할 일을 포기하고 판사에게 형량을 일임하는 것이다.
즉 판사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의견을 내는 것을 말한다.
관행이라는 말로 합리화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검찰권의 포기이자
검찰 고유 권한의 불이행이다.
임은정은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한 것이다.
정권의 바람을 잘 알고 있는 부장 검사는
"무죄 구형을 하는 것은 검찰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되니,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허나 임 검사는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무죄 구형도 그렇지만, 그때의 논고(최종진술) 또한 화제가 되었다: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에 맞아 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몸을 불살라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모진 비바람 속에서 온 몸으로
민주주의 싹을 지켜낸 우리 시대의 거인에게서 그 어두웠던
시대의 상흔을 씻어내며 역사의 한 장을 함께 넘기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법령이므로 무죄이고,
내란선동죄는 관련 사건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관련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정권교체를 넘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폭동을 선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